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와 나 - 2012년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ㅣ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영하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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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은 년초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를 기다리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독자가 기다리는 건 누가 이상 문학상을 받느냐가 아닐까 싶다. 2012년에도 어김없이 이상 문학상 수상작이 결정되었고,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가 대상을 수상하였다. 어떤 문학상이든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건 대상작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한데 언제부턴가 대상이 아닌 우수상에 더 관심이 간다. 한국문학의 미래를 짊어질 이들이 바로 그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란, 어쩌면 다음 수상 작가를 미리 만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올해 이상 문학상 작품집에서 먼저 읽은 소설은 조해진의 <유리>와 김숨의 <국수>였다. <유리>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녀는 오래전, 유리로만 이루어진 도시에서 산 적이 있다.’ p. 266 유리로만 이루어진 도시를 상상하자니, 눈의 여왕 같은 순정 만화가 떠올랐지만 소설에서 유리는 상처의 또 다른 말이었다.

 

 조해진은 아주 작은 힘에도 쉽게 부서지고 깨져는 유리의 성질을 상처에 비유한다. 지방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주인공은 어린 시절 집단 폭행을 당한 상처를 안고 산다. 상처는 잠재의식 속에서 그녀를 짓누른다. 유리에 찔리고 밟혀 난 상처에서 스스로 벗어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뒤엉킨 유리들 쪽으로 다가간다. 여자아이만이 그녀를 알아보고 그녀 쪽으로 손을 뻗으려 하고 있다.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세 명의 남자아이들이 뒤를 돌아본 순간,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벽돌을 내리친다. 영문도 모른 채 벽돌을 맞은 연약한 유리들은 신음 한번 제대로 내지르지 못하고 순식간에 깨진다. 부서진다. 가루가 된다. 이미 형체를 잃고 조각났는데도 단박에 사라지지 않고 질리게도 꿈틀거리는 파편들을 짓밟고 선 채 천천히 여자아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도망가서도, 포기해서도 안 된다.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벽돌을 휘둘러야만 이 장면 속의 여자아이는 완벽하게 망각될 수 있을 것이다.’ p. 290

 

 과거 누군가에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도 그 손을 잡아주지 않았기에 그 폭력의 기억으로부터 자신을 구해낼 수 있는 이는 오직 그녀 자신 뿐이었던 것이다. 상처를 준 이도, 상처를 받은 그녀 자신도 모두 유리가 되어 처참하게 부서지고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를 바라는 간절함에, 읽는 이도 어느덧 유리에 베인 통증을 느끼고 만다.

 

 말기 암 진단을 받고 아무 것도 먹을 수 없는 계모가 있는 친정을 찾아 국수를 만든 딸의 이야기인 김숨의 <국수>는 밀가루로 국수를 만드는 아주 단순한 과정을 통해 새어머니에 대한 화해와 애정에 대해 말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에는 맨 처음 밀가루로 국수 반죽을 하는 과정부터 국수를 삶아 낸 모습까지 나온다는 말이다. 어떤 한 과정도 건너 띄지 않고 모든 과정을 아주 섬세하게 다룬다.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계모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여자와 결혼 후 아이가 생기지 않아 오랜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낸 여자의 내밀한 감정들이 그 과정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차마 말하지 못한 말들이, 밀가루 덩어리에서 국수 가락이 되듯 조금씩 늘어난다.

  

‘반죽 덩어리가 웬만한 얼굴만 해서일까요. 국숫발을 뽑기 위한 반죽이 아니라, 그 어떤 형상을 빚기 위한 반죽만 같아요. 조몰락조몰락 아무 형상이라도. 반죽으로 그 어떤 형상을 빚는다면 당신의 얼굴이 아닐까요. 기쁨과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 등 다양하고 상반되는 감정들이 뒤섞여 그 어떤 감정도 좀처럼 읽히지 않는 체념적이고 단순해진 얼굴…… 반죽을 그대로 놔두기만 해도 당신의 얼굴을 똑닮은 형상을 띨 것만 같아요. 그러니까 반죽이 저 스스로 조금씩, 조금씩 당신의 얼굴 형상을 띠어갈 것만 같아요.’ p. 245

 

