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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부분을 읽으면서는 단순 범죄 사건에 얽힌 추리 형식의 소설인가 생각했다. 그리고 점점 내용에 빠져들다 보니 자꾸 과거의 어떤 순간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바로 어떤 남자가 난간 위에 서있다라는 시점으로. 그리고 다시 현재로 와서 경찰들이 조서를 쓰고 또 인물들이 그 상황을 떠올리고. 다시 난간 위의 남자에게로 돌아간다. 그는 누군가?
지인 하나가 회사 직원 이야기 알아? 하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아이의 아빠고 좋은 학벌에 번듯한 직장을 다녔는데 뛰어내렸다. 그리고 그가 뛰어내린 이유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유는 달랐지만 누군가 생명을 끊는다면 그건 그 만큼 그가 힘든 상황으로 몰렸다는 것이다.
난간 위의 그는... 누구도 될 수 있다. 소설속 인물들은 계속 소통에 실패하고 속이 상한다. 구글에서 찾았다고 하는 것과 구글링을 했다고 해야하는 것 사이의 경계처럼 미묘하게 언어가 다르다. 현금을 털러간 은행강도가 현금없는 은행이 있다는 걸 몰랐던 것처럼. 은행에서 권했지만 스스로 위험한 투자를 하는지도 몰랐던 사람 처럼. 현실 세계가 돌아가는 걸 예상하기 어렵고 그래서 불안하다.
SNS에 올려지는 이미지 속에는 그럴싸함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배경을 잘라서 올리듯 그 안에 불안과 초조함이 드러나서는 안되는 것이다. 사실은 자꾸 뒤쳐질까 불안한데 번듯하게 꾸미고 살아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은 초조함이 더욱 보여지는 이미지에 투자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래도 이 소설이 비관적이지만은 않았다. 어떤 이는 뛰어내리지만 어떤 이는 뛰어내리지 않고 삶을 다시 살게 된다. 그리고 작은 의도로 서로를 돕고 그렇게 살 기회를 얻게 되는 걸 보면 결국 혼자 사는 것은 아니란 생각도 든다. 요즘 세태를 유머인지 비꼼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필체로 그리지만 결국 하나 하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