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12월 10일 : TENTH OF DECEMBER
조지 손더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2015.07.09>



5. Exhortation, 권고 : 그닥 재미 있는 편은 아니어서 스포까지 썼습니다.

전형적인 대기업 스타일로 부하직원들에게 '일 열심히 해, 안 그러면 국물도 없어' 라고 으름장 놓는 듯한 분위기 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그럴 때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이야기 중의 세가지를 그야말로 순서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 세가지는 피해야할 순서로 1) 밥값해라, 봉급 받은 만큼 해라 2) 너따위는 바로 대체 가능해 3) 이 친구는 이리 잘하는데 왜 넌 이모양이야 하는 비교. (물론 이 순서는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Andy라는 친구와 비교를 하지요. 그가 그렇게 환상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그러면서 모니터링을 안한다고 하면서, 모니터링 하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는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돈 얘기를 했으면서 '우리가 왜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라는 식으로 얘기를 합니다. 보통 이런 식으로 말할 때, '왜'의 답은 보통 '돈' 이상의 것을 의미하는데, 앞에서 '돈' 얘기를 먼저 했기에 영 맥아리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무슨 분과 미팅 얘기를 합니다. 대략 엄청 깨지고 왔다는 거죠. 그러니 열심히 잘 하자라고 합니다.

처절한 분위기 입니다. 아마 밑의 사람들 잘리기 전에, 자기가 먼저 잘릴 것 같은 예감이 드나 봅니다. 집에 아이들도 있는 가장인데,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그러다 보니, 편지 맺음 말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다 괜챦을 겁니다. 다 잘 되겠지요. 

우리말로는 이렇게 되어 있어서 느낌이 좀 약한데, 영어로는

All will be well and all will be well, etc., etc.,

같은 말의 반복입니다. 이 반복은 이 화자의 심리 상태가 살짝 절망적이란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뒤에 두 번이나 붙은 etc까지두요.

이 단편의 영어는 이 화자의 감정상태를 상상하며 소리내서 읽어내려가면 더 재미있게 읽히는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중언부언, 횡성수설 하면서 앞뒤 안 맞는 얘기를 하다가 끝의 결론이 저렇게 나옵니다.

왜 중언부언, 횡설수설이냐 하면, 그 분과 미팅이 정말 지옥과도 같았을 겁니다. 절망을 부여잡고 나와서 글 초반에 열받아서 막 내뿜다가 마지막에 힘이 소진해서 탄식하듯 중얼대는 그런 느낌입니다.

4편 거미머리 탈출기 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지만, 한 번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단편인 것 같습니다.


6. Al Roosten

읽어온 6개 중 가장 재미없게 봤습니다. 완전 pathetic loser인 주인공의 상념인데, 안타까울 정도로 pathetic 하네요.

그 상념이 너무 리얼해서 도리어 재미없었습니다. 그 리얼함을 의도한 거겠지요? 

이 것도 오늘밤 자다가 뭔가 머리를 때리듯이 생각이 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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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달걀 2016-11-23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아... 과연 올해는 12월 10일 되기 전에 이책을 읽을 수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읽으라구 쫓아 다니는 밥모님도 없는데... 올해는 한번 도전해 봐야겠어요 ㅎㅎ

블랑코 2016-11-23 22:44   좋아요 0 | URL
제가 대신 지켜보겠습니다 ㅎㅎㅎ

하얀소망 2016-11-25 08:19   좋아요 0 | URL
제가 쫓아다녀 드릴까요? ㅋㅋ

전에 부지불식 중에 한 번 체포될 뻔한 적도 있었는데...ㅋㅋㅋ
 
[eBook] 12월 10일 : TENTH OF DECEMBER
조지 손더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2015.07.08>

(후기 내용 중 스포가 있습니다.)






Tenth of December / 12월 10일


이 책은 우연챦게 원서랑 번역본이랑 같이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낚여서...)
가격적으로 큰 부담이 안되었고, 단편이라서 짤막짤막하게 원서랑 번역본이랑 대조하면서 읽기 편할 것 같았습니다.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총 10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까지 앞에서 4개까지 읽었습니다. Kindle에서는 30%라고 표시되네요.

이 글은 10개중 앞의 4개에 대한 후기 입니다.

1. Victory Lap : 승리의 질주
   한 소녀와 그 소녀의 어릴적부터 친구인 한 소년, 그리고 소녀를 납치하려는 납치범의 의식의 흐름을 그리고 있습니다. 짧지만, 이 세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너무나 생생하게 그 캐릭터를 그려냅니다. 자세한 줄거리는 쓰지 않겠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드러나는 각 캐릭터의 너무나 인간적인 단점들이 극명합니다.