 차오르는 슬픔을 담담히, 쌓여 있던 아픔을 차분하게 풀어 놓는, 참으로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제, 수상작을 이야기할 시간이다. 자신을 옥수수라고 생각하는 소설가가 주인공인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는 무척 재미있다. 전처인 편집자, 미국에서 성공하여 출판사를 인수한 사장, 계약금만 받고 소설을 쓰지 못하는 주인공을 통해 소설가로서 갖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고충을 엿볼 수 있다. 동시에, 자본과 문학이 상충하는 시대에 대해 깊이 생각할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라고 자기가 쓴 책의 내용을 전부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 역시 잊어버리거나 엉뚱하게 기억한다. 따라서 작가와 독자가 만나서 책 이야기를 하다보면 언제나 다소 뜨악한 분위기로 흘러가게 된다.(중략) 이제 나는 그런 일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독자가 어떻게 기억하고 있든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p. 27~28

 

 조현의 <그 순간 너와 나는>, 최제훈의 <미루의 초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전개와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로 독특한 소설이다. 이국적인 느낌이 강한 함정임의 <저녁 식사가 끝난 뒤>, 소외된 현대인의 고독한 자화상을 마주할 수 있는 김경욱의 <스프레이>와 하성란의 <오후,가로지르다>도 나쁘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해서 2013년 이상 문학상 수상작은 누가 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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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2012-03-2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수수와 나도 읽어볼 만 한 거군요. 혹평이 많던데.
글구 말씀하신 김숨의 작품. 제 지인도 굉장히 호평했어요. 읽어 보고 싶어요..ㅎㅎ

자목련 2012-03-27 15:50   좋아요 0 | URL
옥수수와 나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언제나 수상작에는 혹평과 호평이 많지 않나 싶어요.
개인적으로 김숨의 소설과 조해진의 소설이 좋았어요. 실은 제가 그 두 작가를 좋아해요. ㅎㅎ
 
노인과 바다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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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큰 감동을 안겨주는 책이라 해도 어떤 시기에 읽느냐 따라 그 강도는 다르다. 언젠가 한 번은 읽지 않았던가 하는 착각마저 불러온 책,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내게 그랬다. 아마도 내가 학창시절에, 청춘이라 불리는 시절에 읽었더라면 이 책에 대해 그저 노인과 물고기의 사투라고만 말했을지도 모른다. 망망대해에서 이틀 동안 거대한 청새치를 잡는 노인을 통해 헤밍웨이의 진심은 커녕, 지루해하며 대충 대충 몇 장을 빨리 넘겼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어느 정도 우리 생에 무한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과정에 만났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노인과 바다』는 웬만한 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투 끝에 잡은 물고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어의 공격을 받아 결국에 남은 건 대가리와 뼈 뿐이었다는 이야기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건 제목 그대로 노인과 바다뿐이다. 노인을 이해하고 따르는 소년이 잠깐 등장하지만 소설의 중심엔 노인이 있다.

 

 84일 동안 바다에 나갔지만 물고기를 잡지 못한 산티아고, 그는 이제 더 이상 잘 나가는 어부가 아니다. 자신을 응원할 가족도 동료도 남아 있지 않다. 물론 그가 반드시 물고기를 잡아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바다로 나갈 준비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한다. 그에게 바다는 삶의 전부이었고 그 자신이었던 것이다.

 

 소설에서 산티아고는 혼자다. 금방이라도 그를 삼킬 채비를 한 바다에서 그는 물고기를 기다린다. 많은 시간 혼자 보내며 터득한 그만의 방법이었을까. 먹을 것을 찾아 바다를 나는 새에게 말을 건넨다.  적막하고 고요한 시간, 그는 좋아하는 야구와 꿈에 본 아프리카를 떠올리며 아침마다 자신을 찾아주는 소년을 생각한다.

 

 마침내 미끼를 문 물고기, 그 힘이 대단하다. 그와 물고기의 힘겨운 사투가 시작된 것이다. 얼마나 긴 시간이 될지 그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물고기가 반가웠던 건 아닐까. 거대한 힘을 가진 물고기와 대결하는 일을, 알 수 없기에 나는 한 손과 등의 힘으로 낚싯줄을 버티고 있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다만, 그에게 물고기가 갖는 의미를 알고 묻고 그 대답을 듣고 싶을 뿐이다. 

