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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허 (완역판) - 그리스도 이야기 ㅣ 현대지성 클래식 10
루 월리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8월
평점 :
『벤허』, 루 월리스 지음, 서미석 옮김, 현대지성, 2016.
<벤허>의
이야기는 기원년에서 시작하고, 주인공 유다 벤허의 이야기와 함께 예수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유다 벤허를 통해 로마 지배하의 예루살렘을 조명하고 있다. ‘벤허’는 ‘허(HUR) 가문의
아들’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유다 벤허는 예루살렘의 귀족으로
부족한 것 없이 생활하던 어느 날, 신임 총독의 거리 행진 때 실수로 기왓장을 떨어뜨려 맞추게 된다. 친구 메살라의 배신이 더해지며 이윽고 전 재산을 몰수당하고 어머니와 여동생은 어디론가 끌려가고, 유다는 갤리선 종신 노예형이 처해진다.
갤리선의 노잡이 노예로 전투에 참여하게 되고, 적선에 의해 배가
침몰된 상황에서 간신히 목숨을 구한 벤허는 바다에서 사령관 아리우스를 구하게 된다. 이로 인해 아리우스의
양아들이 된 유다 벤허. 귀족에서 노예로, 그리고 다시 귀족이
된 유다는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어머니와 여동생을 찾고자 하는 마음과 배신한 친구 메살라에 대한
복수로 전차경주 대회에 나가게 된다.
영화 <벤허>의
명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전차경주 장면이었다. 빠르게 달리는 전차경주와 반칙을 일삼는 메살라와
대결하는 유다를 보면서 손에 땀을 쥐며 봤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원작 <벤허>의 전차장면은 짧게 등장하여,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전차경주가 끝났다고 하여 <벤허>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어머니와 여동생을 찾아가는 여정과 골고다로
향하는 길에서 예수와의 재회 등 이야기는 계속된다. <벤허>는
소설이고, 유다 벤허는 실존 인물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예수
이야기와 등장하며 실존 인물인가 싶어지기도 한다.
<벤허>를
통해 당시 로마시대의 시대상을 보는 것도, 주인공 유다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예수의 탄생과 죽음의 이야기도 사실적으로 상세히 묘사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유다 벤허의 삶을 통해 예수의 삶의 통해 신앙이란 무엇인지, 신념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종교가 있어 신앙적 삶을 살든, 종교가 없더라도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삶. 쉬워보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예수 탄생 후 2천년이 지났으니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이 온세상에 뿌리내렸을 만도 한데
배제와 차별이 일상화되고 있으니 역설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듯 하다.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명쾌한 답을 찾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신념이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오랜 세월 노역하다 보니 이 불쌍한 사람들은 인내심만 강할 뿐
생기를 잃고 고분고분해졌다.
야수처럼 근육만 발달하고 지성은 고갈되어
대개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추억에 의지하여 살아가다가
고통이 습관이 되고 정신은 인내심만 남는 혼미한 의식 상태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210쪽)
‘하나님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를 만드셨다.’(323쪽)
“제아무리 위대한 사람이라도 다 갖추진 못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지.
그것은 바로 내가 목적한 대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사람들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충실히 애쓰게 만드는 능력이란다.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 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에
수백, 수천 사람의 몫을 할 수 있단다.(3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