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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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먹다' 라는 제목을 보고 문학동네의 2007년의 화두는 달인가보다 하고 농담을 삼켰다. 이 책을 고대했다. 얼마나 고대했을까? 무엇 때문 이었을까, 정작 책을 사고 내 앞에 온 책은 내게 괄시를 받고 있었다. 김진규 작가의 당선 인터뷰를 만나고 부터 책에 대한 갈망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것은 화였고 시샘이었다.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다는 작가의 말에 대한 확인을 하고 싶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썼길래, 처음 쓴 글이 1등을 거뭐졌을까? 39살이라는 나이에 마음속 품었던 화산을 분출하게 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궁금했다. 그러나 책은 너무 느렸고 나를 힘들게만 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 시대를 따라가야 했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기억해야 했다. 묘연, 태겸, 향, 여문, 설희, 후인, 희우, 난, 기현. 그 알 수 없는 향을 가진 그들을 그렇게 만났다.

어찌보면 한 가족을 중심으로 그의 주변 인물의 관계에 관한 쉬운 이야기일 수 있다. 그 안에 사랑이 있고 욕망이 있고 오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어려웠다. 배경 또한 조선시대의 어느 시대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색을 아는 아버지를 가진 묘연의 아버지를 통해 환멸을 느끼고 차가움을 배웠다. 아버지 하나로 이어진 인연의 고리를 풀어야만 했고 그 자신도 그 인연의 끝을 찾지 못했다.그 고리는 자신의 아들에게 이어지고 엉켜진 감정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여기 저기 차 향이 났다.
'달을 먹다' 라는 제목이 달이 차고 달이 기울고 하는 모양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만이 여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모든 것을 삼키기도 하고 모든 것을 지우기도 한다.

묘연이 중심인가 싶었지만 그 모두가 중심이었다. 하나의 사건에 있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상황은 달라 보였다. 이 소설, 그렇게 쓰여졌다. 아버지와 관계를 맺은 많은 여인과 이복동생 하연이 남기고 간 딸 난이와 묘연의 아들 희우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기에 그 슬픔이 달이 차오르듯 서서히 그렇게 차오른다.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 덮어버릴까?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관계도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다만 구절 구절 글이 좋았다. 작가가 묘사한 계절이(이른 아침이었고 겨울이었다, 뭐든 감추기에 좋았다, 깊은 밤이었고 봄이었다, 미치기에 좋았다, 한낮이었고 여름이었다, 넘치기에 좋았다, 또 밤이었고 가을이었다, 버리기에 좋았다. ) 아름다웠고 계절마다 피어나는 색색의 꽃이 품어내는 향이 좋았다. 정말 그러했다. 그것이 이 책의 가장 중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수많은 달을 먹고 흘러간 시간의 끝에도 인연은 여전하게 슬프고 애닯다.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고 또 다른 슬픔을 키우는 후인과, 여문의 마음이 안쓰러웠고 세상이 주는 두려움을 피해 스님이 되어버린 기현의 속내가 서러웠다. 끝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말하는지도 나는 잡을 수 없었다. 사람의 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독할 수 있다는 단순 진리를 새삼 또 확인하게 되며 인간의 솔직하지 못한 욕망의 표현을 끝내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는 생각이 남았다. 사실, 좀 더 잘 쓰고 싶었다. 기다렸던 책이니까. 좀 더 이 책에 대해 좋은 평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 김진규가 가진 세계가 궁금할 뿐이다. 그녀가 써 낼 지금의 소설을 만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이 알아채지 못하는 자기만의 암호로 자신의 상처를 꾸준히 드러내게 마련이다. 무의식적인 구조 요청이라고 보면 되겠다. 214쪽]  내게도 누군가 구조 요청을 보낼까, 바로 볼 수 있어서 그 상처가 빨리 낫도록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저 내 안의 상처만 쓰다듬고 있는게 아닌지.. 책은 덮었고 내게는 여전하게 책 속에서 흘러나오는 알 수 없는 향에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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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집
전경린 지음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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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내가 전경린의 책을 선택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제목 때문이다. 오래 전에 만난 책의 제목도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이라는 책이었다. 그 향이 너무 짙어서 전경린의 책은 알게 모르게 거리를 두었었다. '엄마의 집' 이라는 책도 '엄마' 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아마도 그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의 집' 이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나도 엄마인데 내 집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집이 아닌 엄마의 집이라는 것은 엄마의 공간이라는 뜻일까. 그런데 참 이상하다. 문학에도 유행이나 흐름이 있는 것일까? 전경린이 황진이를 쓸 당시도 또 다른 황진이가 시선을 받고 있었고 이 책 역시 얼마 전에 만난 공지영의 '즐거운 나의 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두 작가의 작품을 내맘 대로 꼬집어 볼 수 있어 내심 쾌재를 부른다.

