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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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펴면 세상이 보이지 않는다. 눈을 글을 읽지만, 뇌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낸다. 읽는 자에게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책. (74쪽)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묻는다. 당신에게 인생의 책이 무엇이냐고. 인생은 멈춤이 아니니 인생의 책은 하나의 책이 아니라 여러 권이 될 수 있도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인생의 책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책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누군가의 인생의 책을 원한다. 심지어 그 책이 내게도 그러한 책으로 다가와야 하는 게 아닐까 걱정한다.  책이란 이처럼 모호한 존재다. 읽지 않고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세계가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력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인생의 책이 아니더라도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언제나 궁금하니까. 먼저 읽은 이의 글을 통해 책을 만나는 이유도 그렇다. 그러나 분명한 건 특정한 한 권의 책이 모두에게 좋은 책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취향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책이라는 저마다의 세계가 하나로 연결될 수 없으니까.

 

 김대식의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는 질문의 필요, 혹은 질문을 통해 확장되는 사고, 나아가 삶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하나의 질문에 하나의 답이 아닌 하나의 질문에 수천, 수만 개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것은 다시 질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1부 삶의 가치를 고민하라. 2부 더 깊은 근원으로 돌아가라. 3부 더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라. 4부 과거에서 미래를 구하라. 5부 답이 아니라 진실을 찾아라. 6부 더 큰 질문을 던져라,로 나눠 32가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맞는 책을 소개한다. 익숙하지만 작품으로 만나지 못한 작가도 많다. 랭보, 이탈로 칼비노, 보르헤스, 움베르토 에코, 카프카, 베케트, 제임스 조이스 등이다.

 

 책에서 던지는 32가지 질문은 오늘만 사는 것처럼 살아가는 우리를 멈칫하게 만든다. <‘함께 홀로’의 길을 고민하라>, <누구를 존경해야 하는가>, <역사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나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 등 질문을 듣고 지난 삶과 지금의 나를 돌아본다. 우리는 우리가 정확하게 안다고 믿는 것들, 확신하는 것들에 왜? 란 질문을 한 적이 있던가. 그러니까 이미 답이 정해진 것들에 대해 한 번도 다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것들이 최초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잊는다. 학습으로 얻은 것들은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간단한 덧셈으로 인식하는 1+1=2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화이트헤드와 러셀의 대작 『수학 원리』는 360여 쪽에 가서야 그 사실을 증명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증명 과정을 반드시 다 알아야 하고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끊임없는 질문과 반복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거대한 우주의 비밀이 밝혀지고 인간의 정체성과 본질에 대해 다가가는 것, 그것이 질문의 궁극적인 답은 아닐까.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다른 시선은 언제나 신선한 감동을 안겨준다. 뇌과학자가 읽은 문학을 통한 질문과 사유. 아침에 일어나니 벌레로 변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인 카프카의 『변신』에서는 다르다는 이유로 자행되는 차별과 폭력을 고발한다. 과거의 문학이 현재의 모습을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벌레가 된 남자에게는 더 이상 인간의 존엄성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 인간의 자리를 대신할 인공지능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아니, 인간과 기계는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점점 더 신의 영역에 다가가는 인간의 삶은 옳은 것일까.

 

 우리 모두의 영원한 변신. 그리고 언제라도 우리와는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살과 폭행과 차별을 저지르는 또 하나의 우리 모습을, 카프카의 변신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82쪽)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과 관계없이 김대식이 사랑한 책의 유혹은 강렬했다. 전혀 궁금하지 않았던 작가와 책이 읽고 싶어진 것이다. 아, 이처럼 책이란 위험한 존재다. 정말 흥미롭고 새로운 이야기로 오랜만에 세상을 잊고 글에 빠져들어갈 수 있는 기회라 말하는 이탈로 칼비노의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본질적으로 번역이 불가능한 책이라는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 400년 후의 미래를 걱정하는 방대한 스케일의 인류를 그린 류츠신의 『삼체』. 과연 언제 내가 이 책들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을까.

