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사물에 대해 분명하고도 친숙한 작은 이미지를제시한다. 목수의 작업대나 새, 개미집이 어떤 것인지 아이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유사한 작품들 가운데 표본으로 택해 학교 벽에 걸어 놓는 그림과도 같다. 그러나 이름은 사람들과 도시들에 대해 - 도시도 사람처럼 개별적이고 유일하다고 믿게끔 우리를 길들인다. ― 모호한 이미지를 제시한다. 그 이미지는 사람이나 도시로부터, 또는 찬란하거나 어두운 울림으로부터 색깔을 끄집어내, 마치 사용 방법의 제한이나 장식 디자이너의 변덕 때문에 하늘과 바다뿐 아니라 보트, 성당, 행인도 온통 푸른색이나 붉은색으로 칠해진 포스터처럼 단조롭게 칠해진다. - P341
질베르트를 사랑하던 시기에는, 나는 ‘사랑‘이 실제로 우리밖에 존재한다고 믿었다. 사랑은 기껏해야 우리에게서 장애물을 멀리 치워줄 뿐이지만, 우리가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하는 질서안에서 행복을 제공한다고믿었다. 그래서 내 주도로 고백의 감미로움을 무관심한 척하는 태도로 바꾼다면, 내가 자주 꿈꾸어 오던 기쁨을 빼앗길 뿐만 아니라 내 멋대로 꾸며낸, 별 가치없는, 진실과도 통하지않는 사랑을 만들어내, 사랑의 예정된 신비로운 길을 따르는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P362
믿음이 사라져도 그 믿음이 불러일으켰던 과거 사물에 대한 물신 숭배적인애착은 ㅡ 새로운 사물에 현실감을 부여하려는 힘을 상실해버린 우리에게 그 힘의 결핍을 감추려고 더욱 생생하게 – 살아남는 법이다. 마치 신이 머무르는 곳이 우리 마음속이 아니라 바로 과거 사물이며, 또 현재 우리 믿음의 상실이 ‘신‘의 죽 - P403
음이라는 우발적인 이유 때문이라기도 한 것처럼. - P404
우리가 알았던장소들은 단지 우리가 편의상 배치한 공간의 세계에 속하지 않는다. 그 장소들은 당시 우리 삶을 이루었던 여러 인접한인상들 가운데 가느다란 한 편린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이미지에 대한 추억은 어느 한 순간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 아! 집도 길도 거리도 세월처럼 덧없다. - P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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