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ㅣ 일공일삼 94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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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실수라는 걸 해요. 하찮은 사람과 괜찮은 사람의 차이는, 자신의 실수가 누군가 불편하게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는 태도에 달려 있을 거예요. 또한, 옳지 못한 경우를 당한 사람도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아야겠지요. 그럴 때 곁에 단 하나의 친구만 있어도 좋을 텐데요. 생각해 보자구요. 나는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118쪽,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가 흔히 쓰는 ‘사이좋게 지낸다’, ‘친하게 지낸다’는 말은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다.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진짜 우정을 키우고 친구를 만든다.그러니 아이들에게 무조건 친구와 싸우지 말고 지내라는 말은 압력인지도 모른다. 황선미의 신작동화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은 단 하나의 친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동화다.

 

 초등학교 4학년 열한 살 주경이는 학원 가기가 정말 싫다. 같은 반 반장인 혜수가 두렵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친구들 앞에서는 아주 친한 적 대하지만 심부름을 시키고 괴롭힌다. 매일 초콜릿을 사다 바치는 건 그나마 괜찮다. 혜수는 새로 전학 온 명인의 구두 한 짝을 버리는 일을 주경에게 시킨다. 잠깐 구두를 숨겼다가 명인이에게 줄 거라고 혜수는 말했다. 하지만 혜수는 구두를 정말 버렸다.

 

‘괜찮아. 나 혼자서 저지른 일 아냐.

  괜찮아. 난 이보다 더 심하게 당한 적도 있어.

  괜찮아. 신발이 그것뿐이겠어. 다른 거 신으면 되지.’ (41쪽)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죽집을 하면서 주경이를 키운 엄마에겐 말할 수 없다. 혼자서 속앓이를 하는 주경이에게 골목 모퉁이 가게 ‘기역자 소풍’은 이상하게 위로를 준다. 주경이는 자주 그 가게 안의 장화를 바라본다.

 

‘노란 장화. 빨간 장화. 까만 장화. 주황 장화. 파란 해바라기. 웃는 고래. 춤추는 음표. 무지개 나뭇잎, 예쁘다. 나란히 있는 게 아주 잘 어울린다. 사이좋은 친구처럼. 저 중에서 하나라도 팔리면 섭섭하겠다.‘ (51쪽)

 

 명인이의 구두가 어떤 구두인지 알게 된 건 죽집에서 일하는 할머니 때문이다. 명인이가 할머니 손자였다. 주경이는 엄마에게 모든 걸 털어 놓는다. 전학을 가고 싶었다. 명인이 엄마의 마지막 선물이라서 정말 미안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명인이는 주경이에게 화를 내는 대신 마음이 아팠냐고 묻는다. 그런데 명인이는 주경이를 따돌리지 않고 학예회 준비를 함께 하자고 쪽지를 보낸다. 주경이와 명인이는 서로에게 단 하나의 친구가 된 것이다. 열한 살, 명인이와 주경이의 예쁜 우정이 오래 계속되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아무렇지 않은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동화다. 더불어 아이들이 마음을 나눌 수있는 단 하나의 친구가 얼마나 소중한지도 말이다. 어른에게는 인생을 살면서 빛나는 우정을 몇 번이나 만나게 될까, 생각하게 만드는 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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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구슬
김휘 지음 / 작가정신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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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이 공포가 된 지 오래다. 친근한 마음을 쉽게 표시해서도 안 되고, 친절을 베풀어도 안 된다. 반대로 누군가의 호의를 냉큼 받아서도 안 된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어쩌다 우리는 이런 세상에 살게 되었을까. 그러니 타인과의 관계에 적당히 선을 긋고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게 현명한다는 누군가의 조언은 일리가 있다. 김 휘의 소설집 <눈보라 구슬> 속 인물들이 겪는 일들도 그렇다. ‘눈보라 구슬’이라는 예쁜 제목과 달리 서늘한 기운을 안겨주는 표지는 마치 주변을 경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목격자>는 살인사건 용의자와 닮았다는 이유로 주변의 이상한 시선을 받아야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종일이 하는 일은 불법으로 신분증을 위조하는 일이다. 그 역시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며 살아간다. 사건 이후 자신을 미행하는 시선 때문에 불안하다. 범인은 계속해서 살인을 저지르고 종일은 옆집 남자의 여자친구 소연이 살해당하는 것을 본다. 소연에게 머리 손질을 받은 후 돌아가지 않고 소연을 기다리던 중 목격한 것이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거기 있었다. 그러나 종일은 침묵한다. 읽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종일을 용의자가 아닌 목격자로 인정할 수 있는 이는 몇 명이가 될까. 반대로 우리가 종일이라면 신고할 수 있을까.