 

 ‘언제나 매번 새로 처음 하는 일이었고, 그 일을 하고 있는 순간에는 과거를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p. 69

 

 언제나 매번 새로 처음 하는 일이라니, 이런 경지에 오르려면 얼마나 많은 날들을 더 살아야 할까. 죽을지도 모르면서 물고기와 대화를 나누며 혼잣말을 하는 밤, 배고픔에 몸을 옴짝달싹 할 수 조차 없는 순간에도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끈을 끊어버리면 간단하게 끝났을지도 모른다. 줄에 쓸려 상처가 난 손과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상어 떼와 싸우느라 녹초가 된 그에게서 나는 문득, 엄마를 본다. 그리고 생을 생각한다. 나도 곧 노인이 될 것이다. 엄마처럼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다. 나는 죽는 날까지 하루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온 엄마처럼 남은 날들을 채워갈 수 있을까. 산티아고 노인처럼 빛나는 두 눈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을까.바다가 존재하는 한 그는 아마도 매일매일 바다에 나갈 것이다. 물고기를 잡든 잡지 못하든 말이다.

 

 ‘노인의 모든 것이 늙거나 낡아 있었다. 하지만 두 눈만은 그렇지 않았다. 바다와 똑같은 빛깔의 파란 두 눈은 여전히 생기와 불굴의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p. 10

 

 이 책이 주는 감동은 한평생 고기를 잡아오며 살아온 그의 삶에서 묻어 나오는 감사는 아닐까. 투덜대기만 하는 삶, 뭔가 요행을 바라며 허황된 꿈을 꾸는 이들에게 하루 하루의 충만함을 왜 모르냐고 묻는 듯 하다. 대가의 힘이란 이런 것일까. 아무런 장치 없이 그저 노인의 단순한 행동과 말만으로도 이토록 강한 울림을 주다니.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인걸. 운이 있다면야 물론 더 좋겠지.’ p. 33

 

 똑같은 하루라고 생각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던 때는 얼마나 많았던가. 어제와 같은 오늘처럼 보여도 결코 똑같은 하루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자명한 사실을 깨닫게 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걸 마주할 수 있는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새삼 생각한다. 산티아고의 말처럼 운이 있다면야 좋겠지만, 운이 좋지 않다고 낙담하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또다시 새로운 날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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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2012-03-0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스가 남다른 책이에요. 이 책의 존재를 까먹고 있었는데 덕분에 독서 예비목록에 넣었습니다~. 고딩때는 줄거리만 듣고 대체 그런 허무한 소설은 왜 썼나 싶었었지요~ㅎㅎ

자목련 2012-03-07 20:23   좋아요 0 | URL
정말 대가의 포스란 이런 것이구나 했어요. 고교 시절에 읽었다면, 이 감동을 알지 못했겠지요. ㅎㅎ
 
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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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히 좋아하는 추리 작가가 없다. 때문에 익숙한 이름이거나 기존에 만났던 작가의 추리 소설을 다시 찾게 된다. 가장 최근에 히가시고 게이고의 『백은의 잭』을 읽고 다소 실망했다. 그 전에 만났던 소설과는 다른 점이 있었지만 뭔가 숨막히는 긴장감은 떨어지는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내 책장에는 그의 소설이 또 있었다. 『명탐정의 규칙』은 아주 흥미로운 구성을 지닌 추리 소설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작가가 직접 알려주는 추리 소설을 쓰는 법이라고 말해도 좋다. 아니, 추리 소설을 읽는 방법이라고 해야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일반적인 추리 소설의 다양한 규칙에 따른 사건을 소개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를테면 밀실 살인 사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범인의 등장,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수법, 괴상한 살인 방법 같은 일반적인 추리 소설의 형태를 분석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은 독자를 위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별판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확히 말자하면, 나같이 마지막까지 작가의 복선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독자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추리 소설을 읽기 위한 교과서 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이 흥미로운 건 두 명의 등장 인물 때문이다. 범죄의 성립과 추리  과정을 설명하고 해설하는 그들은 경찰 오기와라 반조 경감과 낡아 빠진 양복에 더부룩한 머리, 연륜이 쌓인 지팡이가 트레이드 마크인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다. 둘은 사건마다 티격 태격 싸우는 모습으로 독자를 즐겁게 해 준다. 물론 대부분의 사건을 해결하는 건 덴카이치의 몫이다.

 

 히가시고 게이고는 독자와 작가, 그리고 범인의 입장까지 모두 친절하게 설명한다. 매번 비슷한 설정의 추리 소설에 대한 독자의 불만을 책 속에서 오기와라 경감의 속내로 드러내준다.

