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에 대한 기억은 늘 막연하고 몽롱했다. 싸움은 싸움마다.
개별적인 것이어서, 새로운 싸움을 시작할 때마다 그 싸움이나에게는 모두 첫 번째 싸움이었다. 지금 명량 싸움에 대한 기억도 꿈속처럼 흐릿하다. 닥쳐올 싸움은 지나간 모든 싸움과전혀 다른 낯선 싸움이었다. 싸움은 싸울수록 경험되지 않았고, 지나간 모든 싸움은 닥쳐올 모든 싸움 앞에서 무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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