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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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아르테, 2020.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감정의 동요가 앞서 누군가의 이야기에 감정이 쉽게 이입이 될 때가 있다. 그럴 땐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야기의 주인공과 일치되어 나의 기분이나 감정이 소용돌이 치기도 한다. 소설 <여름의 /겨울>을 읽으며 문득문득 주인공과 동화되어 잠들어 있던 감정이 깨어나곤 했다.


벨기에 출신의 아들린 디외도네의 첫 번째 장편소설인 <여름의 / 겨울>은 처절하게 아름다운 한 사람의 성장 소설이다. 이 소설은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 받았고 영화화 또한 예정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는 저물어 가는 하루의 마지막 순간을 빛으로 어루만지며
달콤하게 졸인 꿀 냄새 같은 향기를 풍겼다. (27)


동생과 함께 집 앞 정원에서 아름다운 해질녘 풍경을 맞이하는 소설의 주인공 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영민한 지능을 지닌 10대 소녀이다. 하지만 무한한 성장의 가능성이 잠재된 소녀의 가정은 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무한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폭력 아래 위태로운 생활을 이어가던 소녀와 동생에게 어느 날 사건이 발생한다. 평소 남매가 좋아하던 아이스크림 할아버지가 크림을 만드는 기계의 폭발로 인해 눈 앞에서 얼굴의 반쪽이 사라지며 순식간에 고깃덩어리가 된 것이다.


이 사건 이 후로 동생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숨죽여 있던 잔인함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소녀는 가족 중 유일하게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동생을 사건 이전으로 되돌리기 위해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수학과 물리학에 심취한다. 동네의 고양이와 개, 그리고 어머니가 소중히 여기던 염소까지 서슴지 않고 죽이는 등 동생의 잔인함이 극에 달할수록 소녀의 허망해 보이는 소망은 더욱 커져간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인간 세상의 빛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별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모여드는 수천 관중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나의 역할도, 다른 사람들의 역할도 몰랐지만
내가 그 연극 무대에 올라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193)


사냥을 즐기던 아버지는 한 밤중에 소녀와 동생을 숲 속으로 데리고 가 소녀를 먹잇감으로하여 동생과 동료들이 소녀를 사냥하도록 시킨다. 극심한 공포와 함께 심신에 가해진 상처는 소녀의 마음속에서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을 깨우게 되는데


어쨌든 할아버지의 부재는 셔츠 바로 아래 숨겨진
아버지의 가슴에 구멍을 뚫어 놓았고,
그 누구도 그것을 채울 수 없었던 것 같다.
그 구멍은 접근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부숴 버렸다.
바로 그 때문에 아버지는 나를 절대 안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그런 것을 바라지도 않았다. (67)


부모에게 사랑을 기대할 수 없었던 소녀를 보며 내 가슴에도 큰 구멍이 생긴 것 같았다. 하지만 소녀가 숲 속에서 만난 순수한 친구 모니카, 아무런 대가 없이 강아지를 찾아준 이웃집 부부, 소녀의 지적 호기심을 무한히 채워준 물리학 교수 등 소녀 주변에는 가족이 아니지만 호의적으로 친절과 사랑을 베푼 사람들이 있다. 소설을 다 읽고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들로 인해 내 마음에 생긴 구멍도 조금 메워진 기분이다.


예상할 수 없는 순간 찾아오는 슬픔과 인간의 잔인함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속에 수많은 아름다운 어휘를 품고 있는 이 소설을 마음이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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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늙은 여자 - 알래스카 원주민이 들려주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 이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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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늙은 여자, 벨마 월리스 지음, 짐 그랜트 그림, 김남주 옮김, 이봄, 2018.


<두 늙은 여자>는 알래스카를 무대로 살았던 전통 부족의 삶을 그린 소설이다. 알래스카 전통 부족 아바타스칸족인 작가 벨마 월리스의 첫 번째 소설인데, 어머니로부터 들었던 두 늙은 여인과 그들의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섰다고 한다.


소설의 제목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두 늙은 여자>, ‘칙디야크는 알래스카 전통 부족 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다. 또한 불평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었다. 사냥감이 없어 더욱 혹독한 겨울에 부족장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먹을 것이 부족하니 부족 중 두 늙은 여자를 남겨두고 떠나기로 결정한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명분으로 내려진 결정에 누구도 반대하지 못한다. 반대하는 사람도 남겨질 것을 알기에 모두가 침묵하는 가운데, 칙디야크의 손자만이 항의하지만 결국 두 사람을 남겨놓고 부족원들은 떠난다.


