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 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
존 R. 스토트 지음, 정옥배 옮김 / IVP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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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의 저자는 20세기 기독교 복음주의 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영국 성공회의 존 스토트 목사이다. 그는 2011년 7월에 향년 90세의 나이로 소천하였다. 그의 소천 후에야 비로소 그의 저서인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 사회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은 1984년에 처음 출판된 이래 1990년, 1999년, 2006년에 걸쳐서 개정판이 나왔다. 4판의 편집자 서문에 의하면 개정의 주요 목적은 3판의 내용 중 시의성이 별로 없는 사건이나 논쟁들을 제외하고 새로운 사항들을 추가하기 위함이었다. 20년이 넘게 진행되어 온 이같은 업데이트가 존 스토트 목사의 소천으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은 역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개정 4판은 10년 전인 2006년에 출간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포함된 내용의 대부분이 지금까지도 그 의미의 중요성을 잃지 않고 있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상황’은 그리스도인의 사회 참여의 필요성, 복음적 근거 및 행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다룬다. 2부에서 4부까지는 14개로 나뉘어진 주제에 관련된 세계적 상황을 제시하고,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행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복음주의적 관점에서의 사회 참여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본문에서 말하듯이 ‘유감스럽게도 여전히 어떤 사람들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사회적 책임은 없으며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라는  위임령만 받았을 뿐이라고 믿는다.’ 이는 한국의 복음주의 진영의 기본적인 사고방식과도 유사하다. 한국의 복음주의에서의 사회참여는 ‘구제’ 차원을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이 책의 1부에서 사회참여의 복음적인 토대와 다원주의적 사회환경에 대한 대응전략을 복음에 근거해서 제시한다. 저자는 ‘우리 하나님은 회개하고 그분께 돌이키는 사람들을 용서하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시다. 하지만 그 하나님은 또한 정의를 바라시고 그분의 백성인 우리에게 정의롭게 살 뿐 아니라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옹호하라고 명하신다.’는 원칙을 천명하면서 복음주의 진영의 사회참여 역사를 개관한다. 영국의 존 웨슬리, 윌리엄 윌버포스와 앤서니 애쉴리 쿠퍼, 미국의 찰스 피니의 역사를 통해 복음주의자들에 의한 사회 참여가 19세기까지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얘기한다.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자유주의와의 대결 등의 이슈로 복음주의 진영에서 사회적 관심이 어떻게 가라앉았는지를 돌아보고, 1960년대 이후 회복된 사회적 관심이 어떻게 1974년의 로잔 대회까지 이어졌는지를 얘기한다. 


또한 그는 사회 참여의 신학적 토대 다섯가지를 소개한다. 첫째는 하나님에 대한 더 온전한 교리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세상 모든 피조물의 하나님, 열방의 하나님, 칭의와 공의의 하나님 등 하나님에 대한 온전한 인식이 필요하다. 둘째는 인간에 대한 더 온전한 교리로서 인간을 영혼, 육체, 사회적 관계를 포함한 총체적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셋째는 그리스도에 대한 더 온전한 교리로서 우리가 겪는 고통과 소외와 시험이 있는 곳으로 직접 들어오신 예수님을 본받아야 한다. 넷째는 구원에 대한 더 온전한 교리로서 ‘구원은 세 단계의 철저한 변혁으로, 우리가 회심할 때 시작되고 이 땅에 사는 동안 지속되며 그리스도가 오실 때 완성된다. 특히 우리는 한데 결합되어 있는 진리들을 분리하려는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고 한다. 구원을 하나님 나라와 분리해서는 안되며, 구세주 예수님과 주 예수님을 분리해서는 안되며, 믿음을 사랑과 분리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다섯째는 교회에 대한 더 온전한 교리로서 교회는 세상에서 나와 하나님께 속하라는 부름을 받은 ‘거룩한’ 사람들이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내세 지향성’을 버리고 증거하고 섬기도록 다시 세상으로 보냄받는다는 의미에서 ‘세상적인’ 사람들이기도 하다. 교회는 이러한 이중 정체성을 기억하고 보존해야 한다.


이러한 다섯 가지 토대하에서 저자는 기독교적 지성을 개발할 것을 주문한다. 창조, 타락, 구속, 완성의 성경적 실재를 통해 역사를 바로 보는 지성을 훈련해야 한다. 이러한 역사관을 통해서 하나님의 실재와 인간됨의 수수께끼를 올바로 인식하며, 사회 변혁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섬기면서’, ‘기다려야 함’을 바울의 데살로니가 전서 1:9~10절을 토대로 얘기한다. 이를 위해서 하나님께서 주신 4가지 선물로 우리의 지성, 성경, 성령과 기독교 공동체를 제시한다. 이러한 토대와 선물을 가지고 어떻게 세상 속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는 현대사회의 다원주의적 특성을 고찰하며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논의하면서 1부를 마무리한다.


2부에서는 ‘세계’라는 대주제 하에서 ‘전쟁과 평화’, ‘창조 세계를 돌봄’, ‘개발과 원조’, ‘인권’ 등의 주제를 다루며, 3부에서는 ‘사회’라는 대주제하에서 ‘노동과 실험’, ‘비즈니스’, ‘인종문제와 다문화 사회’, ‘경제적 불균형’ 등에 대해서, 4부에서는 ‘인간’이라는 대주제 하에서 ‘여자와 남자’, ‘결혼, 동거, 이혼’, ‘낙태와 안락사’, ‘새로운 생명 공학’, ‘동성애’ 등의 주제를 다루며, 결론으로 ‘기독교적 리더십에 대한 요구’를 정리하며 마무리한다. 


각각의 주제의 범위는 새삼스럽게도 전세계적이다. 한국에서 ‘사회문제’를 고민할 때 우리는 한국 사회만의 문제에 국한시켜 생각을 한다. 해외의 문제를 거론할 때도 참고사례로서, 또는 한국 사회에서의 문제와의 관련성 하에서 거론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 영국의 복음주의자는 전세계를 그 시각으로 넣고 그 문제 하나하나를 기독교인의 당면 문제로서 진지하게 직면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반면에 그래서 그 하나하나의 문제의 구체적 내용들은 한국 사회의 당면 문제보다는 조금은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들을 성경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수립하는 과정은 여전히 유효하며, 이러한 관점을 통해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직면하고 관점을 정립하는 것은 이 책을 읽은 한국의 독자들이 감당해야할 몫이라 하겠다.


(201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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