 

 ‘탐정 소설에서 우리 조연들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절대로 명탐정보다 먼저 범인을 알아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p. 54

 

 ‘산장은 언제나 폭설로 고립되고, 외딴섬의 별장도 폭풍우로 늘 고립된다. 이런 식이라면 독자들도 곧 질려 버릴 것이 뻔하다. 등장인물 역시 진절머리 나기는 마찬가지다.’ p. 78

 

 그러자, 이번에는 범인의 입장을 탐정 덴카이치의 목소리로 깔끔한 정리가 들어간다.

 

 “범인의 입장에서도 장점이 있지요. 무대가 고립되면 경찰이 개입할 수 없고, 등장인물들도 도망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손쉽게 살인을 할 수 있어요. 마음만 먹으면 모두를 살해하고 범인 자신도 자살할 수 잇지요. 물론 그런 패턴은 명작에나 해당하는 것이지만요.”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사건을 통해 독자는 추리 소설에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독자는 때로 작가보다 한 발 앞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할 터이고 어떤 독자는 추리 소설만이 가진 매력에 빠져들기도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추리 소설 입문서로 좋을 듯하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명 작품을 읽기 전에 만났다면 더욱 더 좋을 것이다.

 

 범죄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누군가에 대한 원한, 복수, 욕망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해 일어난다. 아마도 추리 소설의 작가 혹은 범죄를 해결하는 명탐정은 그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분류에 속한 이들이 아닐까 싶다. 소설 속 노인의 말처럼 인간의 수수께기를 푼다는 건 인간에 대해 가장 많은 연구를 해야 가능할테니까.

 

“살인 사건의 수수께끼를 푼다는 건 바로 인간의 수수께기를 푸는 거야. 그렇다면 오랜 세월의 인생 경험에서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터득한 사람이야말로 탐정에 적합하다는 말이 된다네.” p.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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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2012-02-0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군요. (추리소설을 거의 읽지 않은, 입문이란 말도 아까운 문앞의 독자)
근데 이 다음으로 읽으면 좋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작은 무엇인가요? (많이 읽지는 못 할 것 같으니, 이미 읽은 자목련님께 조금만 추천받고자 함^^)

자목련 2012-02-05 20:45   좋아요 0 | URL
영화로만 보았지만 아무래도 히가시노의 명작은 <용의자 X의 헌신>과 <백야행>이 아닐까 싶어요. 읽은 책으로는 <잠자는 숲>과 <탐정클럽>이 재미있었어요.

아, 그리고 이 책도 재미있고 흥미로웠어요.^^

섬 2012-02-05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백야행 영화 한국판 말인가요? 고수 나오는.. 그건 저도 봤어요.^^
일단 용의자 X의 헌신과 이 책을 봐야겠군요..(그 이상은 저로선 아마 무릴 거예요.ㅎㅎ)

자목련 2012-02-06 19:37   좋아요 0 | URL
고수와 손예진이 나오는 영화, 맞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이 히가시노의 가장 최고의 책이라고 지인들은 말하더라구요. 한데, 저도 책으로는 읽지 못했어요.^^
 
오릭맨스티
최윤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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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윤의 <하나코는 없다>를 언제 읽었던가. 내용이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강하게 각인된 건 제목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다시 최윤의 소설을 읽고자 했던 건 제목인『오릭맨스티』란 낯선 단어에 끌렸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 대한 갈망은 그러했다.

 

 한 여자와 한 남자의 만남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타인으로 존재했던 이들이 서로를 탐구하며 관찰한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도 괜찮을지, 아니면 여기서 이별을 고해야 할지 대부분의 첫 만남에 그렇듯이. 두 번째, 세 번째 만남에 이어 많은(결코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믿는다) 것을 함께 하며 시간을 보내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합의를 보고 관계를 확장시키는 일은 그저 일상적인 삶처럼 보인다.