 

 신고포상금을 받는 사진을 찍는 <아르고스의 눈> 속 화자도 다르지 않다. 항상 누군가의 잘못을 사진으로 찍는 그는 어느 날 지인의 부탁으로 공작새 박제를 들인다. 그 후로 그는 자신을 향한 수많은 눈들로 벗어날 수 없다. 과거 자신을 향했던 누군가의 눈부터 현재 자신이 사진기를 통해 바라보는 누군가의 눈까지 혼란스럽다. 지인은 그저 착각일 뿐이라 무시하지만 그에게는 공포로 다가온다. 잊고 있었던 죄의식을 불러오는 것이다.

 

 ‘공작의 깃에 있는 무늬가 마치 사람 눈처럼 생겼지. 이 이야기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전신에 백 개의 눈을 가진 거대한 괴물이 있었지. 등이나 뒤통수에도 몇 개의 눈이 있는 것으로도 묘사되기도 해. 그래서 모든 것을 보는 자라는 뜻의 파노프테스라는 별명도 얻었어. 모든 것을 보다고? 그래, 못 보는 것이 없으니 사각이란 개념도 없었을 거야. 어쩌면 인간의 은밀한 속내까지 투시해냈을지도 모르지.’ (49~50쪽)

 

 김 휘는 이처럼 우리 삶 속에 도사리고 있는 공포와 불안을 매우 사실적을 표현한다. 때문에 소설 속 인물은 불편을 감수하며 타인의 일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괴로운 시간을 보낼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자발적 고립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반면 간절하게 누군가의 손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나의 플라모델> 속 탈북 소년 종안은 플라모델 가게 플라드림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지저분한 옷차림으로 가게 안을 들여다보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자신과 같은 탈북자라는 사실과 미그 19기 조종사였다는 걸 안 종안은 가게에서 플라모델 미그 19기를 훔쳐다 준다.

 

 ‘미그 19기는 일정한 각도를 유지한 채 나발 아저씨 손에 천장 높이로 들어 올려지고 있었다. 이륙? 그랬다. 이륙이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팔뚝만 한 미그 19기 모형은 조금 전 다락방 나무 바닥을 박차고 이륙했다. 나발 아저씨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피이융, 하는 엔진 소리는 힘찼다. 신문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벽과 비스듬히 기울어진 천장은 하늘이 되었다. 칠이 벗겨진 밤색 탁자와 나무 바닥과 누덕누덕한 매트리스는 강과 산이 되었다. 미그 19기는 궤도를 공전하듯 방 안을 날았다.’ (189~190쪽)

 

 종안은 현재 자신의 상황을 잊은 채 아저씨의 미그 19기를 따라 날고 있었다. 같이 일하는 창용은 종안이 플라모델을 훔친 걸 빌미로 가게를 터는 일에 끌어들인다. 비밀을 지키고 무선 조종 미그 19기를 받은 종안은 탈북자 아저씨에게 선물한다. 경찰은 아저씨의 집에서 발견된 플라모델을 증거로 범인으로 체포한다. 종안과 탈북자 아저씨는 서로에게 손을 내민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것만이 진실인 것이다.

 

 김 휘는 이외도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는 <감염>을 통해 공포 조장하는 사회, 사악한 범죄도 나만 아니면 괜찮다는 현대인의 욕망을 고발한다. 소설을 통해 지속되는 무관심의 결과가 결국 모두를 절망의 늪으로 빠지게 한다는 무서운 결말을 보여준다. 호러 영화 그 이상의 섬뜩한 이미지는 부정할 수 없는 숨겨진 인간의 내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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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탁기가 고장 났다. 냉수 급수가 되지 않는다. 김희진의 소설 <옷의 시간들>처럼 애인이 떠난 것도 아닌데 세탁기가 고장 나고 말았다. 오랜 시간 사용했기에 고장이 난 것이다. 나는 소설의 주인공 오주처럼 빨래방에 갈 수 없다. 내가 알기엔 이 소읍엔 빨래방이 없다. 내게 속한 옷들, 수건들, 양말과 속옷들에게 바깥 구경을 시켜줄 수가 없다.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살 적에도 단 한 번도 빨래방을 이용하지 않았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세탁기들과 빨래가 다 되기를 기다리며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들의 표정을 상상한다. 다시 이 소설을 읽어볼까. 한데 책이 어디에 있을까.

