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너마저의 1,2집은 아마도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앨범인 것 같다. 그건 아마도 그들의 음악이 2000년대 초반에 대학을 다닌 세대의 감성을 가장 충실하게 대변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브로콜리 너마저가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감정을 전달했음에도,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문득 외로운 순간들마다 큰 위로가 되었다. 졸업을 앞두고 고민하던 기간, 첫사랑과 이별하고 폐인처럼 지내던 시간,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가 그리운 모든 순간에 그들의 연주와 목소리가 참 따뜻했다.
그리고 최근 또 한 번의 이별을 겪은 시점에 무려 '골든-힛트 모음집'이 나와줘서 고맙다. 5월에 전주에서 있었던 공연에서 대부분 들은 곡이지만, 듣고 싶을 때 원없이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그 때는 라이브였고, 지금은 녹음이라는 게 다르긴 하지만. 그 때는 그녀와 함께 리듬을 즐겼고, 지금은 혼자 가사를 음미한다는 게 다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 만큼은 동일하다.
1집 앨범 수록곡과 미발표 곡을 실은 이번 앨범은 계피의 목소리가 없음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계피의 파트를 다른 멤버들이 나눠서 부르는데 또 다른 매력이 있다.('앵콜요청금지'만큼은 계피의 목소리가 생각나긴 한다.) 편곡도 새롭게 해서 기존 1집 앨범과 번갈이 들으면 꽤 재미있기도 하다. '유자차'는 이번 앨범에 수록된 버전이 개인적으로 더 좋은 것 같고, 언제들어도 최고인 '보편적인 사랑'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보편적인 사랑'의 인트로 드럼 소리는 정말이지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는 큰 욕심 없다. 그냥 오래도록 이들의 음악을 듣고 싶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과 함께 나의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나갈 수 있기를, 그들의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는 게 일상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나저나 7월부터 공연도 시작하는 것 같던데, 혼자 갈까 말까를 고민중이다. 영화는 혼자서도 잘 보겠는데, 공연을 혼자 보는 건 영 어색하다. 브로콜리 너마저의 음악을 들으며 그들의 음악에 대한 글을 쓰는 지금 마음으로는 혼자서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