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탈산업 시대 산업유산의 역사화 1]
‘산업혁명의 요람’ 아이언브리지 세계유산의 박물관화에 관한 연구
아이언브리지 산업유산의 가치는 ‘산업혁명’과 ‘산업화’보다는 ‘최초’라는 타이틀에 있다.
아이언브리지 협곡은 1986년 영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산업유산이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을 감안하면 아주 이례적인 것이다. 선정된 이유는 산업화의 초기 역사를 보여준다는 것 때문이었다.

18세기 산업화의 발상지였으나 19세기 중반 이른 쇠퇴를 경험한 이 지역에 변화의 바람이 불게 된 계기는 1950년대 산업고고학의 등장이었다. 산업고고학이란 용어는 1955년 버밍엄의 아마추어 역사가 릭스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산업적 과거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산업시대의 건축물과 인공물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정의된다. 현재 산업고고학은 과거의 물질생활과 문화를 탐구하는 고고학의 한 분야로 정착했다. 릭스가 창안한 산업고고학에서 주된 발굴 대상이 되었던 곳이 아이언브리지 협곡이었다. - P111
초기 산업혁명의 중심지였으나 산업 중심지 이동으로 폐허로 버려졌던 이 지역은 뉴타운 개발이라는 기회와 산업고고학의 관심이 만나면서 본격적인 개발의 대상이 되었고 산업유산으로 재생되었던 것이다. - P113
1980년대 중반은 마거릿 대처 집권기로 영국에서 ‘유산산업‘이 전성기를 맞이한 시기였다. 문화유산과 역사유산을 통해 국가정체성을 공고화하려는 시도는 노조 탄압, 파업 분쇄와 나란히 진행된 과정이었다. 따라서 아이언브리지 지역이 1986년 산업유산으로 처음 세계 유산에 등재된 이유는 초기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라는 역사적 거리뿐만 아니라 노사갈등으로부터의 사회적 거리가 작용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 P118
코라클 역사의 발굴과 전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요구하는 지역주민의 관점을 반영하는 유산화의 사례이며, 기술혁신의 기념비 아이언브리지의 이면과 명암을 조명하는 새로운 기억이 접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 P123
블리스츠힐 빅토리안 타운은 원래 있던 마을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건물을 옮겨와 짜깁기식으로 구성한 ‘페이크타운’인 것이다. - P124
블리스츠힐 빅토리안 타운의 진본성은 페이크 타운이라는 사실을 3인칭 해설자도 관람자도 인지한 위에서 벌이는 ‘상상의 놀이’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블리스츠힐의 특이한 점은 교육적 목적의 역할 놀이와 쇼핑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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