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
안효원 지음 / 밤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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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어찌할 수 없는 일들과 마주한다. 내가 원하고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는 게 삶이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바로 수긍하고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시간이 필요하다. 적응할 수 있는 시간,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시간 말이다. 안효원의 『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는 그런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기록은 일상이고, 기록은 삶이다. 그러니 이 책은 살아가는 이야기, 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파서 시골에 왔습니다』 란 제목에서 당신은 어디에 끌리는가? 아파본 사람은 아파서에 멈추고, 시골에 살거나 시골을 꿈꾸는 이들은 시골이란 단어가 그럴 것이다. 시골에 살기도 하고 튼튼하지도 않는 나는 읽기 전부터 조금 마음이 아렸다. 그렇다고 이 책이 투병기 혹은 회복기라는 착각은 하지 말길 바란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냥 사는 이야기. 웃고, 울고, 실수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시골 농부의 이야기다.


저자가 처음부터 귀농을 결정한 건 아니다. 수업이 끝난 토요일 버스를 기다리느니 2시간 걸어서 집에 오던 아이, 고등학교부터는 집을 떠나 자취를 하고 PD가 될 수 있다는 말에 국문과에 입학한 청년은 영화주간지의 기자가 되었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소개하는 분야로 이직도 했다. 왕복 다섯 시간의 출근길이 무리였을까 몸이 신호를 보내왔고 수술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회복을 위해 고향 포천으로 돌아왔다. 충천을 위한 시간은 어느덧 토박이의 삶으로 변화했다. 우연한 계기로 초등학교 인턴 국어 교사를 시작했고 도시로 가기를 바랐던 부모님의 바람과는 다르게 저자의 선택은 결론적으로 귀농이었다.


농부의 딸이고 동생이기에 나는 농사를 짓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그래서 저자가 들려줄 농사 이야기가 시시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었다. 너무 재밌고 놀라웠다. 언제나 그렇듯 짐작은 경험이 아니니까. 초등학교 아이들과 수업을 하며 아버지를 도와 조금씩 농부가 되어가는 과정은 즐겁고 감동이었다. 저자에게는 힘겨운 과정이 더 많았을 수도 있겠지만.





농사는 힘겹다. 그냥 씨를 뿌리고 때 되면 수확하는 게 아니다. 하루하루 살피고 자연의 영향을 받고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다. 적절한 비와 바람과 태양 같은 건 없다. 산에 심어놓은 더덕 넝쿨을 다 뜯어내고 옥수수를 뽑는 일은 귀여운 실수다. 아버지는 논에 제초제를 주는 일도 대충 주면 된다고 하지만 그 대충은 아버지만 알 수 있다. 그러니 적당히 논을 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실패하고 실수하고 시간을 투자하면 보인다. 손을 놓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리고 깨닫고 알게 된다.


오늘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일 한 시간 더 하고 망가진 거 고치면 그만이다. 고치면 논둑은 더욱 단단해진다. (69쪽)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 그러하다. 어제와 똑같아서 지겨울 수도 있지만 어제와 똑같으니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살 수 있다. 배달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시골이기에 도시에 가면 모든 게 맛있고 좋아 보인다. 일손이 부족해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친구와 친척의 도움을 받아 일을 하는 날은 신나고 즐거운 날도 기억된다. 혼자 사는 이웃 할머니께 아이들과 인사를 가면 과자가 수북이 반긴다. 작은 학교, 작은 동네에 보탬이 되고자 참여하고 열심히 최선을 다한 공동체의 10년 시간은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글쓰기가 된다.


저자의 하루를 상상한다. 매서운 추위로 가득한 겨울의 날들은 좋아하는 책과 둘러싸여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눈 내린 둔덕을 찾아 아이들과 눈썰매를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내 부천댁과 ‘밤나무 북스테이’ 공간을 위해 열심히 뭔가를 계획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할지도 모른다. 아파서 시골에 왔지만 좋아서 시골에 살고 있다는 다음 이야기를 쓰고 있을지도.


