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갈까요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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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러니까… 내가 이 책을 지난 기말고사 기간에 읽었단 말이다. 그것도 시험 기간에 딴 짓 하는게, 참 맘에 걸려서 하루에 한편씩 '머리 식힌다'는 느낌으로 아껴가며 읽었는데, 정작 '리뷰'는 왜 이제사 쓰냐면, 이 책 덕분에 꽤 한참을 외로워했기 때문이란 말이지. 겨우겨우 그 외로운 맘을 달래놓고 보니 어느새 방학은 한달을 지나 생계에 위기가 찾아왔고, 그러다 보니 또 바쁘게 이것저것 하러 다니느라 두어달이 휭하니 가버린거야. 그리고 겨우 정신줄을 잡아서, 내내 비공개글로 남겨진 이 포스트를 바라보다가 '이제는 써볼까' 싶을때 쯤으면, 금방내 또 외로워지고. 리뷰를 완성하면 작가님께 페이지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러자니 여러모로 부끄러울테고, 그래서 이런저런 변명을 달며 오늘까지 왔단 말이지. 이제는 더 미룰수가 없어서, 그러고 싶지가 않아서 말이야. 


내가 여러번 다른 책의 리뷰에서 밝혔듯이, 독서를 즐겨하긴 해도 바지런하게는 못 읽는 편인데, 이 책은 매일매일 하나씩 단편 하나를 읽을 순간만 기다리게 만들었어. 단지 '시험기간 중 딴짓'의 묘미라기엔, '하루 한편만'이라고 스스로 약속을 걸어둔 내가 괜히 야속해 질 만큼 말야. 서른장 남짓한 한 회 분량을 한글자 한글자 놓치지 않게 꼬박꼬박 읽으면서 덕분에 참 많이 외로워했던 것 같아.

장마다 캐릭터가 참 다른데, 나는 왜 모두가 한 사람의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어. (심지어 성별이 다르기도 하거든…)

호로록 읽혀서 억지로 그 속도를 제어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고, 단어 하나하나를 혹시 체할까 겁내며 꼭꼭 씹어먹듯 살펴 읽은 이야기도 있었어. 근데 전부가 다 소중했고, 다 외롭고, 서글펐어. 그냥 그랬어. 읽는 내내 그랬고 읽고도 그랬고 지금까지 계속 그래. 책을 다 읽고서도 내가 본 내용이 뭐였는지조차 기억을 잘 못하는 내가, 지금도 마음 속에서 이야기마다 등장했던 인물들을 떠올리며 괜히 뭉클해하기도 해. '나라면 어땠을까', '그 마음 대체 어떻게 추스린걸까' 혼자 오지랖 넓게 고민도 해 주면서, 그렇게…  

 

 

 


작가님은 오래전에 트위터로 팔로잉을 한 뒤에, 올해 초 부턴가는 페이스북 친구도 맺고 정말 남몰래 열심히 스토킹 중이야. 트친일때 이미 (그러니까 저 위에 『티타티타』가 출간될 무렵쯤에) 전작들을 다 구했고, 이번 『어디로 갈까요』도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주문했는데, (노마드처럼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는 후배에게도 선물했지) "우리 언젠가 꼭 만나서 쏘맥 한 잔 해요. 그리고 수줍게 싸인도 받을께요. 꼭 그래요."라고 한 약속을 아직도 못 지키고 있어. 여러모로 죄송스럽기도 하고, 혹 바쁘신데 귀찮으실까 걱정이기도 하고, 난 뭐 그래. 사실은 책만 가지고 있지 제대로 펼쳐서 읽은게 이번 책이 처음이란 것도 내내 마음 한켠에 걸려. 읽고나서 다른 책들도 빨리 읽어야지, 했는데… 결국 똑같이 또 외롭고 조금 힘들까봐 아직 그 결심을 실천하지 못했어. 

