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지옥의 머나먼 곳에서 지고의 숭배 대상인 여자는 지상에서는모든 신성한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금기로 둘러싸여 있고, 여자 자신이 금기다. 여자가 쥐고 있는 위력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마술사나 요술사처럼 바라본다. 그녀는 기도와 결부되기도 하고, 때로 고대 켈트족의 드루이드 여사제처럼사제가 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족의 통치에 참여하고, 단독으로 통치하는 일도 있다. 아득히 먼 시대의 일이라 우리에게 어떤 문헌도 전해지지 않지만, 대가부장제 시대는 그들의 신화와 유적과 전통 속에 여자들이 매우 높은 지위를 차지하던 시대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 P118

남자에게 동일자이고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는 동류이자 타인은 언제나 남성개체였다. 집단 내부에서 이런 저런 형태로 발견되는 이원성은 한편의 남자 집단을 다른 한편의 남자 집단에 대립시키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들이 소유하는 재산의 일부고, 남자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교환 도구다. 오류는 완전히 서로 상반되는 두 형태의 이타성을 혼동한 데서 비롯된다. 여자가 절대적 타자로, 즉 비본질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한, 여자를 또 하나의 주체로 바라본다는 것은 정확히 말해, 불가능하다. - P120

여자에게 불행인 것은 남자에게 노동의 동반자가 되지 못함으로써 인간적 공존에서 배제되었다는 것이다. 여자가 힘이 약하고 생산 능력이 열등하다는 것은 이러한 배제를 설명하지 못한다. - P129

아담의 반려자로 주어진 이브는 인류를 타락시켰다. 이단의 신들이 인간에게 복수하고자 할 때 그들은 여자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피조물의 여자들 가운데 최초로 태어난 판도라는 인류를 괴롭히는 온갖 재앙을 휘몰아치게 한다. 타자는 능동성에 대한 수동성이고, 통일성을 깨뜨리는 다양성이며, 형식에 대립한 질료이자 질서에 저항하는 혼란이다. 여자는 이처럼 악에 바쳐졌다. 피타고라스는 "질서와 빛과 남자를 창조한 선의 원리가 있고, 혼돈과 암흑과 여자를 창조한 악의 원리가 있다"라고 말한다. 마누법전은 여자를 노예 상태에 두는 것이 적절하며 비루한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레위기는 여자를 가부장이 소유한 소나 말과 동일시하고 있다. 솔론Solon(기원전 640년경~560년경)의 법률은 여자에게 어떤 권리도 부여하지 않는다. 로마법은 여자를 후견하에 두고 여자의 ‘저능함‘을 선언하고 있다. 교회법은 여자를 ‘악마의 문‘으로 간주한다. 코란은 여자를 가장 완전한 멸시로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악은 선에 필요하며 물질은 정신에, 암흑은 빛에 필요하다. 남자는 자기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기 존재를 영속시키기 위해 여자가 필요불가결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자는 여자를 사회에 통합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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