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여성 심리학은 무기력하고 박탈된 조건을 반영한다. 본질적으로 가치 있는 여성의 많은 특질들, 즉 직관력이나 동정심과 같은 특질들은 생물학적인 경향이나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어떤 결함이나 가부장제가 부과한 필요를 통해 개발되어왔을 것이다. 여성의 정서적인 ‘재능’은 성차별에 의해 발생한 전반적인 비용의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자유와 위엄을 판 대가로 사들인 특질들을 낭만화하는 것은 비논리적이고 위험하다. 그런 특질이 비록 ‘훌륭한’ 것이며, 노예 상태를 조금이나마 견딜 만한 것으로 만들어준다고 하더라도, 압제자의 분노와 슬픔을 달래어 하루 정도 더 그의 손을 붙들어둘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 P484

많은 면에서 서로 유사하기는 하지만 여성들은 집단과 관련해서 볼 때 남성들보다 훨씬 더 많이 고립되어 있다. 여성들은 공적인 집단이나 권력집단으로 통합되지 않는다. 어머니로서 여성들은 (성장하고 나면 어머니를 떠나는) 아이들과 ‘집단화’되어 있으며, 일시적이고 피상적으로만 다른 여성들과 연결되어 있다. 공원에서, 여성이 보조적인 기능을 하는 곳에서, 이성애주의자들의 파티 등에서만 서로 뭉친다. 이처럼 여성들은 필수적인 임금 노동보다는 ‘자유롭게’ 선택한 사적인 생활에서 연결될 때 서로 일시적으로 친구가 될 뿐이다. - P494

전통적으로 남성뿐 아니라 여성은 남성의 희생이나 협력보다는 다른 여성의 도움이나 희생을 보다 쉽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그런 기대가 비교적 안전하고 성공 확률이 높다. 이는 심리적으로 우리 문화가 남성에게 보다 높은 가치를 매기면서 남성이 최고가 되는 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여성들끼리 서로를 ‘감시 단속’하는 역할을 부여했음을 나타낸다. 심지어 페미니스트 운동에서도 여성은 남성으로부터 특정한 지원을 요구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알고 지내는 남성으로부터도, 혹은 자선 기관이나 산업체, 정부와 같은 공적이고 남성적인 관계당국으로부터도 지원을 요구하지 않는다. 특정한 지점을 넘어서면 여성은 남성에게 무엇을 하도록 강제할 수가 없다. 남성들의 신체적 성적 보복이나 더 나아가 경제적으로 버림받는 것에 대한 공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 P501

페르세포네-프시케-신데렐라로서의 여성은 특정한 것을 성취할 수 없다. 여성이 여성의 자격으로서 세계 평화나 보편적인 개인의 행복과 같은 목적을 남성이 성취하는 것보다 쉽고 빠르게 성취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와 반대로 힘없는 인간으로서 여성은 남성보다 더욱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특히 남성은 사회계급상 상대적으로 힘이 있기 때문에 ‘여성적’ 특성이 공적인 영역으로 흡수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여성이 공적 영역에 참여하기 위해 ‘남성적’ 특성을 갖추도록 장려하는 것에 반대할 것이다. 여성이 처음으로 조직화해 성취를 이룬 것은 ‘여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는 자녀 양육, 낙태, 피임과 같은 이슈와 관련된 것들이다. 집단으로서, 이익집단으로서 혹은 개인으로서 여성들은 이제야 경제 종교 전쟁 평화 과학 예술 등의 보다 ‘중대한’ 이슈들을 다루기 시작하고 있다. - P506

나는 이성에 의한 강간과 임신이라는 생물학적인 사실과 의미가 가부장제 가족을 구성하는 주요 요인이었다고 믿는다. 남성들이 자신의 유전적 불멸성을 증명하려는 욕구 또한 주요 요인이었다. 이러한 욕구가 너무 강렬해서 남성들은 자녀가 자신의 정자로부터 창조되었다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 당연히 여성의 몸을 식민화하고 여성의 자유를 제한할 자격이 있다고 여겼다.
여성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어 강간에 대해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니라 혁명적이다. 여성이 잠재적인 전사(물리적인 방식을 포함하여 단어가 지닌 모든 의미에서)로 간주되는 것 역시 시대착오적이 아니라 혁명적이다. 만약 이런 일들이 실현된다면 현대 생활에 급격한 변화가 일 것이다. - P516

의식이 기적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여성이 권력을 획득하지 않고 가부장제를 물리치거나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 P517

내가 성별 간 전쟁을 시사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언제나 전쟁을 치러왔다고. 그리고 그런 전쟁에서 여성은 언제나 패자였다고. 여성들이 이런 사실을 거의 눈치채지 못한 것은 남성이 ‘승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 반면 여성은 ‘패배’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여지껏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왔던 것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그것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 우리가 이미 치르고 있었던 성별 전쟁의 비전은 좀 더 확실해질 것이다. - P523

여성은 다른 사람의 힘과 기술에 대한 사랑과 의존을 자기 자신의 모든 힘과 기술에 대한 사랑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성은 정서적 현실의 핵심으로 곧장 들어갈 수 있다고 간주되는 만큼이나 신체적 기술적 지적 현실의 핵심으로도 곧장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훈련과 용기와 신념과 분노와 행동할 수 있는 능력과 벅찬 기쁨과 절박함이 요구된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지략 있는 여성만이 다른 여성과 이런 것들을 공유할 수 있고 필요한 자원을 축적하기 위해 이런 것들을 이용할 수 있다. - P525

여성은 세계를 ‘구하기’에 앞서, 남편과 아들을 ‘구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과 딸을 ‘구하기’에 나서야 한다. 여성은 오로지 배우자나 생물학적 자녀를 갈망하고, 보호하고, 보살피는 외골수의 무자비함을 자기보존과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무자비함’으로 바꾸어야 한다. - P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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