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트,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 - 그림과 원리로 읽는 건축학 수업
로마 아그라왈 지음, 윤신영 외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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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과 함께 우리의 하루를 한 번 생각해볼까요? 방이든 숙소든 우리는 집 안에서 아침을 시작합니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거리로 내려와 보도블럭과 아스팔트로 된 도로를 밟으며 등교하거나 출근을 하고요. 콘크리트나 벽돌로 지어진 건물로 들어가 공부하거나 일을 하죠. 점심을 먹고 잠깐 산책을 하러 주변 공원에 가면 작은 개울가를 건너는 다리가 보입니다. 한 번 건너보기로 하죠. 음식물로 텁텁해진 입안을 깨끗하게 할 겸 양치하러 화장실에 가면 수도꼭지가 있습니다. 틀면 언제든 깨끗한 물이 나오고, 나를 씻겨준 물은 하수구로 흘러갑니다. 집에 오는 길에 친구와 약속을 잡고 근처 쇼핑몰의 지하 아케이드 상가에 있는 맛집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주변을 둘러보니 꽤 오래돼 보이던 건물 주변에 펜스가 둘러져 있고 ‘철거 예정’이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네요.

이처럼 잘 둘러보면 우리의 삶은 건축의 결과물과 항상 함께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지은 곳에서 활동하고 쉬면서 무언가 지어지거나 무너지는 장면을 항상 목격하죠. 너무나도 일상적이기에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이 모든 것이 인류의 역사적 경험와 함께 만들어진 첨단과학의 산물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살펴보면 어떨까요? 건축이라는 관점에서 주변을 바라보게 만드는 책, 로마 아그라왈의 ‘빌트 - 우리가 지어 올린 모든 것들의 과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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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인공물’입니다.

이 책은 우리가 건축물이라는 대상에서 떠올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가장 지루한 파트이긴 하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말하자면 건축이라는 기술 자체를 결정짓는 요소인 힘 즉 역학에서 시작해서 콘크리트와 철강 등 소재의 역사,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의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장치인 상하수도와 엘리베이터의 원리, 건축물에서 발생한 여러 사고로부터 얻은 교훈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에 반영된 방식 등 그야말로 건축에 관한 모든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건축물을 둘러싼 다양한 요소의 변화와 발달은 자연과의 투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건축에서 자연은 일종의 대전제인 셈인데요. 건축물의 기본은 누가 뭐라고 해도 어떻게 중력을 이겨내고 높이 솟는 건물을 만들어낼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되겠죠. 또한 우리가 신이 아닌 이상 지름 1mm 철근이 3톤을 견디게 만들 수는 없고, 절대 부서지지 않는 콘크리트나 벽돌을 만들 수도 없고, 더러운 물을 사용하고도 배탈이나 피부병이 나지 않게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사실 이런 게 가능하다면, 우리가 굳이 건물을 지어서 그 안에 들어가 살 필요도 없겠지만요.

