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철학사

3장 양한 무렵의 참위와 상수학

중국의 상수학: 그리스 피타고라스 학파의 학설과 비슷

4장 고문경학과 양웅 왕충

전한시대 경학자들은 음양가의 말을 빌려 유가의 경전을 해석했다. 『역(易)』은 본시 시초점)에 쓰인 술수(數)의 일종이었던 만큼 그런 해석을 수용하기가 더욱 쉬웠다. 소위『역위(易緯)』가 바로 그 방향으로 『역』을 해석한 것으로서, 전한시대 중엽 이후 ‘위서(書)‘가 출현했다. 이른바 "위(緯 : 씨줄)"란 "경(經:날줄)"에 대한 말이다. 위서 외에 또 ‘참서(書)‘가 있다. 『수서(隋書)』「경적지(經籍志)」는 말한다. - P75

참이란 거짓으로 비밀스런 말을 꾸며 길흉을 예언한 것들을 말한다. 위란 경의 지류(支流)로서다른 의미로까지 부연한 것이다. - P76

이 학파의 한 철학자는 10원리를 논하여 두 항목으로 대립시켜 나열했다:
유한홀수하나오른쪽남성고요(靜)직선빛선정방(正方)
무한짝수다수왼쪽여성운동(動)곡선어둠악
장방(長方)"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 P78

그리스인이든 야만인이든 수가 10에 이르면 다시하나로 돌아감은 자연에 따른 것이라는 결론은 피타고라스가 얻은 것이라고 인정해도 될 것 같다. 이 "삼각수"는 분명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데 그림으로 표시하면정수의 조화로 계속된다. 이 조화가 바로 "삼각수"이다. 같은 이치에 의해서 홀수의 조화를 계속한 것이 "정방수"이고 짝수의 조화를 계속한 것이 "장방수"이다. - P79

기와 형체와 바탕이 갖추어져 있으되 분리되지 않은 것이 바로 혼돈이다.
혼돈이란 만물이 서로 뒤섞여 있고 분리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보아도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만져도 잡히지 않기 때문에 역(易)이라고했다. 역은 형체를 동반하지 않는다. - P81

사물은 개시, 장성, 종결의 3단계가 있다. 따라서 3획으로써 건(乾)을 구성했다. 건곤은 서로 어울려 생성한다. 사물에 음과 양이 있기 때문에 중복시켜6획으로써 괘를 만들었다.…………양은 전진하고 음은 퇴각한다. 따라서 양은 7, 음은 이 단)이다. 역이 한번 음이 되고 한번 양이 될 때 합하여 15가 되는 것이 도(道)이다. 양이 7에서 9로 변하고, 음이 8에서 6으로 변하는 것 역시 합하여 15가 된다. 이처럼 단()과 변(變)의 수는 모두 동일하다. 이로부터5음(五音) 6률(六律) 7수(宿)이 생긴다. 따라서 위대한 연역의 수 50이면 변화를 완성하고 귀신도 부린다. 일(日) 십간(十干)은 5음에, 신(辰) 12는 6률에, 성(星) 28은 7숙에 상응한다. 이 50으로부터 만물은 생긴다. 공자는 "양은 3, 음은 4가 올바른 자리이다"고 말했다. - P82

공자는 말했다 : 역은 태극에서 시작한다. 태극은 둘로 나누어지므로 천지가 생겼다. 천지에 춘하추동의 구분이 있으므로 사계절이 생겼다. 사계절은각각 음양(陰陽)과 강유(剛柔)로 나누어지므로 8괘가 생겼다. 8괘가 배열되어 천지의 도가 수립되고 천둥, 바람, 물, 불, 산, 못의 상(象)이 정해져, 각자분포되어 작용을 일으킨다(用事). - P85

8괘의 기가 종결되면 사정(四正)과 사유(四維)의 분리가 명확해져 탄생, 생장, 수렴, 저장(生長收藏)의 도는 완비되어 음양의 본체가 정해지고 신명의덕이 통하여 만물은 저마다 그 유에 따라 성취된다. 이 모두가 역에 포괄된내용이니 지극하다! 역의 덕(德 : 역량)이여! - P85

