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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소송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94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재혁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월
평점 :
요새, 몇가지 일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데, 각각의 일들이 정말 무한대의 집중을 요구하는 그런 일들이라서 갈팡질팡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책도 관련 책들로 주로 읽고 있는데, 책들이 쉽지가 않다 보니, 머리가 참 복잡합니다. 2월부터 벌려 놓은 책이 4권인데, 4권 다 어려운 데, 4 권 다 중간에서 헤매고 있는..ㅠㅠ
그 와중에 읽은 카프카의 소송.
어렵기는 읽고 있는 책 중에서 제일로 어렵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특히 어렵게 하는 것은,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무슨 이유로 소송을 당한 건지. K는 왜 뷔르스트너 양에게 이상한 태도를 취하는지.
법원 정리의 부인이나, 변호사 집의 그 여인이나... 뭔가 낯설고 이상합니다.
화가는 왜 그렇고, 상인은 대체 왜 그러고 있는지...
뭔가 마치 꿈속에서 허우적 대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든 생각은,
이 책은 '소송'을 둘러싼 일반적인 인간적인 상황을 그렸다기 보다는 인간성의 어떤 특정 측면을 '소송'이란 상황으로 비유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뭐가 뭔지 이상하게 계속 끌려 다니면서, 불안하게 하고, 혼란스럽게 하면서, 본업을 돌아보지 못하게 하고, 주변의 관계들도 이상하게 만들고, 결국은 파국으로 몰아넣게 까지 하는 그런 무언가를 그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습니다.
K 스스로 그렇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은 되지 않습니다. 갑자기 욱하면서도 그 이유를 굳이 늘어놓지도 않습니다. 감정도 확확 바뀌구요. 공기 조건에 상당히 민감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그 공기가 문제인 건지 본인의 심리가 문제인 건지 명확하지도 않습니다.
카프카는 그렇게 사람의 삶이란게, 외부에서 주어지는 환경이나, 내면의 반응이나,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이며 설명도 안되면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다가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게, 우리네 삶의 모습이 아니냐는 냉소적인 질문을 던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걸 '삶의 부조리'란 말로 묶어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카프카는 이름만 듣다가 처음 읽었는데, '성'이나 '변신'도 이렇다면, 쉽게 손이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렵고 힘드네요~
하지만, 이런 책의 의미는 다른 측면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삶의 현실이 그렇다고 가정한다면, 억지로 꾸며봐야 오히려 그런 가식이 나중에 더 큰 역풍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요. 정면으로 본질을 직시할 수 있다면, 다가오는 실제의 어떤 어려움이나 폭풍도 그것을 마주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는 이미 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3월에 시작한 책 중에 테리 이글턴의 <낙관하지 않는 희망>이란 책이 있습니다. 아직 끝내지는 못했ㅅ브니다. 제목이 멋지고 심오한 만큼이나 쉽지 않더군요~ 하지만, 앞부분에서 받은 느낌은. 현실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억지로 긍정하려 하지 않는 가운데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같은 기독교인들은 카프카가 지적하려는 것과 같이 세상 안에서는 희망이란 없으며, 인간의 생존 조건은 그렇게 불합리함과 비이성적인 측면이 존재하는 가운데에서 허우적대는 것이 본질일 수 있다는것에 동의가 됩니다. 이글턴의 책의 앞부분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 내부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낙관을 억지로 끌어내는 긍정은 의미 없다는 것도 역시 동의가 됩니다. 희망은 세상의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지요.
이상이 '소송'을 읽고 들었던 간략한 느낌과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