힘이 없어 힘든 일도 못한다고 불평하던 두 사람은 가만히 앉아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살아남기 위해 이동을 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서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뭐라도 해보고 죽자며 길을 떠난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할 때는 아직 멀었어.
하지만 그저 여기 앉아서 기대리기만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죽고 말거야.”(
)
그래, 사람들은 우리에게 죽음을 선고했어!
그들은 우리가 너무 늙어서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여기지.
우리 역시 지난날 열심히 일했고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잊어버렸어!(
)
친구야.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가 해보고 죽자고.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릴 게 아니라 말이야.”(28~29)


이들은 그동안 잊은 줄 알았던 사냥 본능을 깨우고, 손수 눈신발을 만들어 여름 숙영지를 향해 떠난다. 얼어붙은 강을 건너고, 눈구덩이를 만들어 잠을 자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이들은 눈을 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함께 있는 동료를 의지하며 숙영지에 다다른다. ‘두 늙은 여자는 살아남았다. 물고기를 저장해둘만큼 식량도 비축해놨다. 한편 부족장을 비롯한 부족원들은 두 늙은 여자를 남겨두고 떠났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누가 먼저 입밖으로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족원들은 두 늙은 여자와 헤어졌던 야영장으로 돌아오게 되고, ‘두 늙은 여자가 죽지 않고 떠났음을 알고, 이들을 찾아 나선다.(줄거리 생략)


사람, 짐승, 나아가 나무까지 압도하는 대지의 힘에 감탄했다.
그들 모두는 대지에 의존하고 있었다.
대지의 법칙에 복종하지 않는 부주의하고 무가치한 생명에는
즉각 죽음이 닥칠 터였다.(60)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우리가 가려는 곳에 가까워지는 거야.
오늘 나는 몸이 좋지 않지만, 내 마음은 몸을 이길 힘을 갖고 있어.
내 마음은 우리가 여기서 쉬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해.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69)


<두 늙은 여자>를 통해서 삶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효율성과 대의를 내세우지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결코 옳은 선택은 아님을 깨닫는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낙오는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도 팽배해져 가는 듯하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은 자신의 책 <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에서 스펙 쌓기 경쟁으로 개인주의화된 사회에서 놀이 문화도 바뀌어 깍두기 문화가 없어졌다고 소개한다. ‘깍두기란 김치 깍두기가 아니라 놀이에서 가장 힘이 약한 사람을 가장 강하게 만들어주는 특권이었다.


깍두기는 자신의 팀에 넣으면 손해가 될 수 있는 어리바리한 사람을 뜻한다.
예전에 아이들이 놀 때는 깍두기의 법칙이란 게 있어서
나이가 어린 동생들도 잉여 멤버로 끼워 같이 놀 수 있었다.
상대 편이 한두 명 더 많아도 문제 삼지 않고 같이 놀았다.
-
김성회의 <쎈 세대, 낀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87)


알래스카 부족의 깍두기와 같은 두 늙은 여자는 부족으로부터 그리고 가족으로부터 버려졌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들어 분노하기도 하고, 눈앞에 다가온 죽음에 두려움이 생긴다. 혹독한 추위에 먹을 것도 하나 없는 상황에서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두 여인은 빽빽한 버드나무 군락과 숲속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피에 굶주린 모기떼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 반갑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102)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어도 죽으니 죽기 전에 뭐라도 해보자며 꿋꿋이 살아내는 칙디야크와 샤를 보며, 삶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잃어버린 깍두기 문화도 되찾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나는 과연 약자, 소수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고 있는지 돌아보며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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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바침 - 결코 소멸되지 않을 자명한 사물에 바치는 헌사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지음, 리네 호벤 그림, 김인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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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바침, 부르크하르트 슈피넨 지음, 리네 호벤 그림, 김인순 옮김, 쌤앤파커스, 2020.


 

통계청이 발표한 2017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전 조사인 2015년과 비교하여 종이책은 65.3%에서 59.9%로 떨어졌고, 전자책은 10.2%에서 14.1%로 증가했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1년에 4권을 구입하고, 1년에 1권 이상 읽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1년에 약 7권을 구매한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결과를 인용하며 책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회자되고 있다. 줄어드는 독서량을 지적하며 지식의 위기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줄어드는 구매량으로 출판 산업의 위기를 지적하기도 한다. 또한 전자책의 등장으로 종이책이 사라질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책에 바침>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종이책을 애착하는 독일 작가 부르크하르트 슈피넨이 종이 책에 바치는 헌사이다. 자동차가 마차를 거리에서 완전히 몰아냈듯이 언젠가는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날이 오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사랑하고 책에 애착하고 있는 작가가 쓴 책에 대한 에세이이다.


