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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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타 한참 읽다 고개를 들었더니 목적지에 도착해있었다. 그대로 덮을 수는 없어서 마시지도 않을 커피를 사서 역 내 대형서점 지하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 남은 분량을 또 한참 읽었다. 마성의 나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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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과 사귀다
이지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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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맞아 보다 규칙적이고 성실한 책 읽기를 위해, 근 2년째 함께하고 있는 독서모임 식구들과 책 읽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름하야, '하루 30p 이상 100일간 매일 읽기' 프로젝트! 30p 이상은 의무이되, 정확한 기준치는 개인마다 자율적으로 잡고, 매일 최소 분량 이상을 읽으며 그 기록을 짧게 덧글로 남기고 서로 독려하는 캠페인. 그 과정에서 제일 처음으로 택한 책이 바로 이 책 <그곳과 사귀다>였다.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인 이지혜 작가의 애틋한 '그곳' 50선을 소개한 책, 그곳에 담긴 이야기와 사연, 인터뷰 메세지, 그리고 직접 찍은 사진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실린 50선의 '그곳'은 결코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은, 우리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접하고 자주 오가는 그런 공간이다. 그래서 더 의미있는, 그래서 더 뜻깊은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느꼈다. 50곳의 일상 속 소소하게 마주치는 장소와 그곳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책이니, 마음만 먹으면 앉은 자리에서 금방 다 읽었겠지만, 결코 그렇게 읽어서는 이 애틋한 50가지의 이야기가 제대로 마음에 남지 않을거라고. 그래서 매일 일정분량씩 읽어나가는 캠페인 안에서 제일 처음으로 만나 정말 다행이라고 거듭 생각했다.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구절은 SNS로 공유하고, 이렇게 장소마다 하나씩 떠오르는 버킷리스트를 메모장에 옮겨 적었다. 제목에서도 말했듯 '그곳에 함께 가고픈' 어떤 사람과 지켜나갈 나만의 소망으로. 그러니까, 가능하면 지금 떠올리는 그사람과 꼭 하겠단 마음을 굳게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말하리라, '이 책' 덕분에 내가 이 모든 것들을 결심했다고. 그러니까, 너는 '이 책'과 '저자'께 참 감사해야 할거라고. 책 안에서 묘사되는 장면마다, 내가 너를 그리고, 우리를 그리고, 그 안에서 만들어갈 시간들을 그렸기에… 오늘이 있는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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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나영석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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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매력적인 뒷 얘기가 또 있을까. 완전 집중해서 라디오 사연을 듣는 느낌으로 훌훌 읽었다. 나의 2013년 첫 독서 기록. 나영석이란 이름보다, 아직은 '1박 2일의 나PD'가 더 익숙한 그분의 에세이.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

1박 2일의 첫 방송일은 2007년 8월 5일이다. 그 전부터 은지원과 노홍철이 슬러시를 먹고 갑자기 찾아온 두통에 관자놀이를 격하게 비비며, 무서운 놀이기구에 끌려가 아연실색하는 모습도 간간이 봤으니. 이 프로그램은 내 20대 초중반을 함께 아울렀던, 그 시절의 나를 울리고 웃기고 또 설레게했던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고작해야 TV에서 만나는 주말예능 하나가 이렇게까지 내 삶에 깊이 관여하게 될 거라고 07년 당시에 어찌 감히 생각이나 했을까?


책 속 이야기는 두가지 장면이 서로 교차되듯 번갈아가며 전개된다. 1박 2일의 나영석 PD 이야기와, 오래 몸담은 직장에서 퇴직하고 뜬금없이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떠나는 인간 나영석의 모습. 처음에는 당연히 1박 2일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재밌게 느껴졌는데, 나중에는 아이슬란드 여행기와 1박 2일 에피소드 중 어느것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갈팡질팡하다가, 이후에는 자신의 삶과 고민에 대한 내용이 오롯이 담긴 아이슬란드 쪽에 당연 마음이 쏠렸다.

연예인에 버금가는 유명인이 쓴 에세이. 그러니까 간간이 나와주는 그저 그렇고 그런, 연예계 뒷 이야기를 엿보는 흥미진진함 외엔 그다지 큰 감흥도 없고, 대부분 비슷한. 그런 얘기를 예상했다가 책을 읽을 수록 당황하게 됐다. 아 맞다. 이 책, 그러니까 1박 2일의 피디가 쓴 책이지. 지난 내 5년을 주말마다 꽁꽁 묶어둔 그 프로그램 제작자. 아 맞다. 나 그걸 잠시 잊고있었네…….
 