우리의 시대는 이만큼 변화하고 있다는 것일까. 이혼녀, 재혼, 별거, 한 부모 가정, 이제는 쉽게 만나지는 단어들이지만 여전하게 그 단어를 만날때 마음이 편치 않음은 나의 보수적 성향 때문일까. 이혼을 한 엄마가 자신의 집을 갖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이제 그 집에서 자신의 전부인 딸과 뜨거운 해후를 한다. 그리고 어느 날 아빠의 딸이 등장한다. 과연 핏줄이 섞이지 않은 승지와 호은과 엄마는 한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책에서 만난 유쾌한 호은과 냉소적인 승지는 보색의 관계처럼 그렇게 두드러진다. 그러면서도 그 조화가 아름답다. 세상을 모두 껴안고 싶은 아빠와 나만의 세상이 곧 세상의 전부라 믿고 있는 엄마의 모습도 호은과 승지와 비슷하다. 여기서 나는 작가 전경린의 머리 속을 궁금해했다. 도대체 이런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었을까, 아니 그녀는 왜 이리 따뜻해지고 평범해졌을까? 내용은 물론 평범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의 미흔도 엄마였건만 미흔과 미스 엔 사이에는 몇 번의 변화가 있음을 느낀다.

엄마라는 것은 세상을 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엄마의 집이라는 것은 가족이 아닌 타인도 미움이 가득했던 상대도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아주 큰 공간이다. 그리고 그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는 것이다. 아, 전경린. 나는 그녀에 대한 색안경을 벗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녀 역시 세상에 대한 문을 열어둔게 아닐까. 가족이라는 것은 이제 점점 그 의미를 정의하기 어려워진다. [일상언어로 표현 할 수 없는 존재적 고뇌를 가족과 나누는 것은 무리이다. 일상과 존재의 경계에서 가족간의 절망이 생겨나는 것이다.95쪽] [가족 공동체의 내부는 다정과 간섭이 넘치지만 사실, 한 치만 건너서 들으면 또 얼마나 이기적이고 흉한 공모인가. 96쪽] 가족이니까라는 이유로 쉽게 행한 말들과 행동으로 우리는 더 큰 상처를 만나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것, 보듬어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존중해주어야 하는 기본적인 사회인 것이다.

혈연만을 중시하던 우리네 사회에서 다양한 가족의 구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식구라는 말을 가족대신 쓰고 싶다. 공지영이 그려낸 집이라는 것이 화해의 공간이었다면 전경린이 그려낸 집은 공유의 공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공지여의 글이 지극히 감정적이었다면 전경린은 이성적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엄마의 집'이라는 것은 아빠의 부재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우리 사회를 꼬집는 것도 같았다. 곁에 있어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아빠의 부재, 그 부재가 가족을 위한것이고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라 하지만 그 부재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집을 갖는다는 것은 또 다른 자신을 갖는다는 생각이 든다. 

