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힘든 환경 속에서 우리가 살아갈 힘을 얻는 건 꿈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그건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의 모습이거나 차곡차곡 불어나는 적금통장 갯수 이거나 언젠가 꼭 이루고 싶은 소망 리스트가 될 것이다.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과정이야 말로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그 꿈 때문에 좌절하기도 한다. 내게 너무도 소중한 꿈이 누군가가 비웃음을 받거나 실현 불가능한 일로 치부될 때 말이다. 그러기에 더 간절하게 꿈을 소망하는 건 아닐까. 

 

 단 한 번도 알을 품어 병아리의 탄생을 보지 못한 암탉에게도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 엄마가 되는 것이다. 양계장 철망에서 알만 낳다 죽을 수 없었다. 매일 철망에서 바라보는 아카시아 잎사귀처럼 귀한 존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잎싹’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어쩌면 그게 시작이었는지 모른다. 암탉이 아니라, 잎싹이란 특별한 이름을 가졌으니 앞으로 스스로를 더 사랑할 것이다. 

 

 더이상 알을 낳지 않아 쓸모 없는 닭이라 여겨 철망 밖으로 나온 잎싹은 새로운 세상과 마주한다. 족제비란 무서운 상대가 있었지만 뭐든지 헤쳐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 잎싹을 받아주지 않았다. 마당 식구들은 모두 잎싹을 거부했다.  친구가 되어준 청둥오리마저 사랑에 빠져 잎싹은 매일 족제비와 사투를 벌이며 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  

 

 잎싹은 버려진 알을 발견하고 품으며 엄마가 될 준비를 한다. 여전하게 족제비는 잎싹을 노리고 이상한 건 청둥오리가 필사적으로 잎싹을 보호하는 거였다. 병아리가 태어나고 청둥오리가 죽고서야 자신을 보호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잎싹의 아기는 병아리가 아닌 오리였던 것이다. 

 

 상관없었다. 잎싹은 아가의 엄마이니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청둥오리가 그랬던 것처럼. 족제비를 커가는 아가는 잎싹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 족제비로 부터 자신을 보호해주기도 했다. 그러다 아기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다. 그런 아가에게 잎싹은  ‘초록머리’라는 고운 이름을 붙여준다. 물가의 오리들과 어울릴 수 없는 초록머리는 마당 오리들과 함께 살고 싶어한다.  

 

 잎싹은 절대 그곳에서 살 수 없음을 알지만 초록머리를 말리지 못한다. 자식이 원하는 건 뭐든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인 것이다. 양계장 주인은 잘 자란 초록머리를 묶어 두고 이를 본 잎싹의 마음은 너무 아팠다.  틈을 봐서 있는 힘껏 부리로 양계장 주인을 쪼아대고 초록머리는 도망친다. 자칫하면 죽을 수 있는 순간, 위대한 모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잎싹은 초록머리가 청둥오리 무리와 함께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날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품에서 자식을 떼어 놓는 그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자신의 날개를 펼쳐 날아가는 초록머리를 보는 게 행복이고 즐거움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족제비는 여전히 잎싹과 초록머리를 노리고 있었다. 새끼를 먹여 살려야 했기 때문이다. 우연하게 족제비의 새끼를 발견한 잎싹은 족제비도 엄마였다는 걸 알게된다. 그 새끼들을 위해 엄마라는 이유로 족제비에게 잡혀 죽음을 맞이한다. 결코 두려운 죽음이 아닌 엄마의 희생이었다.

 

 잎싹도 나그네 청둥오리도 족제비도 모두 부모였던 것이다. 나 역시 한 아이의 엄마라서 그럴까. 자식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걸고 희생하는 부모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먹먹해진다. 양계장의 철망 속에서 그저 주는 먹이 먹고 알을 낳는 삶에 만족하며 살았다면 결코 이룰 수 없었던 일들이다. 용기를 갖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도전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바랐던 소망을 이뤄 낸 잎싹의 삶이 정말 멋지다. 모든 시련에 주저하지 않고 당당하게 헤쳐 나간 잎싹. 그랬기에 초록머리도 자신의 꿈을 찾아 비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시작하게 도와준 잎사귀, 정말 위대하다. 