어쩌면 우리는 기대하지 않았던 삶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기대하는 삶을 위해 기대하지 않았던 삶을 견디고 있을지 모른다. 어떤 이는 기대하지 않았던 삶에서 기대 이상의 것을 발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살아가야 할 삶은 알 수 없다. 미지의 날들이기에 희망을 꿈꾸기도 하고 반대로 불안을 버리지 못한다. 삶의 방향을 어디로 둘 것인지,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이 책을 읽고 나면 조금 분명해질 것이다. 괜찮다는 위로와 함께.

봄이면 뒷산에서 상큼한 상아를 뜯어 먹고, 이제는 먹을 사람도 없어 동네 오디를 혼자 다 따 먹는다. 집 앞에 자라는 딸기는 작고 볼품없지만 제철 딸기의 향을 오롯이 품고 있어 좋다. 버드나무 꽃가루가 사방에 날리면 한상의 세계에 온 것 같고,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서산으로 지는 해를 보는 것도 좋다. (1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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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소복하다 - 12g, 7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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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았던 맛은 좋은 대로,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커피를 만나는 시간, 호기심을 불러오는 낯선 커피의 맛. 땡스투는 요정 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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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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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서 어떤 면에서는 거리낌 없어지고 어떤 면에서는 의뭉스러워진다. 뭔가를 소유하고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 이뤄야 한다는 의무감이 가득하다. 대화의 폭은 점점 좁아지고 깊이는 얕아진다. 진심을 표현하는 게 어렵고 가벼운 수긍이나 농담으로 눙 치는 경우가 늘었다. 사느라 그런 거라고, 고단해서 그런 거라고 여기면서도 돌아서면 내심 서럽고 웅크러진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 속 단편을 읽으면서 그런 기분을 느꼈다. 작가와 함께 나이를 들고 작가가 그려낸 소설 속 인물이 전혀 남 같지 않음이 반가우면서도 쓸쓸한 건 나뿐이 아닐 것이다.


화려하고 풍요로운 공간을 방문할 기회, 부러움의 대상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무의미한 대화 속에서 결코 우리가 될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 마는 「홈 파티」나 타국의 휴양지에서 한 달 동안 지내면서 겪는 묘하게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이 소통의 부재보다는 돈의 문제로 부각되는 「숲속 작은 집」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경제적 어려움을 직면한 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홈 파티’나 ‘숲속 작은 집’이라는 제목만 보면 우리네 현실과는 다른 삶이 아닐까 싶은 기대와 다른 각도를 보여주는 것. 나의 자리가 아닌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바라보는 삶의 장면이 어떻게 펼쳐질지 성찰하게 만드는 단편이다.


이처럼 이번 단편집에서 김애란이 들려준 이야기가 실제적이고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건 그냥 있을 법한 장면이나 삶의 조각이 아니라 누군가 살아내고 경험하는 삶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독자에게 가장 친숙하고 현실감 있게 다가왔을 「좋은 이웃」이 그렇다. 층간 소음이 심각한 요즘 좋은 이웃을 만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마찬가지로 좋은 이웃이 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아니, 내 집이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전세를 살며 독서지도사로 공부방을 운영하는 ‘나’는 윗집의 공사로 인해 소음과 일에 차질이 생기고 피해를 입는다. 이사를 오기 전 인테리어 공사 안내를 하고 서명을 받으며 좋은 이웃이 되겠다는 말은 이행되지 않는다. 선의로 이해를 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전세이기에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과 가르치는 학생의 이사로 복잡하다. 장애가 있는 시우가 곧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학부모는 그곳까지 와서 수업을 해줄 수 있는지 묻지만 선뜻 대답을 할 수 없다. 좋은 이웃이자 좋은 선생님은 의지가 있다고 가능한 게 아니었다.


