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의 기록 - 동아투위에서 노무현까지
정연주 지음 / 유리창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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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전까지 제작 거부 사태 때와 다른 일이 벌어졌다. 제작 거부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제작 참여파가 생긴 것이다. 10.24 자유선언 신철 선언 이후 회사 내의 투쟁 과정에서 항상 소극적이고 냉소적이던 인물들과 정치부,경제부,사회부 등 이른바 노른자위 부서의 상당수가 제작 참여파로 등장했다.

나는 지금도 역사의 결정적 대목에서 제작 참여 쪽으로 등을 돌린 인물들에 대해 비판적이다. 신문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들의 논리는 엄중한 역사의 고비에서 군더더기와 같은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그때 제적을 거부했다고 해서 동아일보가 없어진다는 가정도 받아들일 수 없거니와, 설령 동아일보가 잠시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도 유신 독재의 암흑기에 당연히 필요한 자기희생이며, 고통의 역사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희생은 곧 부활하게 마련이다.
-43쪽

미국 예비선거의 형태를 다소 장황하게 소개한 이유는 미국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서다. 미국을 어떤 형태로든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게다가 미국의 사회,법률,제도,정치 등을 담은 내부 얼굴과 미국의 외교,국방을 담은 외부의 얼굴은 판이하다.

후자의 얼굴에는 우리가 끊임없이 비판해야 하는 오만한 대국주의와 미국 제일주의, 제국주의적 요소가 있다. 그러나 전자의 얼굴에는 민주주의적 제도, 다양성의 인정, 건강한 미국을 떠받치는 시민 의식과 자원봉사 정신 등 우리가 배워야 할 장점이 많다.

이 둘은 혼동하거나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칫 미국을 일방적으로 비파하는 반미주의자나 칭찬만 늘어놓는 친미주의자가 된다. 그러기에 미국 전체의 모습을 보는게 중요하다. 배워야 할 점은 배우고, 비판하고 극복해야 할 부분은 끊임없이 비판하고 극복해야 한다. -283쪽

내가 미국에 18년 동안 살면서 가장 배우고 싶었던 점은 '어퍼머티브 액션'이라 부르는 약자 보호 정책이다. 어퍼머티브(affirmative)라는 형용사는 '긍정적'이라는 뜻이 있다. 그래서 어퍼머티브 액션이라 하면 '구조적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적극적으로 약자를 보호하는 긍정적 조치'를 뜻한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인종,성별,종교,나이 등에 따른 차별, 특히 과거로부터 누적돼온 구조적,제도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저이고 긍정적인 조치다. 어퍼머티브 액션을 흔히 '약자 보호 정책'이라고 번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민권 법안이 통과된 다음 해(1965년)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이 약자 보호 정책과 관련한 연설에서 진정한 평등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그는 민권법안이 통과되어 모두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수세기 동안 계속된 구조적,제도적 차별 속에 현존하는 불평등을 없애지 않는 한 진정한 기회균등은 없다고 갈파했다.
-300쪽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은 '동물의 왕국'과 다르다.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삶'을 지향한다. 사회,경제적 조건을 비롯해 여러 조건에서 뒤처진 이들에게 긍정적인 '배려의 점수'를 주어 출발점이 균등하도록 하는 것은 공정사회, 기회균등 사회를 위한 출발점이다.
-307쪽

분명한 것은 법적으로 KBS 사장에 대한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제가 그 임명권을 행사하는 데 부적절한 정치적 행위를 한 일이 없습니다. 제게 주어진 권한도 존중해주시기 바랍니다.

- 노무현 대통령 국정연설 중 KBS 사장 관련 발언 내용 중 일부 - -3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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