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실무 엑셀 데이터 활용 + 분석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시리즈
김경자.송선영 지음 / 한빛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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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엑셀 실무 데이터 활용+분석, 김경자,송선영 지음,  한빛미디어, 2019


 

회사업무 중에서 가장 많이 쓰는 OS는 단연 엑셀이다. 보고서 작성을 위해서는 워드나 파워포인트도 이용되지만, 데이터 작업, 차트, 표 작업을 위해서는 엑셀을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보고서도 엑셀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워드나 파워포인트로 옮겨서 보고서를 작성하기보다는 엑셀에서 보고서를 바로 작성하면 데이터 관리도 보고서 관리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릿속에 그린 보고서 양식을 엑셀로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쩔쩔맨 경험이 있다. 웬만한 상상은 엑셀로 구현되어 있을 만큼 많은 기능이 있지만, 그 기능을 다 알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지만, 알고 있는 기능도 늘 사용하는 기능만 사용하다 보니, 제대로 활용을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엑셀 함수 책도 사보고,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는 책도 사서 본다. 실무에 도움이 될 만한 기능이 있을지, 머릿속으로 그린 레이아웃을 실현할 수 있는 기능이 있을지 탐색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쓰지 않는 기능들은 점점 잊혀지고 매일 익숙한 기능에만 의존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뭔가 시간을 단축할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그걸 찾아서 하자니, 자주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익숙한데로 하다보니 점점 비효율적으로 수식만 복잡하고, 파일 용량만 무거워지곤 한다.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엑셀 실무 데이터 활용+분석의 저자 김경자, 송선영도 엑셀은 많이 아는 것보다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며, 기능을 많이 아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핵심적인 기능을 업무에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엑셀은 많이 아는 것보다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엑셀에서 관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양은 방대해지고 처리해야 할 업무의 양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며 작업하다 보면 그때그때 업무 처리에만 급급하여 익숙한 엑셀 기능만 사용하게 됩니다. 당장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매번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업무의 효율은 점점 더 떨어질 것입니다.
실무에서는 엑셀의 기능을 많이 아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엑셀 기능의 쓰임새를 정확히 익히고, 그 기능의 활용 방법을 습득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핵심적인 기능을 업무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작업 시간은 단축되고 업무 효율도 향상될 것입니다.
(
저자 서문 중에서
)


 

최근에 체류 재고 중 기부 임박 시점을 모니터링하고, 기부 결정이 나면 가장 효과적인 기부처와 매칭하기 위한 엑셀양식을 고민하고 있었다. 제조 품목도 많고, 수량도 많아 데이터가 방대하기 때문에 원하는 데이터를 찾기 위해서는 뭔가 효율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낀 시점에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엑셀 실무 데이터 활용+분석을 만났다.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엑셀 실무 데이터 활용+분석는 엑셀 데이터를 다루기 위한 핵심 기능을 소개하는 파트와 실제 데이터를 활용하고 분석하는 파트로 나뉘어 있다.


먼저 핵심기능 5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데이터 편집 및 서식 기능, 수식과 함수 기능, 차트 작성과 편집 기능 그리고 데이터 관리 기능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링크된 그림을 일괄 삭제하는 기능과 합계, 소계 등의 셀을 일괄 삭제하는 방법을 보면서, 그간 얼마나 헛된 노가다(?)를 한 것인지 헛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업무를 하면서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IFERROR 함수나 OFFSET 함수는 바로 적용할 분야가 많았다. 차트에서도 겹친 막대 차트 작성하는 방법이라든지, 오차 막대를 활용해서 이벤트 구간을 표시하는 방법도 정말 유용한 기능이었다.


 

그리고 데이터 활용, 분석 부분도 정말 실무 업무를 하면서 한번쯤 고민했던 부분을 자세히 짚어주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외부 데이터로 분석을 하려고 하면 양식이 제각각이고, 빈셀도 많고, 숫자/텍스트 구분이 모호해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가공을 해야했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간보다 가공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려서, 외부 데이터를 활용하기가 꺼려졌었다.


