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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또 간만에 퇴근 시간이 간절하고 간절해지는 책을 만났다.
올해는 아무래도 다양한 장르의 책을 부지런하게 접하다보니, 이런 기회도 제법 잦아진 편이지만,
아무리 겪어도 항상 기쁘고 짜릿한 일이 바로 이런 만남이다.
1권이 492쪽, 2권이 416쪽으로 도합 9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정말 책장이 어떻게 넘어가는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읽었다.
33년 전 미궁 속에 빠져버렸던 2건의 살인사건이 이야기의 핵심에 놓여 있지만,
스릴러는 아닌, 글쓰기와 사랑 그리고 인생에 대한 수많은 명언으로 밑줄을 긋고 옮기다 지쳐버린 책.
이것이 바로 내가 2013년 최고의 소설이라고 극찬하고픈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었다.
사실 그동안은 '프랑스 예술'과 나는 도저히 가까워지려야 질 수 없는 그런 관계라고 믿었다.
나는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싶지, 어려운 고민을 감내하면서 추구할 '깨달음'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동안 내가 가졌던 프랑스 소설(소설을 포함한 모든 예술 작품)에 대한 편견을 확 씻게 해줬다.
일단 첫 번째로 무척 재밌고, 그 재미 안에서도 충분한 성찰을 얻을 수 있으며,
덕분에 여운도 꽤 길게 남아 아직 소설의 잔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조엘 디케르가 잘생긴 85년생 훈남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포인트다.
혼자서 그려본 HQ의 영화화 가상캐스팅; 왼쪽 위에서부터 피어스 브로스넌(해리 쿼버트), 아만다 사이프리드(놀라 켈러건)
제레미 러너(마커스 골드먼), 나탈리 포트만(제니 퀸)
이 책은 꾸준히 소설을 읽어온 사람이나, '소설보다는 그냥 좀 도움이 될만한 책'을 운운하는 사람
혹은 책 자체를 잘 즐기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적극 권하고픈 작품이다.
누구라도 첫 장을 펼쳐서 조금만 읽다 보면 시작 전에 느꼈던 분량에 대한 부담감 따윈 금방 잊은채
'다른 책보다 더 길어서 고맙습니다'하는 마음을 갖게 될 테니…….
소설에 대해서는 어떠한 것도 스포하지 않자는 주의기에
이 소설을 '그저 최고다'라는 말로밖에 칭찬할 수 없음에 마냥 아쉽기만 하다.
그냥 일단 읽었으면 좋겠다. 휴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이미 지나가 버린 휴가에 대한
아쉬움을 대신해줄 것이며, 휴가를 앞둔 이에겐 휴가기간 최고의 반려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