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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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먹다' 라는 제목을 보고 문학동네의 2007년의 화두는 달인가보다 하고 농담을 삼켰다. 이 책을 고대했다. 얼마나 고대했을까? 무엇 때문 이었을까, 정작 책을 사고 내 앞에 온 책은 내게 괄시를 받고 있었다. 김진규 작가의 당선 인터뷰를 만나고 부터 책에 대한 갈망이 생겨났다. 그러나 그것은 화였고 시샘이었다. 한 번도 글을 써본 적이 없다는 작가의 말에 대한 확인을 하고 싶었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썼길래, 처음 쓴 글이 1등을 거뭐졌을까? 39살이라는 나이에 마음속 품었던 화산을 분출하게 한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궁금했다. 그러나 책은 너무 느렸고 나를 힘들게만 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 시대를 따라가야 했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기억해야 했다. 묘연, 태겸, 향, 여문, 설희, 후인, 희우, 난, 기현. 그 알 수 없는 향을 가진 그들을 그렇게 만났다.

어찌보면 한 가족을 중심으로 그의 주변 인물의 관계에 관한 쉬운 이야기일 수 있다. 그 안에 사랑이 있고 욕망이 있고 오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어려웠다. 배경 또한 조선시대의 어느 시대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색을 아는 아버지를 가진 묘연의 아버지를 통해 환멸을 느끼고 차가움을 배웠다. 아버지 하나로 이어진 인연의 고리를 풀어야만 했고 그 자신도 그 인연의 끝을 찾지 못했다.그 고리는 자신의 아들에게 이어지고 엉켜진 감정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여기 저기 차 향이 났다.
'달을 먹다' 라는 제목이 달이 차고 달이 기울고 하는 모양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만이 여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은 모든 것을 삼키기도 하고 모든 것을 지우기도 한다.

묘연이 중심인가 싶었지만 그 모두가 중심이었다. 하나의 사건에 있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상황은 달라 보였다. 이 소설, 그렇게 쓰여졌다. 아버지와 관계를 맺은 많은 여인과 이복동생 하연이 남기고 간 딸 난이와 묘연의 아들 희우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기에 그 슬픔이 달이 차오르듯 서서히 그렇게 차오른다. 나는 흔들리고 있었다. 덮어버릴까?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관계도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다만 구절 구절 글이 좋았다. 작가가 묘사한 계절이(이른 아침이었고 겨울이었다, 뭐든 감추기에 좋았다, 깊은 밤이었고 봄이었다, 미치기에 좋았다, 한낮이었고 여름이었다, 넘치기에 좋았다, 또 밤이었고 가을이었다, 버리기에 좋았다. ) 아름다웠고 계절마다 피어나는 색색의 꽃이 품어내는 향이 좋았다. 정말 그러했다. 그것이 이 책의 가장 중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수많은 달을 먹고 흘러간 시간의 끝에도 인연은 여전하게 슬프고 애닯다.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고 또 다른 슬픔을 키우는 후인과, 여문의 마음이 안쓰러웠고 세상이 주는 두려움을 피해 스님이 되어버린 기현의 속내가 서러웠다. 끝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말하는지도 나는 잡을 수 없었다. 사람의 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독할 수 있다는 단순 진리를 새삼 또 확인하게 되며 인간의 솔직하지 못한 욕망의 표현을 끝내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는 생각이 남았다. 사실, 좀 더 잘 쓰고 싶었다. 기다렸던 책이니까. 좀 더 이 책에 대해 좋은 평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 김진규가 가진 세계가 궁금할 뿐이다. 그녀가 써 낼 지금의 소설을 만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이 알아채지 못하는 자기만의 암호로 자신의 상처를 꾸준히 드러내게 마련이다. 무의식적인 구조 요청이라고 보면 되겠다. 214쪽]  내게도 누군가 구조 요청을 보낼까, 바로 볼 수 있어서 그 상처가 빨리 낫도록 도와줄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저 내 안의 상처만 쓰다듬고 있는게 아닌지.. 책은 덮었고 내게는 여전하게 책 속에서 흘러나오는 알 수 없는 향에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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