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키울 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와 같은 여자아이이니 대체로 이해할 수 있다. 나와 비슷한 부분도 많고, 전형적인 여자아이의 성향을 가진 딸아이이니 비교적 수월했다. 가끔 남자형제를 둔 엄마들이 '나도 언니처럼 속삭이듯 말해보는 게 소원이다'라고 말했을 때, 남자아이 키우는게 그렇게 어렵나 했었다.그런데, 아들을 키워보니 알겠다. 내가 남자가 아니니, 아무리 어려도 남자인 아들을 키우기가 만만치 않다. 딸아이에겐 맞던 방법이 막히기 시작했다. 아들때문에 쩔쩔매는 나를 보고, 딸아이는 남편이 본다고, 아들만 잘 보라고 말하는데도 힘에 부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럴때마다 남편에게 하는 말은 "당신이 남자니까 아들을 보고, 나는 여자니까 딸을 돌보는게 어떠냐고" 물어본다. 도통 모르겠다. 어린 남자아이 하나때문에 난 늘 끙끙댄다.
지금까지 읽었던 많은 육아서에는 남자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여자아이는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자세히 나와있지 않았다. 제목만으로도 귀가 번쩍 띄였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임상 심리학자는 문제 아이를 하루에도 수십명씩 만난다며 아이가 어릴 때 제대로 키우지 못한다면('tv그만볼까, 괜찮지? '라고 질문하는 것은 아이에게 '싫어'라는 대답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럴 땐 그냥 'TV를 꺼라'라고 말해야 '한다'고 저자는 몇번을 강조한다.) 다음에 오락에 빠진 아이를 통제할 수 없고, 사춘기때엔 더 통제 할 수 업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에게 대하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요지이다.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 유전학적인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 맞게 아이를 가르치고 기르자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는 분명 다르다. 딸에겐 되는 육아방법이 아들에게도 맞을리 만무하다.
저자는 남자아이를 남자답게, 여자아이를 여자답게 성정체성을 먼저 확립시켜주고 나서, -지금까지 우리가 받았던 (중성적인) 교육을 받아야 - 아이가 나래를 펼 수 있다고 말한다.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유치원부터 남자와 여자의 성영역을 무시하는 교육이 시행되었다. 여자아이에게 자동차를 남자아이에게 인형을 갖고 놀게 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여겼으며, 남녀공학에서 초중고등생활을 보낸다. - 저자는 적어도 여자아이에게서 인형을 빼앗고, 남자아이에게서 갖고 놀던 자동차를 빼앗아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과는 당황스러울만큼 처참하다는 것을 저자는 많은 예시를 들어보인다.
남녀공학에 다니는 여자아이는 '외모'로 자신의 자존감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그리하여 뚱뚱하고 못생기면 낮은 자존감을 가질 가능성이 높으며, 남자아이는 (전통적으로 여겨지는) 남자들의 영역에만 여자아이는 여자들의 영역만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반면 여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남자들의 영역이라 불리는 것들을, 남학교에 다니는 남자아이는 여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것들도 시도하게 되더란다. 또한 여자아이는 외모외에 공부나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자존감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30년간 남녀의 성차를 무시한 교육은 실패했으며, 약물중독이나 섹스에 너무 일찍 노출됨으로 인한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남자는 원래, 여자는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교육,육아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는 수많은 동물실험과 사례들이 나와서 지루한 점도 없지 않았고,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너무 성차를 구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나이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성에 따라서도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그에 맞게 아이를 키운다면 아이도 부모도 모두 만족할 수 있으리라.
이젠, 남자아이를 조금 알 것도 같다. 왜 높은 곳에 올라가서 뛰어내리는지...왜 남자들끼리 모여있으면 더 개구쟁이가 되는지도...
책에서 재미있었던 부분,
교실에서 투호같은 놀이를 실험관찰했다. 여자들은 혼자서 화살을 던지든, 다른 여자들이 방에 들어오든 상관없이 같은 거리에서 던진다. 그런데, 남자는 혼자 던질때는 가까운 거리에서 던지다가도 다른 남자들이(지금 보고 앞으로는 볼 가능성이 없어도) 보고 있으면 훨씬 먼거리에서 던진단다. 실패확률이 높더라도 말이다. 남을 훨씬 의식하는 남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