 

 “잎사귀는 꽃의 어머니야. 숨쉬고, 비바람을 견디고, 햇빛을 간직했다가 눈부시게 하얀 꽃을 키워 내지. 아마 잎사귀가 아니면 나무는 못 살 거야. 잎사귀는 정말 훌륭하지. 7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국을 만나기 전에,

 

 수국을 보고 왔다. 가뭄으로 인해 수국은 한 달 가량 늦게 피었다. 그 사이 나는 문의 전화를 세 번이나 해야 했다.  전화할 때마다 ‘수국이 피었나요?’ 라고 물었다. 레스토랑과 펜션을 겸한 그곳에 오로지 나는 수국을 보러 간 것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마음은 온통 수국을 향해 있었다. 수국은 토양의 성질에 따라 색깔이 다르다고 한다. 흰 수국, 보라 수국, 자주 수국, 파란 수국까지 다양하다. 어린 시절 마당에는 흰 수국만 떠올렸는데 막상 마주한 수국은 화려했고 아름다웠다.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지만 수국을 보았으니 그걸로 됐다.

 

 여름엔 자귀나무도 멋지다. 가는 내내 길 가에 나비처럼 춤추고 있었다. 소가 잘 먹었던 나무로만 기억했는데 그 이름은 자귀나무였다.

 

 

 

 

 

 

 

 

자귀나무 (silk tree)

 

 

 

 

 돌아오는 길에 아쉬움을 담고 찍은 수국이다. 수국은 알까, 내가 그토록 너를 그리워했다는 걸.  길었던 여름 날의 하루가 지고 있었다. 해가 지는 풍경은 언제나 아련하다. 또다른 하루를 품은 저 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어제 수국을 보았고, 내년엔 작약을 보러 갈 것이다. 짙은 여름이 오기 전에 5월에 말이다.

 

 

 

 

 

 

 

 

 수국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이 책이 생각난다. 후지와라 신야의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와 조중의의 『사는 게 참 행복하다』다. 두 책에서 모두 수국을 만날 수 있다. 후지와라 신야의 책은 표지부터 수국이 반긴다. 비오는 날에 마주한 수국은 더 황홀할 것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2-07-10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지와라 신야의 저 책, 자꾸 만나게 되네요. 아무래도 여기서 담아가요. 인연인 것 같아요.
청춘의 구루,라는 말이 들어옵니다. 저는 몰랐던 작가에요.
자목련님 수국을 무척이나 좋아하시나 봐요. 일부러 수국을 만나러 차를 몰고 가신 거 보니요.
저는 그렇게까진 아니지만요.
근데 자귀나무의 영어명이.. 그렇군요.^^ 실제로 보진 못했는데 이쁘네요.

자목련 2012-07-10 21:29   좋아요 0 | URL
이 책으로 처음 만났어요. 표지에 끌려 만났는데 내용도 좋았어요. 그리고 제 곁에 <인도방랑>이 진즉부터 있었다는 사실에 괜히 미안했지요. 아직도 그 책을 읽지 못했어요..

어린 시절 기억 때문인지 작약과 수국을 특히 좋아해요. 수국 무리를 보고 싶었어요.
자귀나무는 요즘 한창 고운 꽃을 피워요. 참 예쁘죠?

라로 2012-07-10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국은 참 뭐라고 하면 좋을지 모르겠는 꽃이에요, 물론 예쁘지만, 그거에 뭔가가 있어요!!^^;
자목련님 수국을 보러 차를 타고 가시다니!! 꽃을 정말 좋아하시는군요!!
닉네임도 자목련, 나무나 꽃에 대해 많이 아실 것 같아요!!^^
예쁜 책을 잘 찾으시는 자목련님 덕분에 저도 책 한 권 보관함에 담아가요,^^

자목련 2012-07-10 21: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뭔가가 있어요!!
제 친구는 차가움이 있다고 말했고 저는 신비스러운 비밀 같은 게 있다고 말했어요.