여기서 Kindle에 나타나는 Popular Highlights는  

But seriously! Is life fun or scary? Are people good or bad? On the one hand, that clip of those gauntish pale bodies being steamrolled while fat German ladies looked on chomping gum. On the other hand, sometimes rural folks, even if their particular famrs were on hills, stayed up late filling sandbags. 

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솔직이 이 문장 무슨 뜻인지 모르겠더군요. 번역본을 보고나서야 좀 감이 오긴했는데, 여전히 모르겠더군요.

어쨌든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삶은 즐거운 것일까, 두려운 것일까? 사람들은 선할까, 악할까? 비쩍 마른 창백한 몸뚱이들이 강제 노동을 하고 있고 뚱뚱한 독일 여자들이 껌을 씹으며 그들을 감시하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시골 사람들은 자기 밭이 고지대에 있어도 저지대의 홍수를 막기 위해 밤늦게까지 모래주머니를 만들기도 한다

제가 이 단편에서 한 문장을 하이라이트를 하라고 하면, Quiet. I'm the boss of me. (시끄러. 내 맘대로 할 거야.) 입니다. 정말 많은 것을 한 문장에, 한 순간에, 응축시켰다가 발산 시키는 느낌입니다. 

마지막 문장도 사뭇 충격적입니다. 여기서 그 단어가 나와야 하나요. well-done이 아닌 그 단어라니...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듯해서 줄이겠습니다. 

2. Sticks : 막대
   i86에서 보는 Kindle 앱애서 채 2페이가 안되는 짧은 단편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놀라운 압축력을 자랑합니다. 두개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Kindle Popular Highlight와 제게 꽂혔던 하이라이트가 일치했습니다. 두번째 문단의 첫번째 문장입니다.

We left home, married, had children of our own, found the seeds of meaness blooming also within us.

번역본에서는 아래와 같이 번역이 되어 있었습니다.

집을 떠나 결혼을 하고 자식을 갖게 된 우리의 마음속에서도 그런 못된 생각의 씨앗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영어로 먼저 읽는 동안  위 문장에서 Also라는 단어가 마음에 쿵하고 와서 박혔습니다. 
Also.... 아버지에 대해서 느껴왔던 부정적인 모습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자신 또한 그 모습을 닮아가는 것에 대한 자괴감이 담긴 듯했습니다. 한 단어에, 한 문장에 이렇게 압축을 시켜버리다니... 
 
(우리말 번역본에서는 Also가 '마음속에서도'의 조사로 축소가 되었는데, '마음속에서 또한' 이나 비슷한 모양으로 하나의 단어로 분리를 시켰으면 더 좋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번역하신 분의 내공을 의심할 수 있는 수준의 내공을 제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번역은 한 문장의 뉘앙스를 살리는 것을 포함하지만, 그 이상의 더 많은 것들을 해내야 하는 작업이라서, 이 하나 가지고 번역에 대해서 너무 뭐라하지들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나서 보니, seed와 blooming의 연결이 또한 그랬습니다. Blooming, 꽃을 피우다라는 말입니다. 아름다운 단어지요. 그 단어가 meaness에 가서 붙어 있으니, 영 난감합니다. 역설적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데, 작가는 이 한 문장 던져 놓고 다음 문단에서 한술 더뜹니다. 

그리고 결말의 두 문장은 마음을 쿵하고 또 때려 버립니다. 그렇게 Dry할 수 있다니 싶은데, 그게 또 그런 상황도 있겠구나 하고 놀라면서도 수긍이 되는 내 자신에 또한 놀라버립니다. 

3. Puppy : 강아지
   두 엄마와 그 배경이 되는 두 가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전혀 다른 길로 뻗어있던 두 가족의 삶이 어느 한 순간 교차되었을 때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자신이 성장하고 자라온 배경에 근거한 프레임으로 판단을 내리고 대화를 거부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든 이겨나가려 하는 의지가 있습니다. 그 두 엄마 다 그런 의지의 소유자였습니다. 

Popular Highlights는 

Which maybe that's what love was: liking someone how he was and doing things to help him get even better. 

아마 이런 게 사랑일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주면서 상대가 더 나아지도록 도와주는 것.

입니다. 이 문장에 대해 작가는 냉소적이지 않고 진지하게 얘기합니다. 이 모든 어두운 상황과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의 시선은 차갑지만은 않은 느낌입니다. 저도 이 문장이 좋았습니다. 결정적인 터닝포인트는 아니지만요.

