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선언 펭귄클래식 80
칼 마르크스.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권화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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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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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라는 구절로 시작해 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다는 문장을 거쳐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은 쇠사슬뿐이고 얻을 것은 전 세계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로 끝나는 이 책. 한때 세계의 절반의 사고방식을 지배했고,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고도 할 정도로 유명한 그 책. 바로 공산당 선언입니다.

공산당 선언은 우리가 흔히 자본주의 시장경제 공장제 산업사회라고 부르는, 우리의 물질 생활을 규정하는 기본 규칙이 만들어진 역사적 과정을 계급 투쟁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그리고 지금도 끈질기게 이어지는 공산주의에 대한 오해를 해명하거나 반박하고, 이 정치-경제-사회 체제가 계속되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예언하고, 이에 대비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할지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위기에 닥칠 때마다 정령처럼 소환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얼마나 자기파괴적인지, 스스로 성취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삶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나와있는지, 이런 끔찍한 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벌어졌고, 앞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말해주는 책으로서 말이죠.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당연히 전제해왔던 사회적 집단적 삶이라는 근본적인 토대가 흔들리는 2021년 지금도, 우리가 다시 공산당 선언을 읽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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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마르크스주의입니다.

냉전 시대 이른바 자유 진영에 속해있던 우리 사회에서 마르크스주의는 항상 오해와 편견에 싸인 대상이었습니다. 이런 걸 공부한다고 하면 감옥에 끌려가던 시절도 있었고, 그 뒤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뭐 이런 데 관심을 갖냐는 둥 소련 망했으니 마르크스주의도 끝난 거 아니냐는 둥 이런저런 소리를 듣곤 하죠. 우리나라의 특수한 역사적 상황 때문에 마르크스주의를 북한과 연관짓는 의견도 꽤 자주 볼 수 있고요. 심지어 이런 모든 오해와 편견이 일정 부분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면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주의가 우리 시대에 여전히 의미가 있고 때가 되면 정기적으로 불려나오는 이유는, 우리가 자본주의 시장경제 산업사회에 살고 있으며 마르크스주의는 바로 이 사회를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정교하게 분석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이 작동하는 방식, 노동자로서 우리의 처지, 삶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 그런 방법이 유효한 역사적 철학적 이유에 이르기까지 정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꽤 그럴듯하기에 들어볼 만한 분석이 마르크스주의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정치, 사회, 경제, 철학 등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 마르크스주의는 스며들어있습니다.

이런 분석을 본격적으로 보려면, 자본론이라느니 하는 두께만 봐도 질리는 이상한 책을 읽어야 합니다. 공산당 선언은 우리에게 이런 부담을 덜어주고 마르크스주의의 핵심만 딱 뽑아서 보여주는 아주 간결하고 멋진 글입니다. 원문이 생각보다 짧아서 아쉽다면, 원문의 거의 서너배 두께로 붙어있는 개레스 스테드먼 존스의 해설을 함께 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수십 가지 번역본을 제쳐두고 제가 이 판본을 고른 이유이기도 한데요. 스테드먼 존스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치사상사학자이며 현재 가장 권위있는 마르크스 평전을 쓴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가 쓴 해설이 공산당 선언의 역사적, 사회적, 지성사적 의미를 아주 세세하게 소개하며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눈을 길러줄 것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안물어봐도 알려주는 남얘기, 줄여서 안알남이라고 부르는 팟캐스트의 전지적 마르크스 시점 시리즈입니다. 2019년 10월부터 시작해 거의 2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는 연재 에피소드인데요. 몇년전 논란을 일으켰던 반일종족주의라는 책에 대한 분석에서 시작해서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과 그걸 적용한 여러 사례를 상세하게 설명해줍니다. 그 사례엔 우리나라의 역사, 특히 19세기부터 지금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사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오고요. 여러 종류의 편견과 오해에 둘러싸인 마르크스주의를 가장 친절하고 풍부하게 들려주는 최근 콘텐츠라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공유해보고자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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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모험 - 철학자 이진경이 만난 천년의 수학
이진경 지음 / 생각을말하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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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무엇일까요? 너무 이상한 질문인가요? 그럼 우리는 수학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1+1=2라는 건 항상 참일 것 같지 않나요? 2500년 전에 발견된 피타고라스 공식은 어떤가요? 그런데 어쩌다가 피타고라스 공식은 “직각 삼각형의 빗변의 제곱은 나머지 두 변 각각의 제곱의 합과 같다”가 아니라 “x2+y2=z2”이라는 수식으로 표현될 수 있는 것일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알기 위해선 수학 교과서가 아니라 수학의 역사를 보아야 합니다. 교과서는 공식과 답을 알려주지만, 수학의 역사는 공식이 만들어진 과정과 이유를 알려줍니다. 이렇게 수학사를 배움으로써 우리는 답을 알기 위해 수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범위를 넓히기 위해 수학을 하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수학이란, 정말 아무 기반도 없이 기호와 수학만으로 전개되는, 생각의 놀이터이기 때문입니다.

