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기욤 뮈소 지음, 윤미연 옮김 / 밝은세상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은 무엇일까?를 내내 생각했다.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구해줘에서의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내어 놓을 수도 있을 만큼 엄숙하다. 

책을 읽는 중간에는 '구해줘'는 줄리에트가 외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종반을 읽어 나가면서, 그리고, 책을 덮은 다음엔 생각이 바뀌었다.

등장인물들 모두,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을 구해달라는 외침처럼 느껴졌다.

헌신이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사랑은 용서와 화해를 필요로 한다는 생각을 했다.

 

프랑스 소설이지만, 프랑스적이지 않은 것 같았고, 머리 속에 자꾸 헐리우드의 영화 장면이 연상되었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프랑스 소설과는 너무나 다르다. 느릿한 구조와 내면을 들여다 보는 느낌..그래서, 조금은 지루하고, 어렵기도 한듯한 느낌이 구해줘에는 없었다.

 

샘은 외로워 보이는 맷 데이먼, 쥴리에트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그 젊은 여배우, 그레이스는 할 벨리 어쩌구 하는 흑인 여배우(책 속에서는 백인인데, 난 자꾸 이 여자가 떠올랐다.) 마크는 뚱뚱한 톰 행크스, 조디는 레옹에서의 어린 소녀...이러면서 책을 읽었다.

머리 속으로 그리기 충분한 드라마틱한 요소들이 곳곳에 있는 책이었다.

영화로 만들어지기에 좋은 극적인 요소가 많아서, 아마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구해줘는 샘과 쥴리에트의 운명같은 사랑을 그려낸다.

그런데, 나는 자꾸만 죽음의 사자 그레이스와 그의 딸 조디에게 시선이 간다.

그 어린 딸을 남겨두고 죽어야 했던 그레이스의 마음...그리고, 그 둘의  짧은 만남. 이 부분을 쓰고 있는 데도 눈물이 나온다. (실은 많이 울었다. 조디와 그레이스의 부분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못한 채 죽은 것을 후회한 그레이스의 회한과 사랑했지만 사랑한다고 고백할 용기가 없었던 마크의 삶은 너무 안타까웠다.

어린 딸을 두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아픔이 그녀를 다시 이승으로 오게 한 건 아닐까?

그 꼬여있는 것 들을 다시 풀기 위해..그리고, 용서하기 위해...

 

남녀간의 운명적인 사랑에 관한 소설을 읽으면서, 난 뚱딴지같게도 아이들을 더 사랑해야지를 생각했다. 

아이가 생기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뀐다.

이 말이 전엔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니 아이를 낳아보니 실감한다.

 

가슴 속의 응어리를 풀지 않고선 한발짝도 앞으로 나설 수 없는 것일까?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어른이 된다는 것. 어둡고, 무서운 세상을 헤쳐나가기엔 너무 벅찬 어린 것 들을 보면서, 사랑을 생각했다.

더 많이 사랑하며 살아야겠구나 하는...

 

샘이 거리를 바라보며 느꼈던 것들....

그 날 그가 보았던 것들은 정말 아름답고 소중했을 것이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면, 샘은 과거의 아픔을 모두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의 나머지 삶은 아름답겠지? 눈부시게 찬란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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