이 단편에서도 마지막 몇 문장은 역시 힘이 있습니다.

미국의 전쟁 영화나 스포츠 영화를 볼 때, 결전을 앞둔 병사나 선수들 앞에서 장교나 코치들이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외치는 말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그 중의 몇가지는 'Who'로 시작을 합니다.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이 경기에서 이길 자는 누구인가?', '우승컵을 가져갈 자는 누구인가?' 이렇게 코치들이 외치면 선수들은 '우리!'라고 외치죠.

이 소설은 그런 형식으로 끝납니다. 'Who~?'에 대해, 누군가 답을 합니다. 
(이렇게 읽는 게 맞다기 보다, 제겐 이렇게 다가왔다는 주관적인 느낌입니다.)


4. Escape from the Spiderhead : 거미머리 탈출기
   살짝 SF스럽습니다. 조금 야시시하게 시작하더니 잠시의 쉴틈도 없이 결론까지 끌고갑니다. 분명히 단편인데, 중편을 읽은 듯한 느낌입니다. 계속 반복적으로 나오는 TM이라는 마크가 징할 정도 입니다. 그 지독한 상업주의 앞에서 왜소해져 보이는 인간의 모습이 있습니다. 

마지막 주인공의 선택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렇게하리라고 믿는 보편적인 선택으로 제시되었다기 보다, 작가의 의지로, 작가가 나라면 이렇게 하겠다는 주관적인 선택으로 제시된 거라고 생각됩니다. 주인공 보다 더 이기적이고 악한 사람이라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겠지 싶습니다만, 작가는 놀랍게도 태어나서부터 악한 사람이 누가 있냐는 암시를 던집니다.

Popular Highlight는 소챕터 10의 아래 문장입니다.

Night was falling. Birds were singing. Birds were, it occurred to me to say, enacting a frantic celebration of day’s end. They were manifesting as the earth’s bright-colored nerve endings, the sun’s descent urging them into activity, filling them individually with life nectar, the life nectar then being passed into the world, out of each beak, in the form of that bird’s distinctive song, which was, in turn, an accident of beak shape, throat shape, breast configuration, brain chemistry: some birds blessed in voice, others cursed; some squawking, others rapturous.

밤이 오고 있었다. 새들이 노래하고 있었다. 문득 떠오른 표현인데, 새들은 하루의 끝을 열렬하게 축하하고 있었다. 그들은 화려한 빛깔을 띤 이 땅의 신경종말들처럼 보였다. 태양이 지자 새들은 활동을 개시하며 제각기 생명수로 채워졌고, 그 생명수는 그들만의 독특한 노래의 형태로 그들의 부리에서 세상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그 노래는 부리의 모양과 목구멍의 모양, 가슴의 형태, 뇌의 화학작용에 따라 우연히 결정되었다. 어떤 새들은 축복 받은 목소리를, 또 어떤 새들은 저주 받은 목소리를 가졌다. 어떤 새들은 꽥꽥거렸고, 어떤 새들은 기쁨에 찬 소리를 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갑자기... (나이가 들면 여성 호르몬의 비율이 커진다지요.)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이런 젠장.

책을 덮고 오랫동안 멍했습니다.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이 단편을 읽기 전과 후의 내가 변했을까요? 글쎄요. 설마 변했겠습니까 싶지만, 이 질문이 생각이 날 정도의 임팩트였습니다.

이 세상의 삶에 명확히 존재하는 부조리에 대해서 외면하지 않으면서, 그에 대해 어떻게든 스스로의 의지로 대응하는 인간의 의지에 대한 작가의 시각은 생각보다 긍정적이고 따스하게 다가왔습니다. 그게 이 작가의 힘인 것 같습니다. 그게 오늘을 사는 저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이상 4가지 단편에 대한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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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열린책들 세계문학 132
마크 트웨인 지음, 윤교찬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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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3>


허클베리 핀을 정말로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예전에 분명히 읽었는데, 전혀 생각이 안나네요. 

그땐 그닥 재미있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아래 이하는 스포가 있습니다. 가끔 오래된 책에 대한 소개에서도 스포에 민감한 분들이 계시더군요.)


중반 이후 어떤 순간에 허클베리 핀이 어떤 결정의 시점에서 고민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장면이 이 책의 최대 하이라이트이자 핵심이라는 느낌입니다.