우리가 집을 잃어서도, 이웃을 잃어서도 아니었다. 우리가 정말 상실한 건 결국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고, 또 될지 몰랐던 우리 자신이었다는 뼈아픈 자각 때문이었다. (「좋은 이웃」, 142쪽)






남들처럼 사는 건 왜 이리 어려운가. 때가 되면 전세가 아닌 자가의 공간에서 살 수 있다는 행운은 나만 비껴가는 것일까. 이런 마음은 「빗방울처럼」에서도 만날 수 있다. 「좋은 이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문제를 다루지만 한층 심각한 전세 사기에 대한 이야기다. 새 아파트로 이사를 앞둔 ‘지수’에게 닥친 일은 뉴스에서나 들은 것이었다. 집 주인이 집을 담보도 대출을 받고 연락 두절이 된 것. 천장에선 물까지 새는 상황에 할 수 있는 선택은 새 아파트 입주가 아닌 살던 집을 경매로 낙찰받는 일이다. 그럴 수 있다 쳐도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은 감당할 수 없다. 아무리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삶이라지만. 누가 지수의 선택을 비난할 수 있을까. 자신이 머물다 떠난 자리가 단정하길 바랐던 지수는 물 새는 천장 도배를 위해 도배사를 부른다. 안방 천장 상태를 살피던 그녀가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건네는 그 평범한 말을 통해 아무에게도 받지 못한 위로를 그녀에게서 받는다. 생의 마지막을 결심한 그 순간에 말이다.


삶의 끝이 무엇일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그저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언제쯤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희망을 끈을 놓지 않으면서. 그러니 어떤 일들은 그냥 이유 없이 다가오고 일어난다. 표제작 「안녕이라 그랬어」의 ‘은미’에게도 그랬다. 달콤한 미래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엄마의 간병이 길지 않을 거라고 여겼지만 현실은 계획한 대로 흐르지 않는다. 연인 헌수와의 이별이야말로 예정된 수순이었고 엄마를 떠나보낸 은미는 사십 대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선택지가 별로 없는 나이, 그러나 이대로 포기해서는 안 되는 나이, 은미는 외국어 공부를 시작한다. 화상 영어 사이트를 통해 원어민에서 영어를 배운다. 그 과정에서 ‘안녕’이란 말이 은미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연인과의 만남과 헤어짐, 엄마와의 작별, 그리고 원어민 교사와의 이별. 왜 나만 이렇게 버겁고 힘든가 싶었던 모든 것들은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일상이라는 위안.


그런 일은 ‘그냥’ 일어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저 내 차례가 된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그 앞에서 매번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을까? 마치 살면서 이별이라고는 전혀 겪어본 적 없는 사람들처럼.(「안녕이라 그랬어」, 250쪽)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준비하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나이를 먹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니다. 삶은 알려주지 않는다. 언제쯤 원하는 삶과 마주할지 알 수 없다. 좋은 삶을 살게 될지도 알 수 없다. 혼자만의 세상이 아니기에 나도 모르는 사이 타인과 비교하고 절망한다. 행복의 수치를 돈으로 헤아리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모르는 그들의 사정도 있고 아픔도 있을 것이다. 김애란은 그것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을 돈과 이웃의 이야기로 엮은 『안녕이라 그랬어』를 통해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더 높은 곳, 다른 계층으로의 이동을 욕망하는 자연스러움을 포착한다. 그리고 나 혼자만 그런 삶을 사는 게 아니라고 가만히 위로를 건넨다.


앞으로도 저는 삶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삶을, 죽음이 무언지 모른 채 죽음을 그릴 테지만, 때로는 그 ‘모름’의 렌즈로 봐야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음을 새로 배워나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뒤늦은 깨달음의 형태로 다가오니까요. (작가의 말 중에서, 316~3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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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1-1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거노인인 나에겐 더 실감나는 내용입니다.

자목련 2026-01-22 09:33   좋아요 0 | URL
현실감 있는 이야기라, 많은 분들이 공감할 것 같아요.
호시우행 님, 날씨가 매섭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빈둥거림이 지나쳐서 이제는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기온이 영하 저 아래로 떨어지는 날들이다. 몸만 추운 게 아니라 마음까지도 바람이 들이치는 것만 같다. 새해에 맞게 뭔가 새롭게 해야 할 것만 같은 부담은 어디서 오는 걸까. 주변에 뭐라 말하는 이도 없고 눈치를 주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어쩌면 이런 마음은 새해 증후군일지도 모른다.


