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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직지2』, 김진명 지음, 쌤앤파커스, 2019
다시
시작된 살인사건의 열쇠, 카레나 찾기. 그리고 등장한 세종.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오리무중이 되는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끝은
있나? 싶었다.
추기경이 콘클라베를 포기한 이유가 카레나 때문인 것은 확실해 보여. 그녀로부터 코리의 군자가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도 큰 충격을 받았거든. 당대 최고의 지성이었던 추기경이 교황의 지위는 물론 평생 신봉하던 스콜라 철학조차 버리고 말았으니. (P7)
기연이 가장 놀란 건 당대 최고의 지성이라는 쿠자누스가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들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그가 교황의 자리를 포기하고 자신의 철학마저
내던졌다는 인데르노 신부의 얘기는 너무도 낯설었다.(P12)
그리고
시간은 1400년 조선. 이 여정의 시공간은 무한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먼 과거도 멀게 느껴지지 않고, 먼 유럽도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는 책이라는 공간도 뛰어넘은 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자 중 만든 사람이 알려진 유일한 문자. 한글. 그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 현재도 법전과 판결문은 일반인이 읽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의학용어의 대부분도 라틴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일반인들은 들어도 알 수 없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렇듯 현재에도 전문가의 영역은 그들만의 전문용어로 철옹성을 쌓아 일반인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 과거 한자를 기반으로 권력을 독점했던 조선 양반 사회에서 온 백성이 알 수 있도록 쉬운 글자를
만든다는 것은 보통 쉬운일이 아니다. 몇십년전부터 법률용어를 순화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판결문은 법조인이
아니고서는 해석이 어렵다. 단어도 일제식 조어들이 많아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단어가 많다.
소수의 사대부와 그들이 형성한 양반이라는 상위층이 절대 다수의 백성을 억누르고
있는 구조에 세종은 눈을 떴다. 그들이 백성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수단이 글과 학문이라는 사실은 세종으로
하여금 깊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세종은 밤이나 낮이나 백성을 걱정했고 백성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지만, 그것은 기분과 감정에 따른 시혜일 뿐이지 백성을 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근원적
방도가 아니었다.(P41)
세종과
함께 등장한 신미스님. 한글은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만 배웠었다. 신미스님은 아무래도 낯선 이름이었다. 그래서 또 다시 시작된 검색.
http://www.ibulgy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975
조선왕조실록
등 각종 문헌에서 찾아낸 신미스님의 흔적은 박해진의 <훈민정음의 길>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너무 궁금하여 바로 구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1065407
“불교의
본은 108가지 번뇌를 극복함이고,
사찰에에서는 부처의 마음이 온 천하에 퍼지기를 기원하며
아침에는 가섭부터 달마까지 28조사의 덕으로 중생을 구제하도록 28타의 종을 울리고,
저녁에는 모든 중생이 33천에 이르도록 33타의
종을 울리옵니다.”
“그렇다면 새 글을 모두 28자로 하고, 해례본은
33장으로 하며,
나의 어지는 108자로 하겠소.”(P30~31)
금속활자를
만드는 주자사의 딸 은수와 세종의 만남. 한글 창제에 반대하는 대신들과명나라 환관에 의해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 베네딕토 수도회 선교사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되는 은수. 은수의 삶을 통해 유사한 듯 다른 동서양
금속활자의 유사성, 동질성이 밝혀지고, 노교수의 상징살인
같은 미스터리한 사건의 진실도 밝혀진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현재에서 과거로, 조선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장면들은
영화 <인셉션>을 떠올리게 한다. 책을 덮는 순간 세낭크 수도원의 라벤더 향기와 함께 마치 한편의 꿈을 꾼 듯하며, 살인사건의 실체보다 한글과 인쇄술에 담긴 애민사상이 더욱 묵직하게 남았다.
소설
속 구텐베르크의 외침을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다.
지금 우리는 부와 결탁한 권력의 희생양이 되는 운명을 피할 수 없지만,
우리의 후손은 다릅니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는 법전을 인쇄할 것입니다.
역사를 인쇄하고 철학을 인쇄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힘없고 가난해 무시당하고 착취당하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힘을 줄 것입니다.
저들은 내게서 기계와 인쇄물을 빼앗을 수 있지만
인류의 위대한 동행이라는 인쇄의 정신은 빼앗지 못합니다.(P221)
전 교수, 잘 있나? 어제 솔라이아 1987 빈티지 한 병 해치웠네. 흐흐, 늙으니 그저 와인이 최고야. 성모 마리아께는 좀 죄송한 말이지만.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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