 

수식 등 여러 기능을 활용해서 데이터를 가공하면 오류 가능성도 줄고, 가공을 위한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통의 컴퓨터 활요서는 초반에는 내용이 충실하다가도 마지막에 가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으로 채워지거나, 초반의 충실함에 비해 다소 부족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엑셀 실무 데이터 활용+분석는 마지막 챕터까지 유용한 기능으로 채워져 있었다. ‘선택한 데이터가 표시되는 세로 막대 차트와 도넛 차트로 보고서 작성하기는 꼭 실무에서 활용하고 싶은 기능이었다. 세로막대 차트와 도넛 차트를 동시에 표시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연도별 실적과 해당 연도의 세부 실적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하고, 연도만 바꾸면 해당 연도를 하이라이트 표시할 수 있어 시각적으로 완성도가 높아보였다.


 



엑셀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며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면 회사에서 바로 통하는 엑셀 실무 데이터 활용+분석으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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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는 여행
정혜윤 지음 / 북노마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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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는 여행, 정혜윤 지음,  북노마드, 2019

 


기업의 오너가 아닌 이상은 반드시 회사를 떠나야 하는 날이 온다. 떠밀려 나가게 되든, 제 발로 나가든. 기업에 종신토록 고용이 보장된 사람은 오너 일가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떠밀려 나가게 되는 사람들은 그날이 오기 전까지 본인이 떠밀려 나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은 알지만, 나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전까지는 남의 일처럼 의식하지 못하고 살다가, 어느 덧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면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후회만 남기게 되는 것처럼, 회사생활도 끝이 있음을 알게 되어도, 퇴사 후, 혹은 은퇴 후의 준비가 만만치 않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이직이나 퇴직, 전직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정년 퇴직 후 편안한 노후를 위한 인생 2모작을 준비하라는 내용도 있고, 취직을 위해 노력한 만큼 이직을 위해서도 노력을 해야 한다는 책도 있다. ‘직장 생활이 체질이 아니라떠나는 사람의 이야기도 있고, 창업을 위해 떠난 사람의 이야기도 있다.


 

퇴사는 여행. 제목이 신선했다. 퇴사를 여행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실제로 퇴사 후 여행을 실천하는 모습에 부럽기까지 했다. 가진 것이 많으면 잃을 게 많아 두려움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나는 가진 것도 많지 않으면서, 두려움만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혹은 다른 이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길을 찾아가는 여행자다.(P24)


 

시작하는 데 누군가의 허락이 필요가 없다()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하면 된다. 무엇이든 시작할 권리는
남이 아닌 나 자신에게 있다.(P157)


 

퇴사는 여행은 저자가 직장생활을 하며 겪은 이야기와 퇴사를 하고 여행을 하며 쓴 여행이야기로 구성되었다. 직장 생활과 여행하며 겪은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마치 저자의 일기를 들춰보는 듯 했다. 여행기를 읽을 때는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을 만큼 잘 표현되어 있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면 퇴사는 여행으로 사전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 싶다.


 

퇴사 전 자신에게 물어보면 좋은 질문 두 가지
첫째, “내가 기여할 것이 있는가?”
둘째, “내가 얻을 것이 있는가?”(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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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을유사상고전
묵자 지음, 최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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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자, 묵자 지음, 최환 옮김, 을유문화사, 2019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한 공자, 맹자, 순자, 노자 등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묵자는 생소했다. 그러나 한비자 <현학>에서 세상에서 잘 알려진 학파는 유가와 묵가다. 유가의 시조는 공구이며, 묵가의 시조는 묵적이다라고 이야기 하며, 당시에는 유가와 묵가가 널리 퍼졌다고 한다.


