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온도 - 얼어붙은 일상을 깨우는 매혹적인 일침
이덕무 지음, 한정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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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온도, 이덕무 지음, 한정주 옮김, 다산초당, 2020.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한시를 접할 기회가 없었다. ‘한시는 어렵다는 생각에 근처에도가지 않았다. 한자에 담긴 함축적인 내용들도 난해했지만, 중국 사서삼경 등에서 인용된 단어들로 인해 스스로 읽고 생각할 수 없었다. 선생님이 해석하는 데로 기계적으로 받아들일 뿐이었으니, 더더욱 한시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시의 온도>는 이덕무의 시를 엮고, 그의 시 세계를 해석한 책이다. 2년 전 <문장의 온도>를 통해 이덕무의 산문을 소개한 역사평론가 한정주가 이번엔 이덕무의 시를 소개하고자 펴낸 책이다.


이덕무는 박지원, 서상수, 유금,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등과 함께
백탑시사라는 시문학 동인을 맺어 시작활동을 했다.
백탑시사라고 이름 붙인 까닭은 이들이 백탑이라고 불린
원각사지10층석탑(현재 탑골공원 소재) 주변에 모여 살았기 때문이다.(39)


이덕무는 조선 영정조 시대를 살았던 북학파 실학자로 시와 산문에 능했으며, 당시 중국의 시를 모방하는 것에 반대하고 조선의 시와 산문을 쓰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월대보름의 풍속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시로 표현하기도 하고, 청계천의 풍경 등을 담고, 담장에 앉은 잠자리의 그림자를 보고 떠오른 생각과 느낌을 시로 짓기도 하는 등 일상을 소재로 시를 지었다고 한다.


가식이나 인위가 아닌 진정과 진심을
글쓰기의 동력이자 원천으로 삼으라는 얘기다.
자신의 감정, 마음, , 기운, 생각을 가식적으로 꾸미거나
인위적으로 다듬지 않고 진실하고 솔직하게 드러내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이덕무가 추구한 시의 미학이다.(75)


이덕무의 시와 산문은 모두 진솔한 글쓰기라는 한뿌리에서 나온 다른 가지였다.
진솔한 글쓰기는 오직 감정, 생각, 기운, , 정신을 드러낼 뿐
형식과 문체에 얽매이거나 구속당하지 않는다는 이덕무의 메시지에 잘 담겨 있다.(101)


이덕무는 평생을 청빈하게 살았다고 한다. 가난하고 굶주린 삶이었지만 그의 시에서는 이러한 가난과 굶주림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친구 유득공과 오랫동안 굶주린 끝에 <맹자><춘추좌씨전>을 팔아 밥과 술을 먹었다는 이야기는 애잔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가난한 삶을 비관하지 않고 맹자가 손수 밥을 지어서 내게 먹이고, 좌구명(춘추좌씨전 저자)이 친히 술을 따라서 권해주었다라고 이야기하며,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 책을 읽는 것보다 책을 팔아 한때나마 굶주림과 술 허기를 달래는 것이 더 솔직하고 거짓 없는 행동임을 깨달았다’(117)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가난한 삶 속에서 쓴 글들에 가난함이 묻어 있지 않고, 때로는 어린아이의 천진함이 느껴져서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자신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가식없이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이덕무의 글쓰기 원칙이 더욱 돋보였다.


재물을 얻기 위해서든, 권력을 얻기 위해서든,
명예를 얻기 위해서든, 출세를 하기 위해서든
혹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든 목적이 있게 되면
인위와 가식이 섞이게 마련이다.(37)


야인이란 곧 꾸밈없고 순박하며 가식이나 거짓이 없는 자연인이다.
뇌인은 굶주림이나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세속적인 기준이나 세상 사람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자유인이다.
야인과 뇌인 곧 자연인자유인이야말로 이덕무와 백동수가 추구한
참된 삶과 진짜 글의 기준이었다.(234)


주변의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에서는 신념을 지키며 사는 삶이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사는 것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또한 꿀벌이 꿀을 모을 때, 꽃을 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편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일침으로 다가왔다. 200여 년이 지난 문장들이지만 여전히 울림이 크다.


