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서울에 다녀왔다. 계획에 없던 일정이었다. 서울에 가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서울에 갈 일은 병원 진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서울에 다녀온 게 좋은 일이 되었다. 불확실한 것에 대한 확인을 받았으므로. 서울은 정말 더웠고 장미가 가득했다. 장미 공원을 조성해 놓은 곳도 있었고 벚꽃 나무 아래로 넝쿨장미들이 가득했다. 분홍, 빨강, 노랑, 흰색의 장미가 아름다웠다. 그 모든 풍경에 대한 대화는 병원 진료가 끝나고 병원 내 카페에서 베리베리 라떼를 먹으며 할 수 있었다.

나는 건강에 자신할 수 없는 사람이다. 하긴 누가 건강에 자신할 수 있겠는가. 여하튼 몸이 보내는 신호와 증상은 나를 두렵게 만들었고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했다. 지방에 사는 이들이 그렇듯 서울로 향하는 길은 어떤 상황이 생길지 알 수 없는 대비가 동반된다. 금식을 했고 혹시나 모를 입원 준비를 해서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 예약을 할 때는 오후 늦은 시간이었는데 아침 일찍 병원에서 전화가 왔고 되도록 빨리 오라고 했다. 그건 좋은 일이었다. 의사가 내 상태를 확인했다는 뜻이니까.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오랜 기간 만난 담당 의사는 나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주었다. 하지만 확진은 아니었다.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그렇다. 왜 일어나는지 원인을 알아내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시행되지는 않는다. 나의 경우도 그랬다. 단순한, 일시적인 증상일 수도 있다고, 회복되고 완화되고 있으니 지켜보자는 의견. 나도 동의했다. 과잉진료를 하는 의사는 아니니까. 혹시 모르니 검사 예약은 하자고 했고 내가 의심하는 부분에 대한 검사를 위해 채혈을 했다. 장미에 대한 이야기는 피를 뽑고 검사 예약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 전 카페에서 시작되었다.


5월이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도 연두와 초록이 가득한 풍경에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나의 마음의 경로에는 그것이 없었다. 안 좋은 것들, 나쁜 것들이 내 마음의 경로를 지배했다. 나는 다시 그 경로를 수정한다. 언제나 그렇듯 모든 일은 일어날 수 있고 그 모든 걸 이해하고 나는 기존의 나로 돌아와야 한다.


지난주에 친구가 보낸 노란 라넌큘러스를 보며 기뻐하는 나로,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께 소박한 카네이션을 보내는 나로 말이다. 나의 유일한 선생님, 최고의 스승이 계셔서 정말 감사하다. 손주를 돌보느라 지친 선생님께 작은 즐거움을 드릴 수 있어 감사하다. 조만간 목소리로 뵙고 싶다.







책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내가 주문한 책은 이곳에 없다. 이런 책과 커피를 샀다. 윤후명의 시집 <모루도서관>, 오랜만에 아무튼 시리즈 <아무튼, 새벽>윌리엄 포그너의 <야생 종려나무>. 세 권 모두 좋은 책일 것 같다. 쓰고 싶지 않아서 쓰지 못했다. 쓰고 싶다는 나로 돌아봐서 다행이다. 매일 쓰고 싶을지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쓰고 싶은 마음이 살아나서 다행이다. 다행인 마음이 생겨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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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5-15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은 다행이고, 끝까지 다행이길 바라겠습니다.
어제 정말 더웠는데... 오늘은 더 더워요! (사무실에 에어켠 올해 처음 켰어요! ㅋㅋㅋㅋㅋㅋ)

2026-05-15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6-05-1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 너무 더워요.
견디다 못해 선풍기를 꺼내 왔습니다.
회복되고 완화되고 있어 다행이며,
일시적인 현상은
그저 약간 예민하게 반응한 의심뿐이기를요.
주고 받은 꽃에
마음을 볼 수 있어 더 예쁩니다.
야생 종려나무,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구단씨 2026-05-15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면서 별 관심 없이 보던 꽃들도, 자목련님 서재에 오면 더 특별해 보이고 더 자세히 보게 되네요.
예뻐요, 꽃들이...

여긴 오늘 최고 기온이 31도였어요. 5월 중순의 날씨가 이래도 되나 싶은데, 갈수록 더 최고 기온은 높아지겠죠.
더워지는 날들에 건강 이상 무 신호가 계속 켜져 있기를 바랍니다. ^^