이 결단을 얘기하기 위해 이 소설이 여기까지 왔고, 이 결단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 다음으로 소설이 진행되는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긴박한 순간이었다. 나는 종이를 집어 들고는 손으로 꼭 잡았다. 이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에 온몸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잠시 생각하며 숨을 고른 뒤, 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했다.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 그리고는 편지를 북 찢어 버렸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이었습니다. 

이 대목은 지난 번의 '도적 떼'에서 카를이 긴 독백 가운데 권총을 내던지던 장면,

'웃는 남자'에서 그윈 플레인이 밤 동안의 심각한 고뇌를 데아의 존재를 상기하며 씻어내던 장면 등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린 엘리자베스 이야기를 하는 짐의 대사도 그에 못지 않은 인상적인 대목이었구요.


뒷편의 역자 해설에서도 이 두 대목이 인용되어 있더군요.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톰 소여는 그야말로 4차원이더군요.


하지만, 어떤 대목에서는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랬네요.


마크 트웨인도 참 대단한 작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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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웃는 남자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86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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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4>


빅토르 위고가 그야말로 '대문호'라고 불리우는 이유를 '웃는 남자'를 읽으면서 새삼 느끼겠더군요.


'웃는 남자'의 플롯은 그야말로 단순합니다. 허무하기 까지 할 정도지요.


그런 단순한 플롯으로 가능한 것은 그윈플레인과 데아가 매우 순수한 캐릭터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그윈플레인은 '조시언'과의 마주침 이후 많은 갈등과 고민을 겪게 되지만, 그 갈등과 고민은 또한 그가 얼마나 순수한가를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그들을 둘러싼 세상도 역시 단순합니다. 자신과 자신의 집단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이기성, 그에 기초한 잔혹함.


세상의 어둠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해서 새삼스럽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때가 확실히 더 심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저런 분위기의 서유럽 사회에서 오늘날의 민주주의 체제가 수립되기 까지 대체 어떤 역사가 있었을까 신기하기조차 했습니다.


그런 어두운 세상 가운데에서 그윈플레인과 데아는 그 순수함으로 인해 도리어 너무 밝게 빛나 보입니다.


"찬연한 빛 발산하는 다정한 눈먼 소녀가, 그곳에 나타난 것 이외의 다른 노력 없이, 그의 내면에 있던 어둠을 씻어 버렸다." 


그들의 밝게 빛나는 순수함과 세상의 어두움이 맞닥뜨리는 장면은 결국 비극으로 끝납니다. 


빅토르 위고의 묘사는 정말로 풍성합니다. 지나칠 정도로 풍성합니다.모든 장면, 모든 상황, 필요한 모든 사람에 대해서 풍성하게 묘사합니다. 데이비드, 조시언, 바킬페드로, 여왕 등 조연들에게도 그는 무척이나 풍성한 묘사로 지면을 채웁니다. 


조금 지루하지만, 그러한 묘사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대략 그 사회 분위기가 이해가 되고, 그 사람의 내면도 이해가 됩니다. 조시언의 그 이해하기 힘든 방종스런 모습이나, 바킬페드로의 그 이상한 집념, 메리와 조시언의 묘한 관계, 기타 등등, 그 모든 것이 저절로 이해가 됩니다. 


그런 풍성한 묘사들을 읽기가 힘들게 만드는 요인 중 한가지는 풍성함 자체 때문이기도 하지만, 왜 이 풍성함이 필요한지 납득이 안가서 그렇기도 했습니다. 대체 왜 이리 자세히 설명하는 걸까 싶은 것도 있었지요. 이야기가 온갖 방향으로 갈라지는데, 도대체 서로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 모르겠는 거죠.


그런데, 그런 풍성한 묘사로 갈라져만 있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여서 절정을 이루는 듯한 부분이 하권에 몇 번 나타납니다. 제겐 그 장면이 3번 정도 있었습니다. 더 이상은 지나친 스포가 될 듯하네요.


그런 부분에서 정말 머리가 띵했습니다. 풍성한 묘사는 복선을 효과적으로 감추는 역할도 하면서, 그 복선이 드러날 때, 그 효과를 배경에 대한 풍성함을 통해 더 증폭하는 듯 합니다.


당장 일어난 사건에 놀랄 뿐 아니라, '대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다소 흥분된 두려움까지 느껴질 정도로, 그 상황이 다가옵니다. 


마지막 장면은 참...


말도 안되는 결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끝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 왜 이렇게 끝내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위고라는 대문호께서 그렇게 끝내셨다니, 그냥 받아들여야겠지요.


소설을 읽으면서 그렇게 마음 깊은 곳에서 부터, 심장이 쥐어짜는 듯한 그런 슬픔을 느껴 본 적은 별로 없었던 듯 합니다.