내가 작가님의 페이스북 상으론 친구이지만, 사실은 마치 팬 페이지를 구독하는 심정으로 '오늘은 새 글이 올라왔을까, 또 무슨 내용일까'하면서 참 매 순간을 기다리곤 해. 이따금 요청을 드렸듯, 언젠가는 그런 일상의 이야기들을 모아 산문집을 내 주시는 날, 그때는 꼭 지난 책들을 모두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빨리 싸인 해주시라!"며 작업실 <아직>의 문을 두드리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아직은 조금 머뭇거리고 있는 나 자신을 성급하게 보채지 않으려고… 이러다 정말 앞으로도 계속 페이스북만 들낙거리며 온라인 상에서 스토킹 노릇만 하는 존재감 없는 팬 1인으로 남을까봐 걱정이 크긴 하지만 말야. 

나, 최근에 예스24 문학캠프에 다녀왔어. 물론 이전부터 좋아했던 작가님들도 함께라 더 즐거운 행사였지만 '언젠가 저 연단에 서령 작가님도 초청받게 되면, 내가 한번 더 이 행사에 간절하게 오고 싶겠다'란 생각을 했어. 아, 상상만 해도 설렌다. 꼭 그런 날이 온다면 좋을 것 같아. 그럼 내가 작가님 때문에 현대문학 마케팅팀에 이력서를 내려다 [경력자 모집]이란 말머리에 심히 좌절했었단 얘기도 직접 들려드리고 싶네, 물론 싸인도 받아야지. 쏘맥도 빠질 수 없고. 강아지 봉수에게 전해 줄 간식도 꼭 챙겨갈테야. 정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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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봉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제프리 브라운 고양이 시리즈
제프리 브라운 지음, 사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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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고양이가 봉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하지만 실제는 고양이의 여러가지 습성, 태도 등을 마치 연사로 찍어둔 것 처럼 그린 카툰 모음집이다. 사실, 이런 책인줄 모르고 냉큼 집어들었으나. 결론은 낚여서라도(?) 보길 잘했다는 것. 나에게 이 책을 소개해 준 몇몇 고양이 집사들 말로는, 집에서 고양이 몇개월 키워본 사람 눈엔 책이 동영상으로 보이는 기적이 일어날지니, 그야말로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의 책이라고 한다. (고양이를 위한, 인지는 잘 모르겠다.)

 


책 속 그림과 고양이의 선, 몸짓도 귀여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매력은 뒷면의 책 만든 사람들과 그들의 편집후기, 고양이 사진, 그리고 책 정보 소개장. 캘리그래피로 쓰여진 이 장은 처음부터 모든 것들이 아날로그함 그 자체다. 진정 사랑스럽지 아니한가! 

 


어제 까페꼼마 2page에서 참관했던 노벨문학상 작가 르 클레지오님의 낭독회에서 '문학은 완벽하지만 무용지물이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나는 그 문장을 듣는 순간 곧바로 '고양이는 완벽하지만 무용지물이다'라고, 바꿔 떠올렸다. 최근 강풀 작가님이 쓰신 블로그 포스팅 '만화가와 고양이(링크)'의 내용도 그랬지만, 역시 이 아이들은 딱히 뭘 해주는 것 없이 무용지물인데, 정말 짜증나리만치 완벽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런 매력에서 헤어날 수 없는 탐묘인간들이라면 누구나 끄덕끄덕하며, 이 책을 사랑스럽게 한장 한장 넘기게 될 거라는 것!! (아.. 그러고보니 곧 같은 출판사에서 탐묘인간 단행본도 나오는구나…) 바로 그것을 알려주는 책인게다.