 

 정해진 답을 원하는 질문은 식상하다.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다양한 해답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질문을 두려워한다. 그것이 과거에 대한 것이든 미래에 관한 것이든, 지식에 관한 것이든 가치관에 대한 것이든 말이다. 뇌과학자 김대식이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에서 소개하는 책이 누구에게나 좋은 책이 될 수 있을까? 저자의 방식대로 질문(너무도 포괄적인 질문)을 던지고 책에서 답을 찾는다면 완벽한 독서가 될 것이다. 물론 나는 그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니 여전히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남는다. 질문이 질문을 만드는 책, 점점 질문은 많아지고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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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문학과지성 시인선 495
임솔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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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도 쓰고 시도 쓰는 젊은 작가. 소설도 읽기 전에 시집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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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로 길게 들어오는 햇빛이 정말 좋다. 봄이라 그런가. 곧 노란 개나리도 피고 진달래도 필 것이다. 이렇게 또 봄을 본다는 게 기쁘다. 이상하게 자꾸 말랑말랑한 감정에 빠져든다.  읽고 있는 소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감성은 메마른데 그렇다. 봄이 주는 숙제일까. 같은 자리에서 변화 없이 서 있다는 게 무섭도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그저 감사하다. 같은 일상,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나이가 튼 탓이다.

 

 책을 고르는 기준도 조금씩 달라진다. 소설도 많이 읽지만 에세이에 눈이 간다. 김탁환의 『엄마의 골목은 어떤 내용인지 전혀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꼭 곁에 두고 싶었다. 엄마의 골목이라니, 벚꽃의 도시 진해와 골목은 어떤 추억을 보여줄까. 벚꽃을 한 아름 안은 듯 마음이 밝아진다. 이승우의 『사랑의 생애』​를 읽으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이승우의 소설은 이상하게 잘 안 읽게 된다. 소설집 한 권만 읽고 몇 권은 정리한 기억이 있다. 과연 이 소설은 읽을 수 있을까. 어쩌면 도전일지도 모르겠다.

 

 집에 있는 화분의 나무도 잘 키우지 못하지만 나무에 관한 책은 언제나 기대가 크다. 나무, 숲, 그것들과 살아가는 이야기 『랩 걸』은 이 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나를 제일 설레게 하는 책은 존 버거의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그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운인가.

 

 눈이 내리는 3월이다. 꽃이 피는 3월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혼자 피어나는 꽃을 생각하며 그것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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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호위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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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지키는 빛이 퍼져나가는 광경을 직접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다. 이미 조해진에 대한 애정이 많지만 그것이 더 커지고 오래될 것 같은 완벽한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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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호위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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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망의 순간을 벗어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우선 절망의 근원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절망의 뿌리를 모조리 뽑아낼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누군가는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 삶을 살기도 하고 누군가는 규정과 시스템의 변화로 이제껏 살았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삶을 배정받기도 한다. 빛이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사는 것이다.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빛이 내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 같은 기분 말이다. 그럴 때 한 줌의 빛은 생의 전부가 될 수도 있다. 갈피를 못 잡는 글이라는 걸 안다. 이 모든 게 조해진의 소설집 『빛의 호위』에 대해 잘 말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을 당신도 꼭 읽었으면 좋겠다.

 

 표제작 「빛의 호위」는 단연 돋보이는 소설이다. 잡지사 기자인 ‘나’는 분쟁지역에서 보도사진을 찍는 권은을 인터뷰하면서 그녀를 기억하지 못한다. 반장이 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했다는 중요한 말을 권은에게 들었지만 그게 자신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된다. 소설은 권은과 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와 권은이 나에게 들려주는 사진기자 헬게 한센의 다큐멘터리가 있다. 권은의 카메라와 헬게 한센의 다큐멘터리 속 알마 마이어의 악보에 대한 기억과 의미라 할 수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타인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살게 하는 힘에 대한 이야기라 해도 좋겠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아버지를 작고 추운 방에서 기다리던 권은에게 도움을 주려고 반장은 아버지의 카메라를 훔쳤다. 나치의 유대인 박해를 당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알마 마이어 지하 창고에 숨겨 주고 장은 음식과 함께 악보 한장씩을 넣어주었다. 권은의 세상에 카메라는 빛이었고 알마 마이어에게는 악보가 그러했다.

