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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특별한 책방 운영을 꿈꿨을 것이다. 좋아하는 책과 그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인 삶이란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이상과 현실은 멀기에 그저 꿈으로만 간직할 뿐, 가까운 곳에 그런 공간 있기를 바라지만 무도하게 도전하는 많지 않다. 여기 도전은 아름다운 것이고 감동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걸 몸소 보여준 부부가 있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의 저자인 웬디와 그의 남편 잭이다. 두 마리의 개와 두 마리의 고양이까지 모두 여섯 명의 가족이라는 말이 맞겠다. 그렇다. 이 책은 그들의 헌책방 도전기이자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책을 좋아하는 부부, 웬디와 잭은 빅스톤갭에 책방을 내기로 결정한다. 문제는 심사숙고가 아닌 충동에 의한 결정이란 거다. 단순하게 계약한 집은 헌책방을 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넓었다. 빅스톤갭의 소비 성향이나 경제 규모와 지역 사회에 대한 이해는 전여 없었던 것이다. 1층에 헌책방을 내고 2층에 거주한다는 생각으로 잭은 직접 책장을 만들고 자신들의 서재에서 책을 골라낸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외부인인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럼에도 부부는 굴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책방에 대한 소식을 전하며 홍보한다. 언제나 그렇듯 진심은 통하는 법 사람들은 웬디와 잭에게 마음을 열었고 책방은 금세 빅스톤갭의 사랑방으로 자리한다. 물론 웬디와 잭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헌책방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예상했듯 책으로 이어진 누군가의 삶이었다. 헌책방으로 들어오는 책마다 사연이 있듯 방문객도 그러했다. 무조건 책을 팔기로 작정한 사람, 헌책에서 추억을 건져올리는 사람, 떠난 가족과 마지막 이별을 치르기 위해 남겨진 책을 가져오는 사람, 그저 책을 구경하고 차를 마시고 가는 사람 등 다양하다.
‘헌책을 파는 것은 다른 물건을 파는 것과 다르다. 음식은 맛이 있어야 하고, 옷은 몸에 맞아야 하고, 페인트는 칠하는 곳에 색깔이 어울려야 한다. 그렇다면 책은? 어떻게 보면 책은 우리에게 전부이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구매자 각각에서 다른 의미를 띠기도 한다. 사람들은 오락을 위해, 정보를 얻기 위해, 감동과 동기를 얻기 위해, 혹은 자기 인생의 중대한 사건을 기리기 위해 책을 산다. 이렇게 책을 찾는 이유는 집 안 꾸미기부터 마음의 양식 쌓기까지 아주 다양하다.’ 240쪽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말 그대로 마법이었다. 글쓰기이며 뜨개질을 위한 모임뿐 아니라, 삶의 모든 조각들이 모여들어 새로운 삶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어떤 방문객이 찾아오더라도 잭은 주전자에 찻물을 끓이고 웬디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책을 팔고 사는 사이가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된 것이다.
책은 정말 더없이 아름답다. 단순하게 책을 좋아하는 이에 의한 헌책방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작은 쉼터가 얼마나 소중한 공간이며 위대한 동반자인지 말한다. 웬디와 잭은 헌책방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마주한다. 더불어 함께 하는 삶에 대해 질문도 던진다.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공동체 의식이 절실하다는 걸 그들은 일상을 통해 깨달은 것이다.
책이라는 통로로 이어진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보여주는 멋진 책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도 이런 헌책방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쩌면 나도 우선적으로 한아름 책을 골라 가져가고 무심한 듯 비밀을 털어놓을지도 모른다. 사람과 책이 행복의 충분조건이라는 걸 아는 잭의 말처럼 말이다.
“우리가 이 집을 인류의 축적된 지혜로 채우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책을 계속 가져오고, 또 책을 잔뜩 사 간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좀 괴팍하지만 정감 가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는 것.” 1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