묵학은 일찍이 선진 시기 현학중의 하나였는데, 당시에는 묵학에 대한 언론이 천하에 가득하였다”. 이를테면 한비자 <혆현학>에서 세상에 잘 알려진 학파는 유가와 묵가이다. 유가의 시조는 공구이며 묵가의 시조는 묵적이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것이다. 묵가 학설은 당시에 광범위하고 깊은 영향을 끼쳤으나, 그 후에 날로 쇠락하였는데, 그 원인은 우선 묵가 사상과 통치 계급과의 이익 충돌이 갈수록 심해졌기 때문이다.(P1211)


을유문화사의 묵자는 1200페이지로 두께부터 만만치 않았다. 과연 끝까지 읽는다는 것이 가능할지 자신이 없었다.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우선 묵자에 대해 생소하여 1203페이지에 실린 해제부터 읽었다.


해제는 묵자라는 사람과 묵자라는 책으로 구분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묵자라는 사람은 성명은 묵적이고, 공자와 맹자의 사이의 시대를 살았으며, 노동자 계층에서 태어났고, 노동 계급의 장인 출신이라고 추정된다고 한다


여씨춘추 <박지>에서는 공구와 묵적을 병렬하여 묘사하였는데, 공구의 성이 공이고, 이름이 구라는 사실로 볼 때 묵적도 당연히 성이 묵이고 이름이 적임을 알 수 있다.(P1203~1204)


우리는 묵자와 공•맹의 관계로부터 비교적 정확한 생졸년의 범위를 얻을 수 있다. 공자는 살았을 때 묵적을 언급한 적이 없었는데, 이로부터 묵적의 활동 연대가 공자의 뒤임을 확정할 수 있다. 이 밖에 우리는 묵자 안에서 맹자를 언급한 적이 없었음을 알 수 있는데, 맹자가 일찍이 사방을 주유할 때 묵적의 학설을 대단히 격렬히 공격한 적이 있었으나, 묵적은 오히려 그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로부터 묵적의 활동 연대가 맹자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묵적은 공자(기원전 551~기원전 479) 뒤에 태어나 맹자(기원전 372~기원전 289) 출생 전에 죽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P1206)


적지 않은 학자는 묵자가 노동자 계층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묵적은 노동 계급의 장인 출신으로 학습과 실천을 통해 스스로 일가의 학문을 만들어 겸애비공등의 사상을 주장하였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제자가 따르는 스승이 되었다.(P1207)


묵자라는 책은 총 71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현재는 53편만 남아있다고 한다. 53편의 내용은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한다.


1. <친사>, <수신>, <소염>, <법의>, <칠환>, <사과>, <삼변> : 묵자의 초기 사상이며 유가 학설에서 벗어난 후 얼마 되지 않는 시간에 내놓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2. <상현>, <상동>, <겸애>, <비공>, <절용>, <절장>, <천지>, <명귀>, <비악>, <비명>, <비유> : 묵가학파의 대표작으로 일반적으로 <비유>를 제외한 나머지 열 개의 이론을 묵자 십론이라고 한다.


3. <경 상>, <경 하>, <경설 상>, <경설 하>, <대취>, <소취> : <묵경> 혹은 <묵변>이라고 하며, 묵자가 창작한 변론학이나 후학들의 견해도 포함되었다고 한다.


4. <경주>, <귀의>, <공맹>, <노문>, <공수> : 묵자의 언행을 기록한 것으로 묵자언행록으로 간주하여 읽어도 무방하다고 한다.


5. <비성문>, <비고림>, <비제>, <비수>, <비돌>, <비혈>, <비아부>, <영적사>, <기치>, <호령>, <잡수> : 침략적인 불의의 전쟁을 반대한 묵자가 전하는 11편의 방어 전법서이다.


춘추전국시대, 전쟁이 일상인 시대에 묵자는 전쟁을 반대한 평화주의자였다고 한다. 그는 비열한 침략전쟁에 반대하고, 방어전략의 병법 11편을 남겼다. <비성문>, <비고림>, <비제>, <비수>. <비돌>, <비혈>, <비아부>, <영적사>, <기치>, <호령>, <잡수>이다. <비성문>은 일종의 수성전에 대한 병법서로, 적이 쳐들어 왔을 때 어떻게 성을 지킬 것인지 매우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비고림>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공격하는 것을 막는 방법인데, 이 또한 매우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하나하나 준비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너무 꼼꼼히 적혀 있어 이대로만 한다면 지키지 못할 이유도 없어 보였다.


