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외교
니시카와 메구미 지음, 김준균 옮김, 이인순 감수 / 지상사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방귀깨나 뀐다는 세계 권력자들. 그들의 공식적인 만남인 정상회담의 만찬장. 만찬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것들 가운데 저자는 식탁 위에 펼쳐진 요리와 음료에 주목한다. 그들이 들려주는 무언의 시그널을 캐치, 증폭해서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 책은 세계 정상들의 만찬장 식탁에 대한 세밀한 관찰 결과와 저자가 발로써 수집한 뒷담화를 맛볼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의전이라는 것을 중심으로 향연장에 올라온 요리와 음료(주로 와인)가  어떠한 선택과정을 거쳐 그 자리에 간택되었는지에 대한 시시콜콜할 정도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러한 설명을 듣고 있노라면 만찬장에 펼쳐진 요리나 음료, 어느 것 하나 하나도 허투루 보아넘길 수 없는 것임을 새삼 알게 될 것이다. 요리와 와인 뒤편에 상대방이 읽어주길 바라며 혹은 상대방을 배려한 주최측의 마음 씀씀이를 알게 될 수 있게 될 때, 외교라는 것이 또 다른 형태의 정치 현장임을 알게 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미쿡의 부시 대통령이 아프간 아메리칸보다 숫자가 더 많아진 히스패닉계에 대한 친화적인 제스추어를 보이기 위해 가장 먼저 초청한 권력자가 바로 멕시코의 대통령이다. 멕시코 대통령을 초청해 열린 만찬에 올라온 요리들과 와인, 그리고 열린 연회의 규모 등을 통해 만찬의 격이 정해지고, 그걸 통해 역으로 상대국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가늠을 해볼 수 있다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와인 선택도 마찬가지로 유럽의 어느나라 국가원수가 올 경우에는 그 나라의 이민자가 만든 와이너리의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그 나라와의 인연을 강조하거나, 와이너리 소유자의 조상이나 기타 와인 이름에 들어있는 그네 나라의 단어 등을 찾아냄으로써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기 위한 분위기 조성 등을 위해 노력하는 부분을 읽고 있노라면 요리와 와인이 단순한 음식에 불과하지 않고 음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 또 하나의 문화임을 알수 있었다. (이부분은 마빈 해리스의 음식문화의 수수께기라는 책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 개념에 전적으로 빚지고 있다)

여러 나라에서 열린 만찬의 에피소드도 재미있었지만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우리나라 대통령 들이 받거나 열어준 만찬 에피소드 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쿡에서 상대적으로 홀대 받았다는 사실과 야스쿠니 참배로 인한 불쾌한 감정이 그대로 표출된 고이즈미에 대한 가벼운 만찬 등은 외교의 이면을 들려주는 소중한 내용들이었다.  

이런 박물지 같은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일본은 참 힘이 세다는 것을 느낀다. 전 세계의 주요국가에서 나온 다양한 종류의 책이 육개월만 지나면 일본어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선 부럽기만 할 뿐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책이 나온 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보다 더 큰 도서 시장이 존재함을 새삼 절감한다. 부러울 따름이다.  

또한 어른들의 값비싼 와인이 단순한 술에 머물지 않는 이유를 새삼 발견했다. 와인이라는 단순한 음료 뒷편을 구성하고 있는 문화와 역사 등을 깊이 알수 있어야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좀더 깊어진다는 진리를 새삼 깨닫는다. 역시 세상은 넓고 공부할 것은 많다.  

뱀발......기자가 쓴 책이라서 술술 읽힌다. 더우기 후일담이라는 점에서는 더욱 재미있다. 하지만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고, 우리가 평소에 접하지 못한 음식 이름 투성이라 상대적으로 남의 집 식탁을 한번 넘겨다보고 침 한번 꿀꺽 삼켜봤다는 느낌만이 강했을 뿐이다. 한번쯤 읽어봄직한 책 정도. 딱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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