그래서 인류는 고민합니다. 무너지지 않는 건물을 만들려면 어떤 소재를 써야 할지, 자원을 조금이라도 덜 들이고 똑같은 기능을 하게 만들수는 없을지,  같은 돈을 써서 조금 더 많은 기능을 갖게 할 수는 없을지, 예전에 쓰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설계하면 더 나은 결과가 있지는 않을지, 게다가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예쁘기까지 할 수는 없는 것인지. 바로 이런 모든 역사적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 ‘인공물’ 그러니까 인류가 만들어낸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그 어떤 인공물도 함부로 보아 넘길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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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와 같이 읽으면 좋을 책은, 빌트보다는 조금 더 무겁지만 역시나 충분히 좋을 책인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입니다. 도시는 인류가 만들어낸 건축 기술이 한데 모인 아주 복잡한 구조물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과학/공학적 의미뿐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인문학적 의미까지 지니는데요. 도시의 승리는 이렇게 넓은 범위에서 도시를 조망합니다. 그리고 그가 내리는 결론이 매우 충격적입니다. 도시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인간친화적이고 친환경적인 생활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왠지 도시는 인간성 말살과 환경파괴라는 단어와 더 친숙한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니 굉장히 이상한 주장이죠? 그가 왜 이렇게 주장하는지, 한 번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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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소녀
아리엘 도르프만 지음, 김명환.김엘리사 옮김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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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만나 독재 시절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온 헤라르도. 집에 오는 길에 차가 고장났는데 다행히도 길에서 선의를 베푼 운전자인 의사 로베르토를 만나 함께 집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헤라르도의 아내인 파올리나는 로베르토가 감옥에서 자신을 고문하고 성적으로 학대했던 의사라는 사실을 기억해냅니다. 그가 잠든 사이에 때려눕히고 기절시켜 의자에 묶어놓고는 “나를 고문했다”고 자백하길 강요하죠. 반면 로베르토는 파올리나가 정신병에 걸려 헷갈린 것이라며 풀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다면 헤라르도는 위원 자격을 상실하고 아내의 사적 복수를 방관했다는 비난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의 아픈 기억을 무작정 묻어두라고만 할 수는 없는 난처한 상황에 처합니다. 헤라르도는 로베르토에게 거짓으로라도 진술하고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합니다.

이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로베르토는 정말 고문관이었을까요? 파올리나의 복수는 정당한 것일까요? 헤라르도는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요? 어두운 역사를 정리하는 방법에 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희곡 <죽음과 소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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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진상’입니다.

칠레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사진상규명은 첨예한 정치적 문제입니다. 일제강점기나 전쟁 시기 각종 민간인 학살과 며칠전 헬기 사격 관련 판결이 내려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해 군부독재 시기에 있었던 각종 사건 중 일부는 아직까지 그 진상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건들이 정치적 문제로 부각되면, 한쪽은 아무 사건에나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들이밀고 다른 한쪽에서는 미래를 바라보자는 틀에 박힌 말만 반복하며 덮고 가는 데 급급하죠.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태도는 유리하냐 불리하냐에 따라 어느 쪽에서나 보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덮고 가자는 쪽이 더 뻔뻔하고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사람들이 사건의 진상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마음과 몸에 남은 상처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엄연히 존재한다면 우선은 그 상처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인지 귀를 기울여 들어봐야 할 것입니다. 없는 사람 취급하고 거짓말쟁이로 몰아세운다고 해서 피해가 사라지진 않으니까요. 오히려 그런 태도야말로 ‘진상’을 밝히려는 노력보다는, 우리가 이 책에서 보는 파올리나의 행동처럼 사적으로 복수하겠다는 열망만 더 강하게 만듭니다. 요새 인터넷에서는 이런 걸 ‘사이다’라는 식으로 표현하더라고요. 통쾌하긴 하지만, 사이다의 설탕이 혀에 뒷맛을 남기는 것처럼 뭔가 텁텁하죠.