묵자는 정의로움상현’, , 현명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을 숭상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현명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을 신분보다는 능력 위주로 우대하여 뽑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는 겸애사상을 주장한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전쟁을 반대하는 비공으로 연결되는 듯하다.


정의로움à 현명하고 재능 있는 사람들을 숭상하는 상현à 운명론을 반대하는 비명à 서로 사랑하는 겸애à 전쟁을 반대하는 비공à 불필요한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절검’, ‘절장à 유가를 반대하는 비유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묵자가 유가를 비판한 이유는 첫째, 상례, 혼례 상의 친소존비차별, 둘째, 완고하게 운명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 셋째, 번거로운 예약, 넷째, 옛것을 중시해야 어질다고 주장하는 것. 다섯째, 처세의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유가들은 친척을 사랑하는 데도 차등이 있고, 현명한 사람을 존중하는 데도 등급이 있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친하고 먼 사람과 높고 낮은 사람의 다름을 말하는 것이다.()
만약 친하고 먼 관계로써 상을 입는 기간을 정하면 친한 사람에게는 기간을 길게 하고 먼 사람에게는 기간을 짧게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아내와 적자의 복상 기간을 부모와 같이 하였다. 만약 높고 낮은 관계로써 기간을 정하면 그들은 아내와 아들을 부모와 같이 높이면서 백부와 종족 내의 형들은 서자와 같이 보았으니 상리를 위배함이 이보다 크겠는가(P607~608)


또한 완고하게 운명이 있다고 주장하는 의론은 이렇게 말한다.
장수와 단명, 빈공과 부귀, 안전과 위험, 다스려짐과 어지러움은 본래 천명에 달려 있어 줄이거나 늘일 수 없다. 궁생과 통달, 상과 벌, 행복과 불행은 이미 정해져 있어 사람의 지혜나 힘으로는 바꿀 수가 없다.” 많은 관리가 이것을 믿게 되면 자신의 직분에 태만해질 것이며, 서민들이 이것을 믿으면 자신이 하는 일에 태만해질 것이다. 관리들이 부지런히 다스리지 않으면 어지러워 질 것이며, 서민들이 농사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가난해질 것이다. 가난해지고 어려워지는 것은 정치의 근본을 위배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가들은 그것을 주장하고 가르치고 있으니 이는 천하 사람들을 해치는 것이다.(P612~613)


당대에는 유가와 쌍벽을 이룬 묵가이지만, 역사는 유가의 승리(?)로 유교로써 대우를 받는 반면 묵가는 잊혀지고 지워졌다고 한다.


유가는 공자 뒤에 맹자나 순자 등 유명한 사상가들이 있었지만, 묵자 뒤에는 뛰어난 계승자가 없었다. 한나라 무제가 동중서의 제자백가를 물리치고 오로지 유가만을 존숭한다는 의론을 채택한 결과, 묵학을 천백 년 동안 침체의 늪에 빠지게 하였다.(P1211)


신분제 사회에서 신분은 이미 태어나면서 결정된 것으로 바꿀 수 없다는 운명론과 결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신분제 사회에서 묵자는 운명론을 반대하는 비명을 주장하였다는 것에 무척 놀랐다. 지배계급에서는 당연히 신분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통치하는데 편할 것임으로 묵자의 사상이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되었을 것 같다.


지금은 신분제 사회도 아니지만, 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금수저’, ‘흙수저라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기에 변형된 신분제 사회라고 할 수 있는데, 말로만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지만 딱히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2500년전 묵자의 주장이 더욱 가슴에 남는다.


옛날 왕공대인은 국가를 다스림에, 모두 국가가 부유해지고 인민이 많아지며 형법과 정무가 다스려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국가는 부유해지지 않고 가난해졌고 인민은 많아지지 않고 적어졌으며 형법과 정무는 다스려지지 않고 어지러워졌으니, 본래 바라는 것을 잃어버리고 싫어하는 것을 얻었는데,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묵자께서 말씀하셨다.