미스 엔은 책에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 역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아이의 엄마라는 것이다. 그녀가 딸 호은에게 하는 말은 모든 엄마가 그들의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다. [사랑이든 삶이든, 난 그게 내 몫의 강물을 헤엄쳐 건너는 일 같아. 그 물은 내 존재로부터 솟아나와 큰 강을 이루어. 누구에게나 혼자 건너야 하는 강이 있는 거야. 263쪽]  [사람이란 관계 속에서 가장 사람답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누구나 일 년에 한 달쯤은 완전히 혼자 지내보는 것도 좋을 거야. 여행을 가라는 게 아니야. 자신의 일상을 그대로 하면서 가능한 지인을 만나지 않고 묵묵히 홀로 생활을 해보는 거야. 자신의 원형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이곳과 자신을 만끽하면서. 270쪽]
함께 하면서 자신의 공간을 나누며 살고 있는 우리의 집, 나도 집을 꿈꾼다. 진정한 화해와 소통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꾼다. 엄마라서 참 좋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꿈꾸는 집, 그곳에 행복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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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속을 걷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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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그 장면을 떠올리며 책을 펼쳤다. 온통 하얀 눈이 가득한 러브레터의 오타루가 나를 맞이한다. 아, 그 순백의 눈 속에서 소리치던 슬픈 눈을 가진 여배우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직까지 눈을 보지 못한 내게 눈덮힌 오타루를 담은 사진은 경이로움 그 자체 엿다. 그 사진 속에 내 발자국을 남기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영화, 그것은 몽상일지 모르지만 그 감동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머무르게 된다.

이동진기자가 돌아본 영화 속 그곳은 스크린 속의 꿈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현재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영화의 그곳에 도착하지만 그곳에 영화는 남아있지 않다. 환타지를 꿈꾸는 이에게, 사랑을 이루고 싶은 이에게, 절망의 끝에 서 있는 이에게, 미안하지만 현실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15편의 영화 속 풍경 중에 내가 기억하는 영화는 얼마 되지 않다. 한편으로는 보지 못한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어 다행이고 또 한편으로는 그가 느끼는 그 어떤 것에 대해 소리치듯 설명하는 글에 대해 공유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영화는 만들어진 이야기건만 우리는 영화처럼 살고 싶어하고 영화 속 한 장면의 주인공이고 싶어한다. 그런 갈망이 있는 이에게 이 영화 속 풍경을 따라 떠나는 여행기는 저자가 찍어놓은 아름다운 사진들도 함께 있어 여행기로써는 도움이 될 듯하다. 무척 강한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나 너무 짙은 감상을 고스란히 적어 놓은 글은 객관적 여행을 위한 사람들에게 달콤한 면만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또한 여행 이전에 영화만을 만나는 내게는 몇 편의 영화에 대한 또 하나의 갈망이 생겼다.

비포 선라이즈를 찍고 9년 후에 그 후속작으로 찍은 영화 [비포 선셋], 소풍을 떠난 소녀들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정말 마법의 힘이 느껴질 것만 같은 영화 [행잉록의 소풍], 실화를 바탕으로 찍고 몰래 몰래 티벳을 촬영한 영화, [티벳에서의 7년] 등을 비롯하여 영화 전문기자였던 저가의 설명과 함께 많은 영화들이 이 책에서 다시 그려진다.