공자는 말했다 : 건곤은 음양의 주인이다. 양은 해(亥)에서 개시하여 축(표)에서 모습을 갖추며, 건(乾)이 북서쪽에 자리하니 양은 미미한 기운에도시작의 기반을 둔다(祖微據始). 음은 사(巳)에서 개시하여 미(未)에서 모습을 갖추며, 바른 자리에다 기반을 두기 때문에 곤(坤)의 자리가 남서쪽에 있을 때 음은 바른 자리가 된다. (음기는 사에서 시작하여 오에서 생기고 미에서 모습을 갖추는데, 음의 도는 비하와 순종이므로 시작점에 근거함으로써감히 양과 필적하지 않기 때문에 바른 모습을 갖춘 자리에 기반을 둔다./정현) 임금의 도는 시작을 주창하는 것이고 신하의 도는 끝맺음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건의 자리는 해이지만 곤의 자리는 미이다. 이렇게 음양의직분을 밝히고 군신의 지위를 정했다. - P85

도는 인에서 흥하고 예에서 확립되며 의에서 다스려지고 신에서안정되며 지에서 완성된다. 이 다섯 가지는 도덕이 나뉜 것으로서 자연과 인간의 관련성(天人之際)을 보여준다. 그것으로써 성인은 하늘의 뜻에 교통하고 인륜을 관장하고 지도(道)를 밝힌다. - P87

맹희, 초연수, 경방은 모두 이른바 음양의 재변으로써『역』을 논했다. 상세한 내용은 서로 다르기도 했겠지만 현재 책이 없으니 고증할 수 없다. 다만 그 요지는 음양가의 주장을 빌려 『역』을 해석한 것이었다. 괘기에 관한 각종 이론은 과연 『역위가 맹희와 경방의 설을 취한 것이었는지, 혹은 맹희와 경방이 『역위』의 설을 취한 것이었는지, 혹은 『역위』가 바로맹희와 경방 일파 역학자들의 저작인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아무튼 그것은 전한 말기에 유행했던 일종의 상수학이었다./『신편』)일행의 설명을 보면 맹희도 감, 진, 이, 태가 사방과 사계를 각각주관하고 그 24효가 24절기를 각각 주관한다고 여겼다. - P93

공자는 춘추전국시대의 일반 사람들의 눈에는그저 한 시대의 위대한 스승(大師)일 뿐이었으나, 『공양춘추』에서공자의 지위는 스승에서 왕으로 나아갔고, 참위서에서 공자는 다시왕에서 신으로 나아갔다. 각 시대사상의 변천을 여기서도 엿볼 수있다. - P105

음양가의 학설에 그러한 유폐가 있기는 했으나 중국과학의 맹아는 대체로 그 안에 있었다. 음양가의 주요 동기는 하나의 완전한 체계를 수립함으로써 우주 만상을 포괄하고 또 그것을 설명하는 데에있었다. 비록 그 방법이 틀렸고 그 지식은 엉성했으나 우주간 여러사물을 체계화하여 우주간 여러 사물의 존재 이유(所以然)를 알려고 했으니 진실로 과학정신이 있었다. - P106

"고학"은 이른바 고문학파의 경학이다. 그것은 경을 해설할 때 위서나 참서 또는 기타 음양가의 말을 채용하지 않고 당시 "이상하고괴이한 주장"을 쓸어내고 공자를 "스승(師)"의 지위로 되돌렸다."
이런 경학자들은 실제 당시의 사상 혁명가였다. - P108

한대에 당시 정통 경학파 즉 이른바 금문경학파의 경전과그 해석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각기 그들이 보기에 공자의 정통이라고 생각되는 경전과 그 해석을 수립하게 되어, 이윽고 이른바 "고학"이 자연히 일어났다. 즉 한 시대의 사상계를 혁명할 대(大)운동은 결코 한 사람의 업적일 수 없었다.
"고학"이 유흠이 홀로 창안한 것은 아니나 유흠은 사실상 "고학"
을 제창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다. "고학"은 모두 민간에서 흥기했고 학관(學官)에 세워지지 못했다. - P109

『노자』와 『역』에서 말한 "사물의 발전이 극에 달하면 반전한다(物極則反 : 달이 차면 기운다)"는 이치를 서술한 것이다. 사실상 새로운 견해는 없지만, 당시 참서와 위가가 성행하던 무렵에 양웅이『노자』와『역』의 자연주의적 우주관과 인생관을 견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실로 가히 혁명적 의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노자』와 『역』의 사상을 기초로 하여 양웅은 『태현』을 지었다. - P112

