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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 - 좋은 정치를 위한 국회 사용 설명서 ㅣ 정치발전소 강의노트 5
박선민 지음 / 후마니타스 / 202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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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입니다. 법치주의는 무슨 뜻이죠? 모든 사회 구성원이 따르겠다고 형식적으로 동의한 법에 의해서 국가가 운영된다는 뜻이죠. 그래서 법은 우리 삶의 모습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법을 만드는 기관은 어디죠? 다들 잘 아시다시피 입법부 즉 국회입니다. 그래서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국회에 관한 뉴스를 보기 시작하는 순간 머리가 아파 옵니다. 상임위는 뭐고 특별위원회는 뭔지, 내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의안이 발의는 됐다는데 왜 통과는 안 되는 것인지, 국가 경제와 관련된 중요한 법안이 바로 뒤에 있는데 왜 쓸데없이 누구를 임명하네 마네 하는 문제로 드잡이를 하고 시간을 끄는 것인지. 용어도, 돌아가는 생리도 도통 모르시겠다면, 이 책을 한 번 꼼꼼하게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16년차 국회의원 보좌관이 말하는 국회의 모든 것, <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입법부’입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행정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생활하다 국가와 부딪히는 문제가 생겼을 때 실제로 일을 처리해주는 조직이 행정부니까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선거도 대통령 선거고, 억울한 일이 있을 때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찾아가서 하소연을 하기도 하죠. 하지만 따지고보면 행정부는 법에 따라서 일을 처리해야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법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돼있을 때나 내가 필요한 사항이 법에 제대로 반영돼있지 않을 때는 공무원들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요. 그 사람들이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법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거나 바꾸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하려면 당연히 행정부가 아니라 입법부, 국회로 가야 하죠.
하지만 법에 내 소원만 반영할 수는 없겠죠. 우리나라엔 나와 똑같은 권리를 지닌 동료 시민이 5천만명에 이르고, 그 사람들의 소원도 가지각색일테니까요. 그래서 나와 같은 소원을 지닌 사람들을 조직하고, 반대로 나와 소원이 다른 사람들과는 대화를 나누며 내 소원을 관철시키거나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합니다. 이런 타협의 선을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지켜야 하는 일반적인 규칙으로 만드는 일을 대신하는 곳이 바로 입법부, 국회입니다. 그래서 국회는 본질적으로 대립과 투쟁의 공간이지만 동시에 그 대립과 투쟁으로부터 우리 사회를 운영하는 원칙을 도출해내는 가장 생산적인 기관이기도 하다는 것이 이 책의 제목 <국회라는 가능성의 공간>이 지닌 의미입니다.
또 다른 중요한 기구가 있는데요. 바로 정당입니다. 이렇게 국회에서 하는 일을 생업에 바쁜 우리를 대신해서 담당해주는 기관이죠. 이 책은 여러 차례에 걸쳐서 국회 못지 않게 정당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합니다. 정당은 다수의 의견을 모으는 동시에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띠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의견이 모인다고 반드시 합리적이지는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정당을 설득하고 타협점을 찾기 위해서는 방안이 합리적이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안으로는 지지자들에게 합리적 방안의 필요성을 퍼뜨려 양해를 구해야 하고, 밖으로는 다른 정당에게 지지자들의 요구사항을 가능한 한 많이 관철시켜야 합니다.
이렇다보니, 본질적으로 정당을 둘러싼 안팎은 역시나 국회만큼이나 대립과 투쟁의 장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항상 시끄럽습니다. 그러니, 국회에서 정당에서 싸운다는 뉴스를 보시면서 “쟤네는 맨날 싸우는 것밖에 안 해?”라고 생각하시기보다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구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아, 물론 어떤 취지에서 어떤 법안을 놓고 싸우는지 끊임없이 감시하는 시민의 의무는 항상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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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권해드리는 추천콘텐츠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링컨>입니다.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 대통령일 링컨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우면서 동시에 역사적으로 가장 빛나는 시기인 수정헌법 13조를 통과시키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인종차별을 하지 말자”는, 지금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를 헌법에 삽입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하고 타협하려 했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뜻을 밀어붙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고스란히 엿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과는 약간 환경이 다르지만 입법부라는 환경의 복잡함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사람들의 열정 또는 치졸함같은 것을 정말 날 것 그대로 보실 수 있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