하아, 이번 추석땐 집에 가져다놓은 이 책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서 곱게 살펴봐야겠다. 
조만간 내 집을 얻어 함께할 나의 '완벽함'을 아련하게 상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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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주지 마! 1
하나코 마츠야마 지음, 김재인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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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잘해주고 싶은 남자'라는 카피를 들었을 땐, 아… 그야말로 모두에게 다 잘해주고 그래서 오해를 사는 그런 타입이구나, 싶었다. 근데 책을 읽어보니 아니야! 정말 책을 보다 소리내서 "차.라.리.잘.해.주.지.마!!!!" 소리가 절로나오는, 자기 딴엔 잘해준다는 일들이 거의 대부분 민폐나 당황스러운 사건으로 이어지는 그런 황당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네 컷 만화라 에피소드가 정말 많지만, 보는 내내 내가 다 아찔하고 피곤한데, 뭔가 이런 남자 전국에서 군/구 단위로 한명쯤은 꼭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아찔하게 현기증이 났고(... ) 그 정도의 오지랖으로, 그 만큼의 눈새인 사람들 말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주위에는 이 정도의 사람은 없었지만, 혹 어떤 면에선 나도 오바하다 유사 상황에 직면하는 일이 없었나? 하는 반성까지 안겨주는 기상천외한 네 컷 만화. 처음엔ㅋㅋ 하며 쉽게 보지만.. 장담한다, 뒤로 갈 수록 심각해질 것이니!

그런데 문득… 상당수의 에피소드를 훑어보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 하나가 '이 남자(...) 이거 정말 잘해주는거 맞나?' 싶었다는 것! 제대로 인지하고 보면, 알게모르게 냉정하고 서슬퍼런 말을 날리는게 바로 이 남자 유이치다. 그건 결코 '잘 해주는 것'도 아니고, '과한 배려'도 아닌 말 그대로 돌/직/구라는 사실. (혹은 그냥 센스 빵점 정도) 

그러니까, 결론은 제발 잘해주지 마~ 나 책 읽으면서 주인공한테 이렇게 사정하는거 처음이야. 안타까워 하면서 못 내려놓고 계속 본 것도 처음이야. 그러니까.. 유이치, 이제 제발 조금 마음을 놓는 연습을 해 보아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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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라이프 3 어쿠스틱 라이프 3
난다 글 그림 / 애니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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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라이프 3권 단행본이 나왔다. 1권(리뷰)을 볼 땐 긴가민가 했고, 2권(리뷰)을 볼 땐 서서히 안달이 나 있었으며, 3권 발매를 앞두곤 출판사 트위터를 시시각각 사찰하며 그 날짜만을 학수고대 하게 만든 웹툰계의 농약! 바로 그 어쿠스틱 라이프!


표지나 띠지를 봐도 연재 초반부터 독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호흡해가는 느낌이 여실히 묻어나는 작품. 생활 만화라고 무시하지 마라, 정줄 놓고 보는 순간 그대는 이미 난다님 빠가 되어 있을지니! 

특히 이번 표지는 어디선가 본 듯한 영화 포스터 느낌도 나고, 귀여운듯 상냥한듯 하면서 이젠 정말 '생활인' 난다님의 내공이 물씬 묻어난달까. 특히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느낌으로 '난다와 한군이 사는 세상(feat.토깽)'이란 제목을 붙여주고 싶을 만큼, 이젠 그들의 삶 역시 나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활력소이자 기다림이 되어버렸다. 


단행본마다 이렇게 작품 속에서 등장했던 소소한 아이템이 실물화 되어 나오는 것 역시 이 작품의 매력포인트다(애니북스 만세!) 1권에선 생일왕 쿠폰이 있었고, 2권은 생활계획표, 3권은 참 잘했어요 도장. 안자랑인 함정이 있다면 난 이걸 찍어주고 써먹게 해 줄 남편이 없다는거(ㅠ___ ㅠ 어흐흑) 이런 상황에서, 더 안타까운 사실은 난다님이 쌀이 출산을 앞두고 연재를 잠정적으로 중단할 것 같다는 사실까지..!!! 당분간은, 남은 단행본 분량을 기다리면서 위로를 받겠지만.. 그리고 나서도 어쿠스틱 라이프가 없으면..? 

