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장 파괴의 천사 조지 엘리엇

‘그리고 악에 대한 열망, 악에 대한 기원이 다시 와서 - 그 사이에서내가 그것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지 못하게 될 때까지 - 그 밖의 모든 것을 희미하게 지워냈다. []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단지 나의 소망이 나를 벗어나 있다는 것을 알 뿐이다.
-조지 엘리엇 - P824

엘리엇은 초기 소설에서 독자들이 보편적인 인간의 나약함에 민감해지도록 신경을 쓴 것이분명하다. 엘리엇은 그녀의 후기 작품에서처럼 연민의 구원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신념을 확장하려한다. 다른 소설과 마찬가지로 여기에서 엘리엇은 프로테스탄트의 복음주의 같은 역사적인 힘이 지방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묘사한다. 그러나 화자가여성 소설가들의 ‘바보 같은‘ 소설에 푹 빠져 있는 독자들이 열망하는 흥분과 감정 대신에 보통의 어조와 일상사로 우리의 주목을 환기시키는 가운데 『성직 생활의 장면들』은 세 명의 대표적인 온화한 성직자를 부분적으로만 다룬다. 그들의 드라마는사실상 매우 예외적인 여자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 P833

여자 주인공들이 자신의 분노를 누르고 체념의 필요성에 순종하는 동안, 작가는 네메시스가 되어 여자 주인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그것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그의 창조자를 위해’ 행동했던 방식이나 버사 메이슨 로체스터가 제인 에어를 ‘위해‘ 행동했던 방식과 똑같은 방식이다. 따라서 『성직 생활의 장면들』에서 미친 여자는 바로 (남성 화자가 아니라 장면들 뒤에 있는 여성 작가로서) 소설가라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 P843

『성직 생활의 장면들은 파괴의 천사에 평생 매혹되었던 엘리엇을 전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 초기 작품에서 우리가발견한 하나의 고정된 틀(화자가 지지하는 여성적 체념과 작가에 의한 여성, 심지어 페미니스트의 복수 사이의 모순)은 (캐럴크라이스트가 엘리엇의 소설에 나타난 섭리적 죽음의 기능에대해 쓴 매우 유용한 에세이에서도 발견할 수 있듯이) 엘리엇소설의 중요한 요소로 남아 있다. - P844

캐서린 언쇼와 히스클리프는 히스 벌판에서 ‘강하고 자유롭게 반은 야생으로 일체가 되어 황홀하게 뛰어 반면, 젠더화된 세계에서 태어난 엘리엇 남매의 경우 여자아이는 남자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강력한 요구를 받고, 남자아이는 가혹하면서도 자기 합리화에 능한 명예라는 코드에 갇힌다. - P846

이브의 정반대인 얼굴들의 간극을 각색하는 데 몰두한 작품들에서조차 엘리엇은 타락한 살인자들이 항상 천사 같은 마리아와 연결되어 있다는 전복적 증거를 제공하는 듯하다. - P852

사육되어 길들여진 낯익은 동물은 엘리엇의 소설 전체를 통해 여자는 자연의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상기시켜준다. 『성직 생활의장면들』과 「벗겨진 베일처럼 엘리엇은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초월적 남성과 내재적 여성 사이의 투쟁이고, 여성의 유일한 힘은 물리적 세계와 그녀가 맺고 있는 계약에서 나오는 악마적 힘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 P854

타락한 여자의 분노는 작가의 플롯에 감추어진 변증법 속에서 미친 여자와성모 마리아를 연결하며 극화되지만, 결국 화자의 여자 주인공으로 살아남은 자는 이타적인 성모 마리아다.

여자 주인공은 남자에게 분노하지 않고, 증오를 자신에게 되돌려 자신을 벌한다. 그리하여 자기 비하를 통해 자신이 계속 받드는 남자보다 도덕적우월성을 얻는다는 점에서 자신의 분신과 구별된다. 이런 ‘체념의 천사‘들은 부분적으로 앞장에서 우리가 탐색했던 자기혐오를 보여주는 동시에 남성적 세계에서 여자가 처한 조건에 대한엘리엇의 태도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엘리엇은 이 여성들을통해 마치 남성 사회의 불의가 어떻게 부패한 사회질서로 인해권리를 박탈당한 채 태어난 여자에게 특별한 힘과 미덕, 특히감정의 능력을 부여하는지 탐색하는 것 같다. - P855

엘리엇은 영국이 산업화·도시화 때문에 잃어버릴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하는 특징을 여성과 관련시키는데, 이는 엘리엇 소설의 보상적 보수적 면모다. 그 특징이란 타인에 대한 헌신, 공동체 의식, 자연에 대한 감사, 돌봄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다. - P856

『미들마치』는 멜로드라마적인 어떤 것도 극화하지 않았다. 반대로 남성적으로 규정된 문화 안에서 맺는 남자들과 여자들의 비극적 공모 관계와 그로 인한 폭력에 초점을 맞춘다. - P858

엘리엇은 성경의 역사적 기원을 통해 그 신화적 가치를 구해내고자 했으며, 전통적 형식의 믿음을 분석해 경외심을 소생시키고자 했다. - P862

엘리엇은 남성의 강제를 (문학적 노동, 종이미라,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 불모성과 동일시하는 페르세포네의 신화를 따르고 있지만, 여성들은 강간이 아니라 여성의 공모에 의해 죽음과 같은 결혼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엘리엇은 여성 - P866