 

나는 종이책에 대한 애착이 너무 큰 사람이다.
글을 깨친 뒤로 내게 세상을 열어준 것은 파일이 아니라 책이었다.
책은 내 동반자이자 내 동거인이었고 조력자이면서 친구였다.(21)


 

우리가 책이라 할 때 책에 담긴 텍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책의 외형이나 책의 특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데, <책에 바침>은 이렇게 간과된 책의 외형과 특성 그리고 책을 매개로 한 관계 등 다양한 시각으로 종이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부적절한 책, 비싼책과 싼책, 발견된 책, 선물받은 책, 좋아하는 책, 알맞은 책, 사인된 책, 독점된 책, 빌린 책, 분실된 책, 훔친 책, 두고 간 책, 버린 책, 금지된 책, 학대당한 책, 불살라진 책. 여기까지 쓴 작가는 더는 생각나지 않는다며 독자에게 추가할 부분이 있다면 추가해도 된다고 제안한다. 또 어떤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게 담아냈다.


 

부적절한 책은 사실 책의 탓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부적절한 시간, 부적절한 장소에 있었을 뿐이다.(62)


 

어쩌면 책 주인은 표지에 이름과 날짜를 기입하는 행위를 통해
독자로서 책에 참여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이라는 의사소통 행위를 성공적으로 종결짓는 것이다.(85)


 

그 일은 전혀 쉽지 않았다.
물에 젖어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 책일지라도
버리는 건 고통스러웠다.
나는 책들이 그런 상태여서 솔직히 고마웠다.
그런 상태는 내 행위를 변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반면에 훼손되지 않은 책을 버리는 것은 그야말로 신성 모독처럼 느껴졌다.(104~105)


 

최근 책공예 작품들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버려지는 책을 새활용(Upcycling)하는 북폴딩도 유행하고 있고, 책을 이용한 북아트도 각광을 받고 있는데, 저자는 이러한 책공예 작품이 책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하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와 같이 내 머릿속에는 자꾸만 북폴딩이 맴돌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책공예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중에는 무엇보다도 솜씨 있게 잘 만든 독창적인 사례들도 있다.(
)
책이 공예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책으로서의기능을 상실해야 하고,
또 전부는 아니라 할지라도 일부 파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134)


 

빈 책장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책을 사서 읽고, 책장이 꽉 차면 또다시 책장을 사던 때에는 책을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더 이상 책장을 사서 놓을 곳도 없고, 빈 공간이 없을 만큼 빼곡한 책장을 보면 이제는 몇몇은 떠나 보내야 할 때 임을 느낀다. 아직은 아니라고 미루고 있었는데, ‘북폴딩이 뇌리에 박히는 순간 해결책을 찾은 듯하여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에 반발심이라도 생긴 것인지, 난 북폴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것에 대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려는 편이다. 새로운 앱이 나오면 써봐야 하고,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보면 먼저 써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하지만 전자책 만큼은 왠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자동차가 마차를 도로에서 몰아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채 30년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전자책이 나왔고, 이용의 편리성, 간편한 휴대성, 저렴한 가격 등으로 전자책으로의 전환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죽어 없어졌다(?)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의 심정으로 이 시대의 마지막 종이책 독서가로 남고 싶은 아집은 버려지지 않는다. <책에 바침>은 이런 나의 아집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있다.


 

읽힌 책은 그것을 읽은 독자가 살아온 삶의 일부이다.
심지어는 아주 중요한 장의 특별한 한 단락이 삶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
독자에게는 그 세계를 여행한 기록이다.
그러므로 이따금씩 그 여행을 회상하기 위해서라도
읽힌 책은 여행 기록처럼 보관될 필요가 있다.(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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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 (완역판) - 그리스도 이야기 현대지성 클래식 10
루 월리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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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 루 월리스 지음, 서미석 옮김, 현대지성, 2016.


<벤허>의 이야기는 기원년에서 시작하고, 주인공 유다 벤허의 이야기와 함께 예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유다 벤허를 통해 로마 지배하의 예루살렘을 조명하고 있다. ‘벤허(HUR) 가문의 아들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유다 벤허는 예루살렘의 귀족으로 부족한 것 없이 생활하던 어느 날, 신임 총독의 거리 행진 때 실수로 기왓장을 떨어뜨려 맞추게 된다. 친구 메살라의 배신이 더해지며 이윽고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어머니와 여동생은 어디론가 끌려가고, 유다는 갤리선 종신 노예형이 처해진다.


갤리선의 노잡이 노예로 전투에 참여하게 되고, 적선에 의해 배가 침몰된 상황에서 간신히 목숨을 구한 벤허는 바다에서 사령관 아리우스를 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아리우스의 양아들이 된 유다 벤허. 귀족에서 노예로, 그리고 다시 귀족이 된 유다는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어머니와 여동생을 찾고자 하는 마음과 배신한 친구 메살라에 대한 복수로 전차경주 대회에 나가게 된다.


