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똘이장군'을 생각나게 했다.

동물농장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똘이장군'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초등학교때? 아니면 그보다 더 어렸을 때 본 만화이다.그것도 무슨 때만 되면 보여주던 단골 만화였다.

어렸을 때 각인된 기억이 얼마나 강한지 줄곧 북한을 '괴뢰군'인 줄 알고 컸다.

자세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 북한'괴뢰군'은 탐욕스런 돼지다. 탐욕스런 돼지를 남한의 똘이장군이 물리친다는 스토리를 줄기차게 보았으니, 나중에 평양의 시내를 보여주던 뉴스을 보고 아연실색했던 적이 있었다. 아사직전의 차마 눈으로 볼 수 없는 처참한 모습만 상상하던 내게, 북한 괴로군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는지, 생각보다 멀끔한 평양시내와 사람들을 보고 받았던 충격은 참 오래갔다. 그들도 사람이더라...나와 같은...

반공교육만  받았던 나에겐 너무나 당연한 거지만, 속았다는 그때의 배신감은...이루 말할 수 없다.

동물농장으로 들어가기 위한 사설이 너무 길다.

각설하고,동물농장을 읽으면서, 그 똘이장군이 계속 떠올랐다. 작품해설을 읽어보니, 동물농장이 소련의 공산주의를 풍자한 것이라니, 똘이장군의 '괴뢰군'돼지가 아주 틀린 것도 아니지만...그래도...이승복 어린이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란 왜곡된 사실(?)을 진실인양 배우고 큰 세대인 나에게 동물농장은 내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배불리 먹는 사회, 착취가 없는 사회를 위해 행해졌던 혁명은 성공하고, 일반 동물보다 똑똑한 돼지들이 자연스럽게 농장을 다스리게 된다. 그러나, 초심을 잃은 돼지 나폴레옹과 소수의 돼지들이 지배하는 동물농장은 또다른 이름의 독재이다. 동물들은 이전과 똑같이 헐벗고 굶주리지만, 정권에 빌붙는 언론의 왜곡된 보도와 선전으로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나는, 독재자 나폴레옹도 나쁘지만, 그의 편에 서서 왜곡된 사실을 진실인양 발표하여 일반동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그 연구하는 돼지가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용되는 바보 양들의 구호들은 정말 맥빠진다.

돼지들의 부패가 시작된 곳은, 작품 해설에도 나와 있듯이 사과와 우유를 독점하면서 부터이다. 죽도록 고생만 하는 동물들에게 농장주인 존즈와 타락한 혁명지도자 나폴레옹 돼지의 차이는 무엇인가? 단지 주인만 바뀐 것은 아닌가? 사과와 우유를 독점하던 그 시점에서 농장의 동물들이 깨어 있어서 항의하고,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감시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우매한 농장의 동물들은 그랬더라도, 똑똑한 돼지에게 결국은 착취를 당했을것이다

정적을 위해서 사사건건 반대하는 모습, 오도된 진실을 보여주는 수많은 말들과 선전문구들..동물농장은 사회주의자였던 조지 오웰이 비판적인 시각으로 소련을 풍자한 우화소설이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비단 당시의 스탈린이나 소련의 상황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 현재도 있으며, 아마도 미래에도 여전히 있을 독재와 독재타도, 그리고, 혁명엔 성공했지만, 혁명의 의미가 퇴색될 또 다른 부패 독재자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줄 것이다. 짧지만, 만만치 않은 내용과 의미들로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드는 동물농장을 읽으면서 마르크스부터 언론의 역할과 이승복 어린이까지...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