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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여성노예
오늘 읽은 부분 특히 더 좋고 읽는 동안 소름이 쫙.

노예제는 인류역사에서 위계적 지배가 최초로 제도화된 형태이며, 시장경제·위계·국가의 성립과 연결되어 있다.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에게 노예제가 얼마나 억압적이고 잔인했을까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것은 경제의 조직화 과정에서 필수적인진보, 즉 고대문명이 발달하기 위한 바탕이 되는 진보를 대변한다. 그래서 우리는 ‘노예제의 발명’을 인류를 위한 중요한 분수령이라고 변명할 수 있다. - P137
대부분의 사회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더 쉽사리주변인이 된다. 죽음, 별거 혹은 더 이상 성적 파트너로 소용이 없어짐으로써 남성의 보호를 잃게 되면, 여성은 주변적이 된다. 국가가 형성되고위계와 계급이 확립되기 시작한 그 시점에, 남성은 여성집단에 있는 더큰 취약성에 주목하였고 차이(difference)가 한 집단을 다른 집단과 분리시키고 나누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음이 분명하다. 이런 차이는 성과 나이처럼 ‘자연스럽고 생물학적인 것일 수도 있고, 감금과 낙인찍기와 같이 사람이 만든 것일 수도 있다. - P139
노예의 사회학에 대한 자세한 연구에서 지적했듯이, 노예화의 기술은 세가지 특징적 양상을 가진다. 첫째, 노예제는 보통 폭력적 죽음의 대체물에서 비롯되었으며, 그것은 ‘특히 형벌의 조건부 감면‘이었다. 둘째, 노예는 ‘태생적 소외’(natal alienation)를 경험하였다. 즉 그/그녀는 ‘출생에 따른 모든 권리로부터‘ 그리고 사회질서 내에서 그/그녀 자신의 권리에 의한 적법한 참여로부터 ‘파문당하였다.‘ 셋째, "노예는 어떤 보편화된 방식으로 불명예를 당했다(dishonored)." - P140
남성에게 명예란 자율성, 자신의 태도를 정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권력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자율성을 인정받을 권리 등을 포함한다. 그러나 가부장적 지배 아래서 여성은 자신의 태도를 정하거나, 자신을위해 무엇을 결정하지 못한다. 여성의 몸과 성적 서비스는 친족집단, 남편, 아버지의 처분에 달려 있다. - P143
남녀노예들은 보상없는 노동을 하고, 종종 주인에게 개인적인 서비스를 해야 했지만, 특히여성들에게 노예상태는 주인 혹은 주인의 대리인을 위해 성적 서비스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물론 고도로 발달된 노예체계에서는 남성노예들이 남자주인이나 여자주인에게 성적으로 사용되거나 학대받은 예도 많았지만, 그것은 예외적이었다. 그것이 남성에게 해당되지 않았기때문에, 여성에게 성적 착취는 노예상태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와 비슷하게 계급발달의 초기부터 현재까지 하층계급 여성들에 대한상층계급 남성들의 성적 지배는 여성에 대한 계급억압의 표시 그 자체였다. 분명히 계급억압은 결코 남성과 여성에게 같은 조건으로 간주될 수없는 것이다. - P156
아버지는 자녀들의 삶과 죽음을 좌우하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방치하거나 유기함으로써 유아를 살해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고, 자녀가 어리더라도 신부값을 받는 교환관계를 통해 딸을 결혼시키거나 혹은 사원에 바쳐 평생 순결하게 살도록 할 수도 있었다. 또 그는딸들과 아들들의 결혼을 결정할 수 있었다. 남자는 자기 부인과 첩, 자녀들을 빚 대신 저당하겠다고 맹세할 수 있었으며, 빚을 갚지 못하면 이 저당물들은 채무노예가 되었다. 이와 같은 권력은 친족집단 전체가 그 구성원이 행한 잘못된 행동에 책임을 진다는 개념에서부터 비롯되었다. - P157
야곱에게 자신의 하녀를 제공하기 전에 라헬은 "내게 자녀를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입니다" 하고소리친다. 결국 "하느님이 그녀의 말을 듣고 그녀의 자궁을 열어주었을 때" 그녀는 "하느님께서 나의 치욕을 거두셨다"고 말했다. 여성의사물화와 부인의 도구적 사용에 대해 이보다 더 분명한 진술은 있을 수없다. - P162