파올리나가 그렇고 모든 사람이 그렇듯 자신의 피해에 대해서 객관적일 수는 없습니다. 이것을 피해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정리하는 것. 이게 ‘진상’을 밝히는 일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공감에 호소하지 않아도, 그 사건에 지대하게 관심을 쏟지 않더라도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겠구나’라는 느낌을 줄 수 있게끔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 이 목적이 달성됐을 때야말로 ‘진상’이 규명됐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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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을 콘텐츠로 제가 가져온 것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인빅터스>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백분리 시절 백인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진 스포츠 럭비를 흑인들도 함께 즐기는 온국민의 스포츠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오늘 읽은 책 <죽음과 소녀>가 과거사 청산이라는 주제에 대해 사적 복수를 상징하는 파올리나와 갈등을 상징하는 헤라르도를 보여준다면, <인빅터스>에서는 그것과 완전히 정반대에 있는 ‘조건 없는 용서’를 상징하는 인물인 넬슨 만델라를 보여줍니다. 럭비에 신경쓰는 대통령 만델라에 대해서 “고통받았던 흑인을 외면하고 백인을 그대로 우대하는 것입니까?”라는 질문에 “이 나라의 흑인 중에 내가 가장 많은 고통을 받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용서하는 것도 가장 큰 용서가 될 것이다”라고 대답하는 장면을 보면, ‘도덕적 지향점이 뚜렷한 위대한 정치인의 모습이란 저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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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 - 좋은 정치를 위한 국회 사용 설명서 정치발전소 강의노트 5
박선민 지음 / 후마니타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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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입니다. 법치주의는 무슨 뜻이죠? 모든 사회 구성원이 따르겠다고 형식적으로 동의한 법에 의해서 국가가 운영된다는 뜻이죠. 그래서 법은 우리 삶의 모습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법을 만드는 기관은 어디죠? 다들 잘 아시다시피 입법부 즉 국회입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국회에 관한 뉴스를 보기 시작하는 순간 머리가 아파 옵니다. 상임위는 뭐고 특별위원회는 뭔지, 내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의안이 발의는 됐다는데 왜 통과는 안 되는 것인지, 국가 경제와 관련된 중요한 법안이 바로 뒤에 있는데 왜 쓸데없이 누구를 임명하네 마네 하는 문제로 드잡이를 하고 시간을 끄는 것인지. 용어도, 돌아가는 생리도 도통 모르시겠다면, 이 책을 한 번 꼼꼼하게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16년차 국회의원 보좌관이 말하는 국회의 모든 것, <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입법부’입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행정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생활하다 국가와 부딪히는 문제가 생겼을 때 실제로 일을 처리해주는 조직이 행정부니까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선거도 대통령 선거고, 억울한 일이 있을 때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찾아가서 하소연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따지고보면 행정부는 법에 따라서 일을 처리해야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법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돼있을 때나 내가 필요한 사항이 법에 제대로 반영돼있지 않을 때는 공무원들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그 사람들이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법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거나 바꾸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려면 당연히 행정부가 아니라 입법부, 국회로 가야 하죠.

하지만 법에 내 소원만 반영할 수는 없겠죠. 우리나라엔 나와 똑같은 권리를 지닌 동료 시민이 5천만명에 이르고, 그 사람들의 소원도 가지각색일테니까요. 그래서 나와 같은 소원을 지닌 사람들을 조직하고, 반대로 나와 소원이 다른 사람들과는 대화를 나누며 내 소원을 관철시키거나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합니다. 이런 타협의 선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하는 일반적인 규칙으로 만드는 일을 대신하는 곳이 바로 입법부, 국회입니다. 그래서 국회는 본질적으로 대립과 투쟁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그 대립과 투쟁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운영하는 원칙을 도출해내는 가장 생산적인 기관이기도 하다는 것이 이 책의 제목 <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이 지닌 의미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기구가 있는데요. 바로 정당입니다. 이렇게 국회에서 하는 일을 생업에 바쁜 우리를 대신해서 담당해주는 기관이죠. 이 책은 여러 차례에 걸쳐서 국회 못지 않게 정당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합니다. 정당은 다수의 의견을 모으는 동시에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띠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의견이 모인다고 반드시 합리적이지는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정당을 설득하고 타협점을 찾기 위해서는 방안이 합리적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으로는 지지자들에게 합리적 방안의 필요성을 퍼뜨려 양해를 구해야 하고, 밖으로는 다른 정당에게 지지자들의 요구사항을 가능한 한 많이 관철시켜야 합니다.


