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김종옥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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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우리가 하지 않은 일 - 김종옥 지음


73년생의 이 작가는 2012년에서야 비로소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소위 '등단'이란 것을 했다고 한다. 1년 뒤 같은 작품으로 2013년 젊은 작가상 대상을 수상하여 이 단편집의 첫 출간에 이른 듯 하다. 이 바닥에선 어쩌면 늦깎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작가의 최근 2~3년간의 단편을 모은 이 소설집의 제목은 이 소설집에 포함된 또다른 단편의 제목이기도 하다.


12개의 단편을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무척 낯설다는 점이었다. (사실 '12월10'일이라는 단편집의 손더스라는 작가도 다른 작가들과 많이 달랐고, 처음 읽은 버지니아 울프도 '등대로'라는 작품 속에서 무척 달랐다. 그렇게 '다름'이 일반적으로 접하는 모습이기에 '다름'이 당연하게 보일 수 있지만, '다름'은 그래서 작가들에겐 더욱 어려운 과제가 되고, 그래서 소설이 가질 수 있는 '가치'의 하나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나 요새 같은 '표절'의 시대엔 더더욱. )


낯설음. 다른 말로 하자면 그동안 읽던 것들과 많이 달랐다고나 할까. 그러고 보니, 문학상 수상작을 읽어본 지가 꽤 된 것 같다. 순수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는 어디일까. 수많은 소설들을 읽어왔지만, 한국의 현대 문학이라는 카테고리는 참으로 오랜만에 읽은 듯 하다. 그래서 '다름'이 더욱 강하게 다가왔는지도.  같은 한국 사회의 한국 사람을 보는 것이어서일까. 분명히 잘 아는 사회이고 사람들인데, 이 낯설음은 무얼까. 다른 시대, 다른 사회이기에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잘못된 전제인지도 모른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허상이었을 수도 있다.


자본주의 한국에서 소설 문학의 '소비자'로서 살아 오면서, 대략 가지게 되는 느낌은 이 바닥도 포화 상태라는 안타까움이다. 해외의 기라성 같은 작가들의 최신작의 번역물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와중에 지난 시대의 걸출한 작품들도 세계명작이란 이름으로 갱신을 거듭한다. 쏟아지는 수많은 선택 앞에서 '소비자'로서의 나는 큰 고민 안하고 늘 안전한 선택을 하게 마련이다. 해외 베스트셀러 번역물 아니면, 세계 명작.


그런 와중에 우연히 접하게 된 이 한국의 현대 문학 작품. '신춘문예', '젊은 작가상', 심지어 '문학동네'라는 출판사 마저 오랫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작가의 문체, 생각을 풀어나가는 방식. 모든 것이 낯설다. 그 낯설음은 만만치 않은 저항감으로 다가온다. 편안하지 않고 불편하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본다. 편안하고 익숙한 읽기란 애시당초 얻을게 적은 읽기일 수 밖에 없지 않나. '12월 10일'이나 '등대로' 등도 만만치 않게 불편했다.


첫 단편인 '그녀는 거기에 있을 것이다.' 에서부터 이 단편은 참 다르게 다가온다. 특별한 사건 없이, 담담하게 일상을 그린다. 일상의 한 순간에 몰려오는 기억들. 다시 돌아와 마주한 현실. 특별하게 없다. 아쉬움도 크지 않다. 기억은 흐릿하고 현실은 남루하다.


이어지는 몇개의 단편들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작은 우연이 몰고오는 기억을 통해 과거를 반추한다. 그 과거는 뭔가 흐릿하다. 아쉬움이 드러날 법한 기억을 작가는 무심한 듯, 냉정한 듯 건조하게 서술한다. 여기서 드러나는 독자와의 거리. 소설 속의 주인공은 독자가 이해하기 힘든 '타자'로서의 거리를 계속 유지한다. '공감'의 순간, '동일화'의 순간은 찾아오지 않는다. 누구나 있을 법한 기억들을 참으로 낯설게 그려낸다.


많은 내용이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몇몇 단편은 서로 이어지기도 하는 듯 하고, 적어도 같은 세계를 공유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 가운데에도 다른 단편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작품들이 있다. '유령의 집', '거리의 마술사', '방학식', '크리스마스 포커' 등의 작품에서 작가는 또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독특한 설정을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나가는데, 묘한 필력으로 눈을 떼지 못하고 소설의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한다.


읽는 내내, 다 읽고 덮으면서도 참으로 새롭고 독특한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맨 뒤의 문학 평론가 해설을 찬찬히 읽으면서 작가의 작품을 다시 돌아보기도 하면서, 그 새롭고 독특함이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그런 새로움 가운데 돌아보는 우리네 삶은 이전과는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는 듯하다.


"기억이 결국 흐릿한 것이 과거에 '지금'을 제대로 붙잡아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면, 그럼 나는 '오늘'은 어떻게 '지금'을 제대로 붙잡아낼 수 있을까."


문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내가 이 작가의 평생에 걸친 관찰과 사유가 담긴 작품들을 며칠만에 읽고서 무슨 말을 궁시렁 거리는 것 부터가 작가에 대한 실례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럽기도 하다. 이 작가가 오늘의 나와 같은 시대를 가까운 거리에서 살아온 동시대인이여서 더 특별하고 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2015년이라서 새롭고 독특하다는 것이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장점임을 실감한다. 표절 의혹의 소용돌이가 한국 문학 뿐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효율'과 '수익'이라는 상대적이고 제한된 가치가 분야를 막론하고 침투해 들어가서 마치 '절대' 인 양 우상이 되고 있는 현실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어찌보면 쉬워 보이는 길을 가기 보다, 오랜 시간 동안 꿋꿋하게 자기만의 세계, 자신만의 시각과 스타일을 고수하며 쉽지 않은 길을 걸어온 작가에게 동시대인으로서 격려를 보내고 싶다. 다음 작품을 또한 기대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삶의 모습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담아내는 우리의 작가가 귀하다.


(201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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