방송 당시에는 편견을 가지고 바라봤던 내용 혹은 에피소드에 대한 오해를 풀며 맘이 괜시리 죄송스럽기도 했고, 예상치 못한 허술한(?) 뒷배경에 어이없는 실소를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점은, 글이 참 맛나고 재밌다는 사실. 어떻게 책을 휘리릭 읽은건지 눈치도 채지 못한 중에 어느새 아쉬운 이야기가 다 끝나, 입맛을 쩝 하고 다셨다. 마치, 그의 짐가방에 몰래 숨어 1박 2일의 지난 촬영 장소들과 아이슬란드까지 모두 함께 동행하고 서운한 마음으로 인천 공항에 내려진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데 말이지 지금의 나는 마흔은 커녕, 서른도 삼년은 지나야 오는 한창 파릇한(?) 20대 중반이라는 사실이다. 근데 왜 불혹을 앞두고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이 남자의 내용들이 이렇게 와닿았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무엇보다 열 받는건, 프로그램 때도 매번 나를 밤늦게 라면먹게 했던 이 양반이, 책을 읽으면서도 내내 '라면 먹고싶다'라고 읊조리게 만들었다는 사실. 아아, 애증의 나PD. 저 요즘 덕분에 점심 저녁으로 성스러운 면식을 행하고 있어요. 통 안먹던 햇반에 와인까지 땡겨요. 어떡해요 나(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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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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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이번 출간작을 읽기 전엔 나 역시 '미친 변태 영감'하며 그를 외설로 치부하던 비판자였다. 


하지만 '그래 일단 보고 말하자'는 심정에서 시작한 독서가, 종래에 나를 바꾸고 있음을 깨달았다. 

딱히, 이로인해 롤리타 찬미론자나 나보코프의 열혈 마니아까지 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건, 일단 계속 읽고 싶다는 것 이다. 막대한 분량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다. 


그저 일단은 계속, 계속 읽고싶다.

남은 분량을 모두 해치우면, 지금의 생각은 조금 더 달라져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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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는 그 자리
이혜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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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 운이 좋게도 이혜경 선생님을 직접 뵐 기회가 생겼다. 어린 시절 초/중학교 때 한번쯤 만나본 인자한 담임선생님과 같은 모습에 홀딱 반해서 책에 대한 소개도 제대로 읽지 않고(사실, 나는 독서 전엔 그 어떤 소개나 리뷰도 보지 않는다.) 무작정 ‘선생님의 미소만큼 아름답고 따뜻한 내용 이겠구나.’하고 생각을 했더랬다. 그리고 그 기대는 주말사이 무참히 깨졌다.

주말 동안 책을 읽다가 표지 사진과 함께 트윗을 적어서 올렸다.

「읽는 내내, 있지도 않았던 오래된 연인과 이별한 듯하여 맘이 참 별났다. 주말을 택해 가져오길 다행이란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그러자 몇 시간 뒤 갑자기 리트윗 물살을 타더니, 많은 분들이 순식간에 즐겨찾기를 했단 알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조금 얼떨떨하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그랬거니 하는 뿌듯한 마음과, 막연하게 ‘다른’ 기대를 했으면 어쩌지? 싶은 걱정이 교차해 조금 곤란하기도 했다.

(p.49) 일 년 만에 1급 속기사 자격증을 따고 배신과 사기, 음모와 속임수로 채워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가며 녹음을 풀었다. 녹음되고 기록될 것임을 알았다면 뱉지 않았을 말들이 와글거렸다. 약속은 어긋나고 믿음은 배신당하는 게 오히려 정상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깨끗하게 정비된 도시의 맨홀로 들어가 하수구를 헤매는 것 같았다. 「한갓되이 풀잎만」 中


9편의 단편이 빼곡하게 들어찬 이 책 중, 책의 리뷰에 하필이면 두 번째 단편의 한 구절을 발췌한 이유는 ‘배신’이라는 메인 소재에 대한 감상이 가장 절실하게 와 닿은 대목 이래서였다.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한 이유, 속해 있는 세상이 어떤 곳이냐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의 마음.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 완전 절실하게 느껴졌다. 물론, 9편의 단편 중 내 기준에서는 ‘배신’이라고 명확하게 말하기 힘든 내용들도 더러 있었다. 상대가 요구하지 않은 것을 일방적으로 제공해놓고, 그에 상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배신’이라니……. 하지만 더불어 떠올린 것은 ‘나는 그런 적이 없었나?’에 대한 물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속이 쓰렸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따금 예기치 못한 문제를 직면할 때면 항상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결국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 또 받는다는 점에서, 어쩌면 이제까지 내게 그런 불신이나 편견을 무의식중에 심어준 사람들처럼, 이 책도 당분간은 내게 두려움이나 망설임을 남겨두게 될지 모르겠단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를 수용하는 것도 그런 가치관을 마음에 심는 것도 나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면, 극복하는 것 역시 내게 남겨진 과제가 아닐까 싶었다. 책을 덮을 즈음엔, 이제껏 해오던 고민 중 일부에 조금은 태연해지고 너그러워진 나를 발견할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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