이렇다보니, 본질적으로 정당을 둘러싼 안팎은 역시나 국회만큼이나 대립과 투쟁의 장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항상 시끄럽습니다. 그러니, 국회에서 정당에서 싸운다는 뉴스를 보시면서 “쟤네는 맨날 싸우는 것밖에 안 해?”라고 생각하시기보다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아, 물론 어떤 취지에서 어떤 법안을 놓고 싸우는지 끊임없이 감시하는 시민의 의무는 항상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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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권해드리는 추천콘텐츠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링컨>입니다.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 대통령일 링컨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우면서 동시에 역사적으로 가장 빛나는 시기인 수정헌법 13조를 통과시키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인종차별을 하지 말자”는, 지금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를 헌법에 삽입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타협하려 했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뜻을 밀어붙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고스란히 엿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과는 약간 환경이 다르지만 입법부라는 환경의 복잡함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열정 또는 치졸함같은 것을 정말 날 것 그대로 보실 수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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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다르고 어 다르다 - 슬기로운 낱말 공부
김철호 지음 / 돌베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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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제가 사용하는 단어에 귀를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는 모두 한번쯤 ‘내가 읽는 책의 저자들처럼 글을 고급스럽게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실 텐데요. 글을 고급스럽게 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기술이 무엇일까요? 제가 방금 ‘잘’ 쓰는 게 아니라 ‘고급스럽게’ 쓴다는 표현을 썼죠? 글을 잘 쓰는 것과 고급스럽게 쓰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잘 쓴 글은 단정해서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만, 고급스럽게 쓰는 글은 우아해서 아름답다는 느낌을 줍니다. 단정한 것과 우아한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제가 여러가지 어휘를 제시해드렸는데요. 글을 고급스럽게 쓰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기술은 다름아닌 아주 다양한 어휘 사이의 아주 미묘한 어감의 차이를 잘 가려낼 줄 아는 능력입니다. 이런 능력을 가리켜 ‘어휘를 풍부하게 사용한다’고 하죠.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을 알아서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갖추었다면, 이제는 더 나아가서 언 다르고 어 다른 것을 아는 고급 한국어 사용자가 돼야겠습니다. 그 방법을 알려주는 어휘사전이 바로 김철호의 <언 다르고 어 다르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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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뉘앙스-어감’입니다.

이 책은 일종의 단어모음집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사전은 아닙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여러가지를 가리키는 단어들을 분석하면서, 한 글자 한 글자 어떤 느낌을 갖고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음절이 의미소와 거의 동일한 한자문화권 언어의 특성에 기반해 단어 안에 포함된 한자를 분석해 나가는 데 주력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뉘앙스-어감 사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은이 스스로는 이 작업을 언어의 인수분해라고 부르고 있어요.

이렇게 언어의 인수분해 작업을 책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지은이가 의도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여러 단어의 기원과 활용법을 알고 독자들이 글을 쓸 때 자신의 맥락에 딱 들어맞는 단어를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것이죠. 그래서 이 책은 단어분석뿐 아니라 다양한 예문을 제시해 여러 단어들의 뉘앙스-어감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줍니다. 아, 그렇다고 막 문제집 같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설명한 내용을 독자가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차원의 아주 간단한 예문이에요.

글을 그림에 비유하자면, 단어는 물감이나 크레파스입니다. 색이 많을수록 세계를 더 정확히 묘사할 수 있겠죠? 그렇게 보면 이 책은 수많은 색을 담고 있는 화려한 세트입니다. 이런 도구를 갖추고 있다면, 글을 쓸 때 좀 더 든든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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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해드리는 콘텐츠는 ‘화나’라는 래퍼입니다. 어휘를 풍부하게 사용할 줄 알게 되는 것의 또 다른 장점은 소리내 읽을 때 읽을 맛이 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는 점입니다. 바로 ‘운율’을 살려 글을 쓸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운율을 살려 산문을 쓰는 기술의 정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랩입니다. 기술적으로 운율을 잘 살리는 훌륭한 래퍼들은 많지만 아무래도 아이랑 같이 듣기에는 내용에 약간 무리가 따르죠. 화나라는 래퍼는 아이랑 같이 듣기에도 좋을 정도로 아주 시적이면서 아름다운 가사를 쓰는 걸로 유명합니다. 일상적인 산문과는 또 다른, 운율이 살아있는 문장을 노래와 함께 느껴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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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는 태양 아래서 우리는 노래했네 - 힙합과 R&B의 뿌리를 찾아서 생각하는 돌 21
웰스 게이코 지음, 유은정 옮김 / 돌베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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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기억 속으로 책을 배달해드리는 2분 퀵서비스! 웰스 게이코의 <타는 태양 아래서 우리는 노래했네> 시작합니다.


