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산도칸 몸프라쳄의 호랑이들 열린책들 세계문학 47
에밀리오 살가리 지음, 유향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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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혼란스러운 특이한 소설이었습니다.

산도칸은 사람 이름이고, 몸프라쳄은 지명입니다.
우리가 이해하기 편한 방식이라면, <산도칸, 몸프라쳄의 호랑이들> 처럼 가운데 쉼표 하나 있었으면 이해가 확 되었을 건데요.

물론 이름으로서의 '산도칸'도 낯설지요.

속표지 다음 문장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독서란 여행 가방과 씨름하지 않고 하는 여행이다.' 
- 에밀리오 살가리 (1862~1911)

모든 책이 다 여행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살가리의 이 책은 '여행'이라는 느낌이 들만큼 생생합니다. 말레이반도 근처의 섬들이 배경인 것 같은데, 굳이 지도로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그 곳의 밀림, 그 안의 나무, 덩굴, 잎사귀, 열매, 그리고 여러 동물들에 대한 묘사가 눈에 보이듯이 선하게 다가옵니다.

줄거리는 그냥 일직선입니다. 특별히 반전이랄 것도 없고...

시대적 배경은 1849년이라고 시작하면서 밝힙니다.
19세기 중반이니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 싶기도 합니다. 

영국, 네덜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식민 제국이 인도와 말레이 반도에 진출해서 식민지를 건설하고 있던 시절의 얘기입니다. 1849년이면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좀 약해져 있지 않아 싶기도 한데요.

주인공인 산도칸은 말레이 해의 해적왕입니다. 산도칸과 그의 친구인 야네스가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밀림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일품이지만, 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혼란스럽습니다.

불나방이 불꽃에 가까이 가듯... 산도칸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끌려 들어갑니다. 
자신의 친구인 야네스와 수백명의 부하들의 목숨까지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실제로 희생도 시키면서요.

그도 그것이 또다른 파멸의 모습이란 걸 알지만... 또다른 종말이란 걸 알지만...

결국 그는 종말에, 어떤 종말에 이르게 되고...
그 대목에서 흐느낍니다. 평생 처음으로...

사람을 사로잡는 강력한 정념의 힘이랄까요. 
모든 합리적이며 상식적인 판단을 내치게 하고, 끌려 들게 하는 그 정념의 힘..

그 정념을 '사랑'이라고 소설 본문에서는 얘기하지만...
그 '사랑'의 결과는 수많은 사람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 정념의 맹목적인 위세가 이리 강렬하게 표현된 작품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한 플롯, 단순한 주변인물에 대한 묘사, 단순하기 그지 없는 주연들에 대한 묘사...
그 단순성이 그만큼의 강렬함의 배경이 되는 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 산도칸의 어떤 대사들이 있습니다. 종말을 예감하는 듯한. 
제일 마지막 문장은 중간 중간의 그 대사들이 그 한 곳으로 집중되어 꽂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 소설이 세계문학으로서의 가지는 어떤 의미가 있다면, 작가가 중간중간 배치한 그러한 대사들이 줄거리와 더불어 상승작용을 일으키다가, 마지막 문장으로 집약되어 다시 한 번 표현될 때 느끼게 하는 그 감정 때문일 것 같습니다. 

나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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