큰 계책 억지로 이루기 어려워
차라리 철저히 진실 닦으려네
깨끗한 이름 예전 그대로 나인데
헐뜯고 욕하는 사람 누구인가
비방과 조롱 경박한 습관이니
담박한 정신 괴롭힐 뿐이네
세상 풍문 두 귀에 스치지만
갈수록 고고한 하늘만 믿을 뿐.
(98
)


꿀벌은 꿀을 만들 때 꽃을 가리지 않는 법입니다.
만약 꿀벌이 꽃을 가린다면 꿀을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시를 짓는 것 역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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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울대 글쓰기 특강'
박주용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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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박주용 지음, 쌤앤파커스, 2020.


나는 생각을 말로 전하는 것보다 글로 전하는 것이 휠씬 어렵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전할 때 보통 말로 때우려 한다. 하지만 꼭 글로 정리해달라고 요구 받을 때가 많다. 특히 직장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문서로 정리되길 요구 받는다. 업무 경과 등은 말로 때울 수 있어도,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기획서는 절대 말로 때워지지 않는다.


보고날짜는 다가오는데 글에 설득력은 없고, 정리가 안될 때마다 없는 글쓰기 실력을 탓하며 자책하곤 한다. 급하게 책 몇 권 읽는다고 글쓰기 고수가 되지 않으니 갑갑함만 커진다. 결국은 여기저기 빨간 줄과 함께 신랄하게 깨지고 나면 그럭저럭 보고가 마무리된다. 이렇게 깨져서 글쓰기 실력이 늘면 좋기라도 하겠건만, 늘 깨지는 건 내 마음이고, 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부어 넣은 술값이었다. ‘더럽고 치사해서평상시 꼭 글쓰기 실력을 쌓고자 다짐하지만, 또다시 떨어진 시급한 일들에 밀려나고, 이 모든 상황이 쳇바퀴 돌 듯 반복된다.


이러한 가운데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울대 글쓰기 특강이라는 부제의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는 더 이상 깨진 마음에 술을 붓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7년간 글쓰기와 토론을 중심으로 한 수업을 진행하면서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특히 학문적으로 혹은 읽고 배운 것을 논리적인 글로 풀어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주고자’(저자 서문)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글쓰기는 배운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효과적인 평가 도구이기도 하다.
교육과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또 그지식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이 글쓰기이다.(19~20)


논리적 글쓰기가 추구하는 바는 기본적으로 발전이다.
이 발전은 간혹 혁명적일 때도 있지만 대개는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이런 점진적 변화는,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기는 했지만,
온고지신이나 청출어람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47~48)


글쓰기 능력은 점진적으로 발달하는데,
인지 심리학자인 로날드 켈로그는 이를 세 단계로 나누었다.
아는 지식을 서술하는 초심자 단계에서 시작하여
자기중심적으로 지식을 변형시키는 중급 단계를 거쳐
독자의 수준에 맞게 지식을 만들어내는 고급 단계로 발전하다는 것이다.(225)


이 책은 글을 쓰는 흐름대로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글을 써야하는 이유(1)와 논리적 글쓰기를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 조건(2)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자료를 수집하고 요약 정리하는 방법(3)과 주장이 담긴 글을 쓰고(4), 독창적인 주장을 만드는 법(5)에 대해 소개한다. 초고(6)와 퇴고(7), 그리고 평가하기(8)까지의 글쓰기 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글쓰기 실용서를 표방한 만큼 글쓰기 이론을 설명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글쓰기 트레이닝페이지와 제시문을 통해 독자가 직접 글쓰기 과정을 실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자신이 쓴 글을 평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있어서, 평가 기준에 맞춰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글쓰기 습관을 위한 의도적 연습
첫째,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글쓰기를 반복한다.(
)
둘째, 한 번에 많이 쓰는 대신 가능하면 매일 같은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쓴다.()
셋째, 주장이 담긴 논리적 글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쓸 때 더 성과가 좋다.()
넷째,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잘 쓰려면, 객관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텍스트보다는
글쓴이의 주장이 담겨 있는 글을 읽은 다음 그 주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
)
다섯째, 자신이 쓰는 글의 내용을 누군가에게 말해보는 것이다.()
여섯째, 누군가가 자신이 쓴 글에 대해 피드백을 요청하면
그 요청을 최대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35~40)


추상화 과정은 통상 유추를 통해 발견된 비슷한 사례로부터 공통점을 추출할 때()
세분화는 암묵적인 가정을 의심하거나 외형상의 유사성을 극복하면서 제기된다.(72)


좋은 글의 특징
첫째, 제목이 중요하다. 진부한 것보다는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눈길을 끌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제목에서 이어지는 도입부에 흥미로운 이야기나 도전적인 질문,
혹은 예리한 분석 등을 제시하여 독자의 관심을 끌고 유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가능하면 글쓴이만이 알고 있는 개인적 일화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
넷째,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사례를 제시하지 못하는 거은 어쩌면 글쓴이 자신도 그 추상적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일 수 있다.(74~75)