운명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민간에 많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운명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운명이 부유할 거라고 정해져 있으면 부유해지고,
운명이 가난할 거라고 정해져 있으면 가난해지며,
운명이 많아질 거라고 정해져 있으면 많아지고,
운명이 적어질 거라고 정해져 있으면 적어지며,
은명이 다스려질 거라고 정해져 있으면 다스려지고
운명이 어지러워질 거라고 정해져 있으면 어지러워지며,
운명이 장수할 거라고 정해져 있으면 장수하고,
운명이 요절할 거라고 정해져 있으면 요절한다.
비록 강한 힘이 있을지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

지금 천하의 관리들이 내심 진실로 천하의 이익을 일으키고 천하의 해를 제거하려고 한다면, 마땅히 운명이 있다고 주장하는 자들의 말은 강하게 반대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운명은 폭군들이 만든 것이며 궁한 사람들이 얘기한 것이지 어진 사람들의 말이 아니다. 지금 인의를 행하는 사람들이 살펴서 강하게 반대하지 않으면 안되는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P555~605)


묵자, 한번 읽는다고 묵자의 모든 사상을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두께에 눌리지 않고, 철학에 눌리지 않고 느리지만 나만의 속도로 완독하고자 목표했는데, 나름 속독을 하며 묵자의 겸애’, ‘비명’, ‘비공사상에는 많은 부분 공감이 되었다. 고전은 문맥보다는 행간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니, 앞으로 묵자도 행간을 읽어낼 수 있도록 반복해서 읽자고 다짐해본다. 여타 고전이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 쓰여졌다면 묵자는 사례와 함께 실천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비교적 쉽게 쓰여져 있는 부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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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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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2, 김진명 지음, 쌤앤파커스, 2019


다시 시작된 살인사건의 열쇠, 카레나 찾기. 그리고 등장한 세종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오리무중이 되는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끝은 있나? 싶었다.


추기경이 콘클라베를 포기한 이유가 카레나 때문인 것은 확실해 보여. 그녀로부터 코리의 군자가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거든. 당대 최고의 지성이었던 추기경이 교황의 지위는 물론 평생 신봉하던 스콜라 철학조차 버리고 말았으니. (P7)


기연이 가장 놀란 건 당대 최고의 지성이라는 쿠자누스가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그가 교황의 자리를 포기하고 자신의 철학마저 내던졌다는 인데르노 신부의 얘기는 너무도 낯설었다.(P12)


그리고 시간은 1400년 조선. 이 여정의 시공간은 무한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먼 과거도 멀게 느껴지지 않고, 먼 유럽도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책이라는 공간도 뛰어넘은 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자 중 만든 사람이 알려진 유일한 문자. 한글. 그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 현재도 법전과 판결문은 일반인이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의학용어의 대부분도 라틴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일반인들은 들어도 알 수 없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렇듯 현재에도 전문가의 영역은 그들만의 전문용어로 철옹성을 쌓아 일반인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과거 한자를 기반으로 권력을 독점했던 조선 양반 사회에서 온 백성이 알 수 있도록 쉬운 글자를 만든다는 것은 보통 쉬운일이 아니다. 몇십년전부터 법률용어를 순화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판결문은 법조인이 아니고서는 해석이 어렵다. 단어도 일제식 조어들이 많아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많다.


소수의 사대부와 그들이 형성한 양반이라는 상위층이 절대 다수의 백성을 억누르고 있는 구조에 세종은 눈을 떴다. 그들이 백성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수단이 글과 학문이라는 사실은 세종으로 하여금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세종은 밤이나 낮이나 백성을 걱정했고 백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지만, 그것은 기분과 감정에 따른 시혜일 뿐이지 백성을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근원적 방도가 아니었다.(P41)


세종과 함께 등장한 신미스님. 한글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만 배웠었다. 신미스님은 아무래도 낯선 이름이었다. 그래서 또 다시 시작된 검색.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975