 

 ‘여자는 정말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자는 유령 같다. 여자는 그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없다. 나이와 직장 전화번호와 남자가 사는 원룸의 위치와 그가 근무하는 회사의 위치. 모든 게 가변적이다. 여자는 그녀와 함께하지 않는 시간, 즉 남자의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전혀 상상할 수 없다. 남자가 여자에 대해 모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남자는 여자의 신상과 여자의 생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p. 40

 

 이름을 부여하지 않은 여자와 남자. 익명은 때로 다수를 의미한다. 여자는 여자들, 남자는 남자들이 되기도 한다. 자식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온 어머니, 배신한 아들 대신 딸에게 어떤 기대를 품는 부모는 가까이서 찾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사랑하기에 안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은 정말 진짜일까. 진정 모든 건 가변적이지 않을까.

 

 ‘결혼이, 부부 관계가 그들이 원래 지니고 있었던 자잘하지만 치명적일 수도 있는 악행들을 뿌리 뽑지 못한다. 게다가 왜 그래야만 하지? 남자는 속으로 반문한다. 남자의 생각이 맞다. 뿌리가 뽑히기는커녕 두 배로 늘어가거나 깊어지고 그에 대해 뻔뻔해진다. 점점 말수가 줄어드는 남자에게서 잠시 가려져 있던 단점들이 봄에 잡초 싹이 돋듯 파르스름하게 돋아나는 것을 보고 여자는 고개를 흔들고 두 팔을 늘어뜨린다. 어차피 남자도 여자도 성인이 아니다. 인생은 짧고 할 수 있는 것은 적다.’ p. 103~104

 

 그렇다. 이 소설은 단순한 연애, 결혼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설은 이런 낯익은 풍경을 시작으로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욕망에 대해 말한다. 평이하고 솔직한 심경으로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작가의 속내는 조금 천천히 나타난다. 해서 어느 순간 불행을 감지한다. 취미 그 이상을 넘어선 외제 자동차에 대한 남자의 집착, 화려한 일탈을 꿈꾸는 여자의 마음이 같은 지점에서 연소하고 만다. 단 한 번의 멋진 휴가지에서 폭우에 휩쓸려 죽음을 맞이하고 두 살 배기 아들만 살아 남는다.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처럼 그렇게 여자와 남자의 생은 끝난다. 무수한 소문을 남기고, 늙은 부모에게 상실과 절망을 안기고 떠난 것이다. 

 

 소설은 결말에 이르러 화자인 ‘나’가 등장한다. 부모를 잃고 벨기에로 입양된 나는 그 죽음의 순간을 온 몸에 새긴 채 살고 있었다. 다만 알 수 없는 고통을 동반한 환영으로 마주할 뿐이다. 청년이 되어 여자와 남자이자, 자신의 부모와 함께 마지막을 보낸 장소를 찾는다. 화자는 기억 속 저편에서 보았을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본다. 아름다운 석양이 영원하지 않듯 삶은 유한하다.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탐하고 꿈꾸는지도 모른다.

 

 한 때, ‘평범’이라는 단어에 매달린 적이 있었다. 지극히 평범한다는 게, 남들처럼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된 시점이었다. 균열이 없는 삶을 지속한다는 게 얼마나 많은 인내와 욕망을 참아내야 하는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잘사는 것처럼 사는 것, 비슷한 부류와 어울리면서도 그들을 좀 더 앞지르기를 바라며, 그들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라는 건 모두의 숨겨진 욕망일 것이다.

 

 쓸쓸하면서도 어떤 묵직한 아련함이 남는 소설이다. ‘인생은 짧고 할 수 있는 것은 적다’란 문장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내 안에 잠재된 욕망과 탐욕은 무엇일까. 잊지 않고 때때로 찾아오는 울울한 감정은 무엇일까. 명확한 뜻을 알지 못한 채, 어느새 나도 모르게 ‘오릭맨스티’를 중얼거리며 언젠가 마주할 인생의 석양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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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2012-01-1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소설 줄거리도 흥미롭지만, 인용구 둘도 모두 좋아서, 소설에 호감이 부쩍!
2. 평범이란 '유한한 삶이기에 더 많은 걸 탐하고 꿈꾸는 마음'의 에너지를 간신히 견뎌내고 삶의 표면의 균열을 막은 결과 일까요. 그나저나 평범도 운명인 것 같아요. 혹은 내가 평범하지 못하다는 마음이 착각이거나요.
3. '잊지 않고 때때로 찾아오는 울울한 감정'이 무엇일지, 혹은 이 감정의 존재가 의미하는 게 무엇일지 생각하다 보면 인생의 큰 비밀 하나를 알게 될 것 같아요.^^

자목련 2012-01-20 11:28   좋아요 0 | URL
1. 전 제목 때문에 호감을 가졌던 소설인데, 담담한 문장이 좋았어요.
2. 평범도 운명인 것 같다는 말씀, 정말 깊이 와 닿습니다. 맞아요, 모든 기준은 나에게 있으니까요.
3. 울울한 감정은, 생명력을 안겨주기도 해요. 아, 이렇게 아프고 이렇게 쓸쓸한 날들이 지나감을 느끼니까요..