물론, 그림을 그리시는 한 계속 작품 활동을 하겠지만, 어쿠스틱 라이프는 말 그대로 내게 '어쿠스틱 한 삶', '이렇게 살면 괜찮을 것 같은 삶'을 알려준 작품이자, 생활 웹툰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꿔준 작품이기에, 훨씬 더 각별하고 애틋하기만 할 뿐이다.

이후로는 부디 쌀이까지 합세한, 더 나중에는 토깽님의 여친과 두 분의 결혼, 조카까지 더해진 대가족 어쿠스틱 라이프로 오래오래 함께 해주길. 내가 네이버 웹툰보다 다음 웹툰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 준 작품 중 하나니, 난다님이 좋아하는 미드처럼 시즌 몇십편까지 쭈우우우우욱 그렇게 오래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나도 그 사이에 한군같은 남자를 만나, 난다같은 여자가 되어 둘이 함께 만드는 '어쿠스틱 라이프'를 그려봐야 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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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 바닷마을 다이어리 4 바닷마을 다이어리 4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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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에 여유만 있었어도 지난 국제도서전(리뷰) 때 냉큼 업어왔을 바닷마을 다이어리 시리즈. 특이한 건, 매 권마다 부제가 다 다른데, 가을동화 시리즈처럼 그 제목이 제법 서정적이고 운치 있어 참 느낌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다. 첫 번째 제목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부터 시작해서 한낮에 뜬 달, 햇살이 비치는 언덕길에 이어 이번에 출간된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 언뜻 보면 소설 또는 에세이 제목이라고 봐도 무방할, 오히려 그것보다 더 애틋하고 낭만적인 아주 예쁜 만화책이다. 


나는 저자인 요시다 아키미의 작품을 이번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처음 접하게 되었지만, 아마 <바나나 피시>라고 하면 "아! 그 작가"하며 다들 알 법한, 그만큼 작품 라인이 꽤 탄탄하고 유명한 만화가이다. 그래서 전작과의 느낌이 사뭇 다른 이번 <바닷마을 다이어리> 시리즈는 기존 팬들에겐 약간 놀라운 느낌이 들 정도로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 주었고, 나 같은 신생 팬들에게는 '정말 엄청난 작가를 또 한 명 알게 되었구나' 싶은 경탄을 자아내게 했을 것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시리즈는 평화롭고 소박한 소도시 속 소년, 소녀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스즈 외에도 그들을 만나게 해 준 가족과 소녀의 언니들 선생님 등등 주변 인물들 모두가 결코 '조연'이 아닌 저마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아주 따뜻한 만화다. 참 독특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한 가족의 네 자매가 등장하는 만화라 선지, 내가 너무나 애정 하는 <후쿠야당 딸들>의 느낌도 사뭇 들었고, 수도권에는 위치했으나 못지않게 시골 한적한 풍경의 지역이었던 내 어린 시절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해 주는, 읽는 내내 애틋하고 한장 한장 넘기기가 너무나 안타까웠던 그런 소중한 작품이었다. 

또 비슷하게는 최근에 본 언덕길의 아폴론(리뷰)이란 만화도 생각나게 했다. 무튼 이렇게 여러모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설렜다 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심정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요동치게 했던 작품이랄까. 단순히 소년, 소녀의 순정만화라고 하기엔 그 시작부터 이야기의 전개가 꽤 충격적이라 앞으로의 스토리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그런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게만 하는 그런 책이었다.

4권의 결코 짧지 않은 책을 모두 읽고 덮은 뒤에 나는 주인공 스즈를 비롯한 이 이야기 속 많은 인물이 모두 하나같이 행복해질 수 있길 바라게 되었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행복의 기준은 그 누구도 일관된 형태로 정의할 수 없겠지만, 굳이 그 방향을 적어보자면 '서로서로 바라보며 환하게 웃을 수 있는 것' 정도. 나는 이 이야기의 책장을 덮으며 마지막으로 그런 소원을 바라게 되었다. '스즈가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행복할 수 있기를, 그들과 함께이기에 다 같이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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