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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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가 횡행하면서 남의 일에 간섭하고 참견하는 일을 보는 것이 드물어졌다.

우리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만나면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여긴다.

30년 전만 해도 이웃이란 단어가 멀게 느껴지진 않았는데 이제는 낯설게 여겨지는 건 비단 나 뿐이 아니겠지.

그만큼 사회가 삭막해진것일지도 모르겠다.


편의점이란 공간은 수많은 개인들이 오고 가는 곳이다.

일하는 사람은 기계적으로 물건을 팔고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은 담배를 사는 것처럼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는다면 말 꺼낼 일도 없다.

저자가 하필이면 편의점이란 공간을 선택한 것이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보이고 느끼지 않는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니~ 호기심이 일었다.


책을 읽으며 여러 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이 곳엔 따뜻한 어묵 국물 같은 소시민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믿을 사람 하나 없다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쓸쓸함을 느꼈을 때 읽으면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르다고 틀리다고 생각하고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고 경계를 긋는 세상에서

손을 내민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니 말이다.


내 일이 아니라고 쉽게 넘기지 않고 달려든 누군가에 의해 상대는 따스함을 느끼고 그만큼 세상은 밝아질 기회가 생긴다.

삶을 포기해버렸던 사람이 상대에게 내민 손길이 자신을 구원하는 기회를 만들어준 주인공이 등장한다.

대한민국엔 이런 사람들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것이 희망적이라 생각한다.


편의점주.

노숙자.

사업에 목숨건 사람.

고시생.

대기업 신입사원에서 집안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게 된 사람.

외로움을 술로 푸는 사람.

돈과 지위로 해결하려는 사람들.

작가.

저마다의 사연으로 모두 삶의 힘겨움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와 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라 공감이 많이 갔는데 한편으론 씁쓸하고 한편으론 훈훈하기도 했다.


누구도 자신을 구원해주지는 못하지만(결국 자신이 자신을 일으켜야 한다.)

타인을 돕는 것이 자신을 구원할 기회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보면서 마음이 저릿했다.

나는 이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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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 이광수 장편소설 한국문학을 권하다 26
이광수 지음, 고정욱 추천 / 애플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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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과 삶을 연결해서 보는 편인가? 분리해서 보는 편인가?

작품을 미친듯이 잘 쓰면 작가의 이력이 좋지 않더라도 무마될 수 있는가 말이다.

나는 사실 그러질 못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보는 내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순수하게 작품만을 보자 하면서도 그러질 못하겠다.


당시 최고의 글쟁이였던 이광수는 누구보다 신문물을 빨리 받아들인 지식인이었다.

누구보다 대중을 이끌어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 좋은 방향으로 가지 못한 점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소설은 1924년 11월 9일부터 1925년 9월 28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것을 1934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한국 근대소설의 특징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전통주의적 가치관이 신문물(자본주의, 기독교적 세계관)과 충돌하며 파괴될듯 융합되는 혼란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


소설 속에서 여러 군데 조선은 깨어나야 한다는 개화에 대한 생각과 기독교적 냄새를 맡을 수 있고(선교사라는 직업도 등장하고 회개한다고 예수를 찾는 등...) 이것이 마치 본인을 위한 변명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약간은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3.1운동에 뛰어든 학생들과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김상옥 의사의 의거 등 사건이 등장한다지만 줄거리의 대부분은 남녀의 치정극에 매몰되어 있다. (이수일과 심순애의 신파극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다.)

아무리 신여성이 등장하고 자유연애가 유행했다고는 하지만 여성들이 특히 정조의 관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아 씁쓸함이 인다. 

일부 여성들은 '사랑만이 다가 아니다. 사랑하더라도 자유롭게 만나고 헤어지자' 한다. 그러나 그들도 버림받을까 두려워 전전긍긍 하기도 한다. 사랑을 쫓다 파멸하고 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막장드라마 같은 느낌도 나고(그때는 그게 흔했던 것 같지만) 진부한 스토리인데 재미나게 글을 잘 쓰는 능력을 가진지라 주인공 심정에 이입해서 분노하며 읽었다.