맨 처음 닉네임은 선인장(가시를 품고 꽃을 피우는 그 단단한 무언가)을 좋아해요. 다른 블로그의 이름을 바꾸면서 알라딘도 같이 자목련으로 쓰게 되었어요.

나무나 꽃은 좋아하지만 알지는 못해요.ㅎㅎ

2012-07-1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두 책 다 표지가 너무 예뻐요! 전 표지 예쁜 책을 좋아합니다.
수국... 예쁜 꽃이죠. 근데 올해 여름엔 수국 좋다는 사람을 유난히 만나게 되는데, 자목련님도...
자귀나무. 소가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소가 한 입 먹기엔 너무 높이 있을 것 같은데?!^^

자목련 2012-07-13 19:03   좋아요 0 | URL
저도 표지 예쁜 책이 좋아요. ㅎ
어린 시절 추억이 없었다면 수국을 사랑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자귀나무는 가지를 베어다가 소를 먹였어요.꼴을 베듯 지게에 가득 꽃과 가지가 있었어요.
아, 그때는 그 꽃이 이리 고운 줄 몰랐어요..
 

 

 비가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한다. 창문을 열였다 닫기를 반복한다. 비가 오는 날엔 라면을 먹는다. 어제 저녁에 라면을 먹었다. 점심으로 또 라면을 먹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ㅅ라면은 유통기한은 한참이나 지났다. 그런 라면이 아직 많이 있다. 버리지 않고 먹을 것 같다. 왜 이렇게 라면이 많이 남았을까.  익숙한 라면이라 순서에서 밀린 것이다. 냉면과 ㄲ면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유통기간이 짧은 ㅅ라면을 먼저 먹었어야 했는데 말이다.

 

 책에도 유통기한이 있을까. 구매하거나 곁에 둔 책들을 차례대로 읽지 않으니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정말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부탁을 받은 책, 선물받은 책, 리뷰를 써야 할 책으로 분류한다고 보면 말이다. 그렇다면 가장 빨리 읽은 책은 리뷰를 써야 할 책일까? 아니, 꼭 그렇지는 않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이라 해도 다시 연장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때 그때 다르다는 게 정답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말을 건네는 표지가 있다. 내가 알아보기 전에 먼저 나를 알아봐 달라고 말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니다, 이 말은 그럴듯한 말이고  눈에 띄는 표지가 있다는 거다.) 백영옥의 소설이 눈에 들어온다. 드라마로 만난 『스타일』을 비롯해 그의 소설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산문으로 만난 느낌이 좋아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란 제목의 소설도 궁금했는데 표지부터 말을 건넨다. 처음엔 장미꽃인 줄 알았다. 풍선이었다.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생각난다. 그 책에도 풍선이 있었다.

 

접힌 부분 펼치기 ▼

 

 

 뜬금없지만, 노란 장미!!
펼친 부분 접기 ▲

 

 

 내가 반한 표지(누구라도 반했을 것이다)는 모던 클래식인데 단연 녹턴이다. 유통기한이 있었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했다. 책장에서 고요히 숨을 쉬고 있다. 미안한 일이다. 그리고 이 책,  김이설의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이다.  르동의 ‘베일을 쓴 여인’이 표지다.

 

 

 

 

 

 

 

 

 

 

 

 

 

 

 

 

 

 비는 잠시 그쳤다. 다시 창문을 열고 점심을 먹어야 겠다. 라면을 먹을지, 김치찌개랑 밥을 먹을지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아, 매콤한 쫄면이 먹고 싶기도 하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2-07-06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갈등하시다 점심은 뭘로 드셨어요?^^ 여기도 지금 비는 그쳤어요.
저는 노란 장미를 무지하게 좋아해요.^^ 서재지붕도 늘 참 이쁘다 생각했답니다.

자목련 2012-07-07 08:10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어제는 남은 김치찌개를 점심에 이어 저녁까지 먹었어요.ㅎㅎ
저도 노란 장미 좋아요.
지붕 이미지, 넘 좋아서 바탕화면에 핸드폰까지 점령했어요.

