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어 2 줄리애나 배곳 디스토피아 3부작
줄리애나 배곳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플라톤의 우주관이었나, 서양 고대사에서 배운 내용을 이따금 떠올리곤 한다. 세계는 가장 평온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에서부터 (아마도 에덴동산 같은 의미의)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악에 따라 서서히 신이 정해준 궤도를 벗어나며, 완전한 원 운동이 아닌 탈선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그리하여 황금 시대가 은의 시대로, 은의 시대가 청동의 시대로, 청동의 시대가 다시 철의 시대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사악해지고 전쟁으로 많은이가 죽어나가며 정치에는 부정부패가 끼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의하면 현대의 우리들이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이 그 문제의 '철의 시대'라고 한다. 

사춘기가 막 지나고 '고대의 7대 불가사의' 같은 것을 접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인류가 부단히 노력해서 어떤 문명을 이룩하고 발달시켜 일정 수준에 이르면 그 인류를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디셉티콘의 메가트론 같은?) 어떤 큰 능력자 혹은 힘이 존재해 그 문명을 깡그리 뭉개버리고 다시 원시의 상태로 돌려놓는게 아닐까… 라는 것. 그런 과정에서 약간의 '힌트' 개념으로 이전 시기의 인류가 세웠던 몇몇 지표들을 남겨두는데, 그게 바로 그 불가사의다! 하는 상상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수십세기 이전의 상징물들이 현대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당최 이해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이 시기에 디스토피아 문학(& 관련 장르 컨텐츠들)이 들끓듯 유행하는 걸까? 그리고 또 하필이면 종말의 해로 2012년이 언급되는 것일까, 하는 것들이 조금은 -음모론적으로- 더 이해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금은 플라톤이 말했던 '막장 철의 시대'이며, 우리의 문명은 자연을 너무 훼손하고 극도의 이기주의로 치달은 나머지 곧 메가트론 같은 강력한 세력이 나타나 지구를 다 부수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게 될 것이라는 것.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 시기에 디스토피아를 상상하며 막연하게 그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 정도다. 

 

 

 


이렇게 책을 읽으며 너무나 불안한 나머지 학창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온갖 음모론적 망상들을 모두 끄집어내며 혼자 불안해했다. 뭣보다 윌럭스를 필두로 한 지독하게 이기적인데 뭔가 많이 결핍된-그리고 자신들이 구원자라고 믿는- 돔 속의 인물들부터 이야기의 소재들이 지독하게 현실적인지라, 이 내용들이 바로 당장 내일 현실로 일어나도 전혀 뜬금없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정말이지 지금이 정말 철의 시대고 머지않아 지구가 한번 뒤집히는 그 타이밍이 올지도 모른다는 느낌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렇게 힘들어하며 계속 이야기에 몰두하는 나도 참 이상하지만. 읽는 내내 거듭 생각했던 것 하나는 '나는 좀 더 오래오래 퓨어로 살고싶다'는 것 이었다(... ) 부디 소설 속 망상으로만 존재해주길 바라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애써 거부하면서 말이다. 게다가 지금 우리 주변에는 아이언맨처럼 대놓고 활약하는 어벤져스도 없으니까! 

(어느 리뷰를 읽으니 『퓨어』 영화판에서 윌럭스 역에 게리올드먼을 언급한 구절이 있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너무,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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