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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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가님 책은 처음인데 추리물을 좋아하는데다 전작에 대한 평이 좋아 기대가 됬다. 다섯 단편이 묶여있는 데 모두 각기 매력을 가지고 잘 읽혔다. 단지 술술 읽힐 뿐 아니라 거기서 뻗어 나온 사회와 세상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빼곡히 담겨있었다.

전통적인 이야기를 비튼 <인어의 소송> <선녀를 위한 변론>은 옛이야기의 시점에 만약 사법체계와 법의학적인 요소가 개입한다면 어떻게 될지 상정해 본다. 동화라고 알려진 것들은 관습적으로 내려오며 더해진 시대의 시선이 있기 마련이다. 목소리를 잃어가면서도 왕자를 죽이지 못하는 사랑의 서사나 하늘로 오르지 못하는 날개옷을 잃은 선녀의 삶은 당시의 유교 사회에 갇힌 여성의 삶이었을 것이다. 요즘에 이르러 인권에 대한 논의와 적극적인 자기 변론 그리고 단체와 여론의 형성까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익숙한 도구를 가지고 옛이야기의 주인공들을 구한다. 어쩌면 역으로 그런 시대가 지나왔기에 지금의 체계가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 <모서리의 메리> 두 단편에 등장하는 반려견 타미를 키우는 보통의 직장인 임기숙은 이 시대를 사는 보통의 삶의 주인공이다. 조금은 어리숙해 보이면서도 사건을 해결해 가는 모습이 정감이 있다. 폭력을 행사하거나 불륜을 저지르고 헤어지자는 남친은 뉴스 속에서 흔한 풍경이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짜내서 주변을 돕는 임기숙은 응원하고 싶은 캐릭터였다.

마지막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을 읽고는 그 날선 현실성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웹툰과 웹소설을 잘 보는 이로써 그 세계가 얼마나 빠져들기 쉬운 세계관인지 가늠되서일까. 빙의물이나 다양한 시대극은 현실의 상황이 답답하기에 더욱 보게 되는 이야기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환경을 바꾸기는 정말 어려우니 딱 다시 태어나거나 시간을 되돌려 다 알고 다시 써가고 싶은 욕망의 대리인 것이다. 그러면 복수도 하고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욕구를 만족시켜준다. 이 단편은 그보다 더 나아가 하드고어한 범죄가 더해진다. 트위터와 텔레그램, 디엠 등이 등장하며 사이버와 이야기 그리고 현실이 잘못 결합된 예가 된다. 게임이나 웹툰, 사이버 세계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가 지옥일 때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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