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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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팍, 혹은 영이라고 불리는 나는 작가입니다. 지금은 책도 몇 권 내고 사람들에게도 적당히 이름이 알려진 상태이지만,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숱한 사건을 겪었습니다. 암에 걸린 어머니를 간호하고, 그 와중에 연애도 하고, 수십개의 지원서를 썼다가 떨어지는 취준생의 일반적인 코스를 밟아가기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썼다가 운이 좋게 문학상을 받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듯 같은 듯 자신의 일상을 견뎌갑니다.

20대 혈기왕성한 젊은이의 이미지가 그렇듯 그의 일상의 중요한 일부는 연애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귀고 있는 사람에게 쿨한 척 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눌 수 있는 실없는 농담과 개똥철학을 늘어놓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집착하다가 어느 순간 그걸 훌훌 털어버리기도 하고, 너무 깊게 남은 사랑의 흔적을 가만히 바라보다 낙심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와중에도 옛날 사람과의 기억을 계속해서 되짚어봅니다. 사랑이라는 단어 속에서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것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그 사랑은 결코 샤방샤방하지 않습니다. 구질구질하고, 쭈그러져버리고, 생활을 지속하기 위한 활동은 항상 사랑의 적으로 등장해 모두에게 상처를 남깁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서 누군가는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고 있겠죠, 바로 이 소설 속에서 묘사된 모습처럼 말이죠. 박상영의 대도시의 사랑법입니다.


2종 보통 키워드
꼼꼼하게 책을 읽은 당신을 위해 핵심을 짚어드리는 2종 보통 키워드입니다.

제가 꼽은 키워드는 소수자의 삶입니다.

저번주 예고 때 제가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박상영은 한국 문학, 특히 이른바 순문학이라고 불리는 영역에서 꽤 독특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그 전까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겠으나, 이른바 ‘퀴어 문학’이라고 하는 장르, 성소수자의 관점을 작품의 전면에 드러냈다는 것이 이 평가의 핵심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미스터 팍, 혹은 영이도 남성 성소수자입니다. 이 점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볼 수 있겠는데요.

성소수자의 사랑도 이성애자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게 한 가지 측면입니다. 함께 있으면 설레고, 수줍고, 이해가 안되는 대상이지만 다가가고 싶고, 첫눈에 뜨겁게 타오르고. 하지만 사랑에 이런 긍정적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죠. 불같이 타오른 마음이 일순간 짜게 식고, 바람을 피우다 걸리고, 권태와 무료함에 다른 곳에 눈길을 주기도 하고, 서로의 생활방식을 맞추다 지쳐 서로 싸우고, 때로는 물질적인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하지만 성소수자의 사랑은 이성애에서는 결코 마주할 수 없는 벽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단 한번도 애인을 어머니에게 소개하지 못했고, 어머니는 죽는 그 순간까지 성경을 필사하는 것으로 자신과 자식의 죄를 용서받겠다고 말하며 자식과 갈등을 일으킵니다. 새벽이나 밤이나 외국이 아니면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가볍게 입술을 맞추는 것조차 ‘더럽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사랑이란, 사랑하고 있음에도 사랑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대도시에선 누군가 이렇게 사랑을 나누는데, 성다수자들이 하는 사랑과 뭐가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은데, 심지어 이런 부분에서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는 공간인 대도시에서조차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우리는 되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질문을 던져주는 날카로운 관점을 이 소설이 산뜻한 문체로 제공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제 아이랑 투게더
더 재미있게 읽을 당신에게 보내는 콘텐츠, 2제 아이랑 투게더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박상영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입니다. 같은 작가의 단행본 데뷔 단편집이기도 한데요. 독특한 주제와 관점과 문체를 우리에게 선사하는 작가라면, 이 기회에 한번 푹 빠져보시는 것도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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