좋은 요약문
1.
원 글의 일부를 그대로 옮긴 글이 아니면서,
2.
원 글의 핵심 주장이 포함되어 있고,
3.
원저자가 동의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83)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글을 쓰고 나서 각 문장의 주어와 술어의 호응을
최소한 두세 번 정도는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이 담긴
단문으로 쓰는 습관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111)


피동형 문장은 영어의 수동태를 우리말로 직역할 때 생기는데,
동사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운 우리 문장이 아니다.(113)


직역투 문장은 일본어나 영어 표현을 그대로 직역한 문장을 가리킨다.()
이들을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표현하려면 전형적인 번역투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114)


짧은 문장을 쓰기 위한 노력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데,
그 방법은 두 줄이 넘는 문장
혹은 단숨에 소리 내어 읽을 수 없는 문장을 찾아 바꾸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검토에 추가하여
동사가 능동태인지를 점검하고,
핵심 주장을 펼칠 경우 주어를 명확하게 표현하며,
빼도 될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고
명사형 혹은 관용형 표현을 줄이는 연습이 필요하다.(116~117)


자신의 현재 이해 수준에서 입장을 정하고
그 입장에 맞는 주장을 펼쳐야 한다.
그러다 보면 틀릴 수밖에 없지만,
틀린 부분을 보완하면서 제대로 배울 수 있다.
따라서 틀리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더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특히 배우는 학생들이라면 다른 사람이 펼친 주장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자신의 입장을 과감하게 드러내야 한다.(161)


주어와 술어를 확인하고 이들이 일치하는지를 점검하자.
술어에는 목적어 또는 부사가 포함된다.
중문이나 복문의 경우 시제가 일치하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
한 문장 내에서도 더 간결하게 표현하라.
불필요하게 중복된 표현을 찾아 제거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
명사 뒤에 붙은 이나 ’, 복수를 나타내는 ’,
하는 것등은 가능하면 없애라.(243)


한 권의 책으로 글쓰기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권의 책을 통해 잘 쓰는 방법을얻고, ‘어렵고 지난하다는 글쓰기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글로 인해 마음과 지갑이 깨지지 않을 것이란 다짐도 새롭게 해본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잘 알지 못할 때
혹은 충분히 알지 못할 때 항상 생각을 감정으로 대체한다.”
-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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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당신을 위한 책
이경수 지음 / 다연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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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당신을 위한 책, 이경수 지음, 다연, 2020.


불과 몇 년 전까지 만 해도 새해를 맞이할 즈음이면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를 사서 일정과 신년 계획을 적어 놓고는 매일 가방에 넣고 다니며 자주 끄적거렸었다. 물론 신년 계획 대부분이 계획으로 그치고 다음해 다이어리에 또다시 등장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지만 말이다. 형식적으로 라도 해 오던 이 일이 해가 갈수록 줄더니 올해는 새해 다짐조차 적지 못했다.


하지만 적지 않았을 뿐 여전히 내 머리와 가슴 속에는 수많은 계획들이 산재되어 있다. 계획만큼 실천이 뒤따르지 못해 도움이 될 만한 책도 읽어봤지만 유의미한 결과가 나 올 만큼의 변화는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축적된 시간들이 조바심을 불러오는 요즘, <시작만 있고 끝이 없는 당신을 위한 책>은 변화를 갈망하던 내게 제목부터 눈에 확 띄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직후 결혼하여 10년을 전업주부로 지내다 30대 중반에 심리학과로 학사편입을 하고 심리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이경수 작가의 이력이 왠지 모를 희망을 주었고 그동안 많이 읽었던 자기계발서와 내용은 비슷하지만 책을 읽으며 누군가에게 위로와 격려를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성장 마인드세트를 가진 사람들은
노력의 과정을 성장 기회로 생각하기 때문에
결과보다는 과정에 좀 더 많은 의미를 둔다.
그렇기에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패를
자신을 성장시키는 좋은 기회로 여기고

오히려 도전정신과 의욕이 고취되는 특성을 보인다.(49)