그 놀이터에서 맘껏 뛰놀았던 유명한 수학자들, 그러니까 데카르트, 라이프니츠, 뉴턴, 가우스, 오일러, 리만, 푸리에, 라그랑주, 푸앵카레, 힐베르트, 괴델이 무엇을 했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단, 안 쓸 수는 없지만 수식은 되도록 자제한 상태에서, 인문학적인 접근법으로 말이죠. 이진경의 수학의 모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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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수학사입니다.

이 책은 꽤 오래전에 쓰여 꾸준히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인 ‘수학의 몽상’의 재개정판입니다. 2000년에 초판이 나왔고, 출판사를 바꿔 2012년에 한 번 개정했고, 이번에 다시 새로운 출판사와 함께 새옷을 입고 다시 나왔습니다. 이렇게 20년에 걸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죠?

앞에서 말씀드렸듯 이 책은 수학을 다루지 않고 수학의 역사를 다룹니다. 수학책에서 보는 그런 공식은 왜 생겼고, 어떤 원리로 구성됐으며, 그 공식을 만드는 과정을 둘러싸고 어떤 사람들이 어떤 입장을 갖고 대립했는지를 아주 길고 상세하게 풀어서 설명해주려고 합니다. 공식을 만들려고 논쟁을 하다니, 수학은 답을 찾기 위해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는 꽤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다른 분야도 다 그렇듯, 우리는 역사를 배우면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갑니다. 이것은 수학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을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역사적 수학자들은 사실 수학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철학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숫자는 무엇이고 도형은 무엇인지, 왜 둘을 동시에 사고할 수 있는지, 0과 음수는 무엇인지, 공간과 시간은 무엇인지, 점과 선과 면은 무엇인지, 나아가서 수학이란 대체 무엇인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다양한 대답이 수학의 역사 안에 포함돼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밝히는 것처럼, 수학을 열심히 하다보면 우리는 철학적 질문에 다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수학의 역사를 수놓은 상당수 사람들이 철학자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답으로 이끄는 게 아니라 질문으로 이끌어갈 것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시리즈인 <철학의 모험>입니다. 저자 이진경은 아무래도 수학보단 철학과 사회이론 분야에서 더 이름을 날린 저자죠. 오늘 소개해드린 <수학의 모험>과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는데요. 이 책 또한 1993년에 초판, 2000년에 개정판, 2013년에 제2개정판을 거쳐서 지난달 따끈따끈한 제3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수학의 모험>과 마찬가지로 독자에게 오래 사랑받아온 책이고, 저도 매우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책이 수학의 역사라면, 이 책은 ‘나’ 즉 주체 개념의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 본격적으로 철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분들께 심화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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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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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팍, 혹은 영이라고 불리는 나는 작가입니다. 지금은 책도 몇 권 내고 사람들에게도 적당히 이름이 알려진 상태이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숱한 사건을 겪었습니다. 암에 걸린 어머니를 간호하고, 그 와중에 연애도 하고, 수십개의 지원서를 썼다가 떨어지는 취준생의 일반적인 코스를 밟아가기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썼다가 운이 좋게 문학상을 받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듯 같은 듯 자신의 일상을 견뎌갑니다.

20대 혈기왕성한 젊은이의 이미지가 그렇듯 그의 일상의 중요한 일부는 연애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귀고 있는 사람에게 쿨한 척 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눌 수 있는 실없는 농담과 개똥철학을 늘어놓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집착하다가 어느 순간 그걸 훌훌 털어버리기도 하고, 너무 깊게 남은 사랑의 흔적을 가만히 바라보다 낙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와중에도 옛날 사람과의 기억을 계속해서 되짚어봅니다. 사랑이라는 단어 속에서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 사랑은 결코 샤방샤방하지 않습니다. 구질구질하고, 쭈그러져버리고,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활동은 항상 사랑의 적으로 등장해 모두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누군가는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고 있겠죠, 바로 이 소설 속에서 묘사된 모습처럼 말이죠.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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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소수자의 삶입니다.