지난 번 서재에 올린 벚꽃(미끄럼틀 사진, 정말 황홀했어요. 어떻게 그런 사진을 담을 수 있는지..

달사르 2012-07-06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오늘도 비가 왔나요? 여긴 비가 주룩주룩 장대같이 왔어요. 비 내리는 날엔 정말 라면이 땡기는 거 같애요. 힛. 메콤한 쫄면도 완전 맛있잖아염. 비 오는 날은 라면과 쫄면에게 양보하세요~ 뭐 이런 식으루다. ㅎ

유통기한 말씀하시니..왠지 유통기한에 얽매이지 않고 막 책 읽고 싶어지고 그래요! 꼭 읽어야되는 그런 책은 이상하게 자꾸 뒤로 미루고 싶고, 갓 받은 따끈한 책부터 먼저 막 보고 싶고 말이죠.

자목련 2012-07-07 08:08   좋아요 0 | URL
어제 내린 강한 빗줄기는 사라지고 이 아침에 미칠듯이 더워요.
유통기한은 잊어버리고 읽고 싶은 책을 읽다가, 잠시 덮다가 다른 책을 읽다가, 또 책장을 뒤지다가, 그러고 싶어요. ㅎㅎ

신간 알림 문자나 메일을 오늘도 유혹의 손길을 날리네요. ㅋㅋ

2012-07-13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또 표지 예쁜 책! 근데 정말 이건 멋지군요...
그나저나 영주 시내에 진짜 맛있는 쫄면집이 있대요. 이번에 만난 친구말이, 영주 시장 가서 쫄면집 물어보면 다 알려준다는군요. 담에 부석사 가게 되면 팁으로~ 알고 계시라고~~.

자목련 2012-07-13 19:02   좋아요 0 | URL
오늘도 하늘은 흐리니 조만간 비가 내릴 것 같아요. 아, 쫄면은 아직..
부석사 = 쫄면으로 기억될 듯^^
 

 

 알라딘에 들어올 때마다 13이란 숫자와 마주한다. 그리고 흔들린다. 주문을 해야 할까, 정성스럽게 선택된 단편과 에세이를 담은 사랑스러운 책과 텀블러가 자꾸 유혹한다. 아직은 유혹을 참아내고 있지만 장담은 못 한다. 그래도 지난 달에 멋진 작가들을 나는 가슴에 품었으니까(BORN TO READ 티셔츠), 자제해야 한다. 

 

 13년 전, 나는 알라딘을 알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당시 내 삶에 책은 없었다. 한 남자가 있었고, 나른한 오후가 있었고, 조성모의 뮤직 비디오가 하루 종일 나오는 유선 방송이 있었다. 13년 전에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13년이 지난 지금, 알라딘을 알고 있다. 책을 다시 읽고 리뷰를 쓰고 이 공간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알라딘은 내게 그 이상의 어떤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13이라는 숫자가 행운의 숫자로 보인다. 장바구니에 담아 둔 책 중 이벤트 도서도 있다.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은 아니지만 가장 요염한 자태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들은 바로,

 

 

 

 

 

 

 

 

 

 

 

 

 

 

 

 

 좋아하는 작가들이 참여한 포맷하시겠습니까?, 요즘 가장 핫한 책이라 할 수 있는 『로맹가리와 진 세버그의 숨가쁜 사랑』, 편혜영의 『서쪽 숲에 갔다』. 나는 곧 그들과 만날 것이다. 어쩌면 고급 스텐 텀블러도 함께 만날지도 모르겠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사르 2012-07-04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편혜영 신작 골라놨어염. 13이란 숫자에 이리도 혹하다니요. >,<
저 텀블러는 색상 선택일까요. 무작위일까요. 아..주문해봐야 알겠지요. ㅎ

13년 전이라..음..저는 일단 학생일 때네요. 자목련님은 남자가 있었군요. 으히히히. 좋은거~ ^^

자목련 2012-07-04 21:4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13일이 행운의 숫자처럼 여겨져요.
텀블러 색상은 선택할 수 있는 듯해요.
조만간 주문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안되는데...
달사르님은 산뜻한 학생이셨군요. 음, 저는 올드한 사람이라서, ㅋㅋ

이진 2012-07-04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혜영 신작이 이벤트 도서지요?
아싸. <태백산맥> 세트하고 합해서 이번에 질러야 겠어요. 그럼 간단하게 오만원도 넘고 좋고.
알라딘 이런 이벤트 할때마다... 하, 버티기 힘드네요.