지난 몇 년간 준비해 온 일이 있었다. 지난해까지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 노력해 왔던 시간과 노력이 모두 헛수고 같아 한동안 마음이 힘들었는데 결과보다는 과정에 좀 더 많은 의미를 둔다는 말에 마음이 놓였다. 실패를 반복하며 도전정신이 꺾였었는데 실패를 통해 성장했던 내가 보였고 다시 시도해 보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힘든 사건을 경험함으로써 받은 정신적 충격이
불안과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사건을 경험했다는 객관적 사실보다는
그 사건에 대해 주관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그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결정한다.(84)


성인이 된 이후에 어려움에 부딪히면 과거의 어두운 면에서 원인을 찾을 때가 많았는데 바뀌지 않을 객관적 사실에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켜 스스로를 억압했던 것 같다.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과거를 재구성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내 인생의 중요한 목표를 70퍼센트, 90퍼센트 이루어도
다른 사람들은 나를 축하해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내가 목표를 완전히 달성했을 때만 축하해준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에 대한 응원단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승자로서 축하해줌으로써
경기를 계속할 동력으로 삼는 것이다.(270)


목표를 70퍼센트 이루어도 축하해 주어야 한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앞으로 스스로를 축하할 일이 많아질 것 같아 괜히 설렌다.

소소하게 위로와 격려해 주는 문장들 외에도 이 책에는 제대로 시작해서 잘 끝낼 수 있는 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하고 있다. ‘나의 삶 점검하기부터 시작하여 step 1 가능성 믿기, step 2 과거 마무리하기, step 3 미래 디자인하기 step 4 의미와 동기 찾기, step 5 실행하고 점검하기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실제사례, 연구결과 등을 제시하고 있어 마음을 열고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고 싶은 몇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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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전에 한 번쯤은 심리학에 미쳐라 - 서른 이후 세상은 심리전이 난무하는 난장판이다
웨이슈잉 지음, 정유희 옮김 / 센시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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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전에 한 번쯤은 심리학에 미쳐라, 웨이슈잉 지음, 정유희 옮김, 센시오, 2020.


아홉이라는 나이는 참 미묘하다. 열 아홉살에는 빨리 스물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과 다르게 시간이 더디게만 흘렀다. 그러다 스물 아홉살에는 조만간 나이가 계란 한 판과 같아진다는 자조와 함께 뭐가 그리 아쉬웠는지 청춘의 좋은 시절을 다 보내는 것처럼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미친듯이 불렀다. 아이러니는 서른이 되고 나서는 더 이상 <서른 즈음에>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서른 아홉살이 되니 나이를 세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누군가 나이를 물으면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고 어림셈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이를 묻는 질문보다 출생연도를 묻는 질문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


<서른 전에 한 번쯤은 심리학에 미쳐라>의 저자 웨이슈잉이 서른 이후, 더 이상 순수한 세상은 없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순수하지 않은 세상에 물들어서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하다.


웨이슈잉은 순수하지 않은 세상에 이제 막 진입한 서른 무렵의 새내기들에게 심리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현명하고 효과적으로 지날 수 있도록 타인세상을 대하는 어른다운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세상에 뛰어들기 전에 먼저 나에 대해 바로 아는 것(챕터1)으로 시작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을 방법(챕터2)과 상대가 졌다는 사실을 모르게 이기는 기술(챕터3), 그리고 이 세상을 슬기롭게 대처하는 전략(챕터4)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제시된 심리이론과 사례들은 꼭 서른 무렵 뿐만 아니라 정글 같은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 세상을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이고,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는 말들이 떠오르게 한다. <서른 전에 한 번쯤은 심리학에 미쳐라>을 통해 다른 이들이 정의하는 성공에 이르는 길에 대해서는 이야기해주지 않겠지만, 내 스스로 정의한 성공에 이르는 길의 방향은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열등감이 심한 사람은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을 타인에 두고,
타인과 비교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간다.
미국의 사회학자 쿨리는 이렇게 형성된 사회적 자아를 가리켜
거울 속에 비친 자아라고 표현했다.
사회와 관계,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자아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16)


열등감이 심한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비판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것이다.
정당한 비판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들이 가볍게 던지는 농담조차 왜곡해서 받아들이곤 한다.(18)


과시욕은 열등감과 아주 가깝다.
누군가의 칭찬을 갈망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타인의 잣대에 맡겨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지면 자존감마저 희미해진다.(27)


열등감의 뚜렷한 한 가지 특징은,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외적 요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뛰어난 인격에 열등감을 느끼는 경우는 흔치 않다.(27)