저번주 예고 때 제가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박상영은 한국 문학, 특히 이른바 순문학이라고 불리는 영역에서 꽤 독특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그 전까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겠으나, 이른바 ‘퀴어 문학’이라고 하는 장르, 성소수자의 관점을 작품의 전면에 드러냈다는 것이 이 평가의 핵심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미스터 팍, 혹은 영이도 남성 성소수자입니다. 이 점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볼 수 있겠는데요.

성소수자의 사랑도 이성애자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게 한 가지 측면입니다. 함께 있으면 설레고, 수줍고, 이해가 안되는 대상이지만 다가가고 싶고, 첫눈에 뜨겁게 타오르고. 하지만 사랑에 이런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죠. 불같이 타오른 마음이 일순간 짜게 식고, 바람을 피우다 걸리고, 권태와 무료함에 다른 곳에 눈길을 주기도 하고, 서로의 생활방식을 맞추다 지쳐 서로 싸우고, 때로는 물질적인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하지만 성소수자의 사랑은 이성애에서는 결코 마주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단 한번도 애인을 어머니에게 소개하지 못했고, 어머니는 죽는 그 순간까지 성경을 필사하는 것으로 자신과 자식의 죄를 용서받겠다고 말하며 자식과 갈등을 일으킵니다. 새벽이나 밤이나 외국이 아니면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가볍게 입술을 맞추는 것조차 ‘더럽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사랑이란, 사랑하고 있음에도 사랑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대도시에선 누군가 이렇게 사랑을 나누는데, 성다수자들이 하는 사랑과 뭐가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은데, 심지어 이런 부분에서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는 공간인 대도시에서조차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우리는 되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질문을 던져주는 날카로운 관점을 이 소설이 산뜻한 문체로 제공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박상영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입니다. 같은 작가의 단행본 데뷔 단편집이기도 한데요. 독특한 주제와 관점과 문체를 우리에게 선사하는 작가라면, 이 기회에 한번 푹 빠져보시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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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42
황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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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현이는 수도권 한 소도시에 살고 있는 중2 학생입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부모님의 취향 덕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클래식과 가곡을 좋아합니다. ‘다섯손가락’이라 불리는 친구들과 어울리지만, 걔들은 오후에 학원을 다니느라 바쁘고 다현이는 혼자 집에 있거나 어머니의 우동 가게 일을 도우러 갑니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체리새우라는 비밀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어요.

새로 반이 배정되자마자 마을 신문을 만들라는 모둠 활동 숙제가 주어졌는데, 이럴수가! 다섯손가락이 세상에서 두번째로 싫어하는 노은유와 같은 모둠이 됐습니다. 계속 만나야 하는데 다섯손가락 친구들이 싫어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다섯손가락이 첫번째로 싫어하는 황효정은 내가 좋아하는 현우와 잘 어울려 다니는 것 같습니다. 중2가 되자마자 이렇게 학교 생활이 꼬이다니, 인생이 참 쉽지가 않네요.

모둠 활동 숙제를 하며 다현은 노은유와 자기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점점 알아갑니다. 하지만 은유를 이해할수록 다섯손가락 친구들과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은유를 싫어하는 이유도 모르겠고, 단지 욕했던 아이와 친해졌다는 이유로 나를 점점 멀리 하는 것도 어쩐지 부당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체 현우는 내 전화번호를 왜 물어본 걸까요?

중2 청소년들의 삶을 보여주며 다현이 환경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자리를 세워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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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청소년의 삶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서, 학부모 청취자의 반응과 학생 청취자의 반응 양쪽이 다 궁금했습니다. 제가 매주 만나는 학생들에게 꼭 읽어보고 감상문 써오라고 하고 싶은 기분인데요. 콕 집어서 이른바 ‘사춘기’에 접어드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삶을 다루는 글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또래와 노래 취향이 다르고 글을 쓰는 걸 좋아하며 그런 면 때문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까지 당한다는 것 때문에 다현에게 제 감정을 매우 이입하면서 읽어내려갔는데요.

청소년의 삶이라고 해서 하이틴 드라마마냥 밝지 않다는 것은, 경험해보셨거나 지금 겪고 있는 청취자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거라 생각해요. 감정을 적절히 드러내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마음에는 폭풍이 치고,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예의를 아직 다 익히진 못한 나이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잔인함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저지르는 행동 하나하나가 잘못이 아닐 수 없는 나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용서받고 반성하면 그런 반성이 자신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는 나이. 청소년이란 그런 시기인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그런 시기를 거쳐왔지만, 단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죠.