몇 년 전 이즈음의 글에는 계획을 세우는 게 세우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는 큰 언니와의 대화가 있었다. 아무런 계획을 세우지 않는 지금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계획 없이 사는 나에게, 조금은 계획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지난 계획을 기록한 글을 찾아보니 대단한 게 없었다. 책을 조금 더 읽고 쓰고 친구를 만나는 일, 그게 전부였다. 운동을 하거나 외국어 공부를 하거나 투자를 하거나 하는 건 없었다. 그런 계획을 다시 세워보기로 한다. 읽는 즐거움이 완전히 소멸되지 않도록 책을 고른다. 올해의 첫 시와 첫 책은 이렇다. 조용미 시인의 『초록의 어두운 부분』에서 만난 시, 디디에 에리봉의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책이다.




기이하다 오래전에 나는 당신과 함께 모든 걸 나누었던 것 같다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서로에게 마음을 다했던 것 같다

왜 지금은 이토록 남인가 다른 생을 받으면 이렇게 다시 시작되는가

이전의 모든 생은 분명하고 또 어렴풋하다 모든 생에서 나는 나의 기억과 함께였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그런 걸 알 수가 있을까 당신은 지독한 타인이고 다음 생까지는 너무 멀다

언제나 다음 생을 믿을 만큼 나는 어리석었다

여기서 그쳐야 한다 끝이라는 말을 늘 생각한다 끝은 여러 생을 거쳐 행할 줄 모르는 습관이 생겨났다

끝은 끝끝내 오지 않아서 우리는 끝에 닿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다 끝이 없는 마음이 지옥인데도 죽어도 마음은 끝을 모른다 끝이 저 스스로 죽고 싶도록 아름답게, 처절하게 우리는

(「구제적인 삶」, 전문)


모든 게 불확실하고 모호하지만 구체적인 것들을 생각한다. 하루의 일상, 하루의 시간,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분명하고 명확한 것들을 떠올린다. 하루하루 늙고 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다. 나이를 헤아리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다. 혼자만의 새해 증후군은 조금 더 길어질지 모르지만 제주도에서 온 동백 사진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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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6-01-13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은 끝끝내 오지 않아서‘ 결국 오는 순간은 죽음일까요. 동백 사진이 정말 너무 예쁘네요.

자목련 2026-01-14 15:54   좋아요 0 | URL
문득, 죽음을 대면하는 일도 모두에게 주어진 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동백은 직접 보면 얼마나 예쁠까요! 아쉽지만 사진으로 담아준 이가 고맙지요^^

거리의화가 2026-01-14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글인데 사진이 예뻐서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화사한 색감이 회색 겨울을 날려보내는 것 같은... 추위에 건강 조심하세요^^

자목련 2026-01-14 15:5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예뻐서 자꾸 보고 있어요. 덕분에 마음도 환해지는 것 같고요!
화가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게 보내세요^^
 