조선왕조실록 등 각종 문헌에서 찾아낸 신미스님의 흔적은 박해진의 <훈민정음의 길>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너무 궁금하여 바로 구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1065407


불교의 본은 108가지 번뇌를 극복함이고,
사찰에에서는 부처의 마음이 온 천하에 퍼지기를 기원하며
아침에는 가섭부터 달마까지 28조사의 덕으로 중생을 구제하도록 28타의 종을 울리고,
저녁에는 모든 중생이 33천에 이르도록 33타의 종을 울리옵니다.”
그렇다면 새 글을 모두 28자로 하고, 해례본은 33장으로 하며,
나의 어지는 108자로 하겠소.”(P30~31)


금속활자를 만드는 주자사의 딸 은수와 세종의 만남. 한글 창제에 반대하는 대신들과명나라 환관에 의해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 베네딕토 수도회 선교사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는 은수. 은수의 삶을 통해 유사한 듯 다른 동서양 금속활자의 유사성, 동질성이 밝혀지고, 노교수의 상징살인 같은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도 밝혀진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현재에서 과거로, 조선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장면들은 영화 <인셉션>을 떠올리게 한다. 책을 덮는 순간 세낭크 수도원의 라벤더 향기와 함께 마치 한편의 꿈을 꾼 듯하며, 살인사건의 실체보다 한글과 인쇄술에 담긴 애민사상이 더욱 묵직하게 남았다.


소설 속 구텐베르크의 외침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다.


지금 우리는 부와 결탁한 권력의 희생양이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지만,
우리의 후손은 다릅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법전을 인쇄할 것입니다.
역사를 인쇄하고 철학을 인쇄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힘없고 가난해 무시당하고 착취당하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힘을 줄 것입니다.
저들은 내게서 기계와 인쇄물을 빼앗을 수 있지만
인류의 위대한 동행이라는 인쇄의 정신은 빼앗지 못합니다.(P221)


전 교수, 잘 있나? 어제 솔라이아 1987 빈티지 한 병 해치웠네. 흐흐, 늙으니 그저 와인이 최고야. 성모 마리아께는 좀 죄송한 말이지만.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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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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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지1, 김진명 지음, 쌤앤파커스, 2019


잘려진 귀, 피를 발린 듯 목에 난 네 개의 송곳니 자국, 등 뒤로부터 심장을 관통한 철창. 참혹한 사건 현장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게 전해져 전율하게 됨과 동시에 이 기괴한 흔적의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함을 풀어내고 싶다는 조바심에 책을 덮을 수 없었다.


종교의식 같은 흔적은 원한과 치정의 의한 살인도 아니고, 사이코패스의 연쇄살인이라기에는 너무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이기에 더욱 기이했다. 종말론을 믿는 사이비종교의 희생양이라고 하기에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살인을 접하면 그 잔혹함에 치를 떨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살인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고, 살인의 이유가 없이 그저 살인을 위해 살인을 한다면 사이코패스일 것이다. 그런데 이 직지의 살인사건은 그 둘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듯 보여 더욱 기이했다.


돈이든 원한이든 치정이든 살인의 동기와 상관없이 실제 살해수법은 서투르기 마련이었다. 운 좋게 단 한 번에 칼이 심장을 파고드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거개의 경우 피살자들은 서투른 칼질에 여러 번 찔리기 마련이었고, 따라서 찔린 부위는 난삽하고 시신에는 저항의 흔적이 남는 경우가 허다했다.(P17~18)


청부업자란 은밀하고 감정이 없으며 정체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남기지 않는 법인데, 귀를 베어낸 건 그렇다 치더라도 피를 빤 흔적을 남겼다는 건 프로페셔널 킬러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행위였다.(P18~19)


피해자는 퇴직한 서울대 라틴어 교수. 퇴직 후 거의 서재에서 나오는 일이 드문 평범한 노교수. 원한이나 치정에 얽혀 있지 않은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미스터리한 사건.


