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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울대 글쓰기 특강'
박주용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3월
평점 :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 박주용 지음, 쌤앤파커스, 2020.
나는 생각을 말로 전하는 것보다 글로 전하는 것이 휠씬 어렵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내 생각을 전할 때 보통 말로 때우려 한다. 하지만 꼭 글로 정리해달라고 요구 받을 때가
많다. 특히 직장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문서로 정리되길 요구 받는다.
업무 경과 등은 말로 때울 수 있어도, 새로운 것을 제안하는 기획서는 절대 말로 때워지지
않는다.
보고날짜는 다가오는데 글에 설득력은 없고, 정리가 안될 때마다
없는 글쓰기 실력을 탓하며 자책하곤 한다. 급하게 책 몇 권 읽는다고 글쓰기 고수가 되지 않으니 갑갑함만
커진다. 결국은 여기저기 빨간 줄과 함께 신랄하게 깨지고 나면 그럭저럭 보고가 마무리된다. 이렇게 깨져서 글쓰기 실력이 늘면 좋기라도 하겠건만, 늘 깨지는
건 내 마음이고, 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부어 넣은 술값이었다. ‘더럽고
치사해서’ 평상시 꼭 글쓰기 실력을 쌓고자 다짐하지만, 또다시
떨어진 시급한 일들에 밀려나고, 이 모든 상황이 쳇바퀴 돌 듯 반복된다.
이러한 가운데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울대 글쓰기 특강’이라는 부제의 <생각은 어떻게
글이 되는가>는 더 이상 ‘깨진 마음에 술을 붓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7년간 글쓰기와 토론을 중심으로
한 수업을 진행하면서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특히
학문적으로 혹은 읽고 배운 것을 논리적인 글로 풀어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주고자’(저자
서문)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글쓰기는 배운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효과적인 평가 도구이기도 하다.
교육과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또 그지식을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방법이 글쓰기이다.(19~20쪽)
논리적 글쓰기가 추구하는 바는 기본적으로 발전이다.
이 발전은 간혹 혁명적일 때도 있지만 대개는 점진적으로 일어난다.
이런 점진적 변화는,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기는 했지만,
‘온고지신’이나 ‘청출어람’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47~48쪽)
글쓰기 능력은 점진적으로 발달하는데,
인지 심리학자인 로날드 켈로그는 이를 세 단계로 나누었다.
아는 지식을 서술하는 초심자 단계에서 시작하여
자기중심적으로 지식을 변형시키는 중급 단계를 거쳐
독자의 수준에 맞게 지식을 만들어내는 고급 단계로 발전하다는 것이다.(225쪽)
이 책은 글을 쓰는 흐름대로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글을 써야하는 이유(1장)와
논리적 글쓰기를 위해 갖추어야 할 기본 조건(2장)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자료를 수집하고 요약 정리하는 방법(3장)과 주장이 담긴 글을 쓰고(4장),
독창적인 주장을 만드는 법(5장)에 대해 소개한다. 초고(6장)와 퇴고(7장), 그리고 평가하기(8장)까지의 글쓰기 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글쓰기 실용서를 표방한 만큼 글쓰기 이론을 설명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글쓰기 트레이닝’ 페이지와 제시문을 통해 독자가 직접 글쓰기 과정을 실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자신이 쓴 글을 평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도 있어서,
평가 기준에 맞춰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글쓰기 습관을 위한 ‘의도적 연습’
첫째,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글쓰기를 반복한다.(…)
둘째, 한 번에 많이 쓰는 대신
가능하면 매일 같은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쓴다.(…)
셋째, 주장이 담긴 논리적 글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쓸 때 더 성과가 좋다.(…)
넷째, 자신의 생각이 담긴 글을
잘 쓰려면, 객관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텍스트보다는
글쓴이의 주장이 담겨 있는 글을 읽은 다음 그 주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보는 것이 좋다.(…)
다섯째, 자신이 쓰는 글의 내용을
누군가에게 말해보는 것이다.(…)
여섯째, 누군가가 자신이 쓴 글에
대해 피드백을 요청하면
그 요청을 최대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35~40쪽)
추상화 과정은 통상 유추를 통해 발견된 비슷한 사례로부터 공통점을 추출할 때(…)
세분화는 암묵적인 가정을 의심하거나 외형상의 유사성을 극복하면서 제기된다.(72쪽)
좋은 글의 특징
첫째, 제목이 중요하다. 진부한 것보다는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눈길을 끌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제목에서 이어지는 도입부에 흥미로운 이야기나 도전적인 질문,
혹은 예리한 분석 등을 제시하여 독자의 관심을 끌고 유지시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가능하면 글쓴이만이 알고 있는 개인적 일화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넷째, 추상적인 개념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한다.
사례를 제시하지 못하는 거은 어쩌면 글쓴이 자신도 그 추상적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일 수 있다.(74~75쪽)
좋은 요약문
1. 원 글의 일부를 그대로 옮긴 글이 아니면서,
2. 원 글의 핵심 주장이 포함되어 있고,
3. 원저자가 동의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83쪽)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글을 쓰고 나서 각 문장의 주어와 술어의 호응을
최소한 두세 번 정도는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이 담긴
단문으로 쓰는 습관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111쪽)
피동형 문장은 영어의 수동태를 우리말로 직역할 때 생기는데,
동사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자연스러운 우리 문장이 아니다.(113쪽)
직역투 문장은 일본어나 영어 표현을 그대로 직역한 문장을 가리킨다.(…)
이들을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표현하려면 전형적인 번역투 패턴을 인식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114쪽)
짧은 문장을 쓰기 위한 노력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데,
그 방법은 두 줄이 넘는 문장
혹은 단숨에 소리 내어 읽을 수 없는 문장을 찾아 바꾸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검토에 추가하여
① 동사가 능동태인지를 점검하고,
② 핵심 주장을 펼칠 경우 주어를 명확하게 표현하며,
③ 빼도 될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고
④ 명사형 혹은 관용형 표현을 줄이는 연습이 필요하다.(116~117쪽)
자신의 현재 이해 수준에서 입장을 정하고
그 입장에 맞는 주장을 펼쳐야 한다.
그러다 보면 틀릴 수밖에 없지만,
틀린 부분을 보완하면서 제대로 배울 수 있다.
따라서 틀리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더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특히 배우는 학생들이라면 다른 사람이 펼친 주장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자신의 입장을 과감하게 드러내야 한다.(161쪽)
주어와 술어를 확인하고 이들이 일치하는지를 점검하자.
술어에는 목적어 또는 부사가 포함된다.
중문이나 복문의 경우 시제가 일치하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한 문장 내에서도 더 간결하게 표현하라.
불필요하게 중복된 표현을 찾아 제거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명사 뒤에 붙은 ‘적’이나 ‘의’, 복수를 나타내는
‘들’,
‘하는 것’ 등은 가능하면 없애라.(243쪽)
한
권의 책으로 글쓰기 고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 권의 책을 통해 잘 쓰는 방법을얻고, ‘어렵고 지난하다’는 글쓰기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글로 인해 마음과 지갑이 깨지지 않을 것이란 다짐도 새롭게 해본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잘 알지 못할 때
혹은 충분히 알지 못할 때 항상 생각을 감정으로 대체한다.”
- 영국의 시인 T.S. 엘리엇 (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