이성과 감성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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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에서 독자가 바라는 건 무엇일까. 첫눈에 반해 아무런 장애 없이 완벽한 사랑과 행복한 결말일까. 아니면, 숱한 오해와 헤어짐을 반복하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일까. 뭐가 됐든 독자는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과 동일시되어 연애 감정을 전달받기를 원한다. 연애를 꿈꾸면서도 연애를 멀리하는 요즘 20~30대가 연애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이유도 같을 것이다.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과 『오만과 편견』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제인 오스틴의 첫 장편소설인 『이성과 감성』은 연애의 첫 시작과 전반적인 모든 과정을 만날 수 있는 연애소설이다. 『이성과 감성』은 앞서 읽은 『오만과 편견』과 인물 설정이나 스토리가 상당히 비슷하다. 『이성과 감성』엔 유머러스한 인물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까. 주인공 자매는 물론이고 상대 남성의 성격이나 집안 배경도 흡사하다. 소설 속 자매의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유산이 이복 오빠에게 돌아가며 어쩔 수 없이 정든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사랑이 시작될 것 같지만 사실 첫째 엘리너는 이사 전 사돈총각인 에드워드와 연애 감정을 키우는 중이었다. 물론 사돈 집안에서는 엘리너를 환대하는 건 아니었다. 거리가 멀어져도 둘 사이의 확신이 있다면 크게 문제 될 게 뭐가 있겠는가. 하지만 좀처럼 에드워드의 연락은 없었다. 반면 메리앤은 이사 온 곳에서 두 명의 남자를 만난다. 메리앤을 좋아하는 브랜던 대령과 메리앤이 첫눈에 반한 월러비. 메리앤의 마음은 나이차가 많이 나는 브렌던 대령보다는 또래인 청년 월러비에 향했고 언니 엘리너의 눈에는 둘 사이가 약혼한 것처럼 보였다. 브랜던 대령은 메리앤의 감정을 알면서도 메리앤을 향한 마음을 접지 않는다.


이성과 감성이란 제목처럼 소설 속 두 주인공은 서로 반대 성향을 지녔다. 철저하게 이성적 판단이 강한 언니 엘리너와 생각이나 판단보다는 감정에 이끌려 행동하는 동생 메리앤의 연애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 요즘 유행하는 성향으로 보자면 엘리너는 T, 메리앤은 F라 할 수 있다. 엘리너는 한편으로는 신중하다 못해 고지식하게 보인다. 에드워드에게 숨겨둔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도 차분함을 잃지 않으니 말이다. 메리앤의 명랑은 사랑스러울 때도 많았지만 제발 한 번 더 생각하면 어떨까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니 미래를 확신하는 월러비가 연락이 닿지 않고 마침내 들려온 소식이 그의 결혼 소식이니 메리앤의 상심은 병이 될 수밖에 없다.





엘리너와 메리앤의 사랑은 끝내 이뤄지지 않는 것일까. 에드워드의 숨겨진 약혼자와 월러비의 결혼은 충격이었기에 브랜던이 사랑하는 이도 메리앤이 아닌 언니 엘리너가 아닐까 조바심이 났다. 놀라운 건 이 소설이 제인 오스틴의 첫 소설이라는 점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감정과 그와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소설에 녹아냈다고 할까. 어디 그뿐인가. 제인 오스틴은 그 시대의 사회적 관습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는다. 장자상속의 문제점을 꼬집고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부모(에드워드의 어머니)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재미있는 건 결혼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결혼에서 행복은 운이라 말했던 『오만과 편견』속 샬럿처럼 『이성과 감성』에서도 약혼을 했지만 파혼하고 다른 사람과 결혼했을 때 이익을 생각하는 따지며 유리한 선택을 한 루시의 모습은 그 시대의 영국의 사회가 어땠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엘리너와 메리앤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지만 제인 오스틴의 주변에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을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발생하는 감정은 어떻게 표현되는 게 좋을까. 얼핏 생각하기에 엘리너와 메리앤의 감정이 반박씩 드러나면 가장 완벽할 것 같지만 사랑하는 일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니 뭐나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스스로를 다잡는 엘리너의 모습은 애처로워 보였다. 엘리너에게서 K- 장녀 모습이 겹쳐진 건 나뿐일까.


겉으로는 아무런 기쁨도 드러내지 않았고, 어떤 말이나 미소로도 표현되지 않았답니다. 오직 엘리너의 가슴속에서만, 그 고요하고 강인한 만족감이 머물러 있었어요. (477~478쪽)


“나는 침착하게 행동할 거야. 내 마음의 주인이 될 거야.” (542쪽)


사랑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는 어떠냐고 묻는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지난 사랑의 모습을 가만히 돌아보는 이들이 많을 것 같다. 어쨌든 돌고 돌아서 사랑의 결실이 이뤄지는 모습은 독자로서 흐뭇하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연애소설이라는 걸 확인한다.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을 맞아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된 소설이라는 점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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