영화라는 것을 주제로 떠난 여행기의 끝은 영화가 아니었다. 아름다운 한 순간의 장면은 그 찰나를 담은 듯 사라지고 정작 그저 추억일 뿐이고 삶의 궤적일 뿐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많은 삶이 위로를 받는다. 2003년 이후 크리스마스에 방영하는 단골 영화인 [러브 액츄얼리]는 봐도 봐도 지겹지 않고 행복함이 전해지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그래도 지난 한 해 당신이 잃어버린 것이 결국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길. 크리스마스 직후에 새해 첫날이 이어진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길. 잃어버린 것들로 속상해하다가도 누군가 건넨 인사에 미소로 답하면서 새로 시작할 수 있길. 그렇게 저 멀리서 천천히 다가오는 또 하나의 크리스마스를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다시 또 한 번 기다릴 수 있기를. 110쪽]  감성에 너무 강하게 다가와 취하는 듯 정신을 차릴 수없는 글들이 많았지만 크리스마스에 만나서 그런지 이 글은 그 짙한 향이 참 좋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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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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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에서의 조제, 그 흥분을 다시 한 번 떠올린다. 그리고 이제 영화 속 조제가 아닌 소설 속 조제를 만났다. 또 다른 조제가 등장하는 영화를 그려본다. 등장인물은 조제,베르나르,니콜,파니,알랭, 에두와르,베아트리스,자크,졸리오 모두 아홉 명이다. 배경은 프랑스 파리이다. 문학과 사랑의 삶이 함께하는 곳에서 사랑에 대한 그들의 고뇌를 엿본다. 조제는 과거의 베르나르를 기억하지만 현재는 의대생 자크를 사랑한다. 니콜은 잘 때도 베르나르가 들어올 문을 향하여 잠을 자며 그를 기다린다. 베르나르는 여전하게 조제를 사랑하고 있다. 현명한 파니와 살고 있지만 알랭은 베아트리스를 사랑한다. 연극배우인 베아트리스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졸리오에게 향하고 그런 베아트리스를 사랑하는 에두와르는 절망하게 된다.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랑들이 이 곳에 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우선은 설명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한국소설도 등장인물이 많으면 정리가 안 되는데 익숙치 않은 인물들을 파악하고 나니 한결 수월하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 그 사랑을 원하고 소유하려 한다. 과거의 사랑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기도 한다. 사강이 그려낸 아홉명의 사람들의 관계는 아주 평화롭게 보이기까지 한다. 파니와 알랭 부부가 주최하는 모임에서 글을 쓰는 베르나르와 조제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알아본다. 사랑은 이렇게 예고없이 그리고 소리없이 온다. 그러나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뜨거움이 영원하게 지속되지 않는다. 베르나르와 니콜은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이 너무 다르다. 니콜은 무조건 베르나르를 이해하고 기다린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주어지는 무언의 고통을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모두에게 그것은 잔인한 현실이다. 

사강은 소설 속에서 한 여름의 뜨거운 사랑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저 감정이 흐르는 대로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정말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시간이 있는 사람은 결코, 아무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눈(目)을 찾는다. 그것으로 자신 자신의 모습을 보기 위해.77쪽 ] 우리는 서로를 향해있기 때문에 나를 바로 보지 못하는 것인지 모른다.

[난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왜 나를 사랑하려 했죠? 그래요, 그건 근친상간이죠. 우리는 '같은 '사람들이니까요. 89쪽 베르나르가 조제에게 보낸 편지]  '같은 사람들'이라는 것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함으로 서로를 닮아가다가 한 순간 그것이 너무 끔찍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그런 것일까? 소설 속 인물들은 적절치 못한 관계를 지속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냥 그럴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게끔 사강이 독자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소설은 1957년에 발표된 소설이라고 한다. 그 시대의 파리는 이런 모습이었을까? 사강이 꿈꾸는 사랑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맹목적 사랑, [한 달 후, 일 년 후] 에도 그 열정이 남아있는 사랑, 아니 그 시간에 소멸될까 두려워 흐르는 대로 그렇게 맡겨버리는 사랑이 아닐까 싶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내게 사강의 글은 그렇게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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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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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큰 언니와 나는 '이청준'작가에 대해 이런 저런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이청준'이라는 작가를 직접적으로 알게 된 것은 큰 언니때문이었다. 암투병중이라는 소식과 이번에 소설 집을 냈다는 대화를 나누며 얼른 병을 이겨내길 바란다는 소망을 함께 했다. 그의 소설에는 섬이라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기에 이 소설 중에 섬은 또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어려운 소설임을 알지만 그래도 그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더 큰 생각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서 내심 뿌듯함이 있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한 평생을 살아오는 사람들은 자신의 글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고 있을 꺼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왜냐하면 문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허구로 꾸며진 이야기라고는 하나 그 안에 살고 있는 기구한 삶의 모습을 실제로 만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글이라는 것이 사회를 반영하고 사회를 담고 사회를 향한 거울이기에 작가로써의 소명의식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이 책에서 만난 글은 나에서 시작하여 우리를 만들어내고 동네와 지역사회를 만나 나라로 확장되어지고 세계로 뻗어나가게 된다. 여태껏 살아낸 삶들이 꾹꾹 눌러 담은 밥그릇처럼 소북하게 담겨있다고 보면 맞을까.  '이청준'님이 한 평생 써놓은 이야기를 추억하는 듯한 4편의 에세이 소설도 담겨있어 독자로써도 무척 의미있는 책으로 남을 것이다. 그 안에서 '이청준'님이 쓰고 싶었던 글들과 써야만 했던 글들을 차례로 만나니 더욱더 '이청준'님의 어려운 글을 더 많이 읽어내지 못한 사실이 죄송스럽다.