따뜻함을 안은 덧글로 포근한 아침입니다. 고아워요, 섬님^^
 
의자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13
이정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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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 날과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환기를 시키고, 메일을 확인하고, 다시 밥을 먹으려고 밥솥에 취사 버튼을 눌렀다. 읽고 있던 책이 있었지만, 그 책을 덮고 이정록의 시집 『의자』를 든 건 소란스러운 내 마음 때문이다. 수록된 시들을 소리 내어 읽었다. 세어보니 <어린 나무의 발등>부터 <풀뿌리의 힘>까지 모두 61편의 시였다. 알고 있었던 <의자>처럼 한결같이 따뜻한 시들이었다. 어디서나 마주할 수 있는 사물들이 시의 소재였다. 곧 우리의 삶을 시라는 이름으로 마주한 것이다.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차분해졌다. 모든 건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마음 먹기가 참 쉽지 않다. 이런 시는 나를 웃겼다가 끝내 울리고 말았다. 어느 집 수저통에 한 벌쯤 있을 젓가락을 소개로 한 시다. 처음엔 똑같았을 젓가락들이 어느새 한 쪽만 닳아버렸다. 어머니와 주고 받는 농 비슷한 말들이 우스워서 웃다가 마지막 연에서 그 웃음이 울음으로 변해버렸다. 한 쪽만 닳아버린 젓가락이 집집마다 남겨진 수많은 어머니 같아서, 연인을 떠나버리고 홀로 남은 그 누군가 같아서 말이다.

 

 옻나무 젓가락

 

 십 년도 더 된 옻나무 젓가락

 짝짝이다. 이것저것 집어먹으며 한쪽만 몰래 자랐

나? 아니면

 한쪽만 허기의 어금니에 물어뜯겼나?

 

 어머니. 이 젓가락 본래부터 짝짝이였어요? 그럴

리가. 전 그럴 리가가 아니고 전주 이간데요. 저런 싸

가지를 봐. 같은 미루나무라도 짧은 쪽은 네 놈 혓바

닥처럼 물  질질 흐르는 데서 버르장머리 없이 크다가

물컹물컹 제 살 아무 데나 쓸어 박은 것이고, 안 닳은

쪽은 산 중턱 어디쯤에서 나마냥 조신하게 자란 게지.

출신이 모다 이 어미라도 동생들 봐라. 물컹거리는 녀

석 있나? 장남이라고 고깃국 먹여 키웠더니, 뭐? 그

럴 리가가 아니고  전주 이가라고? 배운 놈이 그걸 농

이라고 치냐? 젖은 혓바닥이라고.

 

 저녁밥 먹고

 어머니와 나란히 바깥마당으로 나오며

 짝짝이 젓가락처럼 발끝 머리끝을 맞춰보는데

 솥바닥을 뚫고 나가 불길이 되고 싶었나?

 서러워라, 어머니 쪽에서 불내가 솟구친다.

 숟가락 내동댕이치고 서둘러 떠난 식구들

 저 밤하늘 어디에서 늦은 저녁밥을 먹고 있나?

 녹슨 양철 지붕 위로 옻칠 부스러져 내린다. (p. 40~41)

 

 사는 건 참 별 게 아니라고 하는데, 누구나 같은 생을 산다고 알고 있는데, 사는 건 왜 이리 힘들까. 철물점에서 마주한 톱날에게서 투명한 물결을 본 시인은 이런 시로 삶을 위로한다. 하는 일이 맘에 들지 않는, 고난한 일상이 힘겨운 누군가에게 ‘누구나 톱날 하나쯤은 악다물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내가 가진 톱날은 과연 하나뿐일까. 그 톱날로 자르고 싶은 건 무엇일까. 내 마음 속 톱날이 무뎌지기를 바라야 할까, 더 강해지기를 바라야 할까.