13년 전이라..음..저는 일단 응애응해 하고 있을 때는 지났고, 한창 장난이 심했을 때네요.(따라하기... ㅎㅎㅎ)

자목련 2012-07-04 21:48   좋아요 0 | URL
할아버지와의 관계는 괜찮나요? 지난 번 페이퍼를 보니...
소이진님은 사랑스럽고 귀여운 악동이었군요. 그 시간이 그립지 않나요, ㅎㅎㅎ
열공하시고, 좋은 책도 많이 읽는 밤이길 바라요^^

2012-07-05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5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2-07-0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13년 전 나는??
결혼하기 전 해였네요.ㅋㅋ
미쓰시절 기울어져 간다고 아쉬워 하면서 열심히 친구들과 수다떨고 그랬던 것같아요.
몇 달 전 그친구들을 만났었는데 친구네집 앨범에 우연히 경주가서 찍은 사진이 한 장 발견되었다고..
연인들만 탄다는 그 2인용 자전거에 자기신랑이랑(고등학교 동창이거든요.^^) 나랑 타고 있었다고,왜 그랬냐고? 묻던데..기억나질 않아 멍 때리고 있으니...기억력 좋은 친구가 내가 시집가기 전이어서 추억 만들어 준다고 경주로 모두들 떠났는데..자전거를 타려니 내가 자전거를 못타 친구네 신랑이 대신 태워준 것이라고 서로 기억을 억지로 끼워맞춰 사건을 일단락시켰네요.휴~
제가 지금도 운전도 못하고,자전거도 못타는데 친구는 그걸 모르고 있었더라구요.ㅎㅎ
자전거 안배워두길 잘했어요.오해살뻔 했어요.
13년 전의 일을 떠올리니 갑자기 그일이 떠올라 발그레 했네요.ㅋㅋ

텀블러 멋지군요.유혹당하지 않으리라~ 심지를 굳히고 있다는~~
머그컵도 색깔별로 다 모아놓고 결국 두 개 다 깨트려먹고 하나 겨우 남겨놓고 열심히 쓰고 있어요.
참고로 텀블러 하얀컵에 자꾸 눈길이 가네요.ㅋㅋ
검은색에는 시가 적혀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마트에서 우연히 보냉컵을 봤는데 딱 저러한 스타일의 보냉컵인데 시가 적혀 있더라구요.
시로 된 물을 마신다?? 정말 물이 절로 맛있을 것같지 않나요??
어찌나 멋지고 고급스럽던지 사고 싶어 죽겠는걸 겨우 참았어요.
가격이 너무 쎄더라구요.ㅠ
지금도 마트가면 눈에 아른거려 죽을지경입니다.ㅠ

자목련 2012-07-05 20:15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우리를 13년 전의 시간을 돌아보게 하네요.
기억력 좋은 친구분이 없었더라면 큰 오해를 살뻔했네요.
저도 자전거를 타지 못해요.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부러워요.

알라딘 덕분에 13이라는 숫자가 주위를 맴돌아요,ㅎㅎ
어떤 시가 적혔을까, 궁금해져요.
컵을 좋아해서 걱정이에요. 아직까지는 마음은 단단히 먹고 있는데(이제 겨우 하루 지났으니...)