그리움을 먹고 자란 돛단배는 전설이 되어 후세에 그 배(천년의 돛배)에는 꽃이 피고, 머나먼 타국의 바다에서 이어져 우리의 바다로 연결되는 그곳(태평양 항로의 문주란 설화)에도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들은 모두 전설적인 힘들을 품고 있다. 자신 스스로의 전설(지하실)이나 마을의 전설(이상한 선물), 나아가 나라의 알려지지 않은 아니, 제대도 알리지 않은 역사(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역시도 전설이 되어 신화가 되어 우리에게 전해짐을 느낀다.  

소설들을 읽어 내려오면서 나는 잠깐 잠깐 우리나라의 역사를 거슬러 기억해야만 했다. 88올림픽당시 깨끗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고속도로 옆으로 보이는 비닐하우스 촌을 무작위로 철거했다는 그런 내용이 왜 떠오르는 것일까? 상대의 눈이 아닌 직시의 눈이 아닌 내 눈으로만 보았기에 그러할지 모르겠다. [내 우정 자네를 탓하려는 게 아니라, 눈길을 바꿔 보면 세상 일이란 사람 따라 세월 따라 다 그렇게 달라보이는 법이여! 지난 일이 그리 소중하다면 내일 또 지난날이 될 오늘 일이 우리한텐 더 소중하니께 말여. [지하실]137쪽 ] 우리는 왜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런 사실들을 소설로 풀어 내려하는 작가 '이청준'님을 우리는 너무 잊고 있는게 아니었던가. 제목으로 쓰인 [그곳을 다시 있어야 했다]와 [태평양 항로의 문주란 설화] 두 소설에는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모르고 있던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던 이야기가 있다. 나라를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의 한과 슬픔을 우리는 이제 끌어안아야 한다. 비단, 소설 속의 멕시코나 우즈베이크 끝이 아니다. 세상 곳곳에서 내 나라 내 조국을 그리며 숨 쉬고 있을 많은 사람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하고 후세에도 전해야 한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 그것은 순리이며 진리인 자연일 것이다. [섬들은 저희끼리 밤 이야기 위해 서로 다가앉는 것뿐이다. 섬들 가운데에 나는 없다...... . 그 섭리와 경이 앞에선 나 역시 숨죽이며 자신의 존재를 지워 없애야 했으니까. 그렇듯 차라리 절망스럽기까지 했으니까.[조물주의 그림] 263쪽]  임권택 감독과의 인연을 글로 담은 소설 [조물주의 그림] 속에서의 이 말이 제대로 내 안으로 들어와 박힐 날은 아마도 내가 몇 십 년을 더 살아낸 후가 되지 싶다. 

[신화를 삼킨 섬]을 출간할 당시에, 이 작품이 내 생의 마지막이라 했다는 말을 언니에게 전해 들었다. 이 책을 내면서도 어쩜 '이청준'님은 이 책이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셨을지도 모르리란 생각이 스친다.  [혼자 가는길, 앞을 알 수 없는 길, 믿음이 없는 길...... .[귀항지 없는 향로] 279쪽] 문학에 대한 길을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러나 감히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다. 혼자가 아닌 많은 독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길, 신념으로 글을 쓰시는 그 길을 동행하고 싶어하는 많은 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조금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도 괜찮으니 계속해서 '이청준'님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신이 들어주시길, 하루 빨리 병상에서 일어나시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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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9-03-12 16: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선물하려고 사요... 땡스~^^

자목련 2009-03-12 21:28   좋아요 3 | URL
좋은 분께, 좋은 선물이 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