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
마크 제롬 월터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책세상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지구가 참으로 좁아졌다. 비행기 한번만 타면 지구 반대편에 반나절이면 도착한다. 먼 이국땅의 거대한 공항에 도착해서 느끼게 되는건 아마도 교통기술의 현기증 나는 속도일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한숨 낮잠이라도 늘어지게 자게된다면 사람이 느끼는 이동시간은 더욱 짧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공항에 도착한 것은 나만이 아니다. 뭔소리냐고?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보면야, 나 혼자 온 것이 맞지만, 다른 존재의 시각에서 본다면, 엄청난 숫자의 생명체가 함께 이동한 셈이된다. 그건 바로 내 몸 속에 살고 있는 온갖 미생물이며, 내 소지품에 붙어있거나 뭍어있거나, 아님 살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들도 함께 온 것이다. 물론 내가 평소에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전혀 숫자를 세거나 신경 안 쓴 것이 맞지만...앞으로도 계속 그럴 수 있을런지에 대한 커다란 의구심이 들었다.

현재의 검역체계는 눈에 보이는 것들(농산물 등등)에 대한 세밀한 검역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대한 검역체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있다는 것이 겨우 불완전한 살균과 박멸만이 있을 뿐.

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을 읽으면서 앞으론 더욱 철저한 방역시스템이 있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 나갈수록 그걸로는 제대로된 문제해결이라고 하긴 어려울 듯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자연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적응의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고 큰 충격이 계속 자연에 가해지는 한 환경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인간은 이길 가능성이 희박할 뿐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라는 별은 작기만 하다고 한다. 우주의 한점 먼지에 불과한 크기 정도. 하지만 지구라는 별 속에 살아가는 아주 작은 생명체들조차 제대로 다 모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있어, 앞으로 닥쳐올 더 무서운 환경전염병은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도 앞으로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과 얼마나 조화롭게 살 수 있을까에 달려있을 듯 싶다. 지금처럼 감당하기 힘든 충격들만 계속 퍼 부어대면, 그 결과야 뻔하지 않을까?

더 많은 이들이 읽고 환경위기가 우리에게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숙제들을 앞으로도 더 많이 내줄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제발 인식할 수 있기를 감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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