라로 2012-07-05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3년이 되었군요.
저도 13년 전에 알지 못했어요,,,저는 그때 미국에 있었고 한국을 많이 그리워 했고,,,
좋은 직업이 있었고,,,젊었고,,,ㅎㅎㅎㅎ
저는 지금도 제 30대가 가장 좋았어요. 가장 예뻤을때였어요,,라고 기억해요,,,ㅎㅎㅎ
덕분에 13년전을 돌아보고 올리신 책 중 몇 권 보관함에 또 담고,,ㅠㅠ

2012-07-06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 - 여성 작가들의 아주 은밀한 섹스 판타지
구경미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이 맞는 사람과 나누는 수다는 즐겁다. 뒷감당을 걱정하지 않고 때로 격하게 감정을 드러내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내밀한 사이여야만 할 수 있는 주제일 경우 은밀한 감정까지 교류할 수 있으니 더욱 좋다. 그 주제가 은밀한 섹스라면 수다가 시작되기 전부터 떨릴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작가 여섯 명(구경미, 김이설, 김이은, 은미희, 이평재, 한유주)이 들려주는 수다 『이브들의 아찔한 수다』를 읽기 전부터 설레였다.

 

 김이설의 <세트 플레이>는 주인공(성철) 고등학생의 탈선을 과감하게 보여준다. 채팅으로 만남을 유도해 아줌마와 관계를 갖고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협박해 돈을 갈취하는 이야기다. 갈취한 돈으로 피시방 게임비를 내고 좋아하는 여자애와 노래방에 가는 게 전부였다. 단순하게 돈이 필요했고 섹스는 어렵지도 않았다. 술에 찌든 아빠에게 맞아 반신불수가 된 형, 부업 상자를 끼고 사는 엄마, 아무도 성철에게 관심이 없었다. 성철은 지겨운 일상을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뉴스에 나올 법한 안타까운 이야기다.

 

 이평재의 <크로이처 소나타>는 남녀 사랑과 욕망에 음악을 더한 이야기다.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났을 때 서로를 탐구하고 다가가며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베토벤의 소나타 ‘크로이처’의 연주와 함께 들려준다. 섹스와 음악은 묘한 어울림이 있다. 때로 강렬하게 때로 부드럽게 음악이 흐르듯 사랑의 강약에 대해 말하는 듯하다. 때문에 이 단편은 사랑보다는 베토벤의 음악이 더 강하게 남는다.

 

 김이은의 <어쩔까나>는 격정적인 사랑을 말한다. 양반댁 주인 아가씨와 노비의 사랑으로 조선시대의 사랑 이야기다. 사랑 때문에 전부를 버릴 수 있고, 사랑 때문에 죽을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사랑이 언제나 은밀하고 달콤한 건 아니라고 말하는 소설도 있다. 한유주의 <제목 따위는 생각나지 않아>에서 사랑은 권태로운 일상의 연속일 뿐이다. 한 때는 절절하게 사랑했을 사이지만 남은 건 드러나지 않은 증오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외면하는 것이다. 구경미의 <팔월의 눈>에서 주인공에게 사랑은 사치였고 제목처럼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스스로 상처를 만들기도 한다. 은미희의 <통증>에서 주인공의 사랑이 그러했다. 연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일은, 그 자체가 상처이자 통증을 안긴다. 부질없는 일이지만 끊임없이 남자의 연인을 미워하고 질투한다. 남는 건 지독한 통증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사랑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사랑을 들라면 연민일 것이다. 사랑의 본질은 연민이었고 자기애였다. 열정적인 사랑이야 그 뜨거움이 가시면 시들해지지만 연민은 질기고도 끈질겼다. 상대가 어떤 자세를 취하든, 그 연민은 새록새록 자가발전하면, 스스로를 부추겨 세우고, 더 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그렇게 그렇게 상대에게 흐르곤 했다. 그 희생적 사랑도 자기만족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법. 타인을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행복해하는 점에서 모든 사랑의 본질은 자기애였다. 사랑은 불가항력적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행복해지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던가. 처음부터 상처받고 아픔을 생각하며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없다. p. 218~219

 

 여섯 작가가 들려주는 사랑 혹은 섹스는 은밀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팠고 쓸쓸했다. 어쩌면 은밀한 그것이 아닌 잊고 있던 어떤 지난 날이나 감정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달콤한 사랑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그것은 날카로운 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지속되는 통증인지도 모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07-02 2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7-04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