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료 기간 중에 심리치료사와 성적 접촉을 가진 여성들과 대화를 나눴다. 또한 심리치료사의 성적인 유혹을 거절했던 여성들 다섯 명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를 했던 열한 명의 여성 중에서 열 명이 치료하는 동안 심리치료사와 ‘성관계’를 경험했는데, 그중 다섯 명은 진료실에서 관계를 시작하고 지속했다. 일곱 명은 성관계 이후에도 같은 심리치료사로부터 계속 치료를 받았고, 평균 4개월간 치료비를 지불했다. 이런 성적 접촉은 하룻밤에 그치기도 했지만 18개월 동안 지속되기도 했다.
당시 여성들의 나이는 22세에서부터 45세에 이르렀고, 평균 31세였다. 네 명은 기혼이었거나 별거 상태였으며, 세 명은 독신이었다. 기혼 여성 네 명의 남편들은 성적인 접촉이 있던 바로 그때 동일한 심리치료사에게 아내와 함께 치료를 받고 있었다. 열 명의 치료사는 환자보다 열다섯 살 이상 나이가 많았으며 평균 47세였다. 심리치료사 중 일곱 명은 기혼이었고 두 명은 별거 상태였거나 이혼했으며, 한 명은 독신이었다. 일곱 명은 정신과의사였고 세 명은 심리학자였다. - P295

희생자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불편한 마음이 가책으로 이어지다가 마침내는 화가 난다. 동정심은 분노로 바뀐다. 그들의 고통과 상처는 어느 정도 스스로 자초한 것임에 분명하다. 누더기를 걸친 거지는 자기 불행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거지 옆을 지날 때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지나가야 한다. 지금이 무슨 빅토리아 시대도 아니고, ‘이용당하는’ 여성이라니. 아직까지도 유혹당할 만큼 어리석은 여성들이 있단 말인가?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배울 수 없다면, 그들은 ‘순진한 캔디’처럼 무슨 짓을 당하든 그래도 마땅하다… 열한 명 중 단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여성들의 돈벌이 능력과 교육 수준은 심리치료사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었다. 성적인 접촉을 할 무렵 두 명은 학생이었고, 두 명은 비서였으며, 다른 두 명은 가정주부, 한 명은 웨이트리스, 한 명은 레크레이션 강사, 한 명은 외판원, 한 명은 개인 비서, 한 명은 사회학자였다. 그렇다. 이들 여성들은 기막히게 ‘순진했다’. 그들의 순진함은 ‘무기력’으로 이어졌다. 그런 무기력함 때문에 그들은 ‘은인’, ‘구세주’, ‘아버지’와 같은 인물의 관계를 맺게 되었는지 모른다. - P304

그들 모두 남자들에게 당한 부당한 대우를 자기 탓으로 돌렸다. 그들 모두 경제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요구들은 낭만적인 ‘사랑’과 혼동했다. 그리고 분노를 표현하는 데 느렸다(분노는 힘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 실제로 힘이 없는 사람들이 드러내기에는 고통스럽고 위험한 감정이다). - P305

이들은 여성 환자들을 비서, 타이피스트, 베이비시터, 성적 파트너, 심부름꾼, 정원사, 치료 ‘보조원’ 그리고 전천후 기쁨조로 이용했다. - P307

이 책을 처음 출간했을 때 일부 학자와 임상의들이 나를 공격했다. 그들은 이번 장에 소개된 내용의 정확성 혹은 중요성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들은 말했다. "물론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죠. 하지만 결코 빈번한 일은 아닙니다." 그들은 나의 동기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몇몇 썩은 사과들로 대다수 훌륭한 의사들의 명성을 더럽히고 싶었나? 페미니스트들이 그 정도로 남자들을 싫어하나? 한 정신과의사는 소송을 걸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 하루 전날 1달러에 합의를 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1972년 이후로 정신과 환자 또는 심리 치료를 받는 환자와 심리치료사 사이의 성관계를 밝힌 많은 책과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단지 숫자를 조금 조정했을 뿐, 내가 이번 장에서 말한 것의 많은 부분을 확인시켜줬다. - P320

이 여성들은 ‘병들었는가?’ 의학적으로 ‘병든 것’ 이상으로 ‘병들었는가?’ 그들의 병은 그들이 병들었다고(우리 문화에서 여성의 특권인 병든 역할을)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이 여성들이 전형적인 성역할을 거부했기 때문에 처벌을 받은 것인가? 거꾸로 전형적인 성역할을 너무 지나치게 수용했기 때문인가? 그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한 것은 우연인가? 어떤 경우든 그들은 결국 ‘치료받았어야’ 했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모든 사람이 만족할 만한 대답은 과연 있는가? 모든 여성들에게 맞는 대답이 있는가? 많은 여성들은 입원 기간 동안 혹은 입원 이전에 그들의 성역할에 대해 양면적인 태도를 보였다. - P340

우리 문화에서 여성이 정신적 심리적 성적으로 양성적이거나 ‘남자’같이 행동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주는 곳은 거의 없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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