 

 빨랫감을 바구니에 옮겨 넣고 나름 애를 써 봤지만 세탁기는 화가 난 사람처럼 뚱하다. 검색을 통해 얻은 지식을 실천했지만 요지부동이다.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었고, 상담을 예약했다. 몇 번의 통화 끝에 상담이 시작되었지만 이번엔 상담에 필요한 정보를 기록하지 않아 지속되지 않았다. 결국 다시 상담 예약을 해야만 했다.

 

 전화를 기다리는 일은 조급함을 동반한다. 그리고 지루하다. 상담 전화가 끝났다고 해서 고장 난 세탁기가 바로 수리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방문 기사를 기다려야 하고, 부품을 바꾸게 되면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니까 나의 조급함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급하다. 전화를 받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 내가 받지 않는다면 다시 전화가 걸려 올 텐데 말이다. 세탁기 고장으로 머리가 어지럽다. W. G. 제발트의 소설 <현기증. 감정들>의 표지 이미지처럼 말이다.

 

 하루 종일 세탁기가 나를 지배할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단어는 세탁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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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0-27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같아요

자목련 2014-10-27 10:49   좋아요 0 | URL
그리 보아주시면 영광이지요. 하늘바람 님, 고맙습니다^^

조선인 2014-10-2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수 급수가 안 된다면 일단 온수급수와 연결부위를 바꾸면 어떨까요?

자목련 2014-10-28 09:57   좋아요 0 | URL
말씀처럼 방문 기사분이 부품을 교체하는 것보다 그 방법을 쓰면 어떠나고 하셨어요.
아주 오래된 세탁기라 온수급수도 안 될 경우에 부품을 교체하는게 더 낫다고 하시더라구요.
물론 출장비는 지급되었지요, ㅎ
조선인 님,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mira 2014-10-2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탁기 돌려놓고 이리 시간 때우고 있네요 ㅎㅎ

자목련 2014-10-28 09:54   좋아요 0 | URL
지금쯤 어제의 빨래가 잘 마르고 있겠네요^^
 
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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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다. 7년 동안 사랑했고 한 공간에 살았던 남자와의 이별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서로에 대한 증오가 쌓인 것도 아니라 자연스럽게 남자가 여자를 떠났다. 목욕을 마치고 머리를 말리고 옷을 입고 출근을 하듯 일상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그럼에도 여자는 남자와 전화를 하고 가끔은 밥을 함께 먹고 건강과 생활비를 염려한다. 둘 사이에 흐르는 감정은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에서 이별은 차갑거나 뜨겁지 않다. 그저 담담하다. 사랑에 빠진 연인이나 헤어진 그들을 적당히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들의 감정 깊은 곳까지 관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적어도 내가 받은 느낌은 그렇다. <낙하하는 저녁>은 감각적인 소설이다. 얼핏 삼각관계의 진부한 설정처럼 보이지만 그저 이별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리카와 다케오는 오랜 연인이었다. 다케오의 사랑이 하나코에게 향했을 때에도 리카는 다케오를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 한다. 그와의 추억이 있는 집을 떠날 수도 없었다. 월세를 충당하기 위해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공간을 지키고 싶었다. 이런 상황에 하나코가 리카와 함께 살겠다고 찾아왔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여자가 과거 남자친구의 현재 연인과 동거를 하고 싶겠는가. 경제적인 이유와 다케오와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던 리카는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나코는 리카를 방해하지 않았다. 둘은 나름대로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했다. 다케오는 종종 만나는 듯했지만 하나코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떠나고 싶으면 떠났고 다케오를 의식하지 않고 다른 남자들과 어울렸다. 그런 하나코를 리카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다케오가 안쓰럽기도 했다. 하나코가 다케오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나코는 모른다. 이때 나는 확신했다. 한 남자와 인생을 공유할 때의 흔해빠진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행복, 믿지 못할 기적 같은 순간의 축적. 예를 들면 겨울 아침, 다케오 옆에서 당연한 일이듯 눈을 뜨는 것. 차가운 발을, 건장하고 따스한 생명력에 넘치는 다케오의 발에 휘감을 때의 안심감. 뿌연 유리창.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몇 분.’ 130쪽

