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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태양 아래서 우리는 노래했네 - 힙합과 R&B의 뿌리를 찾아서 ㅣ 생각하는 돌 21
웰스 게이코 지음, 유은정 옮김 / 돌베개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2분 퀵서비스
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웰스 게이코의 <타는 태양 아래서 우리는 노래했네> 시작합니다.
2000년대 이후 전세계의 대중음악은 단연코 흑인음악입니다. 얼마전 빌보드 1위로 앨범을 발매한 BTS는 물론이고 비욘세와 제이지,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아델, 카니예 웨스트에서부터 켄드릭 라마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를 수놓은 팝스타들은 대부분 흑인음악에 그 뿌리를 두고 있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 기획사의 주력 아이돌 치고 힙합과 랩을 하지 않는 아이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고, 가장 인기있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는 랩배틀 대회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작 흑인음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현상만 봐서는 흑인음악의 흡입력과 호소력을 제대로 분석할 수 없습니다. 그 뿌리를 알면, 흑인음악의 진짜 힘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노예노동의 시름을 잊기 위한 노동요, 종교적 구원을 갈망하며 터뜨리는 영가와 찬송가,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울분을 토해내는 블루스, "우리는 모두 흑인"이라며 동료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강렬한 공동체의식까지. 이 내용을 간결하게 담아 우리에게 전해주는 책, 웰스 게이코의 <타는 태양 아래서 우리는 노래했네>를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읽도록 하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혼종’입니다.
이 책이 흑인음악에 관해서 말해주는 바는 분명합니다. 흑인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처했던 정치, 경제, 사회문화가 흑인음악을 낳은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우선 자신들이 뿌리라고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지역문화가 가장 밑에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문자나 기록으로 남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남아있는 모습을 통해 거슬러 올라가야만 그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을 뿐이죠. 흑인 문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작가의 이력에 걸맞게 이 책은 이 부분을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위를 덮은 문화 코드는 기독교입니다. 흑인들은 성경을 읽고 기도문을 쓰며 글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백인들이 시켜서 익힌 것이지만 점차 자신들의 처지를 문학으로 표현하게 된 것이죠. 죽음으로써 고된 삶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바람을 담아 가사를 쓰고, 고난을 겪는 유대 민족과 예수에게 자신들을 빗대는 솜씨를 보여줍니다. 자신들의 입장을 직접 드러내는 순간 백인 주인들로부터 매질을 당할 수 있으니 들키지 않기 위해 은유의 층위는 계속 깊어갑니다.
그 위에 노동요의 전통에서 노래를 주고 받는 '콜 앤 리스폰스'가 얹어지고 비참한 처지를 비참하지 않게 노래하려 하는 특유의 태도와 감성이 더해져 지금 우리가 아는 흑인음악의 원형이 탄생합니다. 이처럼 흑인음악이란 고유한 정체성으로 정의되지 않고 여러 코드가 뒤섞인 혼종이라 할 수 있고, 이것이 전세계인 모두를 사로잡은 흑인음악의 유연성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흑인음악은 제 주요 관심분야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콘텐츠가 정말 많았습니다. 영화가 두 편, 책이 두어 권, 다큐멘터리도 몇 개 있고요. 어떤 것을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 책 이후의 이야기 그러니까 이 책이 설명해주는 뿌리가 어떻게 꽃을 피워 지금에 이르렀는지 알려주는 콘텐츠를 추천해드리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팟캐스트/유튜브 채널인 '음악몰라요'인데요. 대중음악을 문화인류학적으로 연구하고 '미국대중음악'이라는 묵직한 책을 번역한 음악평론가 조일동 씨와 유명한 인디밴드인 게이트 플라워즈와 ABTB의 보컬인 박근홍 씨가 미국대중음악의 역사를 정리하는 팟캐스트입니다. 이 책과 거의 같은 연대에 출발해서 지금 1970년대까지 왔고요.이 책 안에 짧게 요약된 흑인음악의 발단을 더 풍부하게 자세한 설명으로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