 

 마치 두사람을 태운 전혀 다른 두척의 배가 똑같은 섬에서, 똑같은 풍랑을 견디며 잠시 표류한 적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빛의 호위」, 14쪽)

 

 태엽이 멈추고 눈이 그친 뒤에도 어떤 멜로디는 계속해서 그 세계에 남아 울려퍼지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간혹 다른 세계로 넘어와 사라진 기억에 숨을 불러넣기도 한다는 것 역시, 나는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빛의 호위」, 31쪽)

 

 권은과 알마 마이어의 사연을 통해 ‘나’이전과 다른 삶을 바라보게 된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 노력이 내일이 없는 누군가에게 내일을 줄 수 있다는 것, 나아가 누군가를 살릴 수도 있다는 것. 빛이 되는 삶, 그 빛의 호위를 받으며 사는 삶 같은 것 말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문장으로 빛을 전한다. 숨어 있는,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빛의 힘을 꺼내어 우리 앞에 내놓는다. 우리는 저마다의 생을 살기에 급급하다. 모르는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에 관심을 갖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나 불운한 시대에 놓여 역사적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말이다. 결국 개인의 생이 모이고 엮여 역사가 만들어지니까. 독신으로 살다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요양원에서 기억을 잃어가는 고모의 첫사랑인 재일조선인 유학생 ‘서군’에 대한 이야기 「사물과의 작별」에서도 잘 드러난다. 고모는 서군이 자신에게 맡긴 원고 때문에 서군이 유학생 간첩으로 몰렸다고 생각하며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린다. 고모도 서군도 역사적 폭력의 피해자이며 희생자였다. 생의 기억이 전부 사라지는 생에서도 고모에게 붙잡고 싶은 단 하나의 기억은 서군이며 그에게 용서를 구하기를 원한다.

 

 특별한 사람과 관련된 일련의 기억은 연극과도 같아서 기억 속 장면들은 실제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인위적인 무대에서 연출될 때가 많다. 기억의 주체는 감정적이고 과잉되기 마련이고, 때때로 사소해 보이는 소품 하나가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을 불러오기도 한다. (「사물과의 작별」, 31쪽)

 

 이처럼 어떤 기억은 삶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어떤 기억은 삶을 갉아먹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20년 가까이 대학에서 철학 강사를 했던 「산책자의 행복」속 홍미영의 기억이 그러하다. 철학과는 인문학부로 통폐합되고 어머니의 병원비로 개인파산에 이르러 임대 아파트에 살면서 편의점 알바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녀에게 철학은 무의미한 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독일로 유학을 간 제자 메이린은 메일로 안부를 묻는다. 과거 메이린이 친구의 죽음으로 힘들어했을 때 자신에게 해준 말이 의미를 새기며 살아간다고. 그것은 메이린을 살게 했고 마음 한편으로 삶의 부재를 바라는 현재의 홍미영에게도 그러하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내는 게 두려운 누군가에게도 말이다.

 

 저는 살아 있습니다. 살아 있고, 살아 있다는 감각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산책자의 행복」, 31쪽)

 

 조해진의 소설은 대체로 무겁고 우울하다. 타인의 고통에 깊이 파고든다고 말할 수도 있다. 존재에 대한 사유도 함께 한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인물(알바생, 유학생, 이민자, 비정규직 노동자, 입양아)의 등장도 그렇다. 그들이 타고난 유목민의 기질이 있어서가 아니다.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없는 힘을 지니지 못한 사회적 약자이거나 알 수 없는 외부의 힘이 작용해서다. 그들에게 웃는 얼굴로 손을 내미는 이들 가운데 진심으로 마음을 여는 이는 많지 않다.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있고 웃는 얼굴로 대하는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라고 선을 긋고 싶은 게 본연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조해진은 그런 닫힌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며 소설을 쓴 건 아닐까.

 

 겨울의 빛은 점차 옅어진다. 온기를 품은 바람이 불고 매화는 새침한 꽃봉오리를 지녔다. 긴 기다림의 끝에 맞이하는 봄의 기쁨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날들이다. 봄을 나누는 동안 이 소설집도 함께 한다면 봄빛이 더 넓고 환하게 비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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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3-05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 가까워오고 있어요.
자목련님 따뜻하고 맛있는 저녁 드시고, 좋은하루 보내세요.^^

자목련 2017-03-06 10:28   좋아요 0 | URL
점점 봄 기운이 느껴져요. 즐거운 한 주 시작하시고 일교차가 심하니 감기 조심하세요^^

2017-03-07 0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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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7 10: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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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0 2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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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2 2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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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1 05: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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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12 15: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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