 

 이 소설에서 가장 이상하게 보이는 인물은 하나코와 리카 중 누구일까? 에쿠니 가오리는 하나코의 상실과 상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그녀가 왜 많은 남자를 만나며 살아가는지, 얼마나 외로워하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계절이 바뀌고 1년 넘는 시간을 하나코와 산 리카도 어떤 질문도 하지 않는다. 하나코가 무엇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을 택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나코는 내가 숨쉬는 공기에 녹아 가득가득 방을 채우고 있었다. 그 공기는 한천처럼 딱딱해서 창문을 열어도 바깥공기의 침식을 받지 않는다. 하나코가 없어도 내가 느끼는 방의 온도와 습도는 늘 일정하다.’ 248~249쪽

 

 쓸쓸한 슬픔이 가득한 소설이다. 심지어 그 슬픔은 차분하고 건조하다. 이별을 했어도 일상엔 커다란 변화가 없다. 어떤 이별로 남겨진 가슴이 터질 듯한 아픔도 부서지고 만다. 어떤 이별은 지워지지 않을 무늬를 새기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그것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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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감정에도 휘둘리지 않는 나이를 지녔다. 그렇게 믿으며 살고 있다. 지나고 보면 모두 다 대수롭지 않은 감정들이란 말이다. 어제가 비의 시간이었다면 오늘은 햇볕의 날들인 것처럼 말이다. 어쨌거나 우산이 지배했던 어제의 물기는 증발해버렸다. 베란다에 널어 놓은 장우산은 말끔해졌다. 그런 우산을 바라보는 일은 유쾌하다. 좋아하는 비가 내리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는 일과 다르지 않다.

 

 기다렸던, 정말 기다렸던 김연수의 산문집이 나왔다. 그러니까 나는 이 산문집을 봄부터 기다렸다. 국화꽃 피는 가을에 만날 줄도 모르고 목련이 피는 순간부터 기다렸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제부터 김연수의 다른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을 읽고 있었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는 말이다. 『소설가의 일』, 간단 명료하고 매우 정확한 제목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오늘 충동적인 구매를 했다. 산문집에 언급된 러셀 셔먼의 『피아노 이야기』를 주문한 것이다. 절판이라 중고로 주문했다. 알라딘 중고로 주문한 경우는 두 번뿐인데,  모두 김연수에 의한 책이었다. 나머지 한 권은  『선영아, 사랑이라니』 였다. 아, 나는 왜 이토록 김연수에 빠져드는가.

 

 김연수와 함께 황정은의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 도 반갑다. 제목에서 전해지는 결연한 의지가 어떤 용기를 부여하는 듯하다. 그런 제목으로는 마류야마 겐지의 『나는 길들지 않는다』가 있다. 지난 산문집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는 기대가 높았던 탓인지 흡족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번 산문집은 조금 더 강렬한 느낌이면 좋겠다. 그리고 존 그린의 장편 『이름을 말해줘』는 아주 예쁜 소설일 것 같다. 분명 그럴 것이다. (이미지의 크기는 애정의 크기다.)

 

 

 

 

 

 

 

 

 

 

 

 

 

 

 

 

 

 

 

 ‘휴식이란 내가 사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 경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바쁜 와중에 잠시 시간을 내서 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나를 둘러싼 반경 10미터 정도, 이게 바로 내가 사는 세계의 전부구나.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몇 명, 혹은 좋아하는 물건들 몇 개. 물론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세계가 그렇게 넓을 이유도, 또 할 일이 그렇게 많을 까닭도 없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정말 잘 쉰 셈이다. (『지지 않는다는 말』 53~54쪽)

 

 

 읽지 않은 책이 많다는 건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빨리 읽어줘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빨리 김연수와 황정은의 소설을 읽어야만 한다. 읽고 책장에 넣어둔 책은 그 느낌을 표현하고 기록해야 한다. 그것이 독자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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