의 내면화를 둘러싼 문제를 분석하면서 그릇된 남성 신에 대한도러시아의 숭배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그녀가 곤경에 처하는이유라고 지적한다. 불평등의 에로티시즘(남자 교사와 매혹당한 여학생, 남자 주인과 찬양하는 여자 하인, 남자 작가와 순종적인 여성 필경사나 여성인물)은 어떻게 여자들이 남자의 인정에 의존하고, 그런 의존이 얼마나 파괴적인지 예증한다. - P867

『미들마치』에서 열쇠 이미지는 쉽게 프로이트식으로 읽을 수 있다. 엘리엇은 죽음을 여는 열쇠가 모든 남자가 공통적으로 사로잡혀있는 기원에 대한 강박증과 불가분하게 연결됨을 보여주려고남성의 공격성을 강조한다. ‘단지 시작인 것, 모든 유용성을 다벗겨버리고 정신 속에 오직 시작으로만 범주화되는 지점까지자신을 계속 밀어붙이려고 할 때, 사람은 ‘막 시작하려는 시작‘ 같은 동어반복적 회로 속에 붙잡힌다. 이는 에드워드 사이드의말이다. 미들마치의 모든 전문직 남성은 엘리엇이 ‘존재 없는죽음‘으로 보여주는 것에 붙잡혀 있다. 그들은 현재 순간을 경험할 수 없는 대신, 사이드가 ‘절대자가 느끼는 공허함‘이라고 말한 것을 통해 과거나 미래를 붙잡고 있다. - P873

이 남자들을 통해 엘리엇은 안정된 기원, 끝, 정체성의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이는 이 남자들과 그들의 프로젝트 때문만이 아니라 확대해서 그녀 자신의 텍스트 때문이기도하다. 엘리엇은 양식에 대한 강박증과 그로 인한 강제에 관심을기울였다. 마치 이 모든 미들마치 사람들의 간절한 열망을 말하기라도 하는 양, 마거릿 애트우드는 이 향수를 주제로 쓴 시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상실했다.‘ ‘글쓰기가 분명한 / 이 사물에접근할 수 있는 열쇠를!‘ 하고 외친다. ‘이 혼란, 이 광대함, 이흩어짐을 알아내고 결합시킬‘37 무엇인가가 틀림없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실하거나 숨겨진 열쇠를 찾는 이 탐색은 성과없이 실패로 끝나버릴 운명이다. 다이앤 와코스키는 「태양」이라는 시에서 ‘어떤 새가 그 노래를 부르는가 / 키, 키라고 익살스럽게 묻는다. ‘열쇠들로 만들어진 한 마리의 새‘뿐이다. - P874

사실상 엘리엇은 소설가 자신이 묘사한 궁극적 감금, 자아의감방 속에 갇힌 감금에서 탈출하면서 확장되는 여자 주인공 생애의 비전을 여자들 사이의 (디나와 헤티, 루시와 매기, 에스더와 트랜섬 부인, 로몰라와 테사, 미라와 궨덜린 사이의) 호의적공감 행위와 매번 연결시킨다. - P885

화자는 ‘이 대부분의 내면의 삶이란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갖고 있다고 믿는 생각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그의견들로 짠 천이 파멸의 위협을 받을 때까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하고 묻는다. [64장]46 다만 이보다 덜 명확한 것은 연결의 실을 바느질하는 것이 여자들이기 때문에 공동체를 구성하는 의견의 천을 짜는 사람들도 여자들이라는 점이다. - P892

엘리엇의 목소리는서로 반대되는 관점을 공감하는 듯한 태도로 말하기 때문에, 그목소리는 일반화의 위험을 무릅쓸 때조차 일시적이고 잠정적이기 때문에, 이 화자는 믿을 만한 ‘우리‘, 즉 사람과 사물 사이의 복잡한 친족 관계뿐만 아니라 의미의 미확정성을 받아들이는 공동체의 목소리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아의 한계와 문화의 정의를 뛰어넘어 획득한 이런 성취는 관습적인 역할을 강요당하는 여성 인물들의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 화자는 엉켜 있는실타래를 객관적으로 풀어내는 인물로 그녀 그 자신을 제시하고 있지만, 결국 애초에 그런 플롯을 짜놓은 사람은 작가다. - P895

엘리엇의 직물은 무한하게 해독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해독할 수 없는 것으로 남는다. 그것은 문화에 가하는 자연의 복수일 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기준으로 여성 공동체를 대변한다. - P899

『미들마치』는 엘리엇이 〈웨스트민스터리뷰> 서평가로서 견습 기간을 거친 뒤, 영국의 최고 문학비평가와 오랫동안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있던 시기에 쓰인 소설이기 때문에 당연히 자의식적인 문학 텍스트라 할 수 있다. 『미들마치』의 모든 장은 세르반테스, 블레이크, 셰익스피어, 버니언,
골드스미스, 스콧, 브라운 같은 작가들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이는 마치 엘리엇이 강박적으로 자신의 자격을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적지 않은 인용구가 전복적이고 재치 있게 활용된 엘리엇의 창작물이다. 그녀는 마치 권위를 인용하는 관습을 조롱하는 듯하다. - P906

여성들이 복종할 때조차 여성적 연기나 위장은 지식과 소유라는 남성적 양식을 무너뜨린다. 동시에 복종한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여자는 남자보다 더 직접적으로 ‘개인적인 공허를 감수한다.‘ [편지 2] 엘리엇의 여자 주인공들의삶을 구조짓는 것은 타자성과 부재이며, 이로써 여자 주인공들은 기원이나 현전에 대한 치명적인 요구를 벗어나 특별한 관점을 획득한다. - P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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