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장정일의 공부를 고른 이유는 가끔 가는 알라딘 서재의 알라디너가 입이 마르게 칭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얼마나 대단하기에 칭찬을 하는 걸까 하는 호기심이 이 책을 읽게 된 첫번째 이유가 되었다.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부제가 붙은 이 책의 목차를 따라 내려가 보니, 아차차, 내가 읽은 책은 한 권도 없었다. 그게 아쉬운 점이었다.

읽어본 책이 있어야 그와 나의 생각의 차이를 비교해 볼 수도 있었을텐데,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은 어디었는지도 알았을텐데, 아~맞어 읽으면서 이런 건 생각도 해보지 못했네...하며 무릎을 탁 칠 수도있었을텐데..이런 걸 할 수 없게 되었기에 장정일식의 책읽고 느낀 점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잔뜩 기대하고 맞이한 첫 느낌과는 다르게 첫번째 장에서 틀어져 한 달 넘게를 책꽂이에 처밖아 두기도 했지만, 그의 해박한 지식과 풀어쓴 현란한 글들에 매혹되어, 그의 독서읽기 6권을 모두 읽어야겠다 생각하며 책을 덮었으니, 사람의 선입견이란게 얼마나 편협한 사고를 낳을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 책이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쉽게 수긍했던 부분도 있었고,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된 것도 있었고,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중국고전에 대한 사고, 이스라엘의 건국부분, 조봉암, 레드콤플레스와 박정희의 유기불안 등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과 생각의 다양한 틀을 보여준 텍스트였다.

 

자칫, 풀어쓰기 어렵거나 곤란한 ,미묘한 부분도 있었던 장정일의 공부는, 그동안의 나의 독서가 얼마나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지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읽고 또 읽어 나날이 일신우일신 하는 작가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하여 나에게 자극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다양한 책읽기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결심이 드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작가가 읽은 책의 제목이 정리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몇 개 적자면,

 

p.5 중용의 본래는 칼날 위에 서는 것이라지만, 많은 사람에게 그것은 사유와 고민의 산물이 아니라, 그저 아무것도 아는 게 없는 것을 뜻할 뿐이다. 그러니 그 중용에는 아무런 사유도 고민도 없다. 허위의식이고 대중 기만이다.

 

p.37 신민들을 햇볕처럼 사랑하고 하늘처럼 두려워하십시오..그(송시열)가 걸핏하면 빌려 오는 신민이니 천하니 하는 것이 만백성을 뜻하는 게 아니라 사대부, 그것도 자신이 속한 서인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p.77 이종오는 맹자에 나오는 고자의 이론에 착안해 인성의 무선무악설을 재론한다. 동쪽 둑이 무너지면 무너지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 둥이 무너지면 서쪽으로 흐르는 것처럼, 인성이란 선한 쪽으로 이끌면 선하게 되고 악한 쪽으로 이끌면 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p.82 나는 단지 공자 이외의 사람에게도 인격과 독창적인 학설을 만들어 낼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 뿐이다. 공자 자신이 우리를 억압하거나 우리에게 다른 학설을 만들지 말라고 말한 적은 없다. 그러나..

 

p.88 남에게 양보하는 것은 나 자신의 생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까지만 하고 남과의 경쟁은 내가 생존할 수 있는 선까지만 한다....생물은 상호 경쟁을 통해서도 진화할 수 있지만 상호 양보를 통해 진화할 수도 있다.

 

p.173 로마와 같은 제국이 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력과 이념적 보편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미국은 두 가지 다 잃어 가고 있다는 게 토드의 반복되는 주장이다.

 

p.181 ... 핵전쟁보다는 기업주도의 소비 문화야말로 현대의 문화 해체를 불러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시장 가치와 실용주의 가치 따위가 온통 지배하는 세계로부터 벗어나자고 권한다.

 

p.182 고액 과외와 유학이 일상화된 최상층의 과두계급에게 형식적인 고교 평준화가 무슨 강제력이 될 수 있는가? 사마귀가 앞발을 들고 수레를 막으려는 것과 같다....

 

p.321 선생님(촘스키)은 진실을 무엇이라고 정의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가 의자 위에 있는 책을 가리키면서 이 책은 지금 위자 위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의자 위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진실입니다. 아주 간단하지 않습니까?...진실된 말은 꾸밀 필요가 없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p.347 적군은 물론 자신의 군주마저도 그(이순신)가 어서 죽기를 바랐던 것이니, 왜군도 선조도 모두 적이었다. 그리고 조선 유교의 충절 이념이 내화된 그에게 한 나라의 군권을 홀로 짊어진, 무장력의 화신으로서의 자신 역시 버거운 적이었다. 삼면의 적과 대면한 그에게 노량해전에서의 죽음은 자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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