법률에는 첩을 보호하는 조문이 없다. 남편이 자기를 내보내려면 아무 때나 내보낼 수가 있다.
자기도 남의 남편을 빼앗아 사는 판에 남이 나의 남편을 빼앗는다고 나서서 말할 아무 권리도 없었다.
순영은 자기의 남편이 자기에게 요구하는 것이 오직 성욕의 만족인 것을 잘 알고 또 자기가 도저히 그 남편의 강한 성욕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을 안다.
또 순영은 과거 일 년 동안에 남편에게 육의 만족을 주느라고 기생이 하는 모든 버릇까지 배우려고 앴는 것을 생각하였고, 그러하는 동안에 께끗하던 몸에 매독과 임질까지 올린 것을 생각하였다.
‘그 놈 때문에 내가 일생을 망쳤는데.... 이놈, 내 일생을 망쳐놓고는....‘ - P409

봉구의 눈앞에는 다시 조선이 떠나온다. 산은 헐벗고 냇물은 말랐는데 그 틈에 끼여 있는 수없는 쓰러져가는 초가집들, 그 속에서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어 허덕이는 이들, 앓는 이들, 우는 이들, 죽는 이들, 희망 없는 기운 없는 눈들, 영양 불량과 과도한 노동으로 휘어진 등들, 가난과 천대에 시달려서 구부러지고 비틀어진 맘들,
그러면서도 서로 물고 할퀴는 비참한 모양과 소리, 이런 것이 봉구의 눈앞에 분명한 비전이 되어 나뜬다.
"가거라! 어머니의 사랑과 노예의 겸손으로 저들 불쌍한 백성에게로 가거라!"
봉구의 귀에는 분명히 이 소리가 울린다. - P493

"모든 빛난 것이여! 모든 호화로운 것이여! 모든 아름다운 것이여! 다 가라!
조선의 모든 백성들이 다 안락을 누릴 때까지 내게 한가함이 없으리라."
"가자! 우리 님에게로 가자! 불쌍한 조선 백성에게로 가자!
농부에게로 가자! 거기서 그들과 같이 땀 흘리고 그들과 같이 울고 웃고 그들과 같이 늙고 같이 죽어 그들과 같은 공동묘지에 묻히자." - P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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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심경 마음공부 불경 마음공부 시리즈
페이융 지음, 허유영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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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반야바라밀다심경 원문과 해석을 우리 말로 옮겨놓았다. 그리고 반야바라밀다심경의 원문에 담긴 이론과 현실 속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이론을 설명해준다. 저자가 설명을 잘한 것도 있겠지만 번역이 매끄러워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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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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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을 쓰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라며 이 책을 썼고 에세이, 소설, 논픽션 분야로 나누어서 구체적인 조언을 한다. 하지만 책쓰기의 실천을 담고 있는 책들이 그렇듯 정답은 없는데 저자가 그 점을 강조해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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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사 속의 한국여성 한국사연구총서 108
이송희 지음 / 국학자료원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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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한국여성사와 한국여성운동 등을 다룬 책이다.

한국근대사에서 여성들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특수 요건에 따라 민족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여성 문제에 대한 현실과 마주했다.

기독교 사상으로 의식을 깬 신여성들이 일으킨 여성 교육운동을 시작으로 1920년대 여성노동자의 증가, 사회주의 유입 사상으로 인한 여성해방운동으로 이어지고 1970-80년대 민중운동을 통해 여성들의 입지를 더욱 강화해나가기까지 여성들의 노력이 끊임없었다는 것은 고무할 일이다.

읽기에 어렵지는 않으나 대중서로 느껴지지는 않고 학술서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별을 하나 뺀 것은 2014년작이라 2000년대 초반까지를 다루어서 최근의 연구들이 담겨져 있지 않은 아쉬움에 대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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