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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배빗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69
싱클레어 루이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9월
평점 :
'배빗'의 저자인 싱클레어 루이스의 인생이 참으로 가슴아프더군요.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했던 아들... 그러나 결국 그 스스로 그러한 아버지가 되어 버렸더군요.
'배빗'에서 주인공인 배빗과 그 아이들, 특히 아들인 테드하고의 관계는 작가 자신의 간절한 바램이 투영된 것은 아닌지 싶더군요.
'배빗' 이 책의 주인공인 배빗은 40대 중반의 가장입니다 큰 딸인 베로나는 20대 중후반, 아들인 테드는 10대 후반, 막내 딸인 팅카는 11살(?) 이죠. 아내인 마이라는 역시 40대 겠지요.
자수 성가한 부동산 중개인...
그를 둘러싼 비숫한 사람들. 그 가정들...
그들이 보여주는 오만과 독선, 허영에의 집착은 꾸준하게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초반은 그래서 지루합니다. 저런 모습의 관계들이 쳇박퀴 돌듯이 돌아가니까요.
독자가 지루해서 견디기 힘든 시점에 주인공인 배빗도 삶이 지루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일상에서의 탈출, 일종의 일탈로 친한 친구. 어쩌면 유일한 친구인 폴과의 숲속 여행을 떠나지만,
폴은 뜻밖의 사건으로 배빗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한 배빗은 폴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계속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공허함을 점점 견디기 힘들어하게 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의 공적인 삶은 도리어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되지요. 연사로도 유명해지고, 실력있는 유력 인사들과도 친하게 되고.
결국 그는 일상에서의 탈출을 다른 방식으로 감행하게 되고, 위험한 일들을 벌리기 시작합니다.
타니스...
타니스에 대한 그의 감정의 변화는 마치 롤러코스터와도 같습니다.
완벽한 이상에서 냉담한 관계로 얼마 시간도 걸리지 않습니다.
배빗이 느낀 권태, 공허함은 어차피 이 세상에서는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요.
즉, 이는 종교의 영역인데, 이 책에서 그려지는 당시 기독교는....
아... 이거 어쩜 이리 웃프나요.ㅠㅠ
그의 일탈은 은폐되어 있었지만, 차차 그 긴 꼬리가 밟히게 되고,
스스로의 말과 행동에서 이전의 그와는 다른 모습을 드러내게 합니다.
애시당초 사회정의니 하는 거창한 생각에 의해 인도된 일탈이 아니라, 스스로 공허함과 권태를 못이겨 뛰쳐나간 일탈이었지만,
그의 말과 행동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이상한 기미를 감지한 주변의 사람들의 무리는 서서히 그를 경계하고, 그를 멀리하면서도 다시 포섭하려 합니다.
그에 대한 경계심은 그의 생명줄이나 다름 없던 부동산 중개업에의 위협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점증하는 압력에 눌려가던 어느 날 예상치 못했던 사건을 겪으며,
그는 백기 투항하게 됩니다. 기쁨 가운데서요.
배빗의 엔딩은 형식적으로는 해피 엔딩이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탈출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것이 사실상 패배라는 것을 의미한다면 내용상으로는 해피 엔딩이라 보기 어렵겠습니다. 도리어 씁쓸하지요.
마지막 장을 읽고 역자 해설을 읽어가면 든 생각은...
주변에서 들은 듯한 이야기, 내 스스로의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와 정말 많이 닮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1920년대의 미국에서의 삶이나, 2010년대의 한국에서의 삶이나
그 본질은 그닥 다르지 않았난 봅니다.
경쾌하고, 유머러스 한 구성, 그러한 캐릭터를 통해서 상당히 깊은 내용을 잘 담아 냈구나 싶습니다.
노벨 문학상이 괜히 주어진 게 아니었구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