어쩌면 세상이 당신을 몰라주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세상을 너무 모르는 것이리라.
세상은 어제의 나에 연연하며 거기서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작은 보폭일지언정 꾸준히 걸음을 옮기고,
자신의 궤적에 의미를 더하는 사람을 세상은 신기하게 알아본다.(39)


인질들이 인질범에게 동화되는 현상인 스톡홀름 증후군과는 반대되는()
리마 증후군’() ‘인질범이 인질들에게 심적으로 동화되는 심리 현상()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것이 타인의 생사여탈권을 쥔 강력한 인물이
다수의 사람을 제 편으로 끌어당기는 현상이라면,
리마 증후군은 반대로 다수의 인물이 보이는 어떤 행당 양식에 따라
소수의 사람이 온순하게 변화하는 현상이다.(57)


일본 마쓰시타전기(현 파나소닉)를 창립한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계약을 체결할 때 늘 지키는 철칙이 한 가지 있었다.
내 입장에서 시간을 질질 끄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 서서 협상 시간을 최대한 단축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협상의 효율을 최고로 높일 수 있다고 고노스케는 생각했다.(60)


실력이 있으면서도 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강자의 면모다.
그와는 반대로 실력이 없으면서 젠체하는 것은 허세일 뿐이며
결국에는 본모습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91)


누구에게나, 언제나 좋은 사람이 되기가 힘들고,
사실 될 필요도 없다.
인맥 관리라는 명분으로 매번 사람들에게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면,
그저 하나의 일처럼 느껴진다면 이제 그만두어도 좋다.
대신 적절한 때에 내가 기꺼이 줄 수 있는 도움을
건네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101)


베버의 법칙()
외부에서 가해지는 어떤 자극의 변화를 느끼기 위해서는
처음 가해진 자극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자극을 받아야 한다’(110)


사실상 인생에서 경험하는 모든 성공과 실패는 본질상 과거의 일이다.
따라서 현재와 미래에는 직접적인 의미가 없다.
성공을 경험한 사람과 실패를 겪은 사람의 출발선이
크게 달라보일지 모르지만,
과거를 덜어내고 보면 모두 동일한 출발선에 서 있다.
미래의 어느 순간 당신은 타인을 앞설 수도 있고,
그의 뒤를 쫓을 수도 있다.
그 결과는 이 순간과 저 순간 사이의 시간에 달려 있다.(186~187)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종종 모욕의 순간을 경험한다.
그럴 경우 똑같이 되갚아주고 싶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때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은
타인의 품위가 아닌 나 자신의 품위
나도 타인의 품위에 흠집을 내고 끌어내려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나의 품위를 지키는 것조차 쉽지 않아진다.(205)


2등이 성공을 거두기 위한 전략
첫째, 경쟁사의 예기가 꺾이기를 기다린다.
둘째, 시장의 흐름을 살피고 기회를 잡는다.
셋째, 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얻는다.(219~220)


중국의 금언 중
고생은 어찌어찌 감당하면 지나간다.
정작 문제는 평온이 찾아온 후 생겨난다.’(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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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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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 세대, 낀 세대, 신세대 3세대 전쟁과 평화, 김성회 지음, 쌤앤파커스, 2020.


고도 성장기를 지나 선진화된 사회는 성장이 멈추며 저성장이 장기화되는 뉴노멀 시대로 접어들었다. 현재 청년 세대는 인류의 역사에서 부모세대보다 자산이 적은 세대가 될 것이란 이야기가 회자되며,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전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또 작년 2월에는 ‘1970년대 중후반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은 평생 받을 임금이 부모 세대보다 적을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다.("1978년 이후 출생자들, 부모보다 소득 적은 첫 세대" .중앙일보) 자산 뿐만 아니라 소득에 있어서도 부모 세대보다 적다는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학업, 취업 등 경쟁이 심하지 않은 곳이 없고, ‘유리 천장으로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오는 세상도 아니다. 남들보다 특별해지기 위해 쌓은 스펙을 모두가 가지고 있으니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세상에 청년세대, MZ세대가 느끼는 불안은 공포가 가까울 것이다.


리처드 세넷 교수는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파괴>에서()
두려움이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불안이며,
불안이란 지속적인 위험을 강조하는 환경 속에서 생겨나며,
또 불안이란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아무런 가이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 증가한다.”(115)


이 책은 CEO리더십연구소 김성회 소장이 조직 내 다양한 계층을 인터뷰하여 얻은 사례와 경영학 이론을 접목해, 베이비부머 세대, X세대, MZ세대가 세대간 전쟁을 끝내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기술을 전하기 위해 펴냈다고 한다.