그들의 패배는 결국 순수함이 어두움에 패배한 모습인걸까요.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 세계의 현실적인 모습인걸까요?


이 소설은 불행한 두 연인의 가슴아픈 사랑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위고 자신이 그런 삶을 살지는 않았기 때문이지요.


위고는 1802년에 태어나서 1885년에 작고했습니다. 19세기,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서 왕정은 종식되었지만, 혼란이 계속되고 있떤 19세기 초에 태어난 셈입니다. 풍운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프랑스 황제에서 물러난게 1815년이네요.


영국에서의 저런 비인간적인 귀족 체제가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로 있었겠지요. 레미제라블은 그러한 프랑스에 대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19세기는 서유럽에서 그러한 제체가 서서히 무너지며 자유민주주의 적 자본주의 체제로 넘어가던 때였습니다. 그러한 역사의 흐름은 결코 저절로 주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치열한 의지와 행동이 부딪히면서 그 흐름이 매번 이리 꺾이고 저리 꺾이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방향은 오늘의 모습입니다. 이게 최선이냐는 질문에는 언제나 의문만이 남지만, 17세기에 비해서는 인간의 자유, 존엄, 평등의 가치에 대해서는 많은 진보가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빅토르 위고 자신 1851년에 루이 나폴레옹의 쿠데타에 항거하다 영국으로 망명하기까지 하는 등, 그 시절을 몸으로 겪어 내며 살았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시대를 살던 빅토르 위고가, 그윈플레인과 데아를 통해 1차적으로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그리고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런 혼란의 시대를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낸 위대한 작가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인물상이 그윈플레인과 데아....


그윈플레인과 데아... 이글을 쓰면서도 이 들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니, 마음이 많이 쓰립니다.


19세기말의 프랑스를 생각하며, 17세기의 이야기를 통해 하고 위고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책을 덮고서 계속 머릿 속에 남았습니다.


우리의 오늘이 그들이 살던 때인 17세기보다, 인간의 자유, 존엄성, 평등의 측면에서 조금이라도 나은 점이 있다고 느낀다면, 그들의 순수함은 결코 패배한 것은 아니겠지 싶습니다.


책을 덮고서도 한참동안 작품의 여운이 사라지지 않고, 오래 남더군요. 

독후감 쓰기도 참 쉽지 않은 작품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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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웃는 남자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5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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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7>


상권의 제 2권, 폭풍우 치는 바다에 대한 챕터를 읽고 나니, 37% 읽었다고 나오네요.


서사는 참으로 느릿느릿하게 진행됩니다.


심리에 대한 묘사, 사건에 대한 묘사, 상황에 대한 묘사 등

묘사는 참으로 풍성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간중간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참 많이 나옵니다.

삶에 대한 통찰이 녹아들어가 있는 듯한 그런 문장들...

또는 묘사 자체가 매우 독특해서 다시 읽어보게 되는  문장들...


위고라는 지난 세대의 대문호가 세상과 삶을 바라보고 묘사하는 방식을

다는 아닐지라도 조금씩 맛보면서 배우는 마음으로 읽어야 겠구나라고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하지만 읽는게 참 느리긴 느리네요~



<2015.04.15>


웃는 남자 상권을 완독했습니다.


상권을 마치고 나니, 이제 이야기가 시작되려나 봅니다.

주인공과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배경에 대한 소개가 이제 끝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거창하게 소개를 받고 나니, 하권에서는 대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상권의 마지막 부분, 그윈플레인과 데아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다 보니, 하권에서는 그게 위험에 처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강하게 듭니다.


빅토르 위고는 참.. 거창한 작가네요.


표현이 정말 길고 풍성하지만, 뭔가 차원이 다른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같은 장면, 같은 사람을 저보고 표현하라고 했으면 빅토르 위고와 같은 문장, 표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꽉 짜여진 탄탄한 구성을 기반으로 스피디하게 전개되어가는 현대의 소설 스타일에 중독된 저로서는 이런 올드 스타일의 문학작품을 읽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줄거리를 끝까지 쫓아가겠다는 것이 아닌, 읽는 그 순간 순간, 내 눈에 들어와서 머리로 흘러들어가는 문장 하나하나를 되새기는 것을 목적으로 읽는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읽다보니, 조금씩 빅토르 위고의 위대함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온라인 모임 통해서 여러분들과 같이 읽게 되어서, 어려웠지만 상권이라도 다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들 힘내시길.. 

조금씩 차근차근 읽다보면, 얻는게 꽤 많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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