계획된 살인은 원한이나 복수나 치정 셋 중 하나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이 사람은 그 어느 것과도 쉽사리 연결되지 않는 것이었다. 나이로 보아 보복을 부를 만큼 격렬한 치정에 휩싸일 사람도 아니었고, 전직 서울대학교 교수라는 사람이 원한이나 돈에 얽혀 이런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P20~21)


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기자 기연의 시선을 따라 들어가게 되었다. 첫번째 연결고리는 라틴어로 시작되었고, 이어서 교황의 편지, 직지로까지 연결되었다. 사건의 진실에 한 발 다가서기 보다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직지.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앞선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직지심경. 그런데 직지심경은 잘못된 이름이라고 한다.


직지? 직지심경 말인가요?
직지심경이란 명칭은 쓰면 안 돼요.”(
)
정식 명칭은 더 길어요.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이니까.
직지란 곧바로 가리킨다는 뜻이고 심체란 마음의 근본이란 뜻이니, 제목을 그대로 풀면
백운화상이 기록한 마음의 근본을 깨닫는 글귀가 되겠지요.” (P46~47)


서울대학교, 서원대학교, 중앙일보, 직지심체요절 등 실제 지명과 고유명사들이 나오니 소설 직지에서 이야기하는 고유명사들이 실제 고유명사인가 싶어 자꾸 검색하게 되었다. 상징살인을 설명한 책, 이안 펨블턴의 <살인의 역사>를 검색하자, 피테르 스피렌부르그가 쓴 <살인의 역사>가 검색되었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헛갈리기 시작했다.


1377년 주물사주조법으로 만들어진 직지와 1455년 활자제작법으로 만들어졌다는 구텐베르크의 성서. 같은 듯 다른 이 둘 사이, 78년을 연결하는 고리는 1444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필사업자가 주물사주조법으로 금속활자를 만들어 인쇄하였다는 기록 문서의 발견이었다. 또 다시 시작된 검색. 미궁과 같은 혼돈으로 점점 빠져들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610021322001


직지는 나무에 글자를 새겨 이것을 주물사라는 모래 속에 넣었다 뺌으로써 모래 속에 글자의 음각이 남도록 하고 탕로를 만들어 거기에 쇳물을 붓는 방식으로 활자가지쇄를 완성하는, 재미있고도 신기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P86)


 구텐베르크와 직지의 금속활자는 주조방식이 다릅니다.
구텐베르크는 단단한 재질의 금속막데에 글자를 솟아오르게 새긴 후 이를 연한 재질의 금속에 대고 두들겨 글자 모양을 각인했습니다.
그런 다음 쇳물을 부어 활자를 만들었는데, 직지는 이와 달리 나무로 글자를 만들어 모래 속에 넣어 공간을 형성하고 거기에 쇳물을 부어 굳힙니다. (P92)


그리고 다시 이어진 스트라스부르대학의 폰 피셔 교수와의 연결. 스트라스부르-아비뇽-바티칸의 연결고리 카레나라는 이름. 카레나를 찾는 과정에서 노교수의 기이한 죽음의 실체를 밝히 듯하지만 다시금 멀어지고, 사건이 발생한 노교수의 서재에서 마무리되는 1권을 덮으며, 현재와 과거, 한국과 유럽을 아우르는 긴 여정의 여행을 한 듯하다.


단순한(?) 살인 사건에서 시작해 스트라스부르와 아비뇽을 돌아, 14세기 고려와 유럽을 훑고 다시금 현재의 살인 사건 현장으로 돌아온 지금, 여전히 살인 사건의 실체는 오리무중이고, 퍼즐처럼 흩어져 있는 조각들이 어떻게 맞춰질지, 앞으로 또 어떤 퍼즐들이 나와 채워질지 기대된다.


끝으로 아비뇽에서 카레나를 찾는 과정에서 방문하게 되는 라벤더 정원으로 유명하다는 세낭크 수도원을 검색해보니 너무나 아름다워, 버킷리스트에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Senanque Abbey (Provence, France)


"흐흡."
기연은 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돌렸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각이라 하마터면 위에 담긴 음식을 게워낼 뻔했던 것이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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