다양한 세대를 인터뷰한 결과인 만큼 각 세대의 생각과 태도를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 세대간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3세대가 갖는 생각과 태도들을 표로 정리하여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착각하지 말자. MZ세대가 선배세대를 꼰대라고 공격하거나 무시하는
역꼰대의 근본 원인은, ‘선명한 인생관때문이 아니라
불분명한 가치관때문이다.(15)


상시 불안, 예비 태세엔 2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하나는 사회 변동성으로 인한 미래 불확실성,
둘째는 부모의 기획형, 매니저형 교육방식 때문이다.
사회의 변동성이 커진 데다 저성장 시대의 찬바람이 몰아닥쳤다.
5
년 후, 아니 당장 1년 후도 모르겠는데,
조직에서 롱런하는 것이 무슨 의미겠는가?
그러니 충성심도, 인내심도 이전 선배들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123)


다만 이런 세대간의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부분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여기서 제시된 베이비부머 세대, X세대, MZ세대의 생각과 태도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다만 각 세대의 생각과 태도가 평균적으로 다르다는 것인데, 이런 평균은 다른 평균과의 비교에서는 유효하지만, 평균을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개인, 즉 선/후배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토드 로즈은 그의 책 <평균의 종말>(21세기북스)에서 집단의 평균 데이터를 각 개인에게적용하면 평균에 맞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사례를 들어 이야기했다. 미 공군 조종사 4,063명의 신체 치수를 바탕으로 조종석 설계상 가장 연관성이 높은 10개 항목의 신체치수로 평균적 조종사값을 구했다고 한다. 그리고 각 평균갑과의 편차를 30% 이내로 넓게 잡아, 4,603명 중 몇 명이 평균적 조종사와 일치하는지 조사했다고 한다. 조사결과는 0. 그래서 10개 항목 중 3개 항목만 골라서 다시 비교했지만, 평균치에 드는 조종사는 3.5%도 안됐다고 한다. 집단의 평균은 다른 집단의 평균과 비교하는 것은 유효하지만, 집단의 평균을 개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세대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평균적 세대의 대처법으로는 내 옆의 개인에게 꼭 들어맞는 대처법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다름을 이해하고, 간극을 줄여 원만히 지내기 위해서는 평균적인 세대로써가 아니라 개인으로 바라보고 그에 맞는 대처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제시된 통계가 이상하다. 아니 해석이 이상하다.


직급별로는 대리급이 84.4%로 잡무 처리 비중이 가장 높고,
부장급 이상은 전체 응답군을 통틀어 가장 낮았다(64.6%).
직급에 따른 잡무 양극화 현상이라 할 만하다.(151)


대리급 10명 중 8~9명이 잡무를 처리하고, 부장급 이상은 10명 중 6~7명이 잡무를 처리한다는 통계인데, 그 차이는 10명 중 2명 남짓인데 양극화라니, 이상하다. 가장 낮은 비율이 64.6%면 모두가 잡무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2명의 차이가 극과 극은 아닌 것 같다. 통계의 오류가 아니라면 과한 해석인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는 베이비부머 세대다.
교육이 신분상승의 강력한 경로임을 경험한 이들 부모세대는
자녀들에게 온갖 종류의 맞춤형, 기획형 사교육을 시켰다.(124)


또한 3세대의 다른 생각을 잘 전달하면서도,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한 대처법이 각 세대별로 제시되지 않고 리더인 X세대가 변화를 받아들이고 MZ세대의 눈높이에 잘맞춰주고 가르쳐줘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회사 내에서 현재 X세대가 리더급이라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임원급이요 최고경영자급이다. 기업문화를 바꾸고자 한다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권한이 더 크다. 베이비부머 세대 저자가 MZ세대 자녀를 위해 X세대의 변화를 주문하는 듯 해 아쉽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세대에 대한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19세기에 만들어진 학교 제도에서 20세기 선생님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21세기 아이들이 제대로된 교육을 받을 수 있겠냐는 자조가 섞인 이야기인데, 21세기 아이들에게 맞게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19세기의 학교제도도 20세기의 선생님도 변화되어야 한다.



이를 3세대론에 적용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어느 한 세대의 변화로는 간극을 메울 수없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줄탁동시가 필요하다.


세대불통이 화통이 되려면 일반동조가 아닌 쌍방공조가 필요하다.
어미닭과 병아리가 함께 쪼아 알을 깨는 줄탁동시 소통이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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