영화 <벤허>의 명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전차경주 장면이었다. 빠르게 달리는 전차경주와 반칙을 일삼는 메살라와 대결하는 유다를 보면서 손에 땀을 쥐며 봤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원작 <벤허>의 전차장면은 짧게 등장하여,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전차경주가 끝났다고 하여 <벤허>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어머니와 여동생을 찾아가는 여정과 골고다로 향하는 길에서 예수와의 재회 등 이야기는 계속된다. <벤허>는 소설이고, 유다 벤허는 실존 인물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예수 이야기와 등장하며 실존 인물인가 싶어지기도 한다.


<벤허>를 통해 당시 로마시대의 시대상을 보는 것도, 주인공 유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예수의 탄생과 죽음의 이야기도 사실적으로 상세히 묘사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유다 벤허의 삶을 통해 예수의 삶의 통해 신앙이란 무엇인지, 신념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종교가 있어 신앙적 삶을 살든, 종교가 없더라도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 쉬워보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예수 탄생 후 2천년이 지났으니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온세상에 뿌리내렸을 만도 한데 배제와 차별이 일상화되고 있으니 역설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듯 하다.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명쾌한 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신념이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오랜 세월 노역하다 보니 이 불쌍한 사람들은 인내심만 강할 뿐
생기를 잃고 고분고분해졌다.
야수처럼 근육만 발달하고 지성은 고갈되어
대개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추억에 의지하여 살아가다가
고통이 습관이 되고 정신은 인내심만 남는 혼미한 의식 상태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210
)


하나님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드셨다.’(323)


제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다 갖추진 못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지.
그것은 바로 내가 목적한 대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사람들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충실히 애쓰게 만드는 능력이란다.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에
수백, 수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단다.(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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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할 것 - 남다른 성공을 만드는 ‘내성적인 사람들’의 경쟁력
탄윈페이 지음, 하은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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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할 것, 탄윈페이 지음, 하은지 옮김, 국일미디어, 2020.


<당신이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할 것>남다른 성공을 만드는 내성적인 사람들의 경쟁력이라는 부제와 같이 내성적인 사람이 버리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외향적인 성격을 숭상하는 분위기로 인해서 내향적인 사람들이 이상한 취급을 받고 있고,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외향적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과거 가부장적 체제 속에서 가치관이 무시된 여성들처럼내향적인 사람들의 가치관이 무시되고 있다고 한다.


베스트셀러 <콰이어트>의 저자 수전 케인이 분석한 것처럼
이 사회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일종의 루저처럼 취급당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마치 가부장적 체제 속에서 가치관이 무시된 여성들처럼 살아가며
심지어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한다.(21)


이에 저자 탄윈페이는 응용심리학을 전공하고 여러 기업에서 심리상담가로 활동하며 내향적인 성격의 강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향적인 성격은 고치는 것이 아니라, ‘틀에 박히지 않은 남다른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이 책을 펴냈다고 한다.


효과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힘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성공적인 경험이 계속 쌓여야 한다.
그러면 생각이 바뀌고 자신감이 생긴다.
둘째, 두려움을 느끼는 영역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35)


우리는 이제 내향적인 사람들을 새롭게 바라보아야 한다.
주변의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변화를 요구하며 억압해서는 안 되며,
자신이 내향적인 사람이라면 그 성격 때문에
너무 긴장하거나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
내향적인 성격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장점을 흡수한다면
더욱 멋진 인생을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64)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독특한 경험을 지녔다.
그래서 이 세상이 이토록 변화무쌍한 것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우리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게 되고
더 나은 스스로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로써 보다 더 충실한 인생을 살아낼 수 있는 것이다.
무작정 다른 사람을 좇는 인생이 아닌
온전한 나로 사는 인생을 위해 노력해보자.(91)


이 책을 읽으면서 가부장적 사회에서 가부장은 그 소속 가족의 고통을 모르듯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쥐고  살아가는 사람은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과 고통을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향적인 성격인 나는 살아가면서 외향적인 성격으로 인해 불편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기득권적 특권을 누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내성적인 사람들이 갖는 어려움이나 고통은 인지하지 못했다. <당신이 절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을 통해 인지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저자는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남다른 성공을 거둔 사람들, 아인슈타인,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주성치, 제갈량 등을 소개하며 내성적 성격은 버릴 것이 아니라 계발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내성적인 사람들도 스스로를 옥죄이지 말고 내성적인 성격을 장점 삼아 변화되어야 하지만, 외향적인 사람들의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기득권이 변하지 않는데 약자더러 강해져서 기득권과 같은 힘을 가지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이지 않을까 싶다. 외향적, 내성적이라는 이분법적 구분보다는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한 가치관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내성적 성격의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것 같고,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에게는 나의 외향적인 성격으로 인해 내성적인 나의 친구들이 고통받고 있을 수도 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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