『노자』에 대해서 양웅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노자』의 도덕(道德)에 대한 논의는 받아들이지만,* 인의(仁義)를 배격하고 예절과 학문(禮學)을 멸절하는 관점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유가 외의 다른 학파를 논한 경우에 양웅은 이렇게 말했다.
장자와 양주는 제멋대로여서 법도가 없었고, 묵자와 안영은 검약을 중시했지만 예를 폐기했고, 신불해와 한비는 험악하여 교화를 무시했고, 추연은 허풍스럽고 진실이 없었다. - P120

사람의 성이란 선악이 뒤섞여 있다. 선한 부분을 연마하면 선한 사람이 되고, 악한 부분을 연마하면 악한 사람이 된다. 즉 인성에 대한 맹자와 순자의 견해를 절충한 것이다. - P123

마침내 진일보한 반작용이 일어났다. 고대 사상 가운데 가장 술수(術數)와 무관한 것이 도가(道家)여서, 후한과 삼국 교체기에 도가학설 중의 자연주의가 점차 세력을 떨쳤는데, 왕충의『논형(論衡)』은 바로 도가의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당시 일반 사람들의 미신을비판한 것이었다. 『논형』은 당시의 미신적 분위기를 완전히 타파하고 일소한 업적을 세웠다. 다만 그 내용은 공격과 파괴가 많고 (대안의) 건설이 적은 만큼 그 책의 가치는 요즘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크지는 않다. - P125

자연의 운행은 만물을 낳으려고 하지 않아도 만물이 저절로 생기니 그것이 자연(自然)이다. 기를 베풀면서 만물을 만들려고 하지 않아도 만물이 저절로 만들어지니 그것이 무위(無爲)이다. 하늘이 자연무위(自然無爲)하다고함은 무엇인가? 기(氣)를 두고 하는 말이고, 염담(恬澹)하여 욕심이 없고 무위하여 아무 일도 꾸미지 않는다는 뜻이다. - P126

사람에게 총명함과 지혜가 있는 것은 오상의 기운(五常之氣)을 함유했기때문이고, 오상의 기운이 사람에게 존재하는 까닭은 오장(五藏)이 육체 안에존재하기 때문이다. 오장이 상하지 않으면 사람의 지혜는 총명하고, 오장에병이 들면 사람은 혼미해지고 혼미해지면 흐리멍덩해진다. 사람이 죽어 오장이 썩어 오상이 의탁할 데가 없어지는 것은 지혜를 보관해줄 기관이 이미썩어 지혜를 생기게 하는 것이 이미 몸을 떠났기 때문이다. 육체는 기에 의지하여 완성되고 기는 육체에 의지하여 의식을 지니거니와, 천하에 연료 없이)홀로 타는 불꽃이 없거늘 세상에 어찌 육체 없이 홀로 존재하는 정신(精 : 정령)이 있겠는가? - P132

유자들이 말한 성왕과 성왕의 정치는 사실상 일종의 이상일 뿐이고 고대의 실제 사실은 아니다. 반드시 그들이 말한 성왕이어야 비로소 성왕이라고 할 수 있다면 "성왕은 초월적이어서 본받을 수 없고", 그들이 말한 성왕의 정치라야 비로소 성왕의 정치라고 할 수 있다면
"태평성세는 절대적이어서 계승할 수 없다." - P134

실제와 서로 부합하지 않는 감각은 "허상"일 뿐이다. 따라서 감각내용은 다시 "마음의 사고"로써 분석 고찰하여 "마음의 사고"가실제와 부합하는 것이라고 인정해야 비로소 참된 사실이다. - P136

천도(天道)에는 천성적인 것과 인위적인 것이 있다. 천성적인 것은 본디저절로 하늘과 상응하지만, 인위적인 것은 사람이 지혜와 노력을 들일 경우천성적인 것과 차이가 없게 된다. 54)용토이 역시 인성에 대한 맹자와 순자의 견해를 절충한 것이다. - P138

사람이 화를 입고 복을 받는 것은 순전히행운을 만나느냐 불행을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 왕충이 오로지 이점에 입각하여 입론(立論)했다면 자연주의적 우주관 및 인생관과서로 부합하고 또 사실과도 부합한다. 그러나 왕충의 입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람이 만나는 행불행은 모두 "명" 속에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여겼다. - P14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