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되었고 아카시아꽃이 환하게 피었다. 아파트 복도에 나가면 옅게 아카시아 향이 닿는 듯하다. 송홧가루가 지나가고 아카시아 꽃이 피고 곧 밤꽃도 필 것이다. 앵두는 붉게 익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작약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을 터. 모든 것들이 자기 자리에서 부지런히 해야 할 일들을 해내고 있다. 나는 여기 그대로 있고 너는 아직 멀리 있구나. 너에 속한 다른 이름들의 너는,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너¹에게 가슴에 새기는 달, 5월에 편지를 보냈다. 너²에게 초록이 닿기를 이란 문자를 6월에 보냈다. 너³에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같은 하루를 너와 나는 다르게 보내고, 같은 하늘을 너와 나는 다른 부분을 보고, 같은 드라마를 볼 수도 있고, 같은 노래를 듣기도 하겠지. 같은 책을 읽고 있을 수도 있고, 어느 순간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다. 그러니 속상할 필요도 없다. 나는 여기에, 너는 거기서 살아가면 된다.
6월, 이런 책을 곁에 두려고 한다. 돌아온 정유정이란 말은 적당하지 않지만 떠오르는 말이 없다.『28』이란 숫자가 의미하는 게 무얼까, 궁금할 뿐이다. 도서관이 아닌 내 방 책장에서 꺼내보고 싶은 박범신의『외등』, 표지부터 수줍은 숙녀를 닮은 박상수의『숙녀에게』, 김려령과 구병모의 소설을 만나는 창비청소년문학 『파란 아이』를 우선 담는다.
겨울과 봄이 지났고, 여름이 시작된다. 작년보다 강한 더위와 많은 비가 내릴 거라고 한다. 작년만큼만 견디면 될 것이다. 작년만큼만 이겨내면 될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