후대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고대문명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종속과 부자유가 공존하였다. 바빌로니아 ·중국·이집트를 비롯하여 그밖의 다른지역에서도 가부장적 가족관계와 축첩제도, 그리고 외지인의 노예화가공존하였다. 그러나 위계와 강요된 부자유의 개념이나 영구적 노예의 신분으로 대변되는 영구적 부자유(permanent unfreedom)의 관념이 발전 진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다. 역사의 후반기에 모든 인간존재가 갖는 불가분의 권리로서 자유의 개념이 발달하는데 수세기가 걸렸을 것이다. 고대국가와 도시국가들에서 노예는 재산의일종으로 간주되었지만, 동시에 일정 정도 보호받을 자격을 갖는 가구의구성원으로 생각되었다. 노예제가 지배체계로 됨에 따라 노예신분은 점차 열등한 서열의 인간을 표시하게 되었고 노예지위의 영구적 낙인은 미래세대까지 이어졌다. 만일 이런 유의 노예를 점진적으로 발전된 계층화과정의 최종산물로 보고 또 가부장적 지배·보호 아래에 있는 부인을 이과정의 최초 형태로 간주한다면, 첩은 이 두 형태 사이의 어딘가에 해당될 것이다. - P166
남성들 사이의 위계는 소유관계를 기반으로 해서 정해졌으며, 군사력을 통해서 강화되었다. 여성에게 위계는 그들이 의존하고 있는 남성의지위를 매개로 해서 정해졌다. 위계의 맨 밑바닥에는 강력한 남성에 의해 섹슈얼리티가 마치 매매 가능한 물건처럼 처분되는 노예여성이 있었고, 중간층에는 성적 행위를 통해 상승이동하고 일부 특권과 자신의 자녀들을 위한 상속권을 얻을 수 있었던 노예첩이, 제일 상층부에는 한 남성에 대한 성적 서비스를 통해서 재산과 법적 권리를 갖게 되는 부인이있었다. 부인보다 상위의 어느 지점에는 예외적인 여성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그들의 처녀성과 종교적 서비스 덕택에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권리들을 누렸다. - P167
오디세이는 텔레마쿠스에게 죄지은 노예여성들을 데려와 시체를 치우고 저택을 닦게 하라고 명령한다. 그리하여 텔레마쿠스는 "아버지의긴 칼로" 그들을 죽이려 하지만, 갑자기 남성다움을 갖추어 "내 머리와내 어머니 위에 불명예를 들이부었고 구혼자들과 함께 잤던 이 여성들의목숨을 깨끗한 죽음으로 빼앗기를 거부하고는 오히려 그 여성들의 목을올가미로 씌워서 단단한 밧줄로 끌어올려 매단다. 호머는 우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잠깐 동안 발을 비틀었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 P169
노예 에우리클레이아는 단순히 주인의 의지를 실천하는 도구이며, 전적으로 그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행동한다. 그리고 ‘착한‘ 노예여성들은 ‘나쁜‘ 노예여성들로부터 분리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자매애는 전혀 형성될 수 없다. 주인의 사랑은 폭력과 소유욕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에게 살인과 달콤한 갈망은 병립할 수 없는 것이 아니며, 또 아들은 노예여성들에 대한 폭력에가담함으로써 남자가 된다. - P170
노예제가 널리 퍼졌을 시점이 되었을 때, 여성의 종속은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었다. 그때까지 만일 여성의 종속에 대해 생각해 보기라도 했다면, 노예제의 낙인 중 일부가 여성의 종속에게로 그러모아졌을 것임에틀림없다. 즉 여성과 마찬가지로 노예는 노예로 만들 수 있는 열등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언제나 종속시킬 수 있었던 여성은 이제 노예와 비슷하기 때문에 열등한 것처럼 보였다.) 여성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와 재생산과정에 대한 남성 혹은 남성지배적 제도의 통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했다는 사실 속에서 여성의 종속과 노예제는 연결되어 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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