 

 결

 

 철물점에 갔다가

 톱날 묶음을 보았다

 톱니들이 물결처럼 보였다. 손을 대면

 물방울이 튀어 오를 것 같았다

 하지만 톱날은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누군들 자르는 일에 몸담고 싶으랴

 톱날을 어루만지며, 나는

 얼음집에 가면 톱으로 엉킨 물을 푼다고 말했다

 믹서의 톱날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그러자 이빨을 번뜩이며, 자기는 정말 파도를 닮아서

 크게 한 번 출렁이면 천 년 묵은 고목도 순간이라고

으스댔다

 누구나 톱날 하나쯤은 악다물고 살아간다고

 내가 아는 실패한 친구에 대해 말해주었다

 너는 토막 난 쇳조각에 불과할 뿐이라고

 녹슬 줄밖에 모르는 불쌍한 말년이 될 뿐이라고

 타일러 주었다. 일생 억눌려 사는 바위도

 결만 좋으면 구들장이 될 수 있다고 귀띔해주었다

 그러자 톱날에 껴 있던 파도 한 줄기가

 내 마음의 얼음장을 톱질하기 시작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물결 소리가 들려왔다

 시린 철새의 발가락도 보았다

 깃털 속으로 햇살 들이쳤다 (p. 56~57)

 

 겨울이니 <겨울밤>이란 시에 눈이 간다. 옥탑방에 살았던 기억 때문일까. 옥상에 보일러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가족, 살 부비며 한 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식구들이 모여 앉은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각양각색 빨래집게처럼 저마다 색을 지닌 가족들. ‘내가 저 보석 지붕을 받들고 선 주춧돌이다’란 구절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든든한 남편, 좋은 아빠이고 싶은 사내의 마음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겨울밤

 

 보일러를 녹이려고 옥상에 오른다.

 

 하루 내내 이가 시리도록 일한 빨래집게들. 서걱거

리는 옷가지들을 다 건네주고 빨랫줄 한가운데에 모여

있다. 빨랫줄에도 아랫목이 있나? 오목하게 모두 모

여 찬바람을 비끼고 있다. 언 뼈를 부닥뜨리며 겨울밤

을 건너가고 있다.

 

 손전등을 밤하늘에 비춘다. 어리둥절 비틀거리던

기둥 하나가 허공에 선다. 그 불기둥을 따라 추운 별

들이 내려온다. 내가 저 보석 지붕을 받들고 선 주춧

돌이다. 별도 달도 다 따주겠다던 약속이 있었지, 한

사내가 쓴웃음으로 계단을 내려온다.

 

 아이 방 한가운데 작은 이불 속에도 빨래집게 같은

다리들이 아랫목을 만들고 있다.

 차갑지? 내 시린 무릎을 디민다.

 별꼴이야.

 별꼴이라고? 그렇지. 가족이 무릎을 맞대면 별꼴이

되지.

 

 그 누가 빨래집게들의 가슴마다 목걸이 하나씩을 채

워줬나? 깊은 밤  한 사내가 누군가의 목덜미를 쓰다

듬는다. 빨래집게는 그 팽팽한 철사 목걸이의 힘으로

이 악물고 일만 하나?

 끄응, 별꼴이 돌아눕는다.

 기름 떨어진 보일러처럼, 거칠게 바람이 빠진다. (p. 92~93)

 

 이 시집에는 유쾌하고 정겨운 시들이 많다. 그 유쾌함은 절대 가볍지 않고, 그 정겨움엔 많은 것들이 박혀 있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마음, 자연과 사물에 대한 애틋한 마음, 앞으로 살아갈 우리 생에 필요한 위로와 격려가 함께 있었다. 그래서 더 좋았고 그래서 더 따뜻했다.

 

 의자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p. 10~11)

 

 우리는 서로에게 고단한 삶은 쉴 수 있는 의자가 된다면 좋을 것이다.  의자가 된 풍경을 함께 바라본다면 더 좋을 것이다. 지금 나를 받히고 있는 의자에게 고맙다. 흔들리는 나를, 넘어지지 않게 잘 잡아준, 앉을 수 있는 ‘의자’란 이름의 당신에게 고맙다. 나도 당신에게 의자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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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2012-01-19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자, 시 좋네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겠어요.^^

자목련 2012-01-20 11:32   좋아요 0 | URL
진즉, 엄마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 게 아쉬워요..
참 따뜻한 시들이 많아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