2000년대 이후 전세계의 대중음악은 단연코 흑인음악입니다. 얼마전 빌보드 1위로 앨범을 발매한 BTS는 물론이고 비욘세와 제이지,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아델, 카니예 웨스트에서부터 켄드릭 라마에 이르기까지 2000년대를 수놓은 팝스타들은 대부분 흑인음악에 그 뿌리를 두고 있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형 기획사의 주력 아이돌 치고 힙합과 랩을 하지 않는 아이돌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고, 가장 인기있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는 랩배틀 대회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정작 흑인음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현상만 봐서는 흑인음악의 흡입력과 호소력을 제대로 분석할 수 없습니다. 그 뿌리를 알면, 흑인음악의 진짜 힘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노예노동의 시름을 잊기 위한 노동요, 종교적 구원을 갈망하며 터뜨리는 영가와 찬송가,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울분을 토해내는 블루스, "우리는 모두 흑인"이라며 동료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강렬한 공동체의식까지. 이 내용을 간결하게 담아 우리에게 전해주는 책, 웰스 게이코의 <타는 태양 아래서 우리는 노래했네>를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읽도록 하겠습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혼종’입니다.


이 책이 흑인음악에 관해서 말해주는 바는 분명합니다. 흑인들,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처했던 정치, 경제, 사회문화가 흑인음악을 낳은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우선 자신들이 뿌리라고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지역문화가 가장 밑에 깔려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문자나 기록으로 남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남아있는 모습을 통해 거슬러 올라가야만 그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을 뿐이죠. 흑인 문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작가의 이력에 걸맞게 이 책은 이 부분을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위를 덮은 문화 코드는 기독교입니다. 흑인들은 성경을 읽고 기도문을 쓰며 글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백인들이 시켜서 익힌 것이지만 점차 자신들의 처지를 문학으로 표현하게 된 것이죠. 죽음으로써 고된 삶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바람을 담아 가사를 쓰고, 고난을 겪는 유대 민족과 예수에게 자신들을 빗대는 솜씨를 보여줍니다. 자신들의 입장을 직접 드러내는 순간 백인 주인들로부터 매질을 당할 수 있으니 들키지 않기 위해 은유의 층위는 계속 깊어갑니다.


그 위에 노동요의 전통에서 노래를 주고 받는 '콜 앤 리스폰스'가 얹어지고 비참한 처지를 비참하지 않게 노래하려 하는 특유의 태도와 감성이 더해져 지금 우리가 아는 흑인음악의 원형이 탄생합니다. 이처럼 흑인음악이란 고유한 정체성으로 정의되지 않고 여러 코드가 뒤섞인 혼종이라 할 수 있고, 이것이 전세계인 모두를 사로잡은 흑인음악의 유연성의 기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애드온 서비스,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흑인음악은 제 주요 관심분야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콘텐츠가 정말 많았습니다. 영화가 두 편, 책이 두어 권, 다큐멘터리도 몇 개 있고요. 어떤 것을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이 책 이후의 이야기 그러니까 이 책이 설명해주는 뿌리가 어떻게 꽃을 피워 지금에 이르렀는지 알려주는 콘텐츠를 추천해드리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팟캐스트/유튜브 채널인 '음악몰라요'인데요. 대중음악을 문화인류학적으로 연구하고 '미국대중음악'이라는 묵직한 책을 번역한 음악평론가 조일동 씨와 유명한 인디밴드인 게이트 플라워즈와 ABTB의 보컬인 박근홍 씨가 미국대중음악의 역사를 정리하는 팟캐스트입니다. 이 책과 거의 같은 연대에 출발해서 지금 1970년대까지 왔고요.이 책 안에 짧게 요약된 흑인음악의 발단을 더 풍부하게 자세한 설명으로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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