이 소설의 문체 자체는 명랑하지만,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자 결코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특유의 밝은 분위기로 돌파하거나 별다른 미화 없이 그대로 직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이 지금도 충분히 유명하지만 앞으로 더욱 더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자신의 느낌과, 자신이 경험했거나 경험하는 청소년의 삶을 이야기하는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레이첼 시먼스의 ‘소녀들의 심리학’이라는 책입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청소년들의, 특히 여성 청소년들의 모습을 학술적으로 연구한 책이고, 특히 무리짓고 따돌리며 공격하는 부정적 측면에 대해 깊게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여러 행동을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책이 부담되신다면, 이 책을 해설한 팟캐스트 에피소드도 함께 추천드릴게요. 안물어봐도 알려주는 남얘기 라는 팟캐스트의 36회 소녀들의 심리학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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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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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영은 초자연적 존재를 보는 능력을 지닌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까닭에 이상한 사람 취급도 많이 받았고, 그 능력을 감추며 사느라 애를 쓰는 평범한 소시민이기도 합니다. 잠깐 일하던 병원을 나와 업무량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 같은 고등학교 보건교사로 취직했는데, 이게 웬걸, 영적으로 부정적인 기운이 가득해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에너지로 눌러놓을 의도로 세워진 학교였던 겁니다!

학교에선 별 일이 다 일어납니다. 실연당한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단체로 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리려고 하는가 하면, 가스관 폭발로 둘러대지만 실제론 무시무시한 악령이 용오름처럼 올라와 학생들을 괴롭힙니다. 이 모든 비밀이 감춰진 학교 지하실은 철문에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고,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리를 약간 다친 한문 선생은 우연이 계속 은영의 옆에 있게 되며 신경이 쓰입니다. 그럼에도 나쁜 기운이 그 선생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은영의 능력을 알아보는 계약직 원어민 교사는 학교를 배회하며 뭔가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 같은데, 도저히 꿍꿍이를 모르겠습니다.

이런 험난한 학교 생활을 바라고 온 게 아니었는데, 은영의 운명은 왜 이렇게 기구한 것일까요? 그럼에도 명랑하게 살아가는 은영 때문에 우리의 마음 속에도 절로 힘이 생겨나게 만드는 소설,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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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꼽은 키워드는 무협지입니다.

이 소설의 작가 정세랑은 ‘피프티 피플’이나 ‘시선으로부터’ 등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여러 유명 신문사나 출판사에서 주는 상도 여럿 받은 이력이 있고,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주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기도 했지요. 작품 목록이나 발표하는 매체를 보면 장르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소설은 우리가 말하는 이른바 ‘순문학’에 가까워 보이다가도, SF 잡지에 단편을 연재하기도 하고요. 그런 가운데 이 ‘보건교사 안은영’의 장르를 나눠보자면, 저는 무협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동의하는 분이 많지 않을 것 같음에도 제 생각을 조심스럽게 밝혀보자면,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으면서 이우혁의 퇴마록을 다시 읽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마 학부모 청취자 여러분이라면 다들 아실, 바로 그 퇴마록입니다. 특히 이른바 ‘국내편’이라고 불리는 초기작품이 처음에 PC통신 게시판에서 연재되면서 조회수 대박을 기록했죠. 질감이 매우 독특한 작품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인공들의 무공이 펼쳐지는 활극이긴 하지만 배경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있는 사건이나 이야기를 꺼내 펼치면서 그 사건을 소화하고 해결하는 방식은 초자연적인 것에 기대고 있기도 하고요. 또 작가 나름대로 생각하는 사회의 문제점이나 어두운 부분을 간접적으로 고발하려는 의도를 내비치는 점 등이 많이 겹치더라고요. 물론 퇴마록은 너무 옛날 작품이다보니 다소 고리타분하고 시대착오적인 면도 있겠지만 말이죠.

물론 안은영은 훨씬 귀엽습니다. 서슬퍼런 무협의 칼은 플라스틱 5단봉 장난감이 됐고, 서로의 몸을 뚫어버릴 기세로 쏘아대던 기공은 BB탄 총으로 바뀌었죠. 주인공의 성격도 세상을 구하겠다거나 무림제일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 자의식 과잉 캐릭터가 아니라 학교에서 우리를 한번쯤 위로해준 적이 있는 생활인인 보건 선생님이고요. 이런 귀여운 변화는 오히려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친절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능력을 힘이 아닌 기능으로 보게 만듭니다. 우리가 힘들 때, 어려울 때, 손을 내밀면 우리를 도와줄 것 같은 그런 따뜻함이 무협지로서 이 소설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점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당연히, 넷플릭스 드라마인 ‘보건교사 안은영’입니다. 배우 정유미 씨가 주연을 맡았는데, 소설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 이미지입니다. 드라마의 감독은 이 소설을 어떻게 해석해 영